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이렇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5)
빠아아악!
“큭!”
눈동자의 내리찍기로 인해 아래로 내려간 시선.
허나 김현우는 그 동안 업을 먹어치운 덕분인지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그녀가 있는 곳을 인지하고 곧바로 발을 휘두를 수 있었다.
꽝!
분명 그녀가 있는 곳을 정확히 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땅이 부서지고.
뻑!
“큽!”
김현우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시큰한 고통을 느끼며 초원 바닥을 굴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던 진흙 사이를 몇 번이고 구른 김현우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 눈동자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래도 업을 먹어치운 게 헛일은 아닌가보네.”
눈동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김현우의 앞에서 입을 열었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지?’
김현우는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다짜고짜 공격을 걸어오는 눈동자와 줄곧 싸움을 이어나갔다.
아니, 그건 싸움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당연히 맞는 쪽은 김현우.
‘저 정도로 강하면 그냥 눈동자가 직접 노네임과 싸워서 그를 소멸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눈동자는 김현우에게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줬다.
‘지금에 와서는 그래도 공격을 막을 정도는 되지만…….’
그럼에도 김현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녀에게 타격을 입힐 수가 없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아무런 말도 없이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자, 눈동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돼.”
“……뭐?”
“너는 분명히 얻은 업들을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긴 해. 실제로 싸우면서 은근슬쩍 보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이거야.”
“……?”
눈동자의 말에 순간 묘한 표정을 짓는 김현우.
여기서 뭘 더 어쩌라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녀는 스윽 하는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뭐, 시간도 없으니까 여기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네. 몸으로 체득하는 게 훨씬 빠르겠지?”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과 같이 자세를 잡았고,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온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순간.
“!”
김현우는 겨우 잡을 수 있게 된 그녀의 신형을 또 한 번 놓치게 되었다.
허나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김현우가 얻었던 수많은 업은 지금까지 그녀와의 싸움으로 다져져 오감으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해주었으니까.
‘오른쪽!’
김현우는 확신하며 오른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군더더기 없는 내지르기.
그가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자마자 나타난 눈동자의 모습.
분명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놀랐을 법도 하건만 눈동자는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김현우가 내지르고 있는 주먹을 아래서 위로 가볍게 쳤다.
뻑!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김현우가 두 눈을 크게 떴으나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김현우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김현우는 그런 그녀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녀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빼며 다리를 차올렸으나.
“!?”
그녀는 너무나도 부드럽게 김현우의 공격을 피했다.
아니, 그것을 피했다라고 하는 게 맞을까?
눈동자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고, 김현우는 분명 그녀의 몸을 노리고 정확히 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는 분명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김현우가 발을 휘둘렀던 그곳을 가로질러 그의 품에 파고들었으니까.
‘내 공격이, 흘려진 건가?’
눈동자가 자신의 앞에서 주먹을 휘두를 때 든 생각.
그녀는 마치 정답이라는 듯 김현우의 눈을 보더니 그대로 웃음을 짓고는-
빠아아악!
그의 머리통을 그대로 위로 올려 쳐버렸다.
올라가는 시야.
김현우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있는 힘껏 손발을 휘둘렀으나 역시 눈동자는 그의 공격을 모두 피해 버렸고.
그 결과.
철푸덕!
“씹…….”
김현우는 또 한 번 잡초 아래에 있는 진흙 밭에 얼굴을 처박았다.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현우.
그 모습을 보며 눈동자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감탄하고 있었다.
‘설마 이정도로 회복이 빠를 줄이야.’
사실 그녀는 김현우를 이 공간으로 데려오며 그가 회복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소멸’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는 업에 잡아먹혀 쉬지도 않고 27000개의 업을 모조리 먹어 치웠으니까.
‘사실 27000개의 업을 일련의 소화 과정 없이 채우기만 했어도 이미 존재가 사라져야 정상인데.’
김현우는 버텼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업을 실시간으로 소화하고 있어.’
김현우가 눈동자와의 싸움을 통해 업을 실시간으로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업이라는 것 자체가 소화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김현우의 경우 자신의 도움으로 업 자체를 경험한 터라 확실히 업을 소화하기는 편할 것이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업이 한 두 개일 때 이야기고, 김현우 같은 경우는 현재 당장 몸에 소화하지 못한 업이 10000개는 가볍게 넘어갔다.
그 10000개가 넘어가는 업들을 차근차근 소화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몸에 가지고 있는 업을 한 두 개 소화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뭐, 당장의 부작용은 해결해 줬지만…….’
2만 개가 넘는 업을 억지로 몸에 담은 대가로 김현우는 오히려 업에 먹혀 존재를 잃어버릴 뻔했으나 그것은 눈동자가 막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막았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았다.
