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남자라면 쇼부를 봐라 (3)
세계수가 있었던 그 넓은 숲지는 이제 예전 같은 모습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세계수가 있었던 자리는 세계수가 말라비틀어지며 거대한 공터가 생겨 있었고, 그 세계수를 마치 수호하듯 퍼져 있었던 나무들도 전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이 공간에는 기존의 나무들을 유지할 정도의 업이 공급되지 않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 공간 자체에서 생산하는 업이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이 공간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이 공간은 다른 탑에서 업을 받아 유지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 최상층의 크기가 다른 탑들과는 달랐기 때문.
그렇게 모든 게 완전히 말라붙은 공간에서, 4대 정령왕을 포함한 탑주들은 드라이어드가 만든 말라비틀어진 회의장 속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정령들의 회의장 사이사이에 보이는 공석.
그들은 바로 이 공간에 탑의 업을 연결하지 않은 탑주들이었다.
“……배신을 하다니.”
이프리트가 저도 모르게 화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 말에 동조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의 배신을 말한 이프리트나, 여기에 앉아 있는 정령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이 파벌의 종점을 알고 있었으니까.
“…….”
끝.
너무 복잡한 수식어 없이, 깔끔하고도 단조로운 단어 하나로도 지금 정령파벌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모든 걸 잃었다.
첫 번째로 아직 업을 잃지 않은 탑주들이 탈주하기 시작하면서 그 위세가 약해졌고.
두 번째로 관리기관에 진 빚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지면서 애초에 파벌이 성립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김현우…….”
정령 파벌쪽에서 그렇게 이를 악 물고 죽이려고 했던 김현우는 결국 살았다.
“하…….”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모를 탄식.
사실 나이아드가 엄청난 양의 업을 담보로 지불할 때만 해도 정령파벌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애초에 세계수가 있는 공간 자체가 망가진 이유는 김현우 때문이니 김현우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그가 각 탑에 해놓았던 짓들도 사라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고.
만약 김현우가 검신의 손에 소멸하게 되면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어떻게든 파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
파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따위는 전혀 불가능했다.
관리 기관에서 보낸 검신은 결국 김현우를 소멸시키지 못했고.
그 뒤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검신과의 싸움 덕에 탑의 보안마저 완벽하게 박살 나 버린 51번 탑에 침입해 김현우를 죽여 보려 했으나 그들은 김현우에게 도달하지도 못했다.
‘……도대체 어째서 탑주를 몇 명이나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 그 탑에는 존재하는 거야?’
그 이유는 바로 탑의 최상층에서 마치 자신들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대기하고 있던 야차와 또 다른 두 명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정령들은 김현우가 있는 곳까지는 도달하지도 못한 채 그저 뒤지게 쳐맞다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
정령파벌은 이런 상황까지 밀려오게 되었다.
“…….”
“…….”
“…….”
분명 공석들이 존재하기는 했어도 정령 파벌에는 아직 열이 넘는 탑주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 먼저 입을 여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다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던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이아드는 입을 열기 위해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이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어떤 말을 해도 호응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자신마저도 더 이상 파벌이 살아날 수 있는 구멍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이 만들어진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야, 여기 완전 개판이네?”
활기찬 목소리가 나이아드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나이아드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시선을 돌렸고.
“우리 존나 오랜만이지? 응?”
그 곳에는 김현우가 아주 기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이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현우……!”
그의 이름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이아드.
다른 정령들도 마찬가지로 김현우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암울하고 칙칙했던 회의장에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현우는 피식하는 웃음을 입가에서 지울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이구? 나 한 명 왔다고 너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거 아니야?”
나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인데?
키득키득 거리며 얄밉게 말하는 김현우.
나이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이 개새끼…….”
“어이구, 이제는 존대도 안 쓰고 욕까지? 이제 다 무너져서 갈 데까지 갔다 이거지? 하긴~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체면 챙겨봤자 너한테 뭐가 남아 있겠냐~ 응?”
낄낄낄.
마치 조롱하듯 과장된 몸짓까지 사용하며 그녀를 조롱한 김현우.
허나 정령들은 이전과 같이 분개하지도 않았고 또한 광분하지도 않았다.
“응? 뭐야? 이번에는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지랄도 안 하네?”
그들은 김현우를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뿐,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다른 탑주들에게 있어 김현우는 이제 자신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이미지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탑주 중에서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신을 이겼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김현우가 아무리 조롱을 한다고 해도 그에게 달려들지 못했고, 그것은 지금까지 항상 그와 설전을 벌이던 나이아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보니까 너희들, 파벌에 속해 있던 애들도 좀 빠져나갔나 보네? 전보다 숫자가 조금 줄어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김현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나이아드.
허나 그는 나이아드의 대답은 애초에 필요도 없었다는 듯 혼자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우리 인사치레는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고, 응?”
