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관리기관 (1)
황야의 오두막.
데블랑은 자신의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끼며 무감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베드로를 바라봤다.
제일 처음 든 의문은 도대체 어째서 그가 자신을 배신했는지.
그다음으로 든 의문은 어째서 자신에게 항시적으로 발동되어 있는 결계가 발동되지 않았는지.
그 이외로도 여러 가지 의문이 데블랑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으나 가장 큰 것은 그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여는 데블랑.
그러나 베드로는 무감정한 표정으로 데블랑의 배를 찔렀던 검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털썩-
그 자리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는 그.
분명 일반적인 검이라면 이 정도의 상처쯤은 어렵지 않게 털고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검에 찔린 그 순간부터 데블랑의 몸속에 있는 마력들은 마치 봉인이 된 듯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력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마치 트랩에 걸린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으그윽-!”
어떻게든 움직여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데블랑.
그러나 베드로는 그런 데블랑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애쓸 필요 없네. 자네가 아무리 용을 써도, 그 검은 뽑지 못할 테니.”
“도대체…… 왜 배신을?”
“뭐, 엄연히 말하면 배신은 아니네만, 자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그게 대체 무슨……!”
데블랑은 수많은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으나 베드로는 그런 그의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자리에 앉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네…… 그리고 자네가 그동안 살아남을 것 같지도 않군. 그러니 그냥 이렇게만 알아두게.”
그냥-
“나는 확률이 조금 더 높은 쪽에 걸은 것뿐일세.”
“……확률이 조금 더 높은 쪽이라고?”
“그래. 자네와 내가 그분에게 가는 통로를 찾지 않았나?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떻게든 그분을 따를 생각이었네.”
“그런데, 어째서……?”
“불가능하더군.”
“……뭐?”
“단서를 얻었네. 그 단서 속에서 그분에게 향하는 좌표까지 찾았지. 허나, 그곳은 갈 수 없는 곳이었네.”
“그게 대체 무슨…….”
“말 그대로야, 그분이 있는 곳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네. 그것은 김현우라도 마찬가지지. 애초에 ‘길’이 없는 곳을 어떻게 갈 수 있다는 건가?”
“좌표가 있다고……!”
“그래, ‘좌표’는 있네. 그러나 ‘길’은 없지. 물론 그분이 인정하신 김현우라면 뭔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것을 뚫고 그분의 봉인을 풀 수도 있네. 다만 그 확률이 더럽게 낮을 뿐이지.”
베드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무 바닥을 피로 적시고 있는 데블랑을 바라봤다.
“내가 배를 갈아탄 이유는 그것뿐일세.”
베드로의 말을 끝으로 데블랑은 자신의 시야가 서서히 암전하는 것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곤 손을 움직여 자신의 배에 꽂힌 검을 쥐었다.
어떻게든 마력의 움직임을 막고 있는 검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는 그.
허나 베드로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그저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데블랑은 그런 베드로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배에 박힌 칼을 빼내기 위해서 힘을 주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아무리 손에 힘을 주어도, 데블랑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점점 더 흐려지는 시야.
조금 전까지는 흐릿하게라도 베드로의 모습이 보였건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서 주변의 시야가 점점 더 검게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끝난다고?’
데블랑의 머릿속에서 피어난 의문.
하지만 그 의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미 데블랑의 시야는 까맣게 암전해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으며, 그의 손은 분명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든 탈출, 해, 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그 강박적인 생각 한 가지마저도, 데블랑의 정신이 수면 아래로 잠김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데블랑의 정신이 사리짐과 동시에 남은 것은 그저 차가운 시체.
“…….”
베드로는 자신의 마룻바닥을 적시며 그대로 눈을 감은 데블랑의 시체를 무감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을 옆으로 돌려 이야기했다.
“말대로, 그쪽에서 지시한 건 모두 끝냈소.”
시체만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중얼거린 베드로.
그는 곧 어두운 백야 속에서 비추는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
-이내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xxxx
“……뭐야?”
포탈을 넘어온 김현우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가 보고 있는 풍경은 아무래도 베드로에게 들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으니까.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새하얀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관저였다.
“…….”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짓다, 저도 모르게 손에 들려 있던 종을 한번 흔들어 보았다.
-딸랑
맑은 소리를 내며 퍼지는 종소리.
그래, 그것뿐이었다.
