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
4
004.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4)
데이빗.
그는 헌터 협회 한국 지부의 소속되어 있는 외국계 A급 헌터로 어제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헌터들의 능력 측정을 위해 튜토리얼 존으로 파견을 나와 있는 상태였다.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헌터들에게 이 튜토리얼 존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자리 중 하나였다.
사실 원래 튜토리얼 존을 만들어진 이유는 회차마다 탑을 빠져나온 헌터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재기 위해 만들어졌다.
뭐, 지금에 와서는 이전의 의미보다도 길드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스카우터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되어버렸지만, 그 의미가 어떻게 변질되든 튜토리얼 존은 헌터에게 무척 중요한 자리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저게 뭐야?’
그리고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데이빗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협회에서 지급된 무기와 기본 방어구를 입은 수십의 헌터 사이에 껴 있는 한 명의 남자.
“…….”
그가 입고 있는 것은 검은색 츄리닝이었다.
“하…….”
거기에 신고 있는 건 삼선 슬리퍼.
그 어처구니없는 조합에 데이빗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려고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열었던 입을 다물었다.
‘저 녀석이 이번에 탑을 빠져나왔던 고인물인가 뭔가 하는 녀석인가?’
그렇게 생각한 데이빗은 다시 한번 그를 보았다.
긴장감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정말 저 녀석이 탑에서 12년 동안 살아남은 헌터라고?’
어처구니가 없다. 라는 생각이 데이빗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보통 튜토리얼 탑에 들어간 헌터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탑을 오르며 점점 성숙해진다.
탑에 끌려 들어간 남녀노소 그 모두가 목숨을 부지하고 현대로 돌아오면 일반인과는 굉장히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런데 저 모습은 무엇인가?
비록 죽지 않는 튜토리얼 존이라고 해도 탑에서 빠져나온 헌터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무기를 들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맨몸.
입고 있는 건 그저 검은색의 츄리닝 한 벌과, 신고서는 제대로 달리지도 못할 것 같은 검은 삼선 슬리퍼가 끝이었다.
‘……쯧.’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몇 번이고 입을 열고 싶다고 데이빗은 생각했으나, 이내 그는 억지로 시선을 돌리곤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 녀석에게 신경 써봤자 남는 것은 없으니까.
[아아, 어제 다들 들었겠지만, 다시 한번 첫 번째 튜토리얼을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데이빗이 입을 열자마자 한순간 그에게로 몰리는 시선.
[이 튜토리얼 존에서 치를 시험은 총 세 가집니다. 첫 번째는 여러분들의 앞에 보이시는 함정이 가득한 미로를 최단시간 안에 탈출하는 ‘미궁 탈출’입니다.]그는 짧게 쉰 뒤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아시다시피 현대에는 던전 외에도 ‘미궁’이라 부르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 미궁 안은 무척이나 좁고 복잡하고, 또 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요.]이 첫 번째 튜토리얼은 그 미궁에 대한 적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진행하는 튜토리얼입니다. 라고 마지막 말을 끝마친 데이빗은 곧 시선을 돌려 넓은 공터를 바라봤다.
축구장을 3개 정도 붙여놓은 크기의 거대한 공터.
허나 데이빗이 손에 들고 있는 버튼을 누르자 공터는 곧 변화하기 시작했다.
쿡…… 구그그그그그긍!!
드드드드드득!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아무것도 없던 거대한 공터 밑에서부터 벽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금세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높게 솟아오르는 거대한 벽들.
“와…….”
헌터들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압도된 듯 탄성을 내뱉고 있었고, 데이빗은 벽들이 전부 올라오자마자 튜토리얼 존 하늘에 있는 거대한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30초 뒤, 저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부터 헌터분들은 이 미로 건너편에 있는 출구로 탈출해 주시면 됩니다.”
데이빗의 말과 함께 헌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올려 하늘에 떠 있는 홀로그램 시계를 보기 시작했고.
곧 시계의 타이머가 시작되었을 때, 헌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려 있는 미로 안으로 달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들 열심히 하네.”
그리고 수많은 헌터들이 미로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뒤, 그는 헌터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지난 12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갑작스레 나타난 미궁과 던전,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몬스터.
그리고 그런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
물론 그 이야기 이외에도 현재 사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헌터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까지.
나름대로 당장 중요한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다 때려치고 놀고 싶은데.’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이런 튜토리얼이고 뭐고 이것저것 맛있는 거나 먹고 잠이나 퍼질러 자며 적당히 쉬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2년 동안 먹을 필요도 없고 잘 필요도 없는 그곳에 갇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좀 쉬고 싶었다.
‘아무래도 못 쉴 것 같긴 한데….’
“쯧.”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찼다.
‘결국, 나오자마자 해야 하는 게 돈 걱정이라니.’
돈.
그것이 바로 김현우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처음 협회 소속 직원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을 때만 해도 김현우는 설명 중 졸지 말라고 나눠준 젤리를 먹으며 가공식품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젤리 맛을 보며 협회원에게 슬슬 12년 동안 바뀐 사회에 대해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하다는 걸.
