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경험을 얻는 것 (3)
서울 길드 꼭대기 층에 있는 길드장 집무실.
[그럼, 아무래도 지원은 당장 힘든 것 같군.]
“예, 죄송합니다.”
[아닐세. 지금은 어느 쪽이라도 힘들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말일세.]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리암의 목소리.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김현우 헌터는 아직 미궁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리암의 물음.
김기현은 대답했다.
“……예,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스마트폰 너머로 전해지는 침묵.
[알겠네. 그럼 이만 끊도록 하지. 만약 김현우 헌터가 돌아오면 곧바로 연락을 좀 줬으면 하는군]
리암의 말에 김시현은 짧게 답을 하며 끊었고.
“후…….”
그는 곧 깊은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 pc에 떠올라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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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번 몬스터 대재앙 사태 요약해 준다.
글쓴이 : 다엎드려라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최근 들어서 던전과 미궁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건 다 알고 있을 거임.
그것도 헌터들이 분명히 끊임없이 보스를 잡아서 던전 쿨타임을 돌리고 있는데도 그런다는 거지 ㅇㅇ…….
솔직히 한 1~2주 정도만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고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거의 한 달째 몬스터웨이브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아직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거임.
게다가 당장 한국에야 헌터들이 많아서 이 몬스터 대재앙 사태가 일어나도 어느 정도는 괜찮지만 외국 쪽, 특히 인도네시아랑 이란 쪽은 헌터가 부족해서 지금 지원받고 나서도 완전히 정부가 위태위태 하자너?
땅덩어리 큰 중국이나 미국, 그리고 여러 다른 나라들도 전부 애를 먹고 있고.
게다가 지금 같은 추세로 던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는 소리다.
자, 다 알아들었지?
알아들었으면 지금부터 요약 간다.
1. 지금 당장.
2. 땅을 팔아서 하고 싶은 거 전부 해라.
3.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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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820개
윤꽃길 : ㅋㅋㅋㅋㅋㅋㅋ ㅇㅈ 또 ㅇㅈ
토토로는웃고 : ㅈㄹ ㄴ 몬스터 웨이브 당장은 다 막고 있는데 뭔 개소리냐. 선동하지 마셈;;;
ㄴ 조졌따리 : ㅂㅅ 이게 어떻게 선동이지? 지금 몬스터 웨이브 일어나고 나서 전 세계 경제 나락으로 처박히고 집값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거 모름? 지금 서울 특정한 곳은 집값 반토막 이상으로 나버렸던데.
ㄴ 토토로는웃고 : 그건 한번이라도 몬스터 웨이브에 뚫렸던 곳이고 ㅋㅋ 아직 다른 곳은 괜찮음
ㄴ 조졌다리 : 아니 ㅅㅂ, 그럼 지금 던전이 늘어나고 몬스터 웨이브가 늘어나고 있는데 곧 있으면 집값 다 떨어진다는 소리랑 뭐가 다르냐고.
총총 : 뭐, 암튼 그건 그런데 요즘들어 김현우는 왜 안보임? 엄청 조용하네. 얼굴 한번 보여줄 때 됐는데.
ㄴ 내일모래자책감MAX : 그러게 저번에 누가 글쓴 거 보니까 무슨 미궁 들어가서 아직 안 나온 것 같다고 하던데.
ㄴ 총총 : 미궁 들어갔다가 안 온 것 같다고? 그냥 죽은 거 아님?
ㄴ 성애자 : 병신ㅋ 김현우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냐. 생각좀 해라.
ㄴ 총총 : ???? 왜 갑자기 욕질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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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네.”
조금 전까지 PC에 출력되던 글을 읽고 있던 김시현은 금방이라도 눈을 감아버릴 듯 피곤에 찌든 눈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한 댓글에 집중했다.
총총 : 미궁 들어갔다가 안 온 것 같다고? 그냥 죽은 거 아님?
“……나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제는 꽤 예전이 되어버린 일을 상기했다.
‘김현우는 죽었느니라.’
느닷없이 하남에 돌아온 야차의 첫마디.
그 한 마디 말에 의해 모두는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미령과 하나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야차에게 달라붙어 몇 번이고 김현우의 행적을 다시 물어왔고, 그 자리에 있던 손오공과 청룡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없었다가 뒤늦게 이야기를 들었던 이서연과 한석원도 마찬가지.
물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착잡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들도 미령과 하나린처럼 야차에게 물어 볼 것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게 정말이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누구에게 죽었느냐?
당장 김시현이 김현우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올랐던 여러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들이 굳이 물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
-더 이상의 물음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야차의 얼굴이 너무나도 슬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러운 김현우의 죽음 선언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참 어색해져 있을 때, 재앙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에는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년마다 일어나는 의례행사처럼 길드 중에서 던전을 소홀히 관리한 이들이 나왔다고 생각했을 뿐.
