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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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흑역사를 깨우지 마라(2)
베이징 수도 외곽에 있는, 거대한 산을 깎아서 만든 영지와도 같은 성.
그 성 한가운데에 있는 궁전의 제일 거대한 방.
흑색의 대리석 타일이 깔렸고, 중앙에는 그 누가 보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거대한 가면의 문양이 황금으로 음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검은 타일이 깔려있는 방의 끝에 있는 옥좌.
마치 옛날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 누가 보더라도 사치의 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그 옥좌에 한 소녀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앞뒤로 줄을 서서 몰려있는 수많은 사람.
그 사람들의 사이에서 마치 황제처럼 오만한 자세로 옥좌에 자리를 잡은 소녀는 손에 쥔 서류와 눈앞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루 전, 김현우와 천마가 싸움을 벌였던 그 장면이었다.
분명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은 적절한 편집을 가한 영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전혀 편집을 가하지 않은 무편집 영상.
소녀의 눈에 영상이 비춘다.
처음에는 인간과 인간으로 싸웠던 전투가, 영상이 진행됨에 따라 인외와 인외의 전투로 바뀌어 간다.
온몸에 푸른 기운을 끌어올려 번개를 치는 ‘천마’의 모습은 신화에서나 나오는 ‘뇌신’과도 같은 모습이었고.
반대편에서 그런 뇌신에 대항해 검붉은 마력을 뿜어내며 천마에게 대적한 남자 김현우는 패도 길드에서 동경하는 ‘패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등 뒤에 펼쳐지는 검붉은 날개.
검은 날개가 떨어지는 번개를 무위로 돌리고, 나중에는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 초유의 일격을 만든다.
“…….”
그녀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 영상을 전부 바라보고, 시선을 내려 서류를 바라봤다.
서류에 작성된 것은 누군가의 신상명세서.
“김현우…김현우…….”
소녀가 조용히 읊조린다.
그녀는 문득, 검게 변한 화면을 보며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탑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이 약했을 때,
혼자서는 무엇도 하지 못했을 때, 그래서 탑을 오르다 다가오는 죽음에 무력하게 손을 놓고 있었을 때, 만났던 스승님에 대한 기억.
탑을 오르는 헌터들이라면 은신을 해서 지나갈 정도로 끔찍한 ‘아귀’들이 살아가는 서식지.
그 서식지에서 자신은 낙오되어, 그녀는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수백에 달하는 아귀에게 머리를 뜯어 먹히려던 그 순간 나타난, 머리에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
자신이 처음으로 ‘위’로서 섬기게 된 그 남자.
자신에게 무(武)를 가르친 스승.
“으흣…!”
저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약한 신음.
그러나 그녀의 신음에도 궁전 안에 있는 이들은 그 누구 하나도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동요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허나 그들이 그런 노력을 하든 말든 그녀는 계속해서 상상을 이어 나갔다.
그의 몸이 패도적인 기운을 발산하며 달려드는 아귀들을 때려눕힌다.
일 권에 수십,
그의 손과 발이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무기가 되어 달려드는 아귀들을 모조리 쳐죽이고, 그는 자신에게 무(武)를 알려주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탑에서 낙오했을 뿐인 그녀를 위해, 그는 무를 알려주었다.
그 무엇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녀의 멱살을 쥐고 무를 알려준 그.
그 무엇의 대가도 바라지 않았던 그.
그렇기에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탑을 나가지 못했던 스승에게, 모종의 맹세를 하고 탑을 빠져나왔다.
탑에서 빠져나가 세상에 스승님의 자리를 만들어 놓겠다는 맹세를.
그리고-
그것이 바로 중국을 2년 만에 반절 가까이 먹어치운 괴물이자, 패도 길드의 길드장을 맡은 그녀.
‘미령’의 과거였다.
“하아….”
저도 모르게 달아오른 몸에 미령이 저도 모르게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가 문득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곧 입을 열었다.
“남은 지역은?”
주어는 없었으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는 알아들었다는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제 위연 길드가 가지고 있는 주요 던전은 동부 쪽입니다.”
“한 달.”
“예?”
“한 달 안에 위연을 무너뜨려라.”
그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궁전 안의 인원들이 움찔했다.
패도 길드가 처음 중국에 드러나고 위연길드를 무너뜨리며 중국의 지분율을 50% 가까이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이 1년 하고도 9개월이었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였다.
고작 소규모로 시작한 길드의 성장률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전 세계 그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속도.
그런데 남은 지분율 50%를 가지고 있는 위연을 한 달 안에 무너뜨려라?
중국이 독점 던전의 유통권을 ‘길드끼리의 해결’로 걸어놨다고 해도, 그것은 무리였다.
위연은 지금 독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패도 길드가 다른 길드들을 흡수하며 말도 안 되게 덩치를 불리고, 그것을 이용해 던전의 지분율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더는 던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결속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령이 내린 ‘위연을 무너뜨려라’라는, 정확히 말하면 ‘중국을 모두 먹어치워라’라는 말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알겠습니다.”
남자는 대답했다.
패도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미령에게 직접 무(武)의 끝자락을 전수 받았던 남자 천영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자신에게
‘알겠습니다.’
이외에 다른 대답은 허용되지 않았으니까.
미령은 그렇게 고개를 숙인 천영을 한동안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고 있군.”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 없다. 누구든,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미령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옥좌에서 내려왔다.
사이드 테일로 묶은 머리가 그녀의 허벅지 아래까지 스르륵 내려오고,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치파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몸은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했다.
그가 옥좌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이번 ‘위연’을 무너뜨리는데 미궁에서 탐색한 모든 아티팩트 사용을 허가한다.”