‘그리고 이 튜토리얼 존이 신입 헌터들에게 중요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그는 어제 12년 만에 느껴진 수면 욕구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김현우는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다른 헌터들이 들고 있던 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다른 헌터들이라면 땅을 치고 후회할 상황.
그러나 김현우는 별 신경을 안 쓰는 듯, 헌터들이 달려갔던 미로를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김현우의 목소리에 데이빗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지?”
딱딱한 말투.
묘한 적의가 섞여 있는 말투에 김현우는 슬쩍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내 개의치 않은 채 물었다.
“어떻게든 출구에 넘어가기만 하면 됩니까?”
김현우의 물음에 데이빗은 슬쩍 그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 ‘무슨 수’를 써서든 출입구까지 도착하면 끝이다. 그런데,”
“?”
“그렇게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이 튜토리얼이 쉽다고 생각하는 건가?”
김현우의 몸을 위아래로 훑는 데이빗의 눈빛에는 명백한 적의와 한심함이 깃들어 있었다.
“오지랖은 저기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 친구들한테 푸시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데이빗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어 낸 김현우가 피식 웃으며 대꾸하자 데이빗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쯧, 오만하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데이빗, 그런 데이빗의 모습을 보고 있던 김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내기 하나 할래?”
“뭐?”
데이빗은 갑작스레 반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김현우를 보며 노기 어린 표정을 지었고, 김현우는 그와 대조되게 빙글거리는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내가 지금부터 출발해서 20초 안에 출구에 도착하는 거로 100만원빵, 어때?”
김현우의 말에 데이빗은 이제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헛소리도 정도껏 해라.”
“왜, 후달려? 오지랖 부릴 만용은 있는데 책임은 지기 싫은가 보지?”
“뭐?”
“뭐, 후달리면 하지 마시던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데이빗은 자신의 주먹을 꽉 쥐더니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다. 네가 20초 안에 반대편 출구에 도착하면 내가 오늘 받는 일급이랑 보너스까지 해서 총 1,000만 원을 넘겨주지.”
“1,000만 원…!?”
데이빗의 말에 깜짝 놀란 김현우.
‘미친? 헌터 월급이랑 보너스가 그렇게 많아?’
헌터가 길드나 국가에 소속 되서 돈을 번다는 것은 들었으나, 정확히 얼마를 벌지는 듣지 못했기에 김현우는 깜짝 놀랐고.
“왜, 후달리나?”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착각한 데이빗은 비아냥거리는 시선을 보냈지만, 김현우는 오히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
“콜.”
“뭐?”
“조금 있다 딴소리하지 마라.”
김현우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데이빗을 향해 말한 뒤 미로 쪽으로 튀어나갔고.
“흡…!”
순식간에 강철로 만들어진 벽 근처에 다다른 김현우는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끄그그극……!
자세를 잡았던 발이 크게 돌아가며 아래에 있던 돌바닥이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한껏 비틀린 허리와 왼쪽 어깻죽지가 옆에 주먹이 올라온다.
마치 팽팽하게 시위를 당긴 발리스타처럼 장전된 김현우의 주먹이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내밀어졌다.
그리고-
꽈가가가가가가각!!!!
강철로 만든 벽이 터져나갔다.
***
튜토리얼 존 한쪽 끝에 만들어 져있는 스카우트 룸은 신나게 헌터들을 품평하고 있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미친….”
“저게 뭐야?”
“와….”
스카우터들은 몇 번이고 자신의 귀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명을 느끼며 저마다 허탈한 듯한 웃음을 지었고, 그것은 스카우트 룸에서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던 길드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쟤 예전에도 저렇게 또라이 새끼였나?”
“허….”
한석원이 멍하니 말하고 김시현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서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그저 멍하니 눈앞에 만들어진 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미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튜토리얼 존의 미로는 김현우로 인해 미로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미로를 뚫었다고?”
“미쳤군, 미쳤어…!”
“통짜 강철로 만든 미로벽 중간을 전부 뚫어버리고 출구에 도착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이렇게 되면 등급 측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헌터들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있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횡설수설하며 미로의 출구에 서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는 스카우터들.
그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몸에는 검은색 츄리닝을 입고 있었고, 발에는 제대로 뛰지도 못할 것 같은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김현우.
미로를 완전히 개 박살 냈으면서도 무척이나 태평해 보이는 김현우의 모습에 스카우터들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아니, 이거 마력 사용한 거 아니야?”
“튜토리얼 탑에서 이제 막 나온 헌터가 어떻게 마력을 사용해!?”
“그건 그런데…… 아니, 애초에 2006년부터 있던 헌터니까 탑 안에서 마력을 깨달았을 확률은?”
“그럴 리가 있나, 애초에 탑 안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아서 마력을 수련 할 수 없다고…!”
그것은 스카우터룸에 같이 서 있던 길드장들도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탑 안에 있었다더니, 진짜 괴물이 돼버렸군.”
“마력을 안 쓰고 저 정도 출력이 나온다면….”
“진짜로…… 미쳤잖아?”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은 이서연이 입을 열고, 한석원과 김시현이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렇게 한순간 벌인 일로 다른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김현우는,
‘…생각해 보니까, 이거 설마 배상하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완전히 박살 나버린 강철 벽들을 보며 괜스레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