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경험을 얻는 것 (6)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S급 던전 ‘아크라크의 무법지대’의 외부.
“……피해는 어때요?”
“우선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것을 미리 짐작하고 길드원들을 배치한 덕분에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만…….”
이서연의 앞에 서 있던 길드원은 착잡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던전 출입구를 제한하는 건물은 다시 작업하려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나 걸릴까요?”
“원래라면 3일 정도를 예상했습니다만, 지금 당장 이 곳에 투입한 인력도 없고 아쉬운 대로 외부 인력을 고용하려 해도 요즘엔 외부 인력도 남아나지를 않아서…….”
길드원의 말에 이서연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을 기점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더 심해지네.’
물론 이런 이유를 알 수 없는 몬스터 웨이브는 두 달 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으나, 부쩍 최근에 들어서는 몬스터 웨이브의 빈도가 더더욱 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헌터 약소국은 이미 몬스터 웨이브 덕분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고 다른 국가에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강대국이라고 해도 몬스터 웨이브로 인한 피해가 심심찮게 나오는 중이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다른 국가보다는 확실히 상황이 나았으나 말 그대로 상황이 나은 것뿐,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우 오빠가 있었으면 분명 어떻게든 해줬을 텐데…….’
두통이 찾아오던 도중 저도 모르게 든 생각.
그러나 이내 이서연은 인상을 굳히더니 고개를 젓고는 머릿속의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약해질 뿐이었으니까.
“……우선 이곳은 길드 쪽 인력을 이용해 보수하도록 해요. 그리고 D급 던전 인원 차출해서 이곳에 추가로 배치하시고요.”
그렇기에 이서연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편, 한참 지구가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
푸르지만 어두운, 왠지 모순되는 느낌이 드는 공간 안에서 그녀, 눈동자는 김현우의 모습을 줄곧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신 가속했다고 해도…… 이 속도는 말도 안 되는데……?’
눈동자가 준비한 업.
그것들은 모두 그녀가 김현우만을 위해서 준비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미친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그녀가 손수 준비한 위업(偉業)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준비한 대부분의 위업들은 정말 위업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엄청난 것들이 많았다.
한 마디로, 그녀가 그 미친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모아 놓은 업은 절대로 지금의 김현우처럼 슥슥 끝낼 수 있는 종류의 업들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한 번, 아무리 못해도 최소 두 번이라.’
김현우는 달랐다.
그녀가 지금까지 내놓은 업들을 김현우는 대부분 한 번에, 한 번에 못하면 두 번 내로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
그 짧은 시간에.
그 엄청난 업들을 전부.
‘동화를 통해 그 사람의 업을 얻는다는 건 보통 쉬운 게 아닌데…….’
업은 한 사람의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은 자신의 업들을 모으고 모아 위업을 만들어낸다.
그녀가 김현우에게 내주고 있는 위업들은 모두 한사람의 일생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집약되어 있는 위업들.
한 마디로 김현우는 동화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생과도 가까운 업들을 단 한 번의 전투에 모두 흡수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런 경험을 흡수할 때는 상당한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김현우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경험을 흡수할 정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저건 순수하게 김현우의 힘이라는 소리.
‘……뭐, 특수한 상황에는 조금 당황하는 것 같지만.’
그가 이 앞으로 나타날 다른 업의 특수성 때문에 당황한다고 해도 수련은 그녀가 예상한 것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끝날 것 같았기에 눈동자는 담담히 업을 겪고 있는 김현우를 내려다봤고.
김현우는-
‘이런 씹!’
자신의 몸이 개미가 된 기분을 느끼며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완벽한 개미는 아니다.
분명 처음 동화했을 때는 시각밖에 동화하지 못해서 몰랐으나 촉각까지 동화하고 나자 김현우는 지금 자신이 동화하고 있는 이것이 완벽한 ‘개미’라기보다는 ‘개미 인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팔 다리는 있다.’
그리고 등에 개미 같은 다리가 몇 개 더 자라 있다.
그럼에도 김현우가 맨 처음 이것을 개미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그가 서서 싸우는 것이 아닌, 진짜 개미처럼 엎드려서 싸웠기 때문이었다.
등 뒤에 달린 여섯 개의 다리로 몸을 움직이거나 지탱하며 손과 발로는 마주 달려오고 있는 벌레 아인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개미.
마치 사각이라는 것이 없는 듯, 위에서 오는 공격이나 아래에서 오는 공격도 순식간에 피해내는 개미.
분명 맨 처음에는 몰랐으나, 김현우는 촉각을 느끼게 된 순간부터 개미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보이지 않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전신이 레이더가 된 것처럼 민감하다.’
그건 바로 몸에서 느껴지는 레이더 때문이었다.
분명 마력이 아닌 신체적 특성으로 보이는 개미인간의 레이더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적들을 하나도 놓침 없이 모두 포착했다.
위쪽에 둘.
좌측에 하나 .
우측 하방에 셋.
땅 아래에 여섯.
뒤쪽에 셋.
