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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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몇 번이나 말했지만, 덤비지 마라(1)아레스 길드의 본사 꼭대기 층.
강남의 뷰가 한눈에 보이는 그곳에서 흑선우와 우천명은 앉아 있었다.
흑선우는 말없이 강남의 뷰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우천명은 그런 흑선우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간의 정적.
흑선우가 말했다.
“유병욱은 잘 처리했나?”
“예, 잘 처리했습니다.”
현재 아레스 길드 내부의 상황은 인사이동 기간이 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폭풍전야와 같은 상태였다.
이유는 바로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의 지부장인 흑선우의 분노.
그의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기라도 하는 날엔 인사이동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시간문제고 어쩌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사원들은 흑선우의 시선을 무서워했다.
“어떻게?”
“…예?”
“어떻게 처리했냐고 묻잖아?”
흑선우가 순식간에 인상을 팍 쓰며 입을 열자 우천명은 급하게 고개를 숙이곤 입을 열었다.
“우선 흑선우 지부장님이 아레스 길드내의 자산을 횡령했다는 명목으로 유병욱부- 아니, 유병욱을 해임하고 나서….”
“본론만 말해! 본론만!”
“…지금 현재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유병욱은 죽이지 않고 지하 벙커에 감금만 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후 3, 4달 정도 이슈가 없으면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한껏 히스테릭을 부리는 흑선우의 성질에도 욱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한 우천명.
흑선우는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독점 던전 인수권은 어떻게 됐지.”
“김현우 헌터가 요구한 건 서울 의정부에 있는 초급 던전 두 곳과, 홍대 쪽 던전 한 곳, 그리고 강동구 쪽 던전 두 곳입니다.”
“이런 개새끼….”
우천명의 말에 그는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유병욱이 자료를 모아 시작한 김현우를 죽이기 위한 공격은 지금 아레스 길드에게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다른 초급 던전은 아레스 길드에도 아직 있었다.
부산지역에도 있고, 전국에 걸쳐 있는 초급 던전의 개수는 아직 5개 정도로 충분했다.
문제는 독과점 형태가 깨져 버린다는 것.
아레스 길드는 처음 한국에 진출하며 어마어마한 돈을 뿌렸다.
정부에 뿌리고, 헌터협회에 뿌렸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온 다른 해외길드와 한국 내에 존재하던 길드들을 찍어내리고 돈과 인해전술의 위력으로 던전을 독점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처음에야 초급 던전에 여러 가지 문제가 걸리기도 했다.
허나 그것은 돈을 뿌리는 것으로 충분히 무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급 던전을 차지하는데 뿌린 돈.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독과점의 형태가 5년 이상은 더 유지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툭툭툭툭툭-
흑선우가 발을 덜덜 떨며 짜증을 냈다.
그의 머릿속에선 이 난관을 빠져나가기 위한 수많은 다른 수가 떠올랐으나, 그 모든 것이 이 난관을 완전하게 해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최근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재앙’을 쓰러뜨리며 더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된 김현우 덕분에 안 그래도 쓸 수 있던 방법의 폭이 더더욱 줄어버렸다.
한참이나 다리를 떨며 초조하게 생각하던 흑선우는 이내 떨던 다리를 멈추고는 강남의 뷰에서 눈을 돌려 우천명을 바라봤다.
“…우 부장.”
“예.”
“…그 개자식이 말했던 던전들 전부 독점 넘겨줘.”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우천명의 말에 흑선우는 이빨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가 아니야, 어차피 해야 한다. 김현우에게 사회적으로 무슨 방법을 쓰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
“…….”
“그러니까 우선은 넘겨준다, 어쩔 수 없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우선은 김현우에게 던전을 넘겨주고-”
흑선우는 입을 열었다.
“판데모니엄을 불러와.”
“…판데모니엄을 말입니까?”
판데모니엄, 그들은 실질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허나 그 이름을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판데모니엄’이란 이름은 평범한 이름이 아니게 된다.
공포스러운 이름.
