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경험을 얻는 것 (2)
“……두 달 전이라고?”
김현우의 되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간대로면 그 정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두 달 동안 누워 있었다고?”
“너야 눈을 감았다 뜨니 바로 이곳이었겠지만, 확실히 네가 기절해 있는 동안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어.”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잠깐, 그럼 그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잖아?”
“……뭐, 확실히 그놈의 행동 패턴을 생각해 본다면…….”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하는 듯하더니 툭 내뱉었다.
“무슨 일이 생긴 정도가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답시고 아마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렸을 확률이 높아.”
“……뭐라고?”
김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눈동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도 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
“지금 그 말을 듣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게 말이 돼?”
“내가 말했잖아? 그놈의 행동 패턴을 생각해 봤을 때의 확률이라고.”
“……거의 100%의 확률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어, 확실히 좀 그렇긴 하지, 적어도 그 녀석의 목적이 변하지 않았다고 치면 그놈은 또 한 번 세계를 멸망시킨 다음에 다시 만들려고 할 테니까.”
“…….”
“그래도 아직 네 탑은 괜찮을 거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아는데?”
“혹시나 싶어서 그곳에 나름대로의 장치를 해놨거든.”
“……장치?”
“그래, 원래라면 최악의 수를 상정해 두고 만들어 둔 장치지.”
“그건 또 뭐야?”
“지금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만들어 둔 거야. 네가 너무 날뛰어서 관리기관이 먼저 움직여 탑을 박살 내 버린다면 지금처럼 네 영혼이라도 챙겨보려는 심산으로 알림 장치를 만들어 뒀거든.”
후후, 하는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입을 여는 눈동자를 보며 김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아까부터 생각하는데 그냥 처음부터 말하면 안 돼?”
“뭘?”
“그냥 확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네가 51번 탑에 알림장치를 해놨다는 것 먼저 이야기하라는 소리야.”
“너무 사소한 걸 신경 쓰네. 아무튼, 아직 네가 있던 곳이 박살 나지 않았으니 다행이잖아?”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긴 한데…… 혹시 그곳에 메시지 같은 걸 보낼 순 없나?”
김현우의 물음에 눈동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왜?”
“당연히 내 힘이 드니까. 만약 평소 같았더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메시지 정도는 남길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저것 때문에 무리야.”
눈동자는 턱짓으로 빛나고 있는 구체를 슬쩍 가리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에 덤으로 내가 직접 밖의 상황을 보고 오는 것도 무리야. 그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힘이 드니까.”
한마디로-
“지금 상황에서 너랑 내가 밖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없다고 보는 게 좋아. 정말 무리해서라면 밖의 상황을 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럼 반대로 네가 힘을 얻어서 밖으로 나갈 때까지가 오래 걸리겠지.”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눈동자의 물음에 김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중얼거렸다.
“……우선은 그걸로 만족해야겠네.”
사실 김현우에게 있어서 그 사실은 한정적이지 않았다.
전부.
어차피 김현우에게는 그 51번 탑이, 그중에서도 9계층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필요한 정보를 전부 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빛나는 구체를 바라봤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뭔데?”
“저 수련은 어느 정도 걸리는 거야?”
“저거? 글쎄?”
“글쎄 라니?”
“나도 잘 모르겠어. 애초에 너 말고 저걸 할 사람은 예전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거니까. 오직 너만 하는 거야. 근데 내가 어떻게 걸릴 시간을 알겠어?”
“……그럼 대략적으로라도 찍어 맞출 수 없어?”
“당연하지. 그래도…… 굳이 예상을 해보라고 한다면 네가 하기에 따라 수련의 시간은 천차만별로 바뀔 거야.”
뭐- 저번에도 말했듯 애초에 수련처럼 네가 거창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녀는 짧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된 것 같으니까 우선 가보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김현우가 따라오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빛이 나는 구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김현우는 그런 그녀를 따라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겼다.
이전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는 별빛과도 같은 구체.
“자, 그럼 준비도 끝났으니까 본격적으로 한번 시작하자.”
“어떻게 하면 되는데?”
“간단해. 그냥 다가가서 저 빛나는 구체를 쥐기만 하면 돼.”
“……그러면 수련이 시작된다는 의미지?”
“그렇지.”
“저 안에서 뭘 하게 되는데?”
김현우의 질문.
그에 눈동자는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내내 말했잖아? 네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니까?”
그냥-
“너는 느끼고, 또 깨닫기만 하면 돼.”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의 등을 툭 밀었고.
