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경험을 얻는 것 (5)
새하얀 공간에 있는 관저의 지하,
그 안에서, 남자는 다시금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는 지하 공간을 바라봤다.
저번의 공동과는 다르게 반듯한 정육면체로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공간.
저번에 만들었던 공간과 비슷했던 점이라고는 가운데에 만들어져 있는 유리의 위치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만족했다는 듯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를 건드렸다.
웅-
남자가 건드린 곳을 중심으로 강하게 공명하는 유리.
그것은 남자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력을 있는 대로 갈아 넣어 만든, 그의 마력을 가지고도 손쉽게 깰 수 없는 유리였다.
벽도 마찬가지.
헤르메스가 자신의 뒤통수를 친 것을 떠올리며 남자는 아예 이 지하 공간 자체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깨지 못하는, 그야말로 완전한 금고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는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옆에 둘 생각은 없었으나, 혹시나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그렇기에 한동안 그 공간을 여유롭게 바라보던 남자는 곧 생각을 돌려 자신이 조금 전에 만나고 왔던 천사와 정령, 그리고 악마 진영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그 녀석들이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인가.’
뭐, 사실 자신이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을 고작 그런 녀석들이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지.’
-‘혹시’의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그리고 두 번째로는 어차피 그 좌표 어딘가에 숨어버린 녀석들을 찾지 않는 이상 그들을 잡을 수 없었기에, 남자는 그들에게 51번 탑의 잔재를 맡긴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원하는 선물 또한 주었으니. 효율 또한 나쁘지 않을 테지.’
물론 남자는 협박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협박은 최선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각 파벌의 기를 팍 죽여 놓은 뒤, 그들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시 ‘만들어’주었다.
‘뭐, 악마 쪽은 만들어주지 않았지만.’
그쪽은 힘을 이용해 그들을 찍어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반발할 뿐.
그렇기에 남자는 그들에게 딱히 무엇인가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그가 천사와 정령에게 했던 선고를 똑같이 말해주고 나왔을 뿐.
털썩-!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자신이 항상 있던 그 방으로 돌아와 가죽 의자에 앉았고.
‘그럼, 느긋하게 기다려 보도록 하지.’
이내- 그는 슬쩍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자가 그렇게 잠깐의 말미를 가지고 느긋한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때.
“…….”
“…….”
“…….”
예전, 정령 나이아드가 다른 파벌들의 수장을 초대하기 위해 만들어 놓았던 원탁이 자리한 자그마한 공간 안에는, 세 명의 파벌 대표가 둥글게 앉아 있었다.
저번과 똑같은 상황.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천사 파벌의 수장이었던 루시퍼가 아닌 가브리엘이 앉아 있는 것이었으나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 모인 것 같군.”
가브리엘의 목소리.
그에 예수와 나이아드는 그 시선을 가브리엘에게 맞추었고, 곧 그는 예수와 나이아드를 한 번씩 바라보곤 이야기했다.
“오늘 여기에 모인 것은 아마 당신들도 예상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가브리엘의 물음.
그에 나이아드는 슬쩍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관리기관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바로 관리기관에서 찾아온 그 남자 때문입니다.”
가브리엘은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여러분은 저와 똑같은 제안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만.”
“……51번 탑의 잔재를 치우라는 제안 말인가요?”
“맞습니다. 저 또한 그에게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희를 이곳에 모은 거죠? 당신도 그를 만났다면 그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요?”
나이아드의 되물음.
확실히 그녀의 의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각 파벌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까.
51번 탑을 처리한 녀석은 ‘멸망’을 피하게 해준다고.
물론 남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위에 의해서 멸망이라는 단어를 꺼냈는지 그들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이야기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이들이 그 남자의 말에 전혀 의심을 품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남자가 보여준 힘 때문이었다.
고작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탑주들과 대천사들이 무참히 쓸려 나간 모습을 보았기에, 가브리엘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이아드는 그의 말을 믿었다.
물론 아무런 피해 없이 그를 만났던 예수조차도.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한 이들만 멸망해서 살려주겠다는 말…… 말입니까?”
“그래요. 그걸 생각해 보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떠들고 있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나이아드의 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맞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하고 나서 살 수 있는 것은 이 세 파벌 중 한 곳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다르다고요?”
나이아드의 말.
그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우선, 이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정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뭐죠?”
“남자가 주는 선물, 받으셨습니까?”
“……주는 선물이라면?”
나이아드의 물음.
가브리엘은 거침없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파벌에서는 그 남자에게 ‘야훼’님을 살릴 만한 육체를 받았습니다.”
“……야훼라고요?”
“예. 그리고 아마 제 생각에 정령 쪽은 세계수를 다시 받았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가브리엘의 물음에 순간이지만 포커페이스를 깨트린 나이아드.
