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너무 심하게 때렸다 (1)
어두운 성 내부.
그곳은 무한히 많은 책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보이는 것은 책, 책, 책.
그리고 또 책.
서고, 바닥, 하늘까지 가리지 않고 책장과 책이 늘어서 있는 그 모습은 굉장히 웅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중앙.
책들이 한가득 채워져 있는 가운데에는 키 작은 노인이 있었다.
어린아이의 키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분명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노인.
그 노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몇 번이고 책 안을 탐방하다 문득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이내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왔는가?”
노인의 말에 조금 전 소음을 냈던 남자. 헤르메스는 계단으로 올라와 가볍게 인사했고, 노인은 그런 헤르메스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책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요즘 자주 들르는군.”
“뭐…… 할 일이 없다 보니.”
헤르메스의 말에 노인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네, 설마 내가 밖의 상황을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
“당연합니다. ‘서고장’께서 밖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죠.”
헤르메스의 말에 서고장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할 일이 없다라……?”
서고장이 그렇게 말하며 헤르메스의 얼굴을 바라봤으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가벼운 미소에서 변하지 않았다.
마치 가면을 쓴 듯.
그렇게 한동안 얼마의 침묵이 흘렀을까.
서고장이 한숨을 쉬면서 헤르메스에게서 시선을 돌렸을 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제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이미 서고장님께서는 아시고 계실 텐데요?”
헤르메스의 말에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서고장.
허나 그는 순식간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는, 이내 조금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게 그 이야기를 해주는 저의가 뭐지? 분명 어느 정도 입단속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서고장의 말에 헤르메스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왜일까요?”
“……내가 장난치는 것으로 보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노려보는 서고장.
또 한번 무거운 침묵이 그 둘의 사이를 지나갔으나 헤르메스는 서고장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시작되는 서고 안.
“아뇨, 전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런 대답은 왜 하는 거지?”
서고장의 물음에 헤르메스는 곧바로 이야기했다.
“저는 그저 나름대로의 기회를 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기회?”
“예. 지금 이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어차피 일을 기록하기 위해 그녀마저도 배신한 당신에게 말입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서고장은 얼굴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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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김현우의 물음에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아니 뭐, 천사들이 아무리 밀어놔도 어떻게들 들어오려고 바락바락 기어 오길래…… 그냥 반대편입구까지 한 번에 뚫어놨지.”
“…….”
“어차피 천사들이 이곳에 못 오게 막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손오공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야 그렇기는 하지. 근데 여의봉은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설령 박살 난다고 해도 마력만 있으면 충분히 다시 복구시킬 수 있어.”
“그렇다면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한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돌리며 다음으로 화제를 넘겼다.
“그런데, 왜 너랑 티르밖에 없어?”
“응?”
김현우의 말대로, 분명 모두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탑의 최상층에는 손오공과 티르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브랑 노아흐는 이번에 네가 말했던 보안……? 을 조금 더 강화시킨다고 둘이서 어디론가 사라졌고, 야차 님은 내가 이렇게 막아둔 걸 보고 잠시 쉰다면서 아래로 내려갔지. 뭐, 바로 부를 수 있게 호출기를 주시면서 말이야.”
“청룡은?”
“아브랑 노아흐 따라갔어.”
곧바로 나오는 손오공의 대답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김현우의 머릿속에 슬쩍 스쳐 지나갔으나 손오공의 여의봉이 입구를 꽉 막고 있는 것을 보니, 걱정이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그냥 뚫기는 힘들어 보이네.’
“그런데……그건 뭐냐?”
“응?”
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입구를 바라보고 있자 이번에는 손오공이 물음을 던져왔다.
“뭐 말하는 거야?”
“아니, 네 뒤에 있는 애 말이야.”
“……루시퍼 말하는 거야?”
“걔가 루시퍼야?”
손오공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니…… 근데 애가 왜 죽어 있어?”
“죽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루시퍼를 바라봤다.
멍하니 서 있는 루시퍼.
어딜 봐도 죽지 않았다.
“안 죽었잖아?”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닌데…….”
“그럼 뭔 소리인데?”
“……너는 몸이 살아 있으면 전부 다 살아 있는 거냐?”
“그럼 그게 살아 있는 거지 뭐야?”
“아니, 애 맛탱이가 갔잖아?! 눈 좀 보라고!”
손오공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루시퍼를 바라봤다.
“……아.”
그냥 옆에서 볼 때는 자세히 몰랐었는데 조금 가까이서 보니 루시퍼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흐음…… 진짜네?”
“도대체 애를 어떻게 굴리면 저렇게 되는 거야?”
손오공이 왠지 질린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뭐 딱히 어떻게 하진 않았는데? 그냥 평범했어.”
“뭐가 평범했다는 거야?”
“뭐긴 뭐야, 그냥 평범하게 팼다 이거지.”
“……평범하게 팼다고?”
“그래, 네가 원래 얘를 못 봐서 그런데 원래는 자존감이랑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목걸이를 씌우는 게 쉽지 않았거든.”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너무 간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팬 거야?”
손오공이 떨떠름한 물음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이야기했다.
