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나 진짜 죽었냐? (3)
백야.
“살려-”
퍼석-!
그곳에서, 야차는 자신을 향해 입을 여는 베드로의 머리통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숴 버렸다.
분명 나무껍질과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던 그였으나 머리통이 터질 때 나는 소리는 분명 인간의 머리가 터질 때 나는 소리와 같았다.
“하…….”
그렇게 머리통이 박살 난 베드로의 시체를 바라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야차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봉인주가 깨졌을 때. 야차는 곧바로 최상층으로 올라와 아브와 노아흐의 도움을 받아 김현우가 갔다고 알고 있던 백야에 도착했고.
이 백야에 도착하자마자 야차는 죽어 있는 데블랑의 시체를 봄과 동시에 베드로를 협박해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꼭 좀 들었으면 했던 정보부터 시작해서.
모순적으로 듣고 싶지 않았던 정보까지 모두.
야차는 들을 수 있었다.
“……정말로?”
야차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행동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 중얼거림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걸, 그녀는 스스로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베드로의 말을 통해 야차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헤르메스가 김현우를 미끼로 이용해 노네임을 죽이려는 계획을 아주 옛날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갈 수 없는 관리기관에 혹여나 갈 수 있다고 해도, 김현우를 살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소리를.
야차는 멍한 표정을 짓다 자신의 품속에서 김현우에게 주었던 봉인주 조각을 꺼내 들었다.
“…….”
봉인주는 기본적으로 그 주인인 ‘김현우’와 연결되어 있고, 곧 봉인주가 터졌다는 것은 바로 김현우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
그 백야에 앉아. 몇 번이고 봉인주 조각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던 야차.
“하…….”
이내 그녀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곤 부숴진 손에 쥐고 있던 염주조각을-
툭.
-자신의 품에 안고서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더 이상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xxxx
관리기관 지하에 있는 거대한 지하공동은 그득한 싸움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사방에는 박살이 난 벽들이 거미줄과도 같은 빗금이 처진 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고, 그것은 땅도 마찬가지.
그나마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곤 업을 가두고 있는 유리창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헤르메스가 지키고 있던 유리창 앞에서.
“큭…….”
“이제 좀 정신이 들었나?”
헤르메스는 노네임에게 목을 잡힌 채로 들려 있었다.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든 듯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헤르메스와 달리 노네임은 상의가 찢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큰 상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네가 아무리 나를 죽이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미물.”
“…….”
노네임에게 목이 잡힌 채 일순간 굳은 표정을 짓던 헤르메스,
그러나 그는 억지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박살 난 공동의 모습과 그 공동 사이사이에 있는 무기들.
어느 것은 이가 나갔고, 또 어느 것은 완벽히 박살이 나 있는 무기들을 바라본 헤르메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노네임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는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는 노네임.
헤르메스는 그와 마주 웃으며 이야기했다.
“과연 네가 진짜 이겼다고 생각해?”
“뭐라고……?”
-쩌저적!
“!”
노네임의 대답과 함께 깨져나가기 시작하는 유리창.
그는 업을 가둬두고 있는 유리창에 금이 생기자마자 헤르메스를 내팽개치고 유리창을 보수하기 위해 손을 내뻗었다.
우우우우웅!!!
한순간 깨진 부위로 모여든 마력.
그 마력들은 순식간에 금이 간 유리창으로 옮겨져 수리를 시작했고, 헤르메스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위에 있는 버튼을 흔들며 이야기했다.
“정말 계속 막아놔도 괜찮겠어? 안쪽에는 네 자식이 네가 지금까지 모아온 업을 전부 먹어치우고 있는데?”
굳어지는 노네임의 표정.
확실히 지금 이 상황에서 노네임은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목적은 모아 놓은 업을 흡수하는 것.
그런데 이미 그 모아놓은 업은 탐왕이 흡수하고 있었고, 지금 이 상황에서 탐왕을 막기 위해 노네임이 안으로 들어간다면-
‘……내가 나머지 남아 있는 업을 전부 흡수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노네임은 지금까지 모아왔던 업을 모조리 날려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유리창을 깨버리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업을 날리게 되는 일.
한마디로 노네임은 지금 이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헤르메스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노네임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보내자.
“고작 내 대업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 이딴 짓을 벌인 거냐?”
노네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헤르메스.
노네임은 이어서 말했다.
“너희가 작정하고 이런 짓을 벌여봤자 결국 내게 돌아오는 피해는 없다. 나는 그저 너희 때와 같이 똑같은 희생양을 만들어 업을 모으면 될 뿐이지.”
“…….”
헤르메스는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그저 벽에 기댄 채로 노네임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을 뿐.
그에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쩌저저적!
곧바로 부숴지고 있던 유리의 수리를 그만두고, 오히려 유리창쪽을 향해 움직여 업을 보관하고 있던 유리를 박살 내버렸다.
