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잘 받아가마 (1)
“끄꺄악!”
나이아드는 자신의 얼굴을 붙잡은 야차의 손을 양손을 붙잡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으그으으윽!”
어떻게든 자신의 얼굴을 붙잡은 야차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나이아드.
양손에 힘을 주기도 해보고 물을 이용해 야차를 공격하거나 그녀의 숨구멍을 순간적으로 틀어막아 당황하게 해보려고도 했으나.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구나.”
야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붙잡은 그녀의 얼굴을 놔주지 않았다.
뿌득-!
“꺄아아아악!”
야차가 손에 힘을 주자 비명을 지르는 나이아드.
그녀는 자신 자체를 물로 돌리려고 했으나 그것조차도 야차의 손에 잡힌 시점부터 불가능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없었고.
“아……안 돼!”
나이아드는 비명을 지르는 도중 들려오는 이프리트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야차의 손 사이로 세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아!!”
세계수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말라가고 있다는 느낌만이 들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시들어 버릴 것 같은 세계수.
나이아드는 흥미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야차를 보며 악 소리를 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냐고!”
그녀의 비명에 야차는 나이아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본 것이냐?”
“그래!! 왜 그러는데! 도대체 우리가 뭘 했길래 그러냐고! 어떻게 보면 우리는 피해자야! 피해자라고! 너희는 잃은 게 없지만 우리는 잃은 게 많다고!”
논리조차 맞지 않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그저 비명에 가까운 악소리.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천사 쪽도 너희들의 적이잖아! 그 녀석들도 선물을 받았다고!! 그 녀석들도 ‘모체’를 받았단 말이야! 왜 우리만! 왜 우리만 이러는 거냔 말이야!!!”
“…….”
그녀의 비명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야차는 이내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 설마,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
“너희와 우리는 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냔 말이다.”
그 말에 나이아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을 지었고. 야차는 곧 입을 열었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네 생각은 틀렸느니라.”
“뭐라고?”
“내가 고작 너희 같은 이들에게 악의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전혀 아니지. 나는 딱히 너희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느니라.”
“그게…… 무슨?”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그저 이 세계수가 필요할 뿐이다. 그것도 되도록 빠르게 말이다. 그렇기에 너희들을 습격한 것뿐이지, 그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래, 애초에 나는 너희에게 그런 감정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이 세계수가 내 지아비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구해가는 것일 뿐이다.”
“…… 지아비를 살린……다고?”
“그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표가 있는데 굳이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느냐?”
아니-
“없어도 상관없다. 그 목표야말로 내게는 그 무엇보다 거대하고 위대한 대의명분이니 말이다.”
“!”
야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아드의 몸을 그대로 던져버렸다.
땅바닥에 처박히는 나이아드의 육체.
그녀는 서둘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으나.
“아…….”
이미 그녀가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세계수는 또 한번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
“얻을 건 전부 얻었으니 가보도록 하겠느니라.”
이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정령들을 무참히 박살 내고 있던 야차와 그 동료들은 마치 처음 왔을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하…….”
그곳에는, 마른 세계수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xxxx
김현우의 주먹이 눈동자의 얼굴을 노린다.
허를 찔렸다는 표정으로 급하게 고개를 트는 눈동자.
공격이 이어진다.
김현우의 손발이 빠르게 움직여 허를 찔린 눈동자를 타격하기 위해 움직이고, 반대로 눈동자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그의 공격을 피해낸다.
엄청난 마력의 유동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공방을 주고받는 김현우와 눈동자가 있었을 뿐.
텁!
김현우의 주먹이 눈동자의 오른손에 잡힘과 동시에 눈동자의 왼발이 그의 옆구리를 노린다.
그에 김현우는 최대한 몸을 앞으로 밀착해 눈동자의 공격에서 받는 피해를 줄이며 오른 팔꿈치로 그녀의 얼굴을 후려친다.
고개를 뒤로 젖혀서 피하는 눈동자.
1초가 미처 지나지 못하는 그 시간에 오고 가는 수많은 공방.
김현우의 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 끝에서.
빠아아악!
눈동자는 결국 김현우에게 일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날아가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흙바닥에 처박힌 눈동자.
김현우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보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고.
“축하해.”
김현우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 그 순간, 그녀는 마치 날아갔다는 게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는 듯 그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말없이 눈동자를 쳐다보는 김현우.
분명 자신과 같이 땅바닥을 굴렀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더러워진 부분이 없는 눈동자.
김현우는 질문했다.
“바닥에 구른 거 아니었어?”
“구르긴 굴렀어. 다만 이곳은 내면세계이다 보니까 굴러도 곧바로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거든.”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왜 지금 알려줘?”
