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관리기관 (3)
거대한 폭음과 함께 노네임의 몸이 바닥에 처박힌다.
일어나려고 하는 그.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빠아아악!
곧바로 휘둘러진 김현우의 발이 재빠른 포물선을 그리며 남자의 얼굴을 후려친다.
위로 들려지는 노네임의 턱.
김현우는 멈추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다.
‘절대로 공격을 멈춰서는 안된다.’
또한, 너무 강하게 공격해 남자를 날려 버려서도 안된다.
어디까지나 바로 앞.
김현우의 연타가 이어지는 범위 내에서 남자를 공격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줘서는 안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시간을 준다면 노네임은 그 찰나에 정신을 회복하고 달려들 터였으니까.
물론 이 짧은 단타로 남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김현우는 그것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지만, 지금 김현우의 머릿속은 이 남자를 어떻게 쓰러뜨릴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녀석의 체력을 최대한 깎아놓겠다는 일념이 있을 뿐이었다.
빡! 빡! 빡! 빡!
남자의 발을 위로 올려차 처음부터 기동력을 봉쇄하며 계속해서 연타를 이어나간다.
그 어떤 묘리도 섞여 들어가지 않은, 오로지 스피드에 치중한 공격.
물론 그것은 김현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이라도 묘리를 담아 주먹을 후려치려다 남자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그에게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넣을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끊임없이 연타를 이었으나-
“!”
“약하군.”
김현우는 그다음 순간, 노네임이 자신의 연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인 손이 노네임의 목소리가 들려 온 오른쪽을 향해 쏘아졌으나-
텁!
“!”
노네임은 공격을 피하는 것 대신 그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냈다.
곧바로 그의 손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에리얼의 능력을 사용한 김현우.
그러나-
“!”
분명 에리얼의 능력을 활용해 자신을 바람으로 만들었는데도, 김현우는 노네임의 손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년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끄나풀을 만들었군.”
당황하고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말하는 노네임은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지우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너한테 ‘눈’을 준 걸 보니 말이야.”
텁!
“……!”
김현우가 올려 찬 발마저 막고는 평온하게 중얼거리는 노네임.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와 반대로 노네임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그의 손과 발을 놓아주었다.
그는 노네임이 손과 발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리얼의 능력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능력을 풀곤 곧바로 다른 능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하지만, 아직 숙달되지는 않았군.”
-남자는 이전과 같이 김현우에게 도달했다.
“!”
급하게 인지를 끌어내리는 김현우.
그는 이미 수십 번의 사용으로 깨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으나 그것을 감내했고.
어떻게든 자신의 인지를 끌어내린 순간.
“!”
김현우는 그 느려진 인지 속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노네임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그 남자의 입술.
너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입술모양을 읽은 순간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가속하려 했으나-
“커억!”
그는 곧 이어 자신의 명치를 후려친 남자 덕분에 가속하지 못했다.
집중이 풀림과 함께 원래대로 돌아오는 인지.
반전한 시야와 함께 터질 것 같은 머리.
허나 김현우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그의 등에 충격이 가해졌다.
빠아아악!
“카학!”
터져나오는 신음.
김현우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땅바닥에 처박혔다는 것을 깨닫고 일어나려 했으나 곧 이어 들어오는 연타에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씨발!’
김현우는 곧 노네임이 하는 것이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그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전법인 것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었다.
공격을 하기는 해도 절대로 자신의 공격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하는 노네임.
하지만 그것보다도 김현우의 인상을 찌푸려지게 만든 것은.
‘이 개새끼가 일부러……!’
그가, 굳이 이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김현우의 경우 당연히 노네임보다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공격방식을 취한 것이었으나 그는 달랐다.
지금의 자신보다 적어도 몇 배는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그는 애초에 이럴 필요가 없었다.
“씹!”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십 번이고 사용했던 인지를 억지로 끌어내리려 했으나, 이미 한계치까지 운용한 인지는 더 이상 김현우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니, 받아주지 못했다.
빠아아아아악!
김현우의 시야가 크게 돌아가며 그의 몸이 부숴진 폐허를 구른다.
몇 바퀴나 굴러서 부숴진 기둥에 처박힌 김현우의 몸.
그는 잡히지 않는 초점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억- 허억-!”
맞기만 했는데도 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거친 숨소리.
반명 노네임은 여전히 평온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조금 더러워지고 정장 상의의 단추가 터져나간 것 뿐.
“가성비가 개 쓰레기네…….”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조금 전 공방의 가성비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불합리했다.
그저 상의 단추가 터진 것 빼고는 아무런 흉터가 없는 노네임에 반해, 김현우는 이번 공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찰나의 순간을 보는 것도, 이젠 안 될 것 같은데…….’
-무엇보다 김현우는 조금 전 남자와의 공방을 이어나가기 위해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결과, 더 이상 남자와 싸울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패.
