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잘 받아가마 (3)
“……모체?”
“네! 분명히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정령 파벌에는 세계수를 줬고 천사 파벌에는 야훼의 모체를 주었다고.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제 몸보다는 야훼의 모체를 사용하는 쪽이 훨씬 좋을 거예요……!”
루시퍼의 말에 야차는 순간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야기했다.
“어느 면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냐?”
‘당연히 제 몸을 안 뺏기는 게 좋은 거죠!’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루시퍼는 곧바로 생각해 두었던 다른 말을 꺼냈다.
“우선 관리기관에서 만들어 주었다는 모체는 애초에 영혼이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육체라는 게 중요한 거죠. 보통 영혼이 한번 들어갔다 나온 육체는 아무리 영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도 육체에 안착한 사람이 괴리감을 느끼니까요.”
“흐음.”
야차는 루시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그녀의 말은 야차가 알고 있는 바와 똑같았으니까.
원래 줄곧 맞는 틀에만 끼워져 있다가 맞지 않은 틀에 들어가기 힘든 것처럼, 사람의 영혼도 자신의 육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육체에 들어가면 괴리감을 느낀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일어나든 말이다.
하지만 정말 만약에라도 단 한 번도 영혼이 들어가지 않은 육체가 있다면 되도록 그 육체를 사용하는 쪽이 좋았다.
이론상이지만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육체는 보통 영혼이 들어감에 따라 영혼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영혼에 맞춰 육체가 바뀌어 버리니까.
“…….”
잠시간의 침묵.
루시퍼는 곰곰이 고민하기 시작하는 야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내 그녀는 입을 열었다.
“뭐 네 말대로라면 확실히 그 모체를 얻는 편이 좋아 보이기는 하다만…… 이미 천사 쪽에서 모체를 사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느냐?”
야차의 물음에 루시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들은 모체를 사용하지 못해요.”
“이유는?”
“그 모체를 사용하려면 제가 있어야 하니까요.”
짐짓 묘한 자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루시퍼의 말에 야차는 설명을 요구했고, 루시퍼는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부 다 듣고 난 뒤.
“……한 마디로 야훼의 강신은 너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로구나.”
“맞아요. 그러니 아직 그쪽에서는 야훼의 모체를 받기만 했을 뿐 사용하지는 못 했을 거라는 거예요.”
“흐음…….”
또 한 번 고민하기 시작한 야차는 이내 루시퍼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구나.”
“휴우…….”
야차의 말에 이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는 그녀.
허나 야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한숨을 내쉬느냐?”
“네, 네? 그야 우선 제 몸을 빼앗길 상황은 벗어난 것 같아서…… 요?”
“그러느냐?”
“그런……데요?”
다시 불안으로 물드는 루시퍼의 얼굴.
그에 야차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이번에는 천사 파벌에 가서 날뛰어야 하나?”
야차의 말에 루시퍼는 다시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것에 관해서는 제게도 좀 생각이 있는데…….”
“생각?”
“예.”
“한번 말해 보거라.”
야차의 말에 루시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내보였으나 이내 결심했다는 듯 야차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곧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야차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나쁘지 않겠구나.”
“그쵸?”
“그럼 지금 바로 할 생각이느냐?”
“우선 허락만 해 주신다면요.”
루시퍼의 말에 야차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내 얼마 있지 않아서 루시퍼의 제안을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루 뒤의 천계.
“……루시퍼 님?”
“……그래 나야.”
“정말로……?”
“정말로, 왜 계속 물어봐?”
“…….”
가브리엘은 히스테릭한 표정을 짓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루시퍼를 바라보며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지?’
가브리엘은 갑작스레 돌아온 루시퍼를 보며 의심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분명 51번 탑에 있었고, 가브리엘도 그가 죽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애초에 루시퍼가 죽었다면 그가 조성해놓았던 신전조차 부숴졌을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바뀌어 있을 줄은.’
가브리엘은 멍한 표정으로 루시퍼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보였던 차가운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히스테릭한 모습이 보이는 루시퍼.
순간 가브리엘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루시퍼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마력은 분명 루시퍼의 그것이 정확했다.
그렇기에 가브리엘은 천계로 돌아온 루시퍼를 몇 번이고 쳐다봤고.
“우선은 들어가, 이야기는 내 신전 안에 돌아가서 차근차근 해줄 테니까.”
루시퍼의 말에 가브리엘은 결국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결국 어리둥절한 상황임이 분명하기는 해도 가브리엘의 입장에서 지금 이 상황은 전혀 나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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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왜?”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기분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보다 이야기했다.
“이건 수련이 아니잖아?”
“왜 수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쓸모가 없잖아!”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김현우.
허나 눈동자는 그런 김현우의 버럭하는 모습에도 저번과 같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야기했다.
