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딱 대 (2)
“손을 잡아?”
무거운 침묵 속에서 김현우가 입을 열자 루시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래, 나와 손을 잡자 이거지. 너도 예수한테 갔다 와서 알고 있지? 내가 앞으로 할 일을 말이야.”
루시퍼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완전 스토커네?”
“스토커는 무슨,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보가 들어오는 것뿐이야.”
그리고-
“예수와 네가 만나서 지금 할 이야기는 당연히 내 이야기밖에 없다는 것을 대충 알고 있으니까 예상할 수 있었던 거지.”
넉살을 떨며 대답한 루시퍼.
“아무튼, 어떻게 할래?”
“뭘 어떻게 해? 내가 굳이 너랑 손을 잡아야 한다고?”
김현우의 대답에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굳이라는 표현은 여기에서는 맞지 않는 표현 아닐까? 우선 당장 나와 손을 잡으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은데. 안 그래?”
“…….”
루시퍼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침묵했다.
언뜻 들어보면 김현우는 확실히 루시퍼의 손을 잡는 것이 이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선택임은 틀림이 없었다.
허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저 녀석이 얼마나 정보를 들고 있냐에 따라 다르지.’
요점은 루시퍼가 얼마나 정보를 들고 있느냐.
데블랑과의 관계가 들킨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이후.
‘어디까지 알고 있지? 눈동자에 대한 것까지? 아니면 그냥 순수하게 나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정도로만?’
후자라면 다행이다.
허나 전자라면?
‘……골치 아픈데.’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려 피를 흘리고 있는 데블랑을 바라봤다.
정신이라도 차리고 있으면 고갯짓이라도 해도 의사소통을 할 법하건만 얼마나 후려팼는지 그는 피를 뚝뚝 흘리며 기절해 있었다.
한마디로 김현우는 지금 이 상황에서 마땅히 정보를 방법이 없었다.
“흐음.”
김현우가 쉽게 답을 내지 못하고 있자 들려오는 루시퍼의 목소리.
“왜 그렇게 고민해? 어떤 면으로 봐도 네가 이득 아니야?”
“……어떤 면으로 봐도?”
“당연하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들어서 알고 있잖아? 이제부터 내가 무엇을 할지, 이건 상당히 윈윈이라고?”
루시퍼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넉살스러운 웃음을 조금 더 과장되게 짓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이제부터 정복 전쟁을 할 거야, 개 박살이 난 정령파벌은 범위 안에 들어가고, 정말 당연하게도 나와 같은 핏줄을 가지고 있는 악마쪽도 그 범위 안에 들어가지.”
-원래라면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내 범위 안에 끼어 있지.”
루시퍼의 말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네가? 나를?”
“당연히! 설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김현우의 입에서 곧바로 나오는 대답.
허나 루시퍼는 김현우의 대답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하는 웃음을 지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네 업적은 인정해. 이것저것 떠들어도 너는 탑주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녀석 중 한 명인 검신(劍神)을 소멸시켰잖아? 사실 그것만으로 자신감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지.”
“…….”
“그런데 말이야, 그건 결국 개인이야. 아무리 강한 탑주라고 해도 일개 개인이라는 말이지. 물론 너는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어, 그도 그럴 게 너는 정령파벌도 혼자 개 박살을 내버렸잖아?”
루시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김현우를 인정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그것도 대단하지. 일반적인 탑주라면 해내지 못할 거야. 하지만 네가 그 녀석들을 일대다수로 팰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 녀석들이 정령들이라서 그런 것뿐이라는 걸 알아뒀으면 해.”
“……정령이라서 내가 일대 다수를 상대할 수 있었다고?”
“당연하지, 설마 탑주들이 네가 주먹 한번 휘두르면 픽픽 쓰러질 정도로 약할 거라 생각해? 전~혀 아니거든.”
아-
“확실히 악마들은 그럴 수도 있겠네. 걔들은 워낙…… 못 먹고 자라서 말이야.”
키득키득.
루시퍼의 농담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는 이야기했다.
“아무튼, 그 녀석들이랑 우리를 같은 선상에서 보면 안 될 거야, 우리는 그 녀석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니 말이야.”
루시퍼의 말.
김현우는 입을 다물며 그를 바라봤고, 그 모습을 보던 루시퍼는 다시 한번 그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네가 나와 대적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편하게 나한테 붙는다면? 적어도 너랑 51번 탑에는 아무 일도 없게 되는 거지.”
심지어-
“네가 이 배신자랑 무엇을 하려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뭐 솔직히 듣고 싶기는 한데……그냥 계약서만 한 장 써주면 끝이지.”
“……계약서?”
“그래, 뭐 그래도 그렇게 제약이 빡센 계약서는 아니야, 그냥 ‘우리’와 기본적으로 싸우지 않겠다는 조약을 가지고 있는 계약서 정도?”
그리고-
“이 녀석만 깔끔하게 정리하면 너와 나는 완전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씀이지.”
어때?
“완벽한 윈윈전략이지? 솔직히 나도 너를 손해 보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같은 편으로 영입해서 손해를 메꾸면 나도 좋고 너한테도 좋은 거지.”
“…….”
“아, 뭐 머리가 좋은 너라면 당연히 내 제안을 받을 것 같기는 한데, 정말 혹시라도 네가 이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에는-”
“뭐,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인다 이건가?”