허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시현은 이 사태가 단순히 길드의 관리 소홀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몬스터를 처리했음에도 던전 밖으로 몬스터가 흘러나오는 몬스터 웨이브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당장은 괜찮았다.
적어도 지금의 헌터들은 예전 헌터들보다는 질적으로 크게 상승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힘들어.’
당장 맨 처음만 해도 괜찮았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들은 점점 힘겨움을 느꼈다.
‘……쉴 시간이 없을 정도라니.’
헌터는 결국 이능력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힘을 다루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허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이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면?
‘…….’
당장에는 괜찮겠지만 지치는 헌터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버티기가 힘들어질 것이었다.
‘당장 패도길드와 암중비약이 뒤에서 나름대로 활약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언제 지칠지 모른다.
‘게다가 몬스터 웨이브가 이렇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도 찾지 못했고…….’
그야말로 첩첩산중.
일이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김시현은 막막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키배가 벌어지고 있는 pc를 바라보며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다 문득 생각했다.
‘이럴 때 형이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 의문형이 아니라 확신형이어야 했다.
아마 형이 있다면 이 상황은 무조건적으로 달라졌을 터였다.
그 사람은 한 줄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어떻게든 일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없는 사람을 찾아봤자 되는 것이 없다는 걸 김시현은 잘 알고 있었기에-
덜컥!
“길드장님! S급 던전인 지옥성지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바로 출발하자.”
“예!”
-그는 김현우가 했던 것처럼, 어떻게든 발버둥치기 위해 노력했다.
xxxx
시점이 바뀌었다.
이전번이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시점이었다고 치면.
이번에는 1인칭으로 김현우는 누군가의 시점을 보고 있었다.
눈앞에 병사들이 쉴 새 없이 도륙 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그 남자일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 김현우.
그는 왜 갑작스레 시점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내 자신이 조금 전 보았던 남자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노력했고.
‘씹…… 제대로 안 보이잖아?’
김현우는 눈의 움직임이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짝 손을 내려 움직임을 보려 해도 남자는 자신의 움직임이 아니라 달려드는 병사들을 보고 있었기에 김현우는 남자의 움직임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허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그 순간순간 짧게 손과 발이 보이는 남자의 움직임을 캐치할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기는 했으나, 분명 보이기는 했다.
그렇게 남자의 움직임에 집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이 그대로 재현되면 좋을 것 같은데.’
김현우는 그리 생각하며 일말의 아쉬움을 느꼈다.
아무리 슬쩍슬쩍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체 동작이 아닌 순간 동작일 뿐이었기에 남자의 움직임을 자세히 파악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번엔 남자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 보다는 병사들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병사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이 남자가 어떤 식으로 그 공격을 받아내는지를 김현우는 두 눈으로 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김현우가 보는 방법을 바꾸자마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병사의 창이 남자의 머리를 향해 찔러 들어오고 양쪽에는 두 남자가 각각 사선으로 검을 내리쳐 양팔을 노린다.
그 이외에도 시간차를 노리고 들어오는 수십 개의 병장기들.
각각의 리치나 특징도 다른 무기들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남자의 몸.
자신의 머리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병사의 창을 붙잡은 남자가 창을 왼쪽으로 움직여 검을 막고 곧바로 쥐고 있는 검을 크게 오른쪽으로 돌려 우방과 후방을 노리던 병사를 처리한다.
그 뒤로도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검로.
시간차를 두고 달려오던 병사들이 그의 검에 의해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끝없이 달려드는 병사들과.
끝없이 검을 휘두르는 남자.
사람의 몸은 하나고.
그가 들고 있는 검 또한 하나였다.
한 손바닥으로 열 손바닥을 막을 수 없듯. 그가 들고 있는 검 하나로는 병사들의 검을 모조리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허.’
그는 해내고 있었다.
마력도 사용하지 않은, 그저 순수한 육체를 이용해 마력을 이용하고 있는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김현우는 그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
그는 어는 순간, 자신의 촉각이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깨닫게 된 이유는 바로 날카로운 압박감 때문이었다.
순간적이지만 숨을 삼키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압박감은, 고작 촉각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온몸을 찌르는 듯한 소름 돋는 살기로 김현우의 정신을 헤집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다시 한번 남자를 경외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압박감 속에서, 이 정도로 움직인다고?’
이 초원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살기가 남자에게 꽂힌 것만큼 가해지는 압박은 엄청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남자는 움직이고 있다.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 남자의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검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남자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느껴지는 근육의 움직임.
남자의 시선이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지.
남자가 무엇을 위해 병사들의 공격을 일부러 회피하지 않고 막는지까지.
김현우는 어느새 남자의 시선으로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
김현우는 자신의 후각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을 깨달았다.
제일 처음 나기 시작하는 것은 비릿한 혈향.
그리고 은은히 나는 풀내음.
그다음으로는 곧바로 미각이 느껴졌다.
입안에서 나는 비릿한 철의 맛.
마지막으로-
“아…….”
김현우는, 자신 스스로가 검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