“알려줄 상황이 없었잖아?”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말을 잃었다.
“…….”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김현우는 지금 처음 눈동자에게 일격을 먹였고, 그 전까지는 열심히 맞기만 했다.
뭐, 사실 열심히 맞을 때도 그냥 한 마디 해서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김현우는 굳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걸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내 상태는 지금 어떤 거야?”
김현우의 화제 전환.
눈동자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최상이야.”
“최상?”
“솔직히 말하면 내가 여기에 데려오면서도 얼마 안가서 소멸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애초에 소멸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업을 많이 소화했어.”
“……그래?”
김현우가 슬쩍 화색하며 대답하자 눈동자는 조금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뭐가?”
“너 말이야. 물론 네가 이미 그 수많은 업을 먹어치운 이유도 있겠지만 나랑 싸울 때 업을 소화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래? 뭐 나는 그냥 하던 대로 한 것뿐인데.”
김현우의 대답에 눈동자는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그래서 더 신기하다는 거야. 보통 수련을 통해 업을 빠르게 얻는 이들은 많아도, 남과의 싸움을 통해 업을 빠르게 얻는 이는 거의 없거든.”
“……거의 없다는 건 그래도 몇 명 정도가 있다는 거 아니야?”
“있기는 있는데 그들도 너처럼 빠르게 업을 얻지는 않아.”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가만히 생각하다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준 ‘눈’ 때문일 확률은?”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겠지. 내가 저번에 말해줬던 대로 내 눈은 보고자 하는 업을 볼 수 있게 만드니까.”
다만-
“네가 가지고 있는 눈과 네 재능을 다 합쳐서 생각해 봐도 네가 업을 소화하는 속도는 비정상이라 이거지.”
눈동자의 물음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아무튼 결국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럼 굳이 생각할 필요 있어?”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으음, 하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뭐, 확실히 지금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아무튼 잘 풀린 상태기는 하니까.”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질문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결국 시간은 얼마나 지난거야?”
“시간?”
“그래, 내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김현우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변하지 않는 풍경.
이 덕분에 김현우는 분명 자신이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었으나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질문에 눈동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이제 한 2주 정도려나?”
“2주? 그것밖에 안 지났어?”
“뭐, 그렇지? 애초에 이곳의 시간은 네가 원래 알고 있던 허수공간보다도 느리게 시간이 지나도록 축을 뒤틀어놓은 곳이니까.”
눈동자의 말을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야기했다.
“그럼 결국 최종적으로 두 달 정도가 지난 거네?”
“뭐…… 네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대충 그 정도 되지 않을까?”
“그럼 못 얻은 업도 전부 얻고 나갈 수 있는 거 아니야? 기존의 업도 전부 소화했다며?”
김현우의 질문에 눈동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
“……왜?”
“배울 업이 없거든.”
“배울 업이 없다고?”
“그래, 내가 아까 말했잖아? 싸울 때 업을 얻는 속도가 빠르다고.”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그게 무슨 말인지 생각하듯 입을 열지 않다가 물었다.
“설마.”
“그래, 나는 마지막에 와서는 네가 소화해야 할 업이 아니라 네가 얻어야 하는 이들의 업을 사용해서 너를 상대했어. 그런데 너는 분명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녀석들의 업을 무척이나 빠르게 얻어가더라고.”
“……정말로?”
“그럼 거짓말이겠어?”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그때의 기억을 되살렸으나 딱히 그런 장면이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김현우의 입장에서는 눈동자의 공격을 어떻게 막고 반격할까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아무튼 수련은 끝?”
“맞아. 이제 더 이상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이미 나는 너한테 거의 모든 것을 준 셈이니까 말이야.”
딱!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쳤고, 그와 함께 김현우가 있던 곳은 그가 처음에 있었던 푸른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이제 끝이야. 수련은 말이야……. 수련은 말이지.”
왠지 기묘하게 말을 늘리는 그녀.
김현우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질문했다.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가면 되는 건가?”
“맞아. 돌아가면 되긴 하는데.”
“……하는데?”
눈동자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마력이 아직 다 안 모였네.”
“……그게 무슨 소리야?”
“뭐, 너도 이해할 만한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녀는 그렇게 서두를 시작하며 김현우에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이내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포탈을 열 마력이 없어서 못 나간다 이거지.”
“맞아.”
“그럼 그 포탈을 열 만한 마력을 모으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
김현우의 말에 그녀는 흐음- 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야기했다.
“대충…….”
“대충?”
“……3개월?”
“……농담이지?”
“아니.”
“…….”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