그도 그럴게 김현우가 당장 여기서 날뛰고 있어도 그의 사망 타이머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당장 그를 처음 여기에 데려왔을 때만 해도 그의 사망 타이머는 아무리 많이 쳐줘야 다섯 시간 정도였다.
허나 지금은 어떤가?
“……역시 대단해.”
김현우는 이곳에 들어와 그녀와 싸움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몸속에 있는 업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 설명하면 한번 주먹을 뻗을 때마다 하나의 업을 완전히 흡수하는 정도.
그런 엄청난 속도로 업을 소화하는 덕분에 김현우는 지금 이 세계에서 5시간이 아닌 50일이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 그래봤자 밖은 이제 5일 정도 지났겠지만.’
그래도 김현우의 속도는 대단했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굳이 그에게 일일이 경험을 시키는 것보다는 자신이 일일이 업을 모두 사용해서 보여주는 방법이 더 성장이 빠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
거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경험’을 얻는 것은 상대방과 싸우기보단 ‘동화’를 통해 그 업을 얻는 것이 훨씬 빨랐다.
김현우가 저 정도로 빠르게 업을 흡수할 수 있는 이유도 이미 경험을 통해 몸속에 있는 업을 소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빠른 것일 뿐.
‘역시 싸우면서 더 강해지는 건,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을 끝내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썼으나 아직 살아 있는 눈.
분명 맨 처음에 김현우를 상대했을 때만 해도 그가 소멸한 다음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는 다시 한번 김현우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정했고.
“……업들을 한 번에 같이 사용하라 이 말이지?”
고작 한번 움직임을 본 것만으로도 자신의 의도를 파악한 김현우를 보며,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정답이야.”
그 말 직후.
콰아아앙!
초원은 또 한번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xxxx
세계수가 있는 숲.
분명 얼마 전만해도 다른 나무들보다 조금 큰 정도였던 세계수는 지금에 와서는 몰라볼 정도로 커져 이제 나름 ‘세계수’라는 이름을 달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며.
나이아드는 홀로그램 상으로 보이는 천사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에서도 준비는 전부 끝난 건가요?”
[그렇습니다. 우선 저희 쪽에서는 그쪽에서 제대로 된 잔해의 위치만 찾았다면 곧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난 상황입니다만…… 그쪽은 어떠십니까.]
“저희 쪽도 파벌에 속해 있는 탑주 중 한명이 지금 남아 있는 ‘잔해’에 가본 적이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좌표를 찾고 있습니다.”
[혹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가브리엘의 정중한 물음.
그에 나이아드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이야기했다.
“아무리 늦어도 5일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겁니다. 우선 잔해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그 주변을 찾기는 했으니까요.”
나이아드의 말에 흡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은 가브리엘은 슬쩍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조금 더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가브리엘은 그대로 통신을 종료했고, 한동안 빈 화면을 띄우고 있던 수정 구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시선을 돌려 에리얼을 바라봤다.
“그래서, 에리얼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그녀의 물음에 에리얼은 슬쩍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우선 제가 예전 그곳에 갔었을 때 느꼈던 바람을 바탕으로 찾고 있어요. 아마 조금만 더 찾으면 대충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에리얼의 대답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이아드.
“조금만 더 고생해주세요 에리얼. 당신이 그 위치를 찾아내기만 하면 저희는 더 이상 힘을 뺄 일이 없으니 말이에요.”
그 말에 에리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금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바람화해 사라지는 그녀를 본 나이아드는 미소를 지으며 세계수를 바라봤다.
불과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갖춰진 세계수의 모습.
물론 예전의 크기와 상당히 많이 차이 나기는 했으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정도면 충분해.’
세계수는 지금도 충분히 경악할 만한 속도로 자라고 있었고, 나이아드는 거기에 단 하나의 불만도 없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완전히 박살 나버린 세계수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
정령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 말고는 없었기에 나이아드는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세계수를 바라봤고.
그 순간.
“호오- 저번에 무너뜨린 것 같은데 잘 자라고 있지 않느냐? 분명 몇 천 년이 걸려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니라.”
나이아드는 자신의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고.
곧 그녀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너…… 너…… 너는?”
말까지 더듬으며 입을 여는 나이아드.
“왜 그러느냐?”
허나 그런 나이아드의 경악 어린 표정에도 그저 그녀는 느긋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이아드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녀가 누구인지 나이아드는 기억하고 있다.
아니, 기억하다 못해 매일 밤 꿈에 나올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도 그럴게 세계수를 박살내 버린 것은 김현우와 같이 있었던 이 여자였으니까.
“네…… 네가, 네가 대체 어떻게 여기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묻는 나이아드.
그에-
“내가 좀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니라.”
-야차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