“…….”
김현우는 자신을 구체 앞으로 밀어 넣은 그녀를 한번 바라본 뒤, 곧 망설임 없이 빛나는 구체를 움켜쥐었다.
xxxx
관리기관의 관저.
두 달 전에 폐허가 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는 관저의 안쪽 방에는 노네임이 있었다.
툭- 툭-
언제나 자신이 앉아 있던 가죽의자에 앉아 책상을 툭툭 두들기는 노네임.
“흐음…….”
그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책상 위에 띄워져 있는 거대한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떠 있지 않은 자그마한 홀로그램창.
그래, 노네임이 보고 있는 홀로그램창에는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칙칙한 칠흑뿐.
그러나 노네임이 화면에 띄워놓은 그곳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번 탑이 있었던 곳이었다.
“…….”
화면만 봐서는 그 흔적조차도 완전히 말소되어 버린 탑.
그러나 노네임이 굳이 그곳에서 화면을 돌리지 않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아직도 그곳에 마력의 유동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저번과 같군.’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리며 탑을 만들기 이전, 자신이 양식장을 운영할 때 겪었던 일을 상기했다.
그때도 그는 그년의 끄나풀을 잡으려고 했었으나 그 녀석들이 이런 식으로 숨어드는 바람에 결국 티르에게 일을 맡겨 끄나풀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냥 놔둘까.’
사실 그년의 끄나풀이라고 볼 수 있는 김현우가 자신의 손에 죽은 시점에서 51번 탑은 업을 잘 수급할 수 있는 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노네임은 세계를 파괴하기로 한 그 시점에서 망설임 없이 51번 탑을 그 자리에서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허나 그렇게 탑을 날려버려도 그 일부분은 그가 예전에 한 번 겪어봤던 식으로 그 위치를 숨겨 버렸고.
게다가 저런 식으로 완전히 좌표를 바꾸어 숨어버렸다면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노네임은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역시 그냥 놔두기에는 조금 거슬리는데.’
노네임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
그는 그 덕분에 지금 두 달째 이미 진작에 밀어버렸어야 하는 다른 탑들을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던 노네임은 문득 묘안을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묘안’이라기보다는 쓸데없는 것을 처리하고는 싶지만 더 이상 깊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 세월이 만든 나태함이 불러들인 생각이었다.
xxxx
휜 구체를 붙잡자마자. 김현우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시야가 아무것도 볼 수 없도록 새하얗게 물드는 것.
그다음으론 그의 감각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모든 것이 하나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 그 공간.
허나 자신의 감각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두려움과 불안함보다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자체도 까먹을 정도로 평온한 공간에서,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무엇인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볼 수 있었던 첫 번째 풍경.
‘……?’
그것은 군대였다.
엄청난 숫자의, 아무리 끝을 본다고 하더라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숫자의 군대.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회색의 도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
김현우는 곧 시야가 명확하게 확보되자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
남자는 포위당해 있었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만이라는 숫자가 가볍게 넘어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군대에.
그러나 그런 압도적인 수의 차이를 앞에 두고서도 남자는 의연했다.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오히려 그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함께 쇳소리가 초원을 진동시켰다.
수천의 군대가 한순간에 똑같이 검을 빼 들은 것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엄청난 장관이 일어난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고.
남자가 엄청난 숫자의 군대에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적막했던 초원에는 쇳소리가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포위되었음에도 그 기세를 잃지 않고 병사들을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현우는 3인칭의 시점으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정말 실제와도 같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에 김현우는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도 까먹은 채 멍하니 남자의 전투를 바라봤다.
압도적인 숫자에 밀리지 않고 무참히 병사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남자의 모습.
검을 들고 돌격하는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화살이 날아와도 그것들을 받아쳤고.
리치가 긴 창이 날아와도 그것을 발재간으로 재치고 창병들을 도륙했다.
죽이고-
죽이고-
죽인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김현우는 깨닫지 못했다.
다만, 김현우는 순간 자신이 압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저 남자가 보여주는 것은 김현우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병사들은 숫자가 많고 그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병사들과 다르게 상당히 강했으나 그럼에도 김현우가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압도되었고, 곧 그것에 의문을 느꼈다.
어째서?
한번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고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자 김현우는 너무나도 쉽게 그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김현우의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전혀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서 김현우는 몇 번이고 재확인을 해봤지만 남자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그 압도적인 군세를 홀로 도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
-그의 시야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