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
38
038. 흑역사를 깨우지 마라(3)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김현우가 도착한 인천 공항에서는 엄청난 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기자와 파파라치들이 서 있을 뿐이었지만, 기자들과 파파라치가 서 있는 것을 본 시민들은 덩달아 누가 나오는지 궁금해 몰리기 시작했고, 곧 인터넷 이슈로 김현우가 귀국한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인천 공항의 게이트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아, 거기 밀지 좀 말아요!”
“거참! 밀지 말라고!”
“야! 나 발 밟혔어! 발 발 발!!!”
“여기 누구 나온데요?”
“이번에 김현우 귀국한다고 해서 다 모여 있는 거 아니에요?”
“사인 받을 수 있나?”
그야말로 아수라장의 끝 자락쯤에 와있는 인천 공항의 게이트 앞.
허나 그 아수라장은 게이트의 문이 열리며 김현우가 오자마자 더욱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 왔다! 김현우다!”
“김현우 씨!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김현우의 옆에 서 있던 김시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낭패한 표정으로 아수라장인 게이트 앞을 바라보았고, 김현우는 몰려 있는 기자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전부 조용!!!”
그와 함께 사그라든 소리에 김현우는 마저 입을 열었다.
“자, 대충 몇 개정도 질문받아줄 테니까 우리 시끄럽게 하지 맙시다. 알다시피 제가 지금 좀 피곤해서요.”
알겠죠?
그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렇게 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이 열리는 기자들을 보며 김현우는 한마디를 더 했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질문하려고 들 테니까 한 사람씩 찍어서 질문 받을게요. 네, 거기 기자.”
김현우가 바로 앞에 나와 있는 기자를 손가락질하자 그는 입에 모터라도 달린 것처럼 빠르게 질문을 쏟아냈다.
“네 김현우 헌터! 어제 일본에 크레바스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지원을 갔다고 세간에 밝혀져 있는데 혹시 김현우 헌터는 친일 성향이 있으신 겁니까?”
“좆 까는 소리 하지 마세요.”
“네…… 네?”
“기자 양반, 오피셜을 쓰려고 질문을 해야지,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고 질문을 하면 제가 퍽이나 대답하겠습니까?”
이 멍청한 양반아.
김현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다음 기자를 지목했다.
“네, 김현우 헌터 아까와 같은 질문 이입니다만 조금 취지가 다른데, 혹시 지원을 바로 가신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아까 기자가 욕먹는 것을 본 탓인지 조심스레 질문하는 기자의 말에 김현우는 답했다.
“뭐, 별건 없습니다. 그냥 볼 일이 있어서 들리려고 했다가 우연히 아다리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평범한 답변.
김현우는 곧바로 또 다른 기자를 지목했다.
“혹시 그 볼일에 대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까?”
“그건 또 찌라시가 퍼질 것 같아서 말 못 하겠네.”
“이번에 국제 협회에서 ‘일본’에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재앙’의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 김현우 헌터가 이름을 지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그냥 마음대로 지으면 좋겠네요.”
“김현우 헌터! 이번에 길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직접 길드를 만드셨는데 헌터 업계에 정식으로 들어서려는 밑거름입니까!?”
“그런 거 생각 안 해봤어요.”
그 외로도 이어지는 수 많은 질문들.
김현우는 그 질문들을 귀찮음이 묻어난 말투로 나름 성실하게 대답했고, 어느 정도 답변을 했을 때, 그는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자, 이제 질문은 그만, 저도 사생활 있는 거 알죠? 또 질문이 있으면 뒤에 회견 같은 거나 방송 같은 거 나가서 답해줄 테니까 이 이상 막지 마세요.”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물론 그 뒤에도 끈덕지게 붙는 기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에게 거하게 욕을 한 사발 먹인 김현우는 입 좀 곱게 쓰라는 김시현의 타박을 들으며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현우는 어느새 깨어나 있는 그 여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김현우를 보더니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우선,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홍린’이라 합니다.”