“……망가졌나?”
만약 베드로의 말대로라면 김현우가 종을 흔드는 그 순간 종에서 마력이 빠져나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려줘야 했으나, 그가 아무리 종을 흔들어도 마력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딸랑 딸랑.
그저 맑은 종소리만이 몇 번이고 울릴 뿐.
‘……대체 뭐야?’
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들고 있던 종을 집어넣었을 때.
“……놀랍군.”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너는?”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한 남자였다.
딱히 눈에 남는 특색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조금 이질적인 것은 그가 마치 현대생활에 나올 것 같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 정도.
그 남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어떻게 이곳에 왔지? 김현우.”
남자의 말에 김현우는 눈가를 좁혔다.
‘누구지?’
어떻게 내 이름을 안 거야?
김현우의 머릿속에 한순간 들이차기 시작하는 생각.
그런 김현우의 모습에 남자는 순간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이어지는 침묵.
허나 그 얼마 되지 않는 침묵 속에서 남자는 금방이라도 상황을 파악한 듯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온 모양인데. 안 그런가?”
남자의 질문.
김현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으나, 그가 미처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이야기했다.
“아니, 굳이 그렇게 고민할 필요 없네. 자네의 표정만 봐도 지금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갈 것도 같군.”
다만-
“하나 확실한 건 네 명줄은 여기까지라는 거지.”
“뭐?”
김현우의 질문에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하게 손짓했을 뿐.
그러나.
“컥!?”
그 순간, 김현우는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린 느낌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쾅! 콰가가가각!
김현우가 짚고 있는 땅에 거미줄 같은 금이 나타난다.
“끅!?”
한순간에 일어난 일.
김현우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는 딱히 놀라는 어감 없이 이야기했다.
“역시, 이 정도는 무난하게 버티는군.”
“이런 씹……!”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된 것인지 궁금한가? 척 봐도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야.”
남자의 물음에 김현우는 답하지 않고 온몸에 마력을 돌렸다.
그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퍼져나간 마력이 김현우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자 움직이기 시작하는 몸.
허나 그 움직임은 무척이나 굼떴고, 남자는 김현우가 몸을 세우는 동안 기다리다 이내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곳은 관리기관이다.”
“……!”
남자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
그 말 한마디로 김현우는 어렵지 않게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관리기관 수장이 친히 마중을 다 나온 거야?”
“이곳에는 헤르메스를 제외하면 나밖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
남자, 노네임의 말을 들으며 김현우는 머릿속으로 이 상황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내가 관리기관 앞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
하지만 김현우는 어렵지 않게 그 수 많은 생각 중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바로 순전히 베드로의 실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관리기관에 이렇게 올 확률은 ‘실수’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배신.’
베드로가 배신을 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
다만 이 예상에도 이상한 점은 있었다.
‘저 녀석이 나한테 어떻게 이곳에 왔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노네임은 자신이 이곳으로 온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행위 자체가 기만일 수도 있었으나, 노네임이 내게 굳이 그런 식의 기만을 할 이유는 없었다.
‘씨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가 아니었다.
당장 뒤지면 사실관계가 무슨 소용인가?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없는데.
‘우선은 살아야 한다.’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전부 한쪽으로 욱여넣어 버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고, 김현우에게는 당장 지금의 생존이 중요했으니까.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침착함을 되찾는 김현우.
김현우의 눈에 약간의 투지가 감도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스윽 웃음을 짓곤 이야기했다.
“평점심을 찾고 한다는 생각이 나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라니, 똑똑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알 수가 없군.”
남자의 말에 김현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그의 말에 꼬투리를 잡아 남자가 먼저 힘을 쓰게 유도했겠지만, 지금의 김현우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이유조차도 없었다.
“…….”
김현우는 이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으니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 노 네임은 자신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사실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지금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김현우는 너무나도 빨리 캐치했다.
무엇보다 지금 김현우에게는 이곳에서 당장 다른 곳으로 도망칠만한 아티팩트도 하나 없었다.
‘……혹시 모르니 아브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짧은 후회를 하면서도 김현우는 그저 조용히 침묵하며 남자의 공격을 대비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노네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바로 싸우려 하는 것을 보니 내가 굳이 힘들게 잡을 필요는 없어서 좋을 것 같군.”
그럼-
“나름대로 한번 놀아주도록 하지.”
-노네임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