김현우의 머릿속을 순식간에 가득 채우는 엄청난 정보량.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김현우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정보량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필사적으로 그 정보들을 처리하며 개미 인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분명 자신과 동화하고 있는 이 녀석은 이 엄청난 정보를 전부 머릿속에 정리하고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김현우가 얼마나 몰려오는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을까?
그는 문득 다른 감각들이 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곧 그 상태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인간의 동기화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후…….”
동기화가 끝나자마자 한숨을 내쉬는 김현우.
‘지금까지 동기화를 하면서 피곤한 적은 없었는데.’
사실 개미인간을 제외한 지금까지의 동기화는 김현우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김현우가 동화했던 이들은 아인들이나 천사, 악마가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너무 빡센데.’
김현우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는 듯 자신의 등에 있던 것 같은 다리들의 감각을 떠올렸다.
지금이야 거의 몇 십 시간 가까이 개미인간에 동화되어 있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처음 개미인간의 촉각에 동화했을 때 느꼈던 이물감은 상당히 심했다.
“두 번째 안으로 끝내다니, 대단한데?”
김현우가 그렇게 회상하고 있자 어두운 공간 안에 들리는 눈동자의 목소리.
“혹시 다음에도 개미인간이야?”
그의 물음에 눈동자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는 콧소리를 내더니 대답했다.
“아니. 이번에는 아니야. 오히려 네가 지금까지 동화 속도가 제일 빠른 인간이야.”
“그것 참 다행이네. 그보다, 이제 얼마나 남았어?”
“벌써 그걸 물어보는 거야?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뭐? 절반도 안 왔다고? 이렇게 많이 했는데?”
“당연하지. 더 정확하게 말해줄까?”
“……아니, 됐어.”
왠지 정확한 숫자를 들으면 한숨부터 나올 것 같았기에 김현우는 그녀의 제안을 가볍게 거절 하고는 다른 것을 물었다.
“그가 말고, 시간은 얼마정도 지났어?”
“시간?”
“그래, 내가 처음으로 이 동화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지났어?”
“음…… 대충 10일 정도?”
“……10일?”
“그래, 가끔 대화하는 것 빼고는 계속 동화만 하고 있으니까 꽤 빠르게 진척되고 있기는 하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은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내가 말했잖아. 네가 얼만큼 빨리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니까? 당장 네가 각성해서 내가 준비해 놨던 업을 전부 10초 안으로 끝내 버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것 같은데?”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말했다.
“……그게 되겠어?”
“될 수도 있지? 말했잖아? 이 수련이 언제 끝날지는 전적으로 너한테 달린 문제라니까?”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넘겨줘.”
김현우의 말.
그에 눈동자는 아무런 말 없이 김현우에게 다른 업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평범한데?’
그리고 그 곧바로 바뀐 장면을 보며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이는 것은 어느 깊은 계곡.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하나같이 붉은 갑주를 입고 있는 엄청난 양의 병사들과, 그런 엄청난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있는 한 남자였다.
그 누가 보아도 남자에게 불리한 싸움.
허나 김현우는 그런 남자의 상황을 보면서도 위급하다기 보다는 ‘평범하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는 다른 이들의 위업을 처리하며 이것보다 더한 상황들을 경험했으니까.
특히 지금 이 상황은 김현우가 방금 전에 체험했던 개미인간보다 몇 배는 나았기에 그는 살짝이지만 안심했다는 투로 붉은 병사들 사이에 있는 그 남자를 바라봤다.
낡은 옷을 입고 있고 있는 남자.
지금까지와 보아왔던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특이하게도 남자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적어도 김현우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이들은 대부분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아인같이 몸 자체가 무기인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허나 눈앞의 남자는 완벽한 인간.
눈동자도 다음은 인간이라고 했으니 갑자기 아인처럼 변할 리도 없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생각의 고리를 이어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스으윽!
남자는 불현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김현우는 남자의 움직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야?’
남자의 움직임은 기묘했다.
분명히 빠른 것은 아닌데 빠른 것 같은, 눈에 착시가 오는 것 같은 기묘한 움직임.
게다가 남자는 또한 무척이나 고요했다.
움직이고 있는데도 남자의 주변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분명 뱀처럼 땅을 훑으며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소음 하나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퓻-!
남자의 검지가, 애매한 속도로 움직여 붉은 병사의 머리를 그대로 관통함에 따라 싸움은 시작되었다.
전투의 양상은 김현우가 항상 봐오던 업과 비슷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한 명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고.
남자는 몰려드는 병사들을 어렵지 않게 도륙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남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어느 순간 김현우는 자신의 시야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본격적으로 이 남자에게 동화할 준비를-
‘……?’
-하지 못했다.
‘뭐야?’
시야가 바뀐 그 순간 당연히 보여야 하는 것은 그 남자의 시각에 동화하는 1인칭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김현우의 앞에는 전혀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죽여!”
“우측에 창을 찔러 넣어라!”
츠즈즈즛!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어째서 이 남자에게 동화했을 때, 시야 대신 청각이 먼저 열렸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씹’
지금 붉은 갑주를 입은 수천의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이 남자는 맹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