“……본론?”
나이아드 대신 파벌에 속해 있는 탑주중 누군가가 대답한 말.
그에 김현우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래 본론! 내가 설마 아무런 볼 일도 없는데 굳이 여기를 찾아오겠어? 응? 그러니까 우리 짧게 끝내자 짧게.”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아드를 포함한 다른 정령들이 잘 보이도록 검지와 중지를 펼치고는 이야기 했다.
“내가 지금부터 두 가지 선택지를 줄 거야.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르면 돼. 알았지?”
“그게 무슨-”
“첫 번째.”
그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으려는 정령의 말을 끊고 곧바로 입을 여는 김현우.
“존나 쎄게 한 대만 맞는다.”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검지를 쥐며.
“두 번째,”
말을 이어나갔다.
“평범하게 딱 10대만 맞는다. 물론 이 경우에는 두 대는 얼굴에, 8대는 몸 곳곳으로 분산시켜서 때려줄게.”
그의 말에 쥐죽은 듯 침묵하는 회의실.
그에 김현우는 산뜻한 웃음을 보이며 이야기했다.
“뭣들 해? 빨리 정하지 않고? 내가 굳이 세 번째를 정해줘야겠어?”
“……세, 세 번째?”
“그래, 세 번째.”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말에 대답한 정령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오, 너 전에 그 인간 고치로 만들었던 그놈이구나?”
“히익-”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는 거미.
그 모습을 보며 피식 하는 미소를 지은 김현우는 이내 주먹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너는 그때 제대로 못 때렸으니까 이번에 세 번째로 맞으면 되겠네.”
“도……도대체 세 번째가 무슨-”
“뭐긴 뭐야, 세 번째는 그냥 그런 거 없이 뒤지기 직전까지 맞는 거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고는.
“딱 대.”
빠아아아악!
이내 망설임 없이 거미 정령의 얼굴에 죽빵을 갈겨버렸다.
xxxx
하남에 있는 장원 안의 건물.
무척이나 상쾌한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왔던 김현우는 이내 간만에 보는 천마를 보며 인사를 했으나 이내 그가 인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앗! 안녕하세요!”
“어 그래, 그런데…….”
“네?”
“……쟤 뭐해?”
그는 곧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구미호의 인사를 받으며 천마의 상태를 물었다.
“아 저거요? 무슨…… 동경하던 사람을 만났다고 하던데요?”
“응? 동경하던 사람? 뜬금없이……?”
“네.”
김현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천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라봤고.
“……펜릴?”
이내 김현우는 천마가 펜릴을 잡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조금 더 그의 상태를 확인해보자 김현우는 천마가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곧 내면세계에 갔다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김현우는 이내 구미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이야기했다.
“동경하던 사람이라고 했다고?”
“네, 그러던데요?”
“……그래?”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천마랑 티르랑 접점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천마와 티르의 접점은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배경부터 다른데.’
기본적으로 천마의 배경은 동양쪽이고 티르의 배경은…… 뭐 그도 잘 모르겠으나 입고 있는 옷을 봐서는 절대로 중세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동경하던 사람이라니.’
김현우는 눈을 감고 있는 천마를 한동안 바라보곤 어깨를 으쓱했다.
‘뭐, 조금 있다 일어나면 물어봐야지.’
그는 그렇게 생각을 일축해 버리곤 구미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안 보이는데 뭐하고 살아?”
“그야 당연히 남편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죠.”
“……천마랑?”
“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짓는 구미호는 이내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천마를 데리고 데이트를 나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와 대충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까지.
김현우는 그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다 말했다.
“아주 행복해 보이네.”
“그럼요!”
“그래?”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김현우를 보며 입을 여는 구미호.
그런 그녀를 보며 김현우는 왠지 씁쓸하지만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 명이거든.”
“……네? 세 명이요?”
“두 명까지는 어떻게 되는데, 세 명은 힘들더라고.”
“……그게 무슨?”
“아, 천마한테는 나중에 시간 내서 집으로 오라고 좀 해줘.”
김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갑작스레 건물의 창문을 열더니 그대로 빠져나가 버렸다.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져 버릴 정도로 빠르게 없어진 김현우.
구미호는 갑작스레 빠져나간 김현우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번에야말로!! 서방님께 제대로 물어보겠어요!!”
“흥! 그 이야기는 저번에 끝난 것이 아니더냐!?”
“……이제 그 정도면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정말 배은망덕한 것들이로구나! 도대체 너희들이 누구 덕분에 그 녀석의 품안에 똬리를 틀 수 있었는지 잊었느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게다가 당신도 약속을 지키지 않기는 매한가지일 텐데요!!”
이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미령과 하나린, 그리고 야차를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확실히, 좀 많이 힘들지도.”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