“왜 쓸모가 없어? 너한테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도대체 저게 어딜 봐서 노네임과 싸울 때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당연히 노네임과 싸울 때는 필요 없겠지, 아니면 혹시 아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내 성적 취향은 동성-.”
“난 이성애자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눈동자는 그런 김현우를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근데 왜 그렇게 광분을 해?”
“……분명 도움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수련을 받으려 했는데 상상이상의 것이 나와서 그래.”
김현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조금 전 그가 보았던 모습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
그리고 그것은 여러 의미로 대단했다.
조금만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도대체 남자라는 개체가 이렇게까지 길고 오랫동안 많은 여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게 놀라웠다.
진짜 눈동자의 말대로 난봉왕(難捧王)이라는 타이틀을 얻기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
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눈동자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무튼, 너도 좋았던 거 아니야?”
“안 좋았거든?”
“표정은 안 그런데?”
급히 표정을 관리하는 김현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애초에 맨날 아내들한테 기를 빨리는 게 네 일상이잖아? 딱 봐도 눈에 보이길래 조금 불쌍해서 거기에 도움을 주고자 내가 수고스럽게 저 녀석의 경험을 가지고 온 거라고.”
대단한 선심을 썼다는 듯 입을 여는 눈동자.
“그것 참 고맙네……. 그런데 그것도 살아남아야 그 뒤를 고민하는 거지, 지금 당장 살아남을지, 아니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걸 수련해봤자 의미 없잖아?”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굳이 지금 당장은 더 이상 수련 관련해서 시킬 게 없어. 게다가 지금 네 상태는 딱 그걸로 최선이라고.”
“……그런가?”
“적어도 내가 볼 때는 그래.”
“……조금 더 수련을 하면?”
“뭐 역시 안 하는 것보다는 승률이 늘겠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너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대충 0.00001% 정도 아닐까?”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치고는 너무 구체적인데?”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자 눈동자는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네가 수련을 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야. 이미 너는 나랑 싸우면서 터득할 수 있는 모든 기교 같은 건 터득한 상태니까.”
뭐-
“굳이 수련을 한다고 치면 육체를 얻고 나서 대충 며칠 정도 육체에 영혼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수련을 하는 건 괜찮을 것 같네.”
“그럼 지금 당장은…….”
“아까도 말했지? 지금 네가 노네임에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수련은 다 했다 이거야.”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번에도 그랬지만 그녀가 저토록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을 보면 역시 더 이상 수련할 수 있는 요소는 없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
“그래서 좀 배웠어?”
눈동자의 질문.
김현우는 그녀의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좀 궁금해서.”
“그게 왜 궁금해?”
“궁금해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나는 애초에 무성이기는 하지만 결국 따져보면 약간 여성 쪽에 치우쳐져서 그런 업은 얻어 놓기만 하고 경험을 못해 봤거든.”
눈동자의 말.
김현우는 그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듯 몇 번이고 그녀의 눈빛을 바라봤으나 이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조금?”
“조금이라는 건 조금만 배웠다는 소리야?”
“뭐…… 그냥 대충 느낌만.”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갑작스레 자신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현자타임에 빠졌으나 이내 순순히 그녀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럼 조금 더 해볼래?”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더 해보라고?”
“여기서 할 일없이 멍 때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흠…….”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고민을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김현우가 현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다른 것.
‘아무리 경험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건 좀…….’
물론 진짜가 아니다.
김현우는 그저 경험을 보는 것이고, 그 난봉왕의 시선으로 그저 그의 경험을 배울 뿐이다.
허나 이 수련의 특성상 우선 제대로 일체화를 하게 되면 경험하고 있는 업 자체가 내가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뭔가 묘한 죄책감이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기에 더불어 묘하게 뒤통수가 간지럽고 벌써부터 바가지를 긁히는 듯한 소리까지 들린다.
“…….”
뭐, 사실 야차 같은 경우야 바가지는 안 긁지만 미령과 하나린 같은 경우는 은근히 순종적이면서도 철저하게 바가지를 긁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선도 아슬아슬하게 지켜서 화도 낼 수 없는. 철저한 계산에 따른 갈구기 스킬.
“흐음…….”
얼마나 고민을 이어갔을까.
눈동자의 눈빛에 슬쩍 지루함이 들어설 때쯤이 돼서야 생각을 끝낸 김현우는 확실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이건 좀 아니야.’
물론 바가지를 긁힐 일은 없다.
거기에 덤으로 들킬 일도 없고.
김현우가 직접 바람을 피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제안을 확실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네 말이 맞긴 하네.”
“그치?”
“부탁해.”
“나도 후기 부탁해~”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지금 당장 그만두라는 ‘이성’의 제안을 거부한 김현우는 다시 한번 난봉왕의 경험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