“……!!”
미령의 말에 인원들이 술렁거린다.
“그리고-”
미령은 은연중에 붉은색과 같은 핏빛 마력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나도 움직이도록 하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중얼거리며 궁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스승님을 맞이해야 하는데 고작 이런 땅덩어리 반으로는 턱없이 작으니까 말이다.”
미령은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중국의 궁전과도 같은 패도길드의 본거지에서 위연길드의 향방이 결정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일본을 지켜주신 김현우 씨에게 도쿄 시민들을 대표해 감사하는 바이며 저희 측에서 준비한 자그마한 포상금과 표창을 수여하겠습니다.”
김현우가 은근히 불편해하는 것을 알았는지 재빠르게 이런저런 과정을 생략하고 표창과 포상금을 수여하는 총리의 모습에 김현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총리가 준비해 준 차로 곧바로 나리타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 김현우가 느긋하게 차에 앉자 김시현이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아니, 물론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졌는데 그래도 아픈 건 마찬가지야.”
그래도, 확실하게 나아지기는 했어.
그렇게 말하며 몸을 여기저기 틀어보는 김현우를 보며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일본 총리는 꽤 똑똑하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이 저번에 한국에서 보상받은 것처럼 개판 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표창이랑 포상만 주고 바로 보내 버렸잖아요?”
“뭐…… 그게 똑똑한 거야?”
“그렇죠. 일본에서는 김현우와 별문제 없이 공개적으로 표창이랑 포상해 주는 걸로 우선 시민들에게 김현우를 부른 게 일본 측이라고 은연중에 깔아놓고.”
김시현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더 말했다.
“거기에 덤으로 형이 개판칠 거 생각하고 미리 보낸 다음에 지금 회견하고 있을걸요?”
“…야, 내가 무슨 개판을 치냐?”
“형, 국방장관님 단상에서 싸다구 친지 얼마 안 됐거든요……? 물론 실제로 쳤다는 말은 아니긴 한데….”
“아니, 그게 무슨 싸다구야.”
“형, 진심으로 하는 말?”
김시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으나, 김현우는 나는 한 치 부끄러운 게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이번에도 김시현은 김현우를 타박하는 것보다는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대신했다.
물론 김시현이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김현우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일본 기사.
‘이거 진짜 짱이네.’
김현우는 자신의 손에 끼어진 반지를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김시현의 번역반지.
분명 말하는 것까지만 번역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직접 눈으로 보는 시각 정보까지 전부 번역되었다.
그것도 꽤나 준수한 퀄리티로.
그렇기 김현우가 일본의 웹사이트 탐방에 빠져 있을 때 쯤, 김시현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로밍 전화를 받았고, 곧 김현우를 불렀다.
“형.”
“…….”
“형?”
“응? 왜?”
스마트폰을 하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김현우.
김시현은 그런 김현우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거듭된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 애 깨어났데요.”
“걔? 누구?”
“…형 관심 좀 가져요. 걔 있잖아요, 형이 저번에 그 아레스 길드 후드려 패면서 데리고 왔던 그 여자요.”
“…아, 걔?”
“네. 걔 깨어났대요.”
그렇게 김시현과 김현우가 그런 대화를 나누며 한국으로 향하기 위해 공항에 가고 있을 때.
이제 막 일본의 총리가 연설을 끝내고 내려가는 것을 보며 일본 길드장들은 말없이 서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3대 길드.
카르마 길드와 오로치 길드, 그리고 이자나미 길드장이 모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터지는 플래시 세례는 없었다.
가끔가다 건너편에서 한 번씩 터지는 플래시에 그들이 찍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뿐.
“이거, 우리는 완전히 찬밥이군.”
쿠로 시로기가 중얼거린다.
“뭐, 우리가 찬밥신세인 건 어쩔 수 없지. 결국, 우리는 길드원들만 잃었을 뿐이고, 그 미치광이를 멈춘 건 한국에서 온 그 녀석이었으니까.”
킨 케이칸이 입을 열자 쿠로 시로기는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쯧, 그냥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네.”
“절차적 관계다. 총리가 들어갈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야지.”
물론 헌터가 그러라는 법은 없었으나, 일본에서는 정부와 헌터 협회, 그리고 길드와의 관계가 굉장히 우호적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어쩔 수 없었다.
…뭐, 결국 정부와 협회, 길드가 한데 끼리끼리 모여 놀 뿐이라 일본에는 해외 길드들이 독점하지 못했고 높은 랭킹을 가진 헌터가 없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이자나미의 길드장은 왜 그렇게 넋 나간 표정으로 서 있는 거지?”
“아, 음…생각 중이었습니다.”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한 나카가와 야스미.
허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케이칸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김현우…….’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몇 시간 전, 혈도 스킬을 사용했던 그때 당시에 멈춰 있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처음 혈도 스킬을 사용했을 때, 나카가와 야스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의 혈도는 자신이 여태껏 봐온 그 어느 혈도보다도 그 크기가 넓고 거대했으니까.
그녀가 혈도 스킬로 그의 근육통을 줄여주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 말도 안 되는 혈도의 크기를 보며 김현우에게 물었었다.
마력 랭크가 어느 정도 되냐고.
거기에 김현우는 별 의심 없이 답해주었다.
C등급 이라고.
‘그건, C등급이 가질 수 있는 혈도가 아니야.’
최소 S등급, 그 이상.
물론 김현우가 억지로 마력을 운용하는 중에 억지로 크기를 늘렸다는 것을 모르는 야스미는 그가 정말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그곳에서 깨달았고.
‘만약, 그 사람을 잡을 수만 있으면…….’
그녀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