“그래도 내가 구해준 건 기억하고 있나 보네?”
내심 그녀가 구해준 은인도 모르고 날뛸 거라 생각한 김현우는 잘됐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만약 은인도 모르고 날뛰었다면 피곤한 몸으로 참교육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내가 궁금한 걸 좀 물어보도록 할까?”
김현우의 말에 홍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김현우는 본격적으로 그녀가 왜 거기에 잡혀 있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김현우야 그녀가 왜 거기에 잡혀서 온몸이 구속된 체로 뽕을 맞고 있었는지 단 1%의 관심도 없었다.
다만, 자기 멋대로 김현우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의 진지한 표정 덕분에 김현우는 별로 원하지도 않던 정보를 꾸역꾸역 듣고 있어야만 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는데…너무 진지해서 못 끊겠다.’
그런 눈치라고는 원래부터 하나도 보지 않았던 김현우였으나, 무척이나 순수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녀를 보니 이야기를 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너는 패도 길드의 간부고, 아레스 길드가 너희 던전을 빼앗으려고 해서 싸우던 도중에 끌려왔다…뭐 이런 말?”
“네, 맞습니다.”
“아, 그래 뭐….”
별로 궁금한 건 아니었다만 아무튼 잘 알았다.
라고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내뱉은 김현우는 그녀가 설명을 다 끝낸 이후가 돼서야 그녀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네 쇄골에 있는 문신. 그건 뭐지?”
김현우의 물음에 홍린은 곧바로 답했다.
“제 쇄골에 있는 문신은…….”
그녀는 순간 대답을 늘이면서 눈치를 봤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제 쇄골에 있는 문신은 패도 길드의 ‘간부’를 상징하는 문신입니다.”
“간부임을 상징하는 문신?”
“예, 저희는 일정한 직책에 오르면 무조건 이 문신을 몸 어딘가에 새겨야만 합니다.”
“그 문신이 뭐길래?”
“이 문신은 길드장님이 말씀하시길, 천(天)의 아래에 있음을 상징하는 문신이라 했습니다.”
“그게 뭔 개…”
김현우는 급히 말을 멈췄다.
“…소리야?”
“사실 저도 간부라 해도 패도 길드 내에서는 고작 말단일 뿐이라 그 깊은 뜻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
“다만, 길드장님이 이 문신을 직접 새겨주시며 하신 말씀이 있기는 합니다.”
“그 말은 뭔데?”
김현우는 그 말을 물으면서도 내심,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만 유난히 눈에 띄는지 모를 그 가면 문신이 마치 자신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염과 동시에-
“그 무엇도 너의 위에 있을 수는 없다.”
“끅!?”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고양이처럼 비틀었다.
허나 오래전에 들었던 그 말을 기억하느라 눈을 감은 홍린은 그런 김현우의 이상 현상을 감지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네 위에 있는 것은 오직 한 명, 천(天)뿐이니.”
“그….”
“그 이외에 모든 것들은 네 아래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만……!”
“그러니 너는-”
“그마아아아아안!!!!!”
“끼약!?”
갑작스레 괴성을 내지르는 김현우의 말에 홍린은 저도 모르게 귀여운 소리를 내며 말을 멈췄고, 곧 묘하게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아니,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지……!’
김현우는 자신의 혹시나 하는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꼈다.
세상에 그 누가 개지랄을 떨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김현우가 유일하게 치부로 여기고 있던 것, 그것은 바로 그가 탑 안에 있을 때 했던 말들이었다.
물론 모든 말들을 치부로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김현우가 자신의 치부로 여기는 것들은 바로 그가 한참 무술을 배운다고 심취해 있을 때 자신의 제자들에게 지껄인 말이었다.
‘내가…내가 미쳤지……왜 그런 병신 같은 짓을…!’
김현우는 그때 당시에 지껄인 말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몸을 비틀었다.
