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딱 대 (3)
조금 전까지 성호를 외워 천계 전체에 성역을 친 가브리엘은 당혹성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사라졌다.
김현우가.
아니, 사실 김현우만 사라졌다면 그리 당황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성역을 펼쳤을 때 보였던 모습을 생각하면 김현우는 분명히 숨겨진 한 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기에 내심 가브리엘은 그가 도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차하면 우리를 배신한 우리엘까지 데리고 도망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허…….”
천사들의 수장이자 야훼를 소환하려면 무조건 필요한 루시퍼까지 같이 들고 사라질 줄은 몰랐다.
“어…… 어떻게 해야.”
“루, 루시퍼 님이…….”
“이건…… 대체?”
루시퍼가 사라지고 침묵이 도래했던 것도 잠시, 천사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대고 있었고, 그것은 조금 전 루시퍼의 옆을 보좌하던 다른 대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서히 웅성거림이 확산되듯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는 주변.
허나 가브리엘도 이 상황에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라 웅성거리는 이들을 막지 않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으나.
“……쯧.”
가브리엘은 이내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오는 대답은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조용!”
가브리엘의 한마디에 웅성거림을 넘어서서 혼란의 목소리로 도배되기 시작했던 천사들이 순식간에 진정된다.
가브리엘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슬쩍 잡고 고개를 살짝 젓고는 이야기했다.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그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또 무슨 술수를 써서 루시퍼 님을 데려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황하지 마라! 우리는 지금부터 51번 탑으로 간다!”
“루시퍼 님을 구출하러 가는 겁니까?”
“그래.”
굳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브리엘.
분명 루시퍼가 가지고 있는 강함은 믿을 만한 것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상대가 상대였다.
‘김현우…….’
그야말로 괴물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남자.
그 남자한테 끌려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물론 그 녀석도 생각이 있으니 ’관리기관‘이 움직이는 것을 상정해서 루시퍼 님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가브리엘은 불안한 눈빛으로 눈썹을 좁혔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라 불안하군.’
김현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이 하나같이 상상 이상의 파격적인 짓거리였기에 가브리엘은 불안했다.
“…….”
그러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지금은 이런 걱정보다도 루시퍼를 구출해 내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xxxx
넓은 초원.
그곳은 한때 김현우가 청룡을 불러내 수련을 했던 곳이기도 했으며, 심마와 싸우기 전에는 다른 이들과 한 번씩 전투를 하며 자신을 일깨웠던 곳이기도 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허수공간’.
그 안에서.
“이 자식……!”
루시퍼는 땅바닥에 굴러다녔던 몸을 순식간에 일으켜 이제 막 포탈 안에서 빠져나오는 김현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긋한 표정으로 루시퍼를 바라보며 걸어 나오는 김현우.
그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아흐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물론 김현우는 예수에게 향하기 전에 탑의 최상층에 노아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루시퍼를 데려온 것이었으나 만약 노아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또 최상층 다 부숴먹고 있었겠지. 게다가 이렇게 여유를 얻지도 못했을 거고.’
김현우는 아브가 만들어준 나침반의 긴급귀환을 사용해 이곳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데블랑을 던져두고 노아흐에게 부탁에 루시퍼를 이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뭐, 들어오기 전에 아브랑 노아흐에게 빠르게 사정설명을 했을 테니 야차도 바로 올라올 테고…….’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루시퍼를 바라봤다.
오만가지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퍼.
불과 조금 전의 실실거리던 페이스가 깨진 모습은 김현우의 입장에서는 꽤나 볼만한 볼거리였다.
“뭐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실 쪼개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죽상이야?”
“…….”
“얼굴 좀 피라니까? 아, 설마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해서 그렇게 인상 굳히고 있는 거야?”
실실거리는 얼굴로 입을 여는 김현우.
루시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으나, 이내 김현우는 루시퍼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마력을 뿜어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루시퍼.
김현우는 어렵지 않게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뭐야, 도망치려고?”
“……!”
굳어지는 루시퍼.
김현우는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뭐, 막지는 않을게, 어차피 네가 백날 마력을 끌어올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해봤자 여기서는 무용지물일 뿐이지만.”
이곳은 허수공간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곳이랑은 전혀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곳.
그렇기에 이곳은 노아흐나 아브가 만든 이동진이나 아이템이 아니면 평범한 마법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큭…….”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오른손에 창을 소환하며 김현우를 바라보는 루시퍼.
그의 몸이 금방이라도 전투를 준비하듯 날카롭게 벼려졌으나 김현우는 여전히 전투자세를 잡진 않았다.
분명 루시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강렬했으나, 고작 그것뿐이었으니까.
무거운 침묵.
-슥!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바로 루시퍼였다.
그는 땅을 박차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날개를 펼쳐 김현우의 앞으로 날카롭게 쏘아졌다.
마치 말을 탄 기마병처럼 창을 길게 늘어뜨리며 압도적인 리치를 지닌 채 돌격하는 루시퍼.
하지만 김현우는 그런 루시퍼의 궤도에서 변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옮겼으나,
파지지직!
김현우가 몸을 옆으로 옮기기가 무섭게 루시퍼의 날개 뒤에 살벌한 기가 맺히며 주변의 공기를 번개처럼 가르기 시작했다.
김현우의 회피공간을 없애버리는 루시퍼의 공격.
