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경험을 얻는 것 (1)
“아, 그러고 보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 전까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듯 입가를 우물거리던 눈동자의 질문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뭔데?”
“너는 그놈이 왜 업을 모으는지에 대해 알고 있어?”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슬쩍 고개를 갸웃하다 예전에 데블랑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눈동자는 노네임이 하려는 일을 짐작만 하고 있다고 했었지?’
김현우는 그것을 떠올리곤 이야기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노네임은 자신의 ‘이름’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 같던데 말이야.”
“역시 그렇지?”
“……뭐, 내가 탐왕에게 들은 걸로는 그렇다고 하더라.”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동자는 이미 짐작했다는 듯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이야기했다.
“우선 제일 먼저 큰 틀을 설명해 줄게.”
“큰 틀?”
“그래, 도대체 왜 지금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알고 있는 거야? 너는 노네임의 목적도 몰랐다며?”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거든. 다만 확신을 못 했을 뿐이지.”
“……확신을 못 했을 뿐이라고?”
김현우의 되물음에 눈동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새끼가 그렇게 머저리 같은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의 탄식에 김현우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뭐라고?”
“말했잖아? 그 녀석이 그렇게 머저리 같은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단 말이야.”
짜증이 난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던 그녀는 김현우를 바라봤다.
“너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뭐라고 생각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 그냥 생각해 보면 다 중요하지 않아?”
“틀렸어.”
“……이런 선문답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쭉 알려주는 게 어때?”
김현우의 말에 잠시 그를 째려보는 눈동자.
허나 그녀는 곧 됐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업’과 ‘마력’이야. 물론 네가 말한 대로 다른 것들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두 개지.”
“……그래?”
“어째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인데?”
그녀가 탐탁잖다는 표정으로 질문하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곧바로 이야기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사실이야.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제일 중요한 두 가지는 바로 마력과 업이지.”
우선-
“마력은 세상 만물을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원재료와 같아. 땅부터 시작해서 네 몸, 그리고 기본적인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들의 원재료는 엄밀히 따져보면 다 다르긴 하지만 결국 ‘마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지.”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장, 내가 사는 곳은 튜토리얼 탑이 올라오기 전에는 마력이 없는 세계였는데?”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정확히 말하면 마력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마력이 있더라도 마력을 느낄 수 없는 세계였겠지. 애초에 마력이라는 건 없을 수가 없어. 그건 마치 원재료와 같은 거니까.”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업은?”
“업은 말 그대로 역사잖아?”
“……역사?”
“이렇게 말하면 너무 어렵나? 그럼 그냥 과정이라고 하자.”
“과정이라면…….”
“말 그대로, 모든 물건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과정을 거치잖아? ……예를 들어 의자를 만들 때는 맨 처음 뭘 하지?”
“……재료를 찾겠지?”
“바로 그거야. 나무를 베고 그것을 의자로 만드는 데까지의 과정. 조금 더 태초로 내려가 보면 씨앗이 흙에 심어져, 그 흙을 비집고 나와 나무가 되는 데까지에도 과정이 있잖아?”
김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 모든 것은 ‘업’이야. 아주 하찮은 미생물이나 자그마한 꽃과 나무들이 피어나는 것도 모두 과정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이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행하는 과정까지, 그것은 모두 ‘업’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이지.”
그렇기에-
“그 두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야, 마력은 원재료고, 업은 그것을 가공하는 과정을 말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말했다.
“이 정도로 설명해 줬으면 대충 내 정체가 뭔지도 짐작이 가지?”
“……너는, ‘업’인 거야?”
“뭐, 굳이 명칭을 표현하자면 그렇게 되지. 그래도 아주 멍청하지는 않네? 어느 정도 추리력은 있는 것을 보니 말이야.”
“…….”
김현우는 반박하고 싶었으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멍청한 놈과 나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야.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이 세상을 이끌어나가야 하지. 뭐, 초반만 해도 별문제는 없었어. 그냥 서로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살았지.”
“할 일이라면?”
“그냥 할 걸 했다는 소리지. 이렇게 ‘자아’를 가지지 전에는 말이야.”
“자아……?”
“그래, ‘자아’ 말이야. 애초에 그게 문제의 시작은 전부 그것 때문이야. 너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요소가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게 말이야.”
“……뭐, 확실히.”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결국 그녀에 말에 따르면 마력과 업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자아를 가지고 있다?
“…….”
뭐, 이해가 안 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이상한 건 맞았다.
“그럼 네 말대로라면 원래 너랑 마력은 자아를 가지지 않았다는 거야?”
“그렇지. 애초에 우리는 그저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니까. 근데 문제는 어느 순간 마력이 자아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거지. 거기에 덤으로 나까지 말이야.”
“……갑자기?”
“그래, 갑자기. 솔직히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왜 우리가 자아를 가지게 됐는지 말이야.”