“정답이야. 게다가 이곳에서라면 너를 아주 편하게 죽일 수도 있지. 우리 천사들은 적어도 이 천계에 있을 때만큼은 어느 정도 능력에 버프를 받거든. 어……?”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더니 문득 떠올랐다는 듯 김현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 버프를 가지고 너를 소멸시키려고 하면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서 소멸시킬 수도 있겠네.”
그의 말에 김현우는 눈가를 좁혔다.
‘……이 새끼 말빨 봐라?’
김현우는 그의 말을 들으며 루시퍼가 이 상황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은근히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주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은근히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찍어누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은근히 선택을 재촉하는 듯한 말투.
물론 그렇다고 해서 루시퍼의 그런 말재간이 김현우에게 통하지는 않았다.
“말 잘하네.”
그도 그럴 것이-
“칭찬 고마워, 그래서 어떻게 할래? 승낙하고 여기서 계약서 끄고 깔끔하게 끝낼래? 그게 아니면 여기서 소멸당할래?”
“둘 다 싫어.”
-김현우는 루시퍼의 말을 맨 처음부터 들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니야?”
“과하기는, 다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말하는 거지.”
피식 하는 미소를 짓는 김현우.
루시퍼는 그 모습을 보며 마주 웃더니 이야기했다.
“뭐, 내심 자만이 심해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는데…… 설마 이렇게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줄은 또 몰랐네? 상당히 똘똘한 줄 알았는데.”
“그래? 나는 네가 병신같아 보이던데.”
“…….”
김현우의 욕설에 순간 말을 멈춘 루시퍼.
허나 김현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근데 그렇잖아? 애초에 처음부터 손잡을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쫄래쫄래 이야기하니까 더럽게 웃기더라고.”
조금 전 루시퍼가 했던 것처럼 낄낄거리며 웃는 김현우.
그에 루시퍼는 자신의 입술을 훑으며 이야기했다.
“……진짜 죽고 싶구나?”
“진짜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하! 그래 뭐 좋아.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 줬는데 그런 식으로 반응하다니…… 그럼 소원대로 해줄게. 가브리엘!”
“예!”
“성역을 발동시켜!”
루시퍼의 말에 힘차게 답한 남자.
그는 곧바로 하늘 위로 치솟은 순간 무엇인가를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고, 그가 조용히 읊조리는 동안-
척! 척! 척!
김현우를 포위하듯 감싸고 있던 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었다.
제각각 칼날에 성스러운 빛이 스며 들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화아아아악!
천계가, 황금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마치 축복이 내려지는 듯 황금으로 찬 천계.
그와 함께 루시퍼는 자신의 날개를 펼쳤다.
순백의 날개가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고, 그의 양옆에 있던 세 쌍의 날개를 가지고 천사들이 제각각 전투 준비를 시작한다.
창칼 등등의 수많은 무기들이 천사들의 손에 쥐어지고.
“이제 마지막 선택지 같은 건 없어. 넌 여기서 죽는다.”
그 앞에서 순백을 창을 들어 올린 루시퍼는 마치 선고하듯 김현우에게 창을 들이밀며 말했다.
숨 막히는 대치상태.
허나 김현우는 그 상태에서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웃음을 짓고는 루시퍼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허세는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사람이 죽는 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섬뜩하게 경고하는 그.
허나 김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 확실히 네 말대로 여기서 싸우면 내가 질 수도 있겠네.”
“…….”
-이내 루시퍼의 말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순간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루시퍼.
그에 반해 김현우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황금빛 광채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것은 이 주변 천사들의 마력을 증폭하고 있었다.
당장 김현우는 피부로 천사들의 마력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그건 김현우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이곳에서 강하면 뭐하나?
어차피-
“!”
-김현우는 이곳에서 전혀 싸울 생각이 없는데.
“이런!”
“!”
김현우의 신형이 순식간에 이동했다.
아니, 그것은 이동이라고 하기에도 뭐 했다.
루시퍼의 증폭된 마력은 그의 감각을 분명 이전보다 몇 배는 예민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렇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김현우가 단순히 ‘이동’을 한 것이 아닌 ‘마법’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사용했다는 것을.
“안 돼!”
루시퍼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시선을 돌렸을 때.
이미 김현우는 우리엘을 붙잡고 있는 천사를 저 멀리 날려버린 뒤 우리엘을 확보한 상태였다.
물론 뒤늦게 김현우가 이동한 것을 알아챈 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김현우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고, 그것은 루시퍼도 마찬가지였으나-
슥-!
김현우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마치 그 자리에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눈을 굴리며 김현우가 이동한 곳을 찾는 루시퍼.
그러나 그는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굳이 올 필요 없었는데.”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김현우의 목소리.
그 근처에 있던 천사들은 그 목소리에 반응해 곧바로 몸을 돌리고, 루시퍼도 그에 따라 몸을 돌리려고 했으나.
“악!?”
루시퍼는 몸을 돌리기도 전에 김현우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차피 너는 무조건 데려갈 거였거든.”
김현우의 다음 말과 함께, 루시퍼는 금세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뒤로 돌리려 했고-
“저쪽 가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
그가 어떻게든 머리를 돌린 그 순간.
“!”
루시퍼는 김현우의 손 위에 들려 있는 푸른 나침반이 밝게 발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