‘판데모니엄’은 그 이름과 출저를 아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무한한 공포를 선사해 주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이름 ‘판데모니엄’은 어느 한 용병 집단의 이름이다.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전부 ‘머더러 헌터’.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판데모니엄’에 소속된 모든 머더러 헌터들은-
“아마 김현우 그 녀석이라도 100위 권 내의 ‘머더러 헌터’들이 달려들면 어쩔 수 없을 거다.”
지금은 ‘머더러 헌터’가 되어 순위권에서 빠져 있었으나 판데모니엄의 헌터는 모두 S등급 상위권 100위 안에 들어 있던 ‘헌터’들이었다.
그렇기에 ‘판데모니엄’이라는 이름은 아는 사람에 의해 두려움을 샀다.
제대로 된 대가만 지불한다면 그들의 임무 성공률은 100%에 육박했으니까.
흑선우의 말에 일어난 잠시간의 정적, 우천명은 곤란하다는 듯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부장님, 판데모니엄을 부르려면 예산이 부족합니다.”
판데모니엄이 그런 악명을 떨친 만큼, ‘판데모니엄’을 부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돈이 필요했다.
한 번에 100억? 그 정도면 우습다.
그들은 암살할 대상을 보고 가격을 책정한다.
더 웃긴 건, 그 암살할 대상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암흑 용병단을 10번 정도나 고용할 수 있는 돈을 받아 간다는 게 문제였다.
“부족한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해 주지.”
흑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우천명을 바라보곤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해 우 부장, 지금 당장은 그 머저리를 잘라낸 것으로 대부분의 화살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화살대는 우리를 향해 돌아선다.”
그전에-
“해결해야 해. 그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곧바로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빠.”
“왜”
“…진짜 TV 출연할 거예요?”
“나는 하면 안 되냐?”
“오빠 하는 꼴을 보면 좀…….”
“야! 내 꼴이 어때서!?”
검은색 츄리닝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이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꼴이 TV에 출현하기 좋은 꼴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 그럼 여기서 뭘 더 해야 하는데?”
“다른 옷은요?”
“다른 옷은 불편해. 그리고 이거 츄리닝 아니거든? 뒤에 모자 달린 거 안 보이냐?”
김현우는 자신의 뒤에 달려 있는 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뭔 차이인데요?”
“이거 나름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이거든?”
“후…….”
김현우의 말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이서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다른 옷은 왜 안 입어요? 제가 이번에 TV출연한다고 옷도 다 따로 보내줬구만.”
“그건 너무 불편하더라.”
김현우는 이서연이 김시현의 집으로 보내준 정장과 수많은 옷들을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이서연이 그의 신체 사이즈는 어떻게 안 건지 입는 옷마다 사이즈가 턱턱 맞아 떨어졌다.
그럼에도 결국 김현우는 결국 옷을 입지 않고 오늘 김시현와 이서연, 한석원이 참가하는 TV 프로그램 ‘헌터를 알다’의 대기실에 왔다.
“아니! 니트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아무튼 불편해.”
물론 김현우도 이서연의 배려에 옷을 입을까 고민하긴 했으나, 너무 불편해서 관뒀다.
탑에서 지낸 12년 동안 그는 거의 상의는 입지도 않다시피 했고, 하의도 거의 다 헤진 하의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12년 동안 살다가 밖으로 나와 보니 지금 스타일의 옷은 너무 딱딱 맞아서 입기가 불편했다.
현재 김현우에게 편한 옷은 한국 회사에서 나오는 츄리닝뿐.
그렇게 김현우와 이서연이 옷을 빌미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자 대기실의 문을 열고 한석원과 김시현이 들어왔다.
“형 이제 10분 뒤면 나가서 준비해야 해요.”
“엉.”
김현우가 천마를 잡고 한국에 귀국한 뒤부터 8일째, 그동안 김현우에게는 나름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아레스 길드에서 구했던 홍린을 바로 중국으로 보내 버린 것, 그녀는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보은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김현우는 절대로 나를 찾지 말라는 소리를 몇 번이고 그녀에게 말해 돌려보냈다.