“씨발.”
김현우의 입가에서 터져 나온 욕지거리.
그러나 김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끈임없이 돌아가는 김현우의 머리.
한편, 그 욕을 들은 노네임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욕설이라, 도대체 무슨 의미지?”
“…….”
김현우는 생각을 이어나가면서도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나? 그냥 하는 거지, 씨발.”
그의 말에 노네임은 흥미롭다는 듯 김현우에게로 다가갔다.
물론 이전처럼 전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평범한 발걸음.
그와 대충 1장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자리에 선 노네임은 흥미가 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당연히 알지. 욕에는 그 의미가 담길 수도 있고, 혹은 담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굳이 왜 물어봐?”
“네 목소리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
김현우가 답하지 않자 남자는 좋을 대로 이야기했다.
“패배자의 목소리는 어떨 것 같나? 비참하지, 누군가는 비장해. 또 누군가는 애절하기도 해. 보통 내게 겁도 없이 덤볐다가 죽을 때가 된 녀석들은 그런 목소리를 내지.”
“뭐?”
“그에 반해 억지로 허세를 부리는 미물들은 대부분이 거만한 목소리를 내지, 그게 아니면 비소를 지으며 자신의 표정을 감추거나.”
그런데-
“너는 담담하군. 지나치게 담담해. 마치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야.”
“…….”
“너는, 지금 이 지경이 돼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노네임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지금 김현우가 다른 방법을 갈구한다고 해서 남자를 이길 수 있을 확률은 없었다.
그래,
그냥 없었다.
남자의 질문에 의해 김현우의 머릿속에 새삼스럽게 각인되는 무력함.
허나 김현우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 무력함을 억지로나마 밀어내며 자기암시를 걸었다.
‘포기하면 끝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생긴다는 확신은 병신 같은 생각임이 분명하지만, 포기하면 끝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맞는 소리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또한, 그가 지켜야 하는 것도 남아 있었다.
“…….”
순간적으로 흔들리다 진정되는 김현우.
그 모습을 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대단할 정도의 자기암시로군, 그년이 정말 끄나풀을 잘 만들어 뒀어. 이렇게까지 독한 놈을 끄나풀로 만들 줄이야……!”
어찌 보면 슬쩍 유쾌하다고 볼 수도 있는 남자의 웃음.
그러나-
“그런데 말이야, 그거 알고 있나?”
“……무슨-”
“확실히, 너는 지금까지 내가 본 녀석 중에서는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될 정도로 대단해, 다른 건 몰라도 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기암시는 정말이지 감탄이 나오는군.”
그래서인지-
“만약, 그 자기암시를 가능하게 하는 ‘힘’까지 빼앗아 버리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궁금해지는군.”
“뭐?”
김현우의 되물음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담담히 김현우의 앞에 손을 내밀었을 뿐.
그리고-
“……어?”
김현우의 주변에 파직거리던 전류가, 사라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김현우가 있는 힘껏 키워놓은 안력도 평범하게 돌아갔고.
마력에 의해 압도적으로 강화되었던 신체 능력도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돌아갔다.
한순간,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게, 무슨……?”
그리고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마력이 사라진 것을 깨닫곤,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떴다.
없다.
마력이 없다.
김현우의 몸에 일부처럼 녹아 있던 마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하…….”
허탈한 표정을 짓는 김현우.
온몸을 짓누르는 무력감이 그의 이성을 찍어누른다.
압도적인 상실감.
그 속에서, 김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노네임을 쳐다봤다.
그리고 보았다.
쿠그그그그극-!
그의 몸에서 넘쳐나고 있는 마력을.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티르에게 들었던 노네임의 이름 아닌 이름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마력’.
노 네임, 그는 ‘마력’이었다.
“너도 알고 있는 것 같군. 내가 무슨 존재인지 말이야.”
침묵.
김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넘칠듯한 마력을 자랑하고 있는 티르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개씨발.”
그의 입에서 나온 욕설.
김현우의 욕설에 남자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더니, 이내 광소했다.
듣고 있는 김현우의 귀가 터져버릴 정도로 엄청난 광소.
갑자기 병이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웃어젖히는 노네임의 모습을, 김현우는 멍하니 바라보았고.
콰직!
“……?”
김현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깨닫지도 못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김현우는 깨닫지 못했다.
그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던 마력은 이미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마력을 사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눈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눈알을 굴려 시야를 아래로 내리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깨달을 수가 있었다.
“…….”
그곳에는 남자의 손목이 있었다.
정확히는, 김현우의 심장이 있는 부분에, 남자의 손목이 파고 들어가 있었다.
그의 몸에 파고 들어간 손목 사이에서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시뻘건 피.
그 붉은 선혈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김현우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쿨럭.”
자신이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