“뭐…… 그냥 대충 적당한 샌드백이다 싶어서 그냥 온갖 방법으로 팼지, 게다가 너도 알다시피 허수공간은 죽어도 죽는 곳이 아니잖아?”
김현우의 말에 손오공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물었다.
“그냥 물어보는데 네가 거기서 저 녀석 구타한 것 중에 가장 가볍게 구타했다고 생각하는 게 뭐야?”
“……그게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팼다며? 그중에서 가장…… 약한 방법이 뭐냐고.”
“왜 그런 걸 질문해?”
“됐으니까 빨리 말해봐.”
손오공의 말에 김현우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야기했다.
“……용암에 담갔다 빼기?”
“뭐?”
“아니, 이 경우에는 용암 고문이라고 하는 게 맞나?”
김현우의 말에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린 손오공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지옥보살(地獄菩薩)이 실직할 정도로 끔찍한 짓을 했네.”
“뭐, 나도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야, 이 녀석이 그냥 순수하게 목걸이를 목에 걸겠다고 했다면 나도 그냥 걸었을걸?”
물론 후반에는 루시퍼가 오히려 목걸이를 걸고 싶다고 하고 김현우가 그걸 무시하며 신나게 후려 팼으나 그는 굳이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조금 심하군.”
손오공과 김현우의 뒤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던 티르도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멍하니 서 있는 루시퍼를 보며 중얼거리자 그는 괜스레 옆에 있는 루시퍼를 툭 쳤다.
“야. 왜 그렇게 굳어 있어? 말 좀 해봐.”
“동의합니다.”
“……뭐?”
“동의합니다.”
“아니 뭘 동의해?”
“동의합니다.”
김현우가 무슨 말을 하든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시퍼.
손오공과 티르가 무서운 무엇인가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자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루시퍼를 툭툭 쳤으나, 아무리 툭툭 쳐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런 건 때리면 고쳐지나?”
“이 상태에서 더 때릴 생각을 한다고?”
“……나는 한 번에 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구만.”
김현우의 말에 경악하는 손오공과 티르.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슬쩍 눈가를 좁히며 말했다.
“그럼 그냥 놔두지 뭐, 어차피 시간 지나면 알아서 회복될 것 같은데 뭐. 그보다 데…… 아니, 우리엘은 아직 안 깨어났어?”
“우리엘?”
손오공이 그게 누구냐는 듯 되묻자, 티르는 곧바로 답했다.
“만약 자네가 데려온 자를 말하는 거라면 이제 곧 있으면 깨어날 것 같더군.”
“그래? 그럼 좀 기다려 볼까? 어차피 천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그 녀석의 말도 좀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자 손오공이 물었다.
“그래서, 얘는 이제 어디다 둘 거야?”
“어디다라니?”
“천사라며? 아무리 우리가 있다고 해도 9계층에 이놈을 풀어놓을 수는 없을 거 아냐? 게다가 최상층에 놔두는 것도 좀 그렇고.”
“뭐, 그건 그렇긴 하지. 근데 걱정할 필요 없어. 티르는 아까 들었잖아? 봉인주의 능력에 대해서.”
김현우는 그렇게 운을 띄우며 손오공과 티르에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윽.”
그때, 2층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던 데블랑은 약한 신음 소리와 함께 자신의 정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각을 느끼며 힘겹게 눈을 떴다.
‘살아……남았나?’
데블랑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자신이 누워 있는 침대와 간단한 가구들뿐.
그렇기에 데블랑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곧 있어서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떠오르는 이전의 기억.
‘분명 그때…….’
데블랑은 눈동자에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하던 중 루시퍼에게 걸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데블랑은 이미 이전부터 루시퍼에게 의심을 사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는 말이었다.
‘내 결계를 뚫고…… 우연히 교신을 봤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 결과 데블랑은 그 자리에서 손도 쓰지 못하고 루시퍼와 천사들에게 제압당했고, 곧 그의 품에 있던 호출기로 김현우를 호출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의 기억도 어렴풋이 나기는 했으나 그것은 단편적인 정보뿐.
‘……쯧, 분명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데블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실책을 탓했다.
분명 결계의 능력을 사용해 잘 숨겼다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들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
한참이나 자신의 실책을 탓하며 짙은 한숨을 내쉬고 있던 데블랑은 곧 어지러운 머리를 억지로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마 지금 그의 예상으로, 김현우는 천사와 본격적인 대립을 세우고 전투를 준비 중일 테니 조금이라도 정보를 풀어 도움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터벅- 터벅-
머리가 어질거리기는 했으나 걷는 데는 이상이 없었기에 데블랑은 빠른 속도로 방문을 열고 나가 곧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아래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곧 그는 아래층에 내려가는 도중 김현우의 목소리와 함께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앉아.”
“오, 진짜 하는데?”
“일어나.”
“……신기하군.”
그곳에는 김현우와 그의 동료들로 보이는 이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또한 앞에는 분명히 자신의 눈으로는 루시퍼로 보이는 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앉아.”
김현우의 말에 따라 앉는 루시퍼의 모습을 본 데블랑은.
“?????????”
김현우가 부를 때까지, 자신의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