그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자기가 하고 있는 생각을 나이아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그 남자가 저희를 경쟁시키기 위해 그저 없는 말을 지어냈다는 건가요?”
나이아드의 물음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너무 이상하니까요.”
“……이상하다?”
“예. 이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게 이상하다는 거죠?”
“따져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구체적으로는 동기에 관한 문제입니다.”
“……동기?”
“예. 딱히 관리기관은 저희를 멸망시킬 만한 동기가 없습니다. 분명 그 남자의 힘이라면 저희를 멸망시키고도 남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동기가 부족합니다.”
“우선 저희는 딱히 관리기관과 척을 진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때에 맞춰 그들에게 업을 지급하고 정당한 대가로서 마력을 얻어 왔죠.”
“…….”
“그게 유지된 지만 수백 년입니다. 그 동안 관리기관은 어떤 불만도 없었고, 또한 어떠한 관여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관리기관 쪽에서도 딱히 불만을 느낄 상황이 없었다는 겁니다.”
나이아드의 조금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한 가브리엘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거기에 덤으로, 그 남자는 지금 저희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정령계 쪽에서 받은 건 아마 완전히 죽어 버렸던 세계수겠죠?”
가브리엘의 물음에 나이아드는 순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수긍했다.
“……아직 완벽하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맞아요.”
“만약 당신이 관리기관이라면 어차피 멸망시켜야 하는 파벌에게 그런 거대한 선물을 만들어 주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게 하진 않겠죠.”
나이아드의 긍정.
가브리엘은 슬쩍 미소를 지었으나 이내 보이지 않게 그 미소를 감추고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저는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하는 것을 각 파벌이 따로따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협업을 해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겁니다.”
어떻습니까?
가브리엘의 물음.
나이아드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였고.
“…….”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고 있던 예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가브리엘과 나이아드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각 파벌의 대표들이 모인 회의가 끝나고 난 뒤의 천계.
“……잘되셨습니까?”
“그래. 악마들은 몰라도 정령파벌은 확실하게 끌어들였다.”
가브리엘은 포탈을 넘어오자마자 물어오는 다른 탑주에게 가볍게 대답한 뒤 미소를 지었다.
‘걸렸다.’
사실 가브리엘이 나이아드를 설득할 때 제시했던 이야기들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그 실상은 전혀 분별력이 없는, 그저 순전히 가브리엘이 좋을 대로 생각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그 남자가 51번 탑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다면 파벌을 갈라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붙여 놓았겠지.’
물론 가브리엘도 그 남자가 정확히 무엇을 노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가브리엘이 굳이 자리를 만들어서까지 다른 파벌들을, 정확히는 정령 파벌을 자신의 팀에 끌어들인 이유는.
‘……정령들의 세계수만 있다면, 51번 탑의 잔재에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바로 정령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수 때문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수의 마력은 그 어느 보안이라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자신의 계획이 차근차근 맞물리는 것을 느끼며, 가브리엘은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xxxx
이를 모를 남자의 업 이후로도, 김현우는 계속해서 다른 이들의 업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 어떨 때, 김현우는 이전과 같이 초원에 있었고.
또 어떨 때는 지하에 있었으며.
또 어떨 때는 늪지에.
또 어떨 때는 지상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 있을 때도 있었다.
그 이외의 수많은 지형 속에서 김현우는 누가 보더라도 경외를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업에 직접 동화해 그들의 업을 경험하고 있었다.
“야.”
“왜?”
“……이건,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조금 전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상기했다.
기본적으로 김현우는 지금까지 여러 업을 경험했고, 그 중에는 당연하게도 인간이 아닌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어떨 때는 인간이었고.
어떨 때는 꼬리가 달려있는 아인종이기도 했으며.
어떨 때는 천사나, 그와 반대로 악마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엄청난 난쟁이가 될 때도 있었는데, 그들의 업도 김현우는 군말 없이 체험하고 경험을 얻었다.
그러나-
“흐음, 확실히 제대로 동화하지 못한 걸 보니 다시 한번 해야 할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어느 부분에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손발은 달려 있어야 할 거 아냐!?”
-아무리 김현우라고 해도, 거대한 개미에게 동화하기는 싫었다.
그것도 사람은 그냥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개미는.
김현우의 말에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인간형이 아니라 그러는 건가?”
“당연하지! 개미로 싸우는 법을 배워봤자 뭐 하냐 이 말이야!”
김현우의 말.
허나 그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걱정 마. 설마 내가 네게 전혀 필요 없는 일을 시킬 거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지만……!”
“그럼 한 번 더 해봐.”
이내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를 다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런 씹.’
김현우는 다시 개미가 된 기분을 느끼며 욕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