허나-
“!”
-김현우는 그런 루시퍼의 공격을, 그저 가볍게 제자리에 눕는 것으로 피해냈다.
루시퍼가 창을 내릴 수 없는 그 찰나의 시간에 몸을 눕히는 것만으로 그의 공격을 피한 김현우.
루시퍼는 곧바로 김현우의 아래를 스쳐 지나가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 했으나.
-텁!
김현우는 루시퍼의 다리를 붙잡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꽈아앙!
“큭!”
루시퍼의 신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지반.
김현우는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다리를 마치 손잡이 삼아 쉴 새 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꽝! 꽝! 꽝! 꽝!
“큭! 끅!? 켁! 껙!”
마치 주변 땅을 매타작하듯 루시퍼의 몸을 무기 삼아 신나게 내리치는 김현우.
루시퍼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곤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김현우를 향해 창을 날렸으나 동체가 흔들리는 중 쏘아 보낸 창은 김현우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창도 휘두르니까 정신도 말짱한가 보네?”
“이런 개-”
“100번 추가다.”
꽝! 꽝! 꽝! 꽝!
루시퍼의 신형이 바닥으로 추락할 때마다 녹색빛의 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부서진 토사가 대신한다.
“하나! 둘! 셋! 넷!”
그 뒤로는 부서진 토사들이 마치 황폐해진 땅처럼 척척 갈라지고,
“열여덟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다음으로는 척척 갈라진 땅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마치 주변 땅을 개간하듯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구십칠 구십팔 구십구-”
-김현우는 그대로 루시퍼의 양다리를 잡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구십구 번이나 땅에 처박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이 남아 있는지 김현우가 하려는 짓을 필사적으로 제지하려는 루시퍼.
그의 손이 애처롭게 김현우의 추리닝 상의를 붙잡았으나 김현우는 신경 쓰지 않았고, 이내 그의 몸이 중력에 따라 아래쪽으로 낙하하는 그 순간-
“백!!!!”
꽈아아아아앙!
루시퍼는 개간이 되어 있던 땅을 완전히 박살 내며 그 땅속에 파묻혔다.
그 모습을 보며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 김현우.
루시퍼는 김현우가 자신의 다리를 놓았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처박혔던 땅바닥에서 일어나 곧바로 김현우와 거리를 벌렸으나, 김현우는 그런 루시퍼를 굳이 쫓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 너 그래도 좀 괜찮네? 솔직히 바로 기절할 줄 알았는데 멀쩡하잖아?”
“이 빌어먹을 새끼……!”
김현우는 실실거리며 루시퍼를 놀렸다.
그 모습에 더더욱 빈정이 상한 듯 인상을 찌푸리는 루시퍼.
김현우는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이야기했다.
“뭐, 욕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아무튼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시작할게.”
“그게 무슨-”
탓!
루시퍼의 말과 동시에 보지도 못할 속도로 빠르게 그의 앞에 도달한 김현우.
휘둥그레진 루시퍼의 눈동자가 김현우를 바라보고, 그에 김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내가 원래 실험하던 게 있어서 말이야. 너한테는 맘 놓고 실험할 수 있을 것 같네.”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xxxx
51번 탑의 최상층에 있는 저택 안에서 아브와 노아흐, 그리고 티르는 침대에 누워 있는 데블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분명 그 사람이죠?”
“그래 이 사람은 분명 그때 김현우를 만나러 찾아왔던 이 같군.”
“……그때랑은 인상이 완전히 다르네요.”
“확실히, 그때는 날개랑 링이 없어서 몰랐는데…… 확실히 날개랑 링이 있으니 조금 다르군.”
노아흐의 끄덕거림에 티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이 사람도 ‘눈동자’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인가?”
“우선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알고 있네. 그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군. 분명 아까 그를 찾아왔던 것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일 텐데 말이야.”
“……그러게요, 갑자기 어떻게 된 걸까요?”
“뭐, 우선 김현우, 그가 말한 걸로 봐서는 천사 쪽과 본격적으로 척을 진 것은 확실한 것 같더군. 그가 데려온 자는 천사파벌의 수장인 루시퍼였으니 말일세.”
“네……? 설마 아까 전에 가디언이 머리채를 붙잡고 데려왔던 그 사람이요?”
“그렇네.”
“……그 사람이 천사 파벌의 수장이에요?”
“……맞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겐가?”
티르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이야기했다.
“아니, 뭔가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요…… 뭔가 가디언이 그렇게 머리채를 붙잡고 나타나 버리니까 좀…….”
“아…….”
“확실히…… 그건 좀 그렇군.”
아브의 말에 납득하는 노아흐와 티르.
허나 곧 티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물론 루시퍼가 조금 전에 보인 추태처럼 약하지는 않네…… 오히려 그는 각 파벌의 수장 중에서는 무력면에서 가장 강할걸세…… 뭐, 머리를 굴리는 것도 말일세.”
다만-
“그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것은 김현우잖나? 그럼 어쩔 수 없는걸세.”
“……아.”
“……흠.”
티르의 말에 마치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는 둘.
그렇게 그들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흠, 부른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일인 게냐?”
아브는 저택의 문쪽에서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에 따라 고개를 돌렸고, 이내 야차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인사하려 했으나.
“……응?”
곧 아브는, 야차의 양옆에 서 있는 남자들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