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4
404화. 잘 받아가마 (5)
“드디어 그분이 다시 강림하시는 건가…….”
“아아…… 정말 오래도록 기다려온 일이 이렇게 현실이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뒤쪽에서 중얼거리는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브리엘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강림이.
‘마냑 그분이 루시퍼를 통해 제대로 강림하시기만 한다면.’
가브리엘은 분명 이 천사 파벌이 압도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 덤으로 관리기관에 있는 그 남자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도 야훼가 제대로 강신하기만 하면 천사 파벌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가브리엘을 포함한 천사들은 그분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었다.
“루시퍼는 데리러갔나?”
“그…… 아니, 그녀라면 먼저 신전에 도착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천사의 말에 더더욱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가브리엘.
본인이 어떤 꼴을 당할지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분을 살리려는 것을 보니 가브리엘의 입장에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
“이게 무슨?”
신전 앞의 가브리엘은 어느 순간 신전을 지키고 있는 지천사들이 그대로 땅바닥에 박혀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브리엘이 오자마자 힘겹게 고개를 드는 지천사 중 한명.
그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가브리엘을 보고는 중얼 거렷다.
“가…… 가브리엘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배…… 배신입니다! 루시퍼가…… 루시퍼가 배신을 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가브리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지천사는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입을 열었다.
“신전에 루시퍼가 도착했길래 가브리엘 님의 명령대로 그녀를 모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는데…… 갑작스레 그녀가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다른 인원들은 어떻게 됐지?”
“다…… 다른 인원들도 모조리 당했…… 쿨럭!”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쓰러진 지천사.
가브리엘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신전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다른 탑주들도 마찬가지였다.
허겁지겁 뛰어 들어간 신전 안,
그 곳에서 가브리엘은 모체가 놓인 관 위에 있는 루시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왔네?”
너무나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별다른 경계도 없이 가볍게 인사하는 루시퍼의 모습에 가브리엘은 순간 머릿속에 혼란이 왔으나,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루시퍼…… 네가 지천사들을 저 꼴로 만들어 놓은 거냐?”
더 이상의 존대는 없는 반말.
루시퍼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여기 쓰러져 있는 애들 보면 나한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잖아?”
루시퍼가 그렇게 말하며 쓰러져 있던 천사들을 하나둘 턱짓으로 가리키자 가브리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째서 배신했지?”
“설마, 그걸 정말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건 아니지?”
루시퍼의 물음에 입을 다무는 가브리엘.
그녀는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설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야훼를 강신시킬 줄 알았던 거야?”
“루시퍼……!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지랄.”
“뭐, 뭐라고!?”
“게다가 너희들이 하나 착각하고 있는데, 어차피 내가 이 몸으로 야훼를 강신시킨다고 해도 너희들이 원하는 아버지는 만날 수 없다니까? 사실 너희도 알고 있잖아?”
“……!!!”
인상을 찌푸리는 가브리엘.
다른 천사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가브리엘은 루시퍼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기에 더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네 녀석……!! 그렇다고 배신을 해!?”
“……그럼? 죽는 거 뻔히 알고서 그냥 나 죽여 달라고 강신시켜야 돼? 너는 그 정도 대가리 밖에 안 되는 거야?”
루시퍼의 도발에 가브리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순식간에 튀어나갔다.
신전의 안쪽 입구에서 중앙에 있는 루시퍼의 앞까지 순식간에 도약한 가브리엘.
그는 곧바로 자신이 사용하는 빛의 검을 만들어 루시퍼를 향해 내려쳤으나-
까가가가가각!!!!
유감스럽게도 가브리엘의 공격은 루시퍼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방어막 덕분에 그대로 막혀 버리고 말았다.
“이건 또 무슨-!”
당황했다는 듯 입을 여는 가브리엘.
루시퍼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설마 내가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너희가 올 때까지 기다렸을까……? 뭐, 사실 지금 몰려온 놈들 정도야 내 손으로도 처리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모체를 덮고 있는 방어막을 한번 훑고는 미소지었다.
“역시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루시퍼의 말에 분개했다는 듯 검을 잡고 부들거리는 가브리엘.
그리고 그런 가브리엘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짓는 루시퍼.
“언제까지 그 알량한 방어막이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가브리엘의 물음에 루시퍼는 피식 웃더니 이야기했다.
“글쎄다…… 이제 2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2분 뒤를 감당할 자신이 있나?”
“너 바보지?”
“……뭐?”
“생각을 좀 해라 가브리엘, 너는 어떻게 내가 없어지고 수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아직 그렇게 멍청해?”
루시퍼의 독설에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가브리엘.
“뭐, 뭐라고?”
“말 그대로야, 가브리엘. 멍청한 생각 좀 그만 하라는 거야. 내가 설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제 2분 정도밖에 안 남은 방어막을 믿고 너희랑 이야기를 하고 있겠냐니까?”
