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경험을 얻는 것 (4)
모든 것이 느껴진다.
당장 김현우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처리하지 못한 수천의 병사들이 달려들고 있고.
그의 몸은 수천이 내보내는 진득한 살기와 마력으로 인해 극도로 민감해져 있다.
후각은 저릿한 혈향과 모순되게 묘하게 올라오는 풀 내음을 맡고 있으며.
또한 미각은 슬슬 지치기 시작한 남자의 비릿한 철분 맛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까아아앙!
검이 부딪힐 때마다 나는 거대한 철 소리는 분명히 김현우의 귓가에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촤악!
김현우- 아니, 남자의 검이 병사의 몸을 사선으로 갈라 버린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병사.
아까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표정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휘둘러지는 검.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김현우는 더더욱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남자의 시선으로 전장을 보며 그의 행동을 보는데 집중했다.
허나 지금은?
깡! 촤아아악!
김현우는 그런 것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는.
“흡!”
완전히 그 남자가 되어 버린 것처럼,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특별한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남자, 아니- 김현우는 검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도륙해 나간다.
그의 마음속에 들어차던 경외심도 사라지고.
마찬가지로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눈도 서서히 진정된다.
그저 김현우는 한 번도 제대로 휘둘러본 적이 없는 검을 이용해 병사들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이 몸을 움직이는지, 아니면 남자가 이 몸을 움직이고 있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완벽하게 동화한 김현우.
그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고, 그 마지막에-
“……후.”
김현우- 아니, 남자는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 위에 홀로 서 있었다.
거친 심장소리가 김현우의 청각을 울리고.
초원에 가득 들어차 있는 시체가 김현우의 시야에 담긴다.
너무나도 많이 휘둘러 덜덜 떨리는 손의 촉각이 그의 몸에 닿고.
풀 내음이 사라진, 진득한 혈향만이 남은 냄새도 마찬가지로 김현우의 코에 담긴다.
그리고 그 순간-
“……!”
김현우는 자신 앞에 보이던 세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때, 어렵지 않지?]
모든 것이 지독할 정도로 현실감 넘치던 세계가 한순간에 깨짐과 함께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조금 생각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했다.
“뭐, 할 만하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김현우는 눈동자가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상황을 보여줬는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업을 얻을 수 있다니…….’
김현우는 아직도 자신의 손에 남아 있는 검의 감촉을 느꼈다.
분명 그것은 눈동자가 만든 특수한 상황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그 상황에서 남자에게 동화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업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쌓아 온, 그만의 업을.
[그렇지?]
공간에서 전체적으로 울리는 목소리.
눈동자는 대견하다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이야~ 그래도 처음에 이렇게 바로 감을 잡고 동화할 줄은 몰랐어. 솔직히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래?”
[그럼! 너야 맨 처음에 성공해서 그런 거지, 다른 사람들한테 시키면 애초에 제대로 하지도 못할걸?]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고개를 갸웃했다.
말 그대로 김현우는 눈동자의 말대로 맨 처음에 동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눈동자는 빙글거리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뭐 네가 빠르게 동화한 이유도 내 ‘눈’이 있어서 그런 거지만.]
“……네 눈?”
[그래, 뭐 사실 내 눈이 아니어도 네 재능은 솔직히 상당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그 정도로 빠르게 다른 사람의 생에 동화되어 업을 빨리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
확실히 생각해 보면 눈동자는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아니, 정확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의 눈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이렇게 쉽게 져도 되냐는 소리를.
“네 눈이라는 게 정확히 뭔데?”
김현우의 물음.
그에 눈동자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되물었다.
[……설마 눈치도 못 채고 있던 건 아니지?]
“그러니까 어느 부분에 대해서 말이야?”
또 한 번의 물음.
그에 눈동자는 순간 말이 없어졌으나, 이내 이야기했다.
[배우지 않았던 기술을 사용한 적 없어?]
“……배우지 않았던 업?”
[그래. 말 그대로야. 기억나는 게 몇 개 있을걸? 아니 어쩌면 몇 개 정도가 아닐 것 같은데?]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고, 이내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천마랑 싸웠을 때?”
[그때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내 힘보다는 네가 당장 마력을 얻고 나서 무작정 마력을 형상화 한 것뿐이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네가 ‘눈’을 사용한 건 지금의 야차…… 그러니까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상대할 때부터지.]
“…….”
[뭐, 솔직히 너라면 그렇게 깊게 생각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좀 이상하지 않았어? 수라무화격인가 뭔가 하는 기술을 쓸 때 말이야. 너는 분명 마력의 형상은 변화시킬 수 있어도 형질은 변화시킬 수 없었잖아?]
확실히, 눈동자의 말대로 김현우는 단 한 번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하는 게 가능했기에 했을 뿐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의문조차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지금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애초에 그때 당시의 김현우는 절대로 마력을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네가 무신(武神)을 상대했을 때는 어때?]
“무신을 상대했을 때?”