쨍!!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며 깨지는 유리.
그와 함께 유리창 너머에 있던 업들이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와 제멋대로 흩어지기 시작했으나 노네임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헤르메스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면 유감이군. 네가 아무리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봤자 내가 네 뜻대로 당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너 같은 미물에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부상을 당한 헤르메스에게서 시선을 돌린 그는 조금 전까지 자리에 있던 탐왕을 보았고.
“……!”
노네임은 곧 조금 전까지 자리에 있었던 탐왕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빙고.”
동시에 헤르메스에게서 들린 소리.
그리고 그다음 순간.
촤르르르르르륵!!
노네임은 자신의 몸이 사슬에 감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순간에 자신의 몸을 구속한 사슬.
“크르르르륵……!”
“탐왕인가……!”
노네임은 그 사슬을 움직이는 것이 탐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마력으로 바꿨으나.
“……무슨?”
사슬에 감긴 그 순간부터 노네임은 자신의 몸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던 마력이 마치 무엇인가에 막힌 듯 빠져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네가 아무리 마력을 끊임없이 뿜어내도 그 사슬은 못 풀어. 알잖아? 그 사슬은 마력을 흡수한다는 걸.”
“……!”
“아까 네가 말했지? 고작 시간 끌기를 위해 이렇게 한 거냐고.”
“……헤르메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처음에 말했잖아? 내가 직접 너를 죽이겠다고 말이야.”
“흥! 과연 네 능력으로 나를 죽일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
“……?”
헤르메스의 즉답에 순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 노네임.
“내 능력으로 너를 소멸시키기에는 당연히 턱없이 부족하겠지.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런데-
“네 뒤에 있는 탐왕이라면 어떨까?”
“!”
헤르메스의 말에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등 뒤에 붙어 있는 탐왕을 바라봤다.
자신의 몸에서 기묘한 광채를 흩뿌리며 노네임을 잡아두고 있는 탐왕.
헤르메스는 한껏 굳어진 노네임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짓곤 이야기했다.
“지금 탐왕의 몸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업이 들어 있어. 그리고 조금 전 네가 사슬에 흘린 마력 덕분에 통제가 되지 않는 탐왕의 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지.”
“네 녀석……!”
“아, 혹시라도 걱정하지 마. 아주 만약에라도 네가 탐왕의 자폭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이 공동이 무너지면 너는 허수공간에 처박히게 될 테니까. 아무리 너라도 허수공간에 빠지면 답도 없잖아?”
헤르메스의 말과 함께 조금 더 밝게 빛나기 시작하는 탐왕. 그의 주변으로 거친 마력의 격류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며 노네임은 악을 질렀다.
“네 녀서어어어어억!!!”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잘 가라.”
헤르메스는 비틀린 웃음을 그의 등 뒤에 묶여 있던 탐왕이 자폭하는 순간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
“이라고, 할 줄 알았나?”
-다.
xxxx
사후(死後) 세계라는 것은 진짜로 존재할까?
그것이 바로 김현우가 처음 수면 아래로 잠수했던 정신이 위로 부상하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과연 사후세계라는 것이 존재하면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게되는 걸까?
그것이 그다음으로 떠오른 의문.
김현우는 그렇게 멍하니 생각을 이어나가다, 문득 자신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지?’
그 의문과 함께 떠오르는 여러 가지 가정.
‘나도 티르처럼 무기같은 데에 스며들고…… 뭐 그런 건가?’
맨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적어도 김현우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살아남아 이렇게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을 만한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김현우는 혹시나 자신이 살아남았나?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굴려봤으나 곧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나는 확실히 죽었지.’
그는 확실하게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마력을 빼앗긴 상태에서 남자의 손에 무력하게 살해된 자신의 모습을.
그때 노네임이 자신을 보며 짓던 표정도.
또한 자신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도.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야가 어둡게 변하는 것까지, 김현우는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뭐지?’
그렇기에, 김현우는 어떻게 자신이 아직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 당장 그는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마치 몸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마치 관전자 시점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라고 하는 게 비유에 맞을까?
‘도대체 뭐야?’
김현우는 이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고 난 뒤, 그다음이 혹시나 기억날까 생각해 봤으나 마찬가지로 그때의 기억은 시야가 어둡게 물든 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기억은 김현우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김현우가 고민을 이어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드디어 깨어났네?]
“……이 목소리는,”
[오랜만이이야.]
“……눈동자?”
김현우의 말에 줄곧 어두웠던 주위가 불현듯 바뀌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시야가 푸르게 바뀌기 시작하고, 조금 전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김현우의 몸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은 굳이 말하면 몸이 보인다기보다는 마치 어둠 속에서 몸이 새롭게 재구성된다고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어울렸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김현우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거대한 눈동자.
그리고-
[이제야 진짜 만날 수 있게 됐네.]
그 거대한 눈동자 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인영을, 김현우는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