무술을 배우면 깨달음을 얻어 탑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때를 기점으로, 김현우는 미친 것인지 그 시기에 중2병 비스무리한 것에 걸렸다.
애초에 웹소설에나 나왔던 무(武)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리라는 말을 덥석 믿어버린 것부터 감이 오지 않는가?
‘이런 씨발….’
그때 당시의 김현우는 자신이 진짜 무협에서 나오는 은거 기인인 것처럼 행세했다.
수많은 웹소설들에 한 번쯤은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한 은거 기인들의 말투를 따라하고, 그들의 뭣도 없는 개똥철학을 심도 있게 탐구하였으며-
‘끄아아아아!!!!’
나중에는 은거기인들에게 한두 개씩 붙어있는 설정인 ‘사실 나는 ‘천마
‘다.’
같은, 숨어 있던 전 세대의 천하제일인 같은 설정을 가감 없이 따 와 심취해 있을 때였다.
홀로 손가락을 꺾으며 발광을 하기를 잠시, 김현우는 좌절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 탑에서 영원히 묻힐 것으로 생각했던 그 치부가 엄청나게, 그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번져가고 있었다.
“…야.”
“…네?”
“그, 패도 길드는…대형 길드냐?”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패도길드는 2년 만에 중국의 헌터 업계 지분율을 절반이나 가지고 있는 대형 길드입니다.”
홍린의 말.
김현우의 기분은 나락을 쳤다.
‘뭐지? 무엇이지? 이건 나를 국제적으로 엿 먹이려는 의도인가?’
김현우는 자신이 한참 무술에 취해 있을 때 가르쳤던 두 제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볼 것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
‘그 새끼다…….’
한 제자가 있었다.
혼자 헌터들 사이에서 낙오돼서 아귀에게 죽을 것을 데려온 자신의 첫 제자.
물론 그녀를 데려온 이유는 별거 없었다.
웹소설 속의 은거 기인들은 제자들이 꼭 한 명씩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데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그 녀석을 데려와 도무지 50층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를 그 녀석에게 자신은 무술을 가르쳤다.
……사실 말이 무술이지 그건 반쯤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말 안 듣는다고 패고.
제대로 무술 못 쓴다고 패고.
도망치려 해서 패고.
고기 제대로 못 굽는다고 팼다.
‘씨발, 생각해 보니까 팬 기억밖에 없잖아?’
왜 그렇게 팼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은거기인들이 주인공을 존나 패면서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다른 소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김현우가 봤던 웹소설들은 죄다 은거 기인들이 주인공을 개 패듯 패면서 가르쳤다.
사실 그렇게 개 패듯 패면서 무술이라도 잘 알려줬으면 모르겠는데…… 그녀에게 알려준 건 김현우가 사용한 무술이라고 할 수도 없는 개판 무술이었다.
그저 김현우라서.
김현우의 능력치라서 가능한 무술들을 그녀에게 억지로 배우게 했다.
그리고 기술을 제대로 못 쓰면 팼다.
‘결국 나중에는 내 기술을 애매하게 따라 할 수 있어서 하산하라고 개소리 지껄이면서 내보내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들였던 첫 제자가 뭐라고 했던 기억이 있기는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냥 ‘기특한 소리’정도로 치부하고 넘겼던 것 같았다.
아무튼 그때 했던 ‘개소리’를 제자는 아주 훌륭하게 전파하고 있었다.
그것도 중국에서.
헌터 업계 지분율 50%를 넘어서고 있는 길드의 길드원들에게.
“….”
“…저기?”
홍린이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지랄발광을 멈춘 김현우를 바라봤다.
홍린에게 그 모습은 김현우가 무척이나 깊고 심오하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고, 이내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너, 패도 길드로 돌아갈 거지?”
“아, 예. 만약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더 없이 감사하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 도와주지. 그 대신-”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홍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찾지 마라.”
김현우는 수많은 선택 중, 결국 ‘외면’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