[그래, 네가 무신을 상대했을 때도 그렇잖아? 너는 그저 무신이 사용하는 무공을 본 것만으로도 자기 멋대로 무공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어.]
“아.”
[뭐, 물론 그건 실제로 무신이 사용하는 무공처럼 효율이 좋지도 않고 마력의 분배도 제각각이었지만, 아무튼 그건 네가 무공을 단 하나도 모를 때 사용했던 진짜 ‘무공’이지.]
“…….”
[그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무공을 본 적도 없고, 또한 쓴 적도 없어. 그런데 무신과 싸우는 그 순간, 그 무공들을 단순히 본 것만으로 따라한다? 그 녀석이 투자한 시간이 담긴 무공을?]
“……확실히.”
[그게 바로 네가 가지고 있는 ‘눈’의 힘이야. 나처럼은 아니더라도 그 눈은 다른 사람의 ‘업’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지.]
게다가 너처럼 조금 재능이 있다면-
[그 업을 미흡하게나마 따라 할 수도 있고 말이야. 뭐, 이건 내가 말했다시피 눈 말고도 나름대로의 재능이 필요한 거긴 하지만.]
눈동자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첫 동화를 이 정도로 빨리 끝냈다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겠는데?]
“……그래? 지금 내가 이 동화를 끝내는 데 어느 정도 걸렸는데?”
[대충 1분에서 2분 정도 걸렸네.]
“……그렇게 짧다고? 분명 내가 체감한 건 최소 3시간은 된 것 같은데.”
[내가 설마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만들었겠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정신 가속을 넣었지. 청룡이 제시한 수련을 하는 걸 보니까 100배 정도의 정신 가속도 끄떡없던데?]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다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근데 너는 어떻게 그걸 전부 알고 있어? 나를 항상 보고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네 영혼을 데려오면서 이번 기회에 네 업을 쭉 훑어봤거든.]
“그런 것도 가능해?”
[그런 것도 가능해. 거기에 덤으로 조금 노력해서 네 취향도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었지.]
“……갑자기?”
김현우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재미있다는 듯 웃는 눈동자는 이야기했다.
[아무튼, 정신 가속 덕분에 시간 활용도는 극상이야. 너한테는 이득이지.]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다른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앞으로 아까 전에 했던 동화는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건데?”
[아직 많이 남았어.]
“어느 정도나?”
그의 물음에 눈동자는 잠시 무엇인가를 뒤적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묘한 신음을 터트렸다.
[아.]
“왜 그래?”
[아니, 생각보다 숫자가 작아서. 이거라면 진짜 빨리 나갈 수도 있겠는데?]
“몇 명인데?”
[27220명]
“……뭐라고?”
[……27220명이라고, 아 미안, 실수했어.]
“실수……?”
[조금 전에 한 명 처리했잖아? 이제 27219명 남았네.]
“…….”
김현우는 왠지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xxxx
천계의 거대한 신전.
그곳에서 가브리엘은 한 남자와 대면하고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
그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가브리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51번 탑을 전부 처리해라.”
“…….”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그저 일방적인 명령.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아래에 있는 자에게 하달하는 명령이었다.
허나 그런 고압적인 태도에도 가브리엘이 아무런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대답이 없군. 네 뒤에 있는 것들처럼 되고 싶은 건가?”
“……아닙니다.”
바로 가브리엘의 뒤에 있는 수많은 천사들의 시체 때문이다.
누가 보면 천계에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신전 여기저기는 천사들의 시체가 있었다.
어떤 것은 그로테스크하게 죽어 있는 시체부터 시작해 온갖 다양한 시체들이 신전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바로 가브리엘의 동료라고도 할 수 있는 대천사들의 시체도 마찬가지였다.
‘관리기관은 괴물이란 말인가……!’
가브리엘은 자신의 앞, 원래라면 루시퍼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그의 모습을 슬쩍 바라보며 생각했다.
처음 그가 관리기관 소속임을 밝혔을 때, 천사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들킨 줄 알고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상황이었다.
‘……대천사는 나를 빼고 전부 사망. 탑주들은 여섯 정도가 살아남았지만…….’
고작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천사들은 전력의 50%를 그대로 허공에 증발시켜 버렸다.
‘괴물…….’
그렇기에 가브리엘은 본능적으로 남자에게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고.
가브리엘의 대답에 한동안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가브리엘의 앞에 다가가.
툭-
그의 어깨를 한 번 치고는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라. 너한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이야기일 테니까.”
“…….”
“51번 탑이 사라진 걸 알고 있나?”
“알고 있기는…… 합니다.”
가브리엘의 대답.
남자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51번 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았다고……?”
“정확히는 그 흔적이 남아 있지. 너는 그 탑을 찾아서 없애라. 만약 네가 그 탑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면.”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사들의 시체 너머로 걸음을 옮기며.
“지금 살아 있는 천사들은, 앞으로 있을 멸망에서 제외해 주도록 하지.”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