그다음으로는 드디어 아레스 길드에게 전에 이야기 했던 길드 독점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언론에서는 한차례 난리가 터졌었다.
뭐, 그것도 아레스 길드에서 언론 통제를 기가 막히게 하는지, 하루가 지나서는 더 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허나 독점 던전에 관한 언론이 죽었다고 해서 김현우에 대한 인기가 식은 것은 아니었다.
김현우가 8일 전 게이트에서 했던 발언들은 그대로 인터넷에 올라갔고, 확실한 반응을 끌어냈다.
그중에는 나쁜 쪽에 대한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좋은 쪽의 반응이 압도적이었기에 나쁜 쪽의 반응은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
그리고 곧 시민들의 관심은 김현우의 마지막 이야기로 집중되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나중에 어디 TV나 따로 회견 열어서 질문 받겠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김현우가 어느 TV프로그램에 출현할지 관심을 모았고, 그때를 맞춰 각종 TV 프로그램은 김현우에게 오퍼를 보냈다.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좋은 조건의 오퍼.
말 그대로 김현우는 그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 소리를 했던 것뿐이었으나, 그 자그마한 이야기는 기자에게 부풀리고 부풀려져 너무 거대해졌다.
“현우야, 이제 방송 준비해야 한다. 가자.”
“응.”
물론 김현우가 진짜 세간의 관심을 위해서 이렇게 직접 방송 출연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들어온 오퍼를 보다보니 돈의 액수에 혹해서 결정했고, 거기에 덤으로 할 말도 있어서 신청한 것뿐이었다.
물론 김현우에게 오퍼가 들어온 돈은, 지금까지 그가 받은 돈보다 적은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의 눈에는 여전히 커 보였다.
그렇다. 아직까지 김현우는 물가의 괴리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거대한 돈은 너무 현실감각이 없어서 그저 그렇게 느끼고 자신에게 대충 감이 잡힐 정도의 금액은 입을 떠억 벌리면서 좋아했다.
김현우는 대기실을 넘어 세트장으로 가자마자 그 안의 스태프에게 인사를 받았다.
김시현이 미리 이야기를 해 놓았는지 사인 권유는 하지 않았다.
“아! 안녕하세요!”
“아, 예.”
김현우는 눈앞에 잔뜩 꾸미고 나온, 최근 한국에서 아이돌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 ‘이해영’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그런 김현우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곧 스타트 사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짧은 스타트라인 시간에 김현우는 PD에게서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들었다.
“예.”
아무튼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대충 욕하지 말라는 소리인 것 같아서 김현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리고 곧 방송이 시작되었다.
방송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게 진행되었다.
이미 이 방송을 15회차 넘게 끌고 가고 있는 길드장들은 완전히 방송인이라도 되는 듯 여유롭게 입을 놀렸고, 그것은 MC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놀랍게도 TV출연이 처음인 김현우도 마찬가지로 그들 속에 녹아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갔다.
정말 매끄러운 진행.
방송 초보라고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끔가다 입에서 나오는 욕설을 빼면 이야기가 잘 이어나가지는 것에 PD는 놀랐다.
물론 그것은 김현우가 별다른 긴장을 하지 않아서였지만, 애초에 탑에서 벌였던 유일한 치부 빼고는 자신이 개지랄했다고 해도 당당해질 수 있는 김현우였기에, 카메라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생방송에 김현우가 몇 번이나 욕설을해서 방심위에 권고 조치를 먹을 예정이었으나, PD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권고 조치야 한번 먹고 말면 되는 거고 시청률이 억 소리 날 정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기 전, 마지막 김현우의 말-
“제가 길드를 만들었는데, 길드원을 모집하기 위해 TV에서 공고를 띄우려 합니다.”
‘끄아아아아!!!!!! 이번 실검은 우리 거다!!!!!’
그의 말과 함께, PD의 소리 없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