그녀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다만 마력과 내가 자아를 가지게 된 뒤에도 얼마 뒤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어. 그냥 각자 할 일을 했거든. 근데 문제는 마력이 문득 욕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지.”
“욕심?”
“그래, 그 녀석은 갑자기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 하더라.”
“모든 것……이 정확히 뭐야?”
“말 그대로 전부를 말하는 거야. 자신이 마력을 나누어주면서 보는 것들을 전부 가지고 싶어 하더라고.”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름까지 가지고 싶어 했지.”
“이름까지 가지고 싶어 했다는 건.”
“그래,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그 녀석은 ‘이름’을 가지고 싶어 했어. 뭐, 그리고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말하지 않아도 대충 예상할 수 있지?”
“……너는 마력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려고 하는 것을 막다가 실패했고, 그래서 여기에 숨었다…… 뭐 그런 거야?”
김현우의 답변에 눈동자는 빙고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그 녀석이 이름을 가지게 되면 좀 문제가 크니까.”
“뭐…… 나도 대충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자기밖에 만족할 수 없는 파멸이 일어나지.”
“……자기밖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과 나는 결국 이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야, ‘자아’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그건 변함이 없지. 근데 ‘마력’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갑자기 이름을 얻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파멸이 일어나는 거야.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제일 중요한 두 요소 중 하나인 ‘마력’은 그 녀석의 이름을 가지게 됨에 그 성질이 다르게 바뀌겠지. 그렇게 되면?”
“파멸…….”
“그래, 파멸이야. 마력은 모든 세계의 원재료와 같은데, 그게 다르게 변질되면 당연히 파멸하겠지. 뭐, 그 머저리 녀석은 죽진 않겠지만.”
쩝-
“아무튼 네 생각대로 나는 그 녀석을 막으려다가 실패하고는 여기에 숨은 거야. 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좀 생각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자신의 이름을 얻기 위해 업을 모으고 있는걸 보니…… 아무래도 자력구제는 절대 불가능이겠네.”
하긴 애초에 관리기관 같은 별 시답잖은 걸 만들어서 업을 모으는 것을 볼 때부터 자력구제는 포기하는 게 맞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별빛과도 같은 구체를 바라봤다.
“흐음…… 이야기는 끝났는데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았네. 또 무슨 이야기해 줄까?”
눈동자의 물음.
김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이렇게 태평해도 되는 거야? 조금 전까지는 꽤나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심각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분위기도 처질 필요는 없잖아? 무엇보다 지금은 수련을 할 때도 아니고 이야기만 하던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질문은 없어?”
가볍게 넘기는 그녀.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야기했다.
“뭐, 나도 궁금한 게 있긴 한데.”
“뭔데?”
“지금 밖의 상황은 어때?”
“밖의 상황?”
“그래, 관리기관에서 내 영혼을 데리고 나온 뒤에 일어난 일 말이야. 혹시 아는 거 없어?”
김현우의 물음에 눈동자는 흐음, 하며 잠시 묘한 신음을 흘리더니 이야기했다.
“알기는 하는데…… 조금 단편적인 정보밖에 모르지. 내가 아까 말해준 것들 있잖아?”
“뭐, 그건 알겠는데…… 데블랑이랑 베드로가 뭐든 보고를 했을 거 아니야? 그리고 베드로, 그 새끼한테도 좀 볼일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 새끼가 헤르메스랑 짜고 친 거 아니야? 애초에 그 새끼가 준 종을 흔들어서 관리기관이 있는 곳에 가게 된 건데.”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를 보며 그녀는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유감이네.”
“왜?”
“베드로는 죽었거든.”
“……뭐?”
“베드로는 죽었다니까? 그것도 네 아내의 손에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리고 네 말대로 외부의 정보들은 항상 베드로와 데블랑이 하나하나 보고해 줘서 대충 정세를 파악하고 있긴 했는데 지금은 몰라.”
“?”
“데블랑도 같이 죽었거든.”
“……뭐라고? 누구한테?”
“네 아내가 죽인 베드로한테 죽었지.”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봤고.
“한 번만 설명할 거니까 잘 들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베드로와 데블랑, 그리고 야차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전부 들은 김현우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이야기를 정리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헤르메스 편에 붙어서 나를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관리기관에 보낸 거고, 이어서 내가 간 뒤에 데블랑을 처리했다 이거지?”
“맞아.”
“……그럼 아까 이야기할 때 말해주지 왜 지금 말해줘?”
“그때는 말 그대도 널 데려올 때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었던 거니까 굳이 꺼내지 않은 거지.”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이전번 그녀의 표정과 마찬가지로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자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내가 아는 건 두 달 전에 일어났던 그 일들이 끝이야. 나머지는 어떻게 됐는지 몰라.”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