루시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가브리엘.
그는 이야기하는 도중 급하게 시선을 내려 모체를 바라봤고,
“네 녀석! 그분의 모체를 어쩔 생각이냐!!!”
이내 루시퍼의 방어막 안에 들어가 있는 모체를 보고는 악을 쓰듯 물었다.
“네가 알아서 뭐하게?”
하지만 전혀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리는 루시퍼.
그 모습에 가브리엘은 어떻게든 방어막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이내 루시퍼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그의 앞에 어느 한 물건을 꺼내 놓았다.
“그…… 그건!”
가브리엘은 그 물건이 어떤 것인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너도 잘 알지?”
그것은 바로 일전에 김현우가 천계를 탈출할 때 썼던 파란 나침반이었다.
“으아아아아!!!”
미친 듯이 방어막을 향해 검을 내리치는 가브리엘.
그의 표정은 이 이상 천사가 아니라 악마로 치부해도 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시퍼는-
“그럼, 모체는 잘 받아갈게.”
“루시퍼어어어어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런 씨바아아아아아알!!!!!!!!!!!!!!!”
가브리엘의 비명이 신전 안을 가득 채웠다.
xxxx
“오우야.”
경험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저도 모르게 입을 여는 김현우의 모습에 눈동자는 피식하는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았어?”
눈동자의 물음에 순간 표정을 정리하는 김현우.
그는 슬쩍 눈을 돌리더니 이야기했다.
“……조금?”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즐겼나 보네.”
눈동자의 질문에 김현우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오른쪽으로 길게 돌리는 것으로 대답할 뿐.
그 모습을 보며 한동안 킥킥거리던 눈동자를 보던 김현우는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어?”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어.”
“……실화야? 내가 거기에 있던 건 아무리 짧게 세어 봐도 4박 5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다 이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더니 묘한 탄식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그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느려지지?”
“느려진다기보다는 그냥 네 정신이 가속화되는 거지.”
“돌겠네…….”
다시금 죽상이 되는 김현우의 표정.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눈동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말했다.
“다른 수련을 하는 건 어때?”
“다른 수련?”
“뭐…… 요컨대 전투가 아닌, 조금 다른 업들은 이것저것 많거든.”
“예를 들면……?”
“뭐 굳이 그렇게 예를 들것이라고 할 것 없이 애초에 업이라는 것은 아주 간단한 발견부터 시작해서 위대한 것까지 모두 업이 되니까. 아마 네가 찾는 건 전부 있을 것 같은데?”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했다.
‘다른 업이라…….’
허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김현우는 딱히 다른 일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기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 딱히 얻어 보고 싶은 업은 없는데……. 그냥 분류를 몇 가지 말해보는 게 어때.”
“흐응…… 그래? 그렇다면야…….”
김현우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 눈동자.
허나 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뭐, 그럼 너희 탑…… 아니, 정확히는 네가 살았던 9계층에 관한 업은 어때?”
“뭔데?”
“정치 관련 업인 것 같은데.”
“정치 관련 업?”
김현우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눈동자는 자신이 찾은 업을 읽으려는 듯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선 이름은 아돌프 히틀-.”
“그건 안 하는 걸로 할게.”
말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받아치는 김현우.
“왜?”
“그냥, 이름만 들어보니 대충 누구인지 알 것 같아서, 게다가 별로 그 사람의 업을 경험해 보고 싶지도 않고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순간 묘한 표정이 되었으나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다른 업을 좀 찾아보지 뭐.”
그 뒤로 이런저런 업을 찾기 시작한 눈동자는 이건 좀 괜찮은 게 있다 싶을 때마다 김현우에게 업을 추천했으나 김현우는 전부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냥 하기 싫은 거 아니야?”
눈동자의 물음에 김현우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했다.
“그러게, 아무리 들어도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는데.”
“취미가 전혀 없어?”
“……뭐, 그렇지?”
생각해 보면 김현우의 삶은 딱히 취미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고아원에 버려졌을 때부터 그는 좆같은 원장을 피해 어떻게든 홀로 생존했으며 그 뒤에는 군대에 간 뒤 곧바로 탑에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탑 안에 들어갔을 때 그가 나름대로의 취미 생활을 즐길 만한 여건은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그저 하루 종일 탑을 도는 것이 일상.
뭐, 한때는 중2병이 늦게 와서 말도 안 되는 무술을 만들어서 놀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라기보다는 중2병의 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밖에 나왔을 때는?’
초반에는 게임이고 인터넷이고 이것저것 취미를 붙일 만한 걸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어느 시점부터 등반자니 뭐니 하는 놈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할 시간이 없어졌다.
거기에 어떻게든 탑주를 처리하고 이제야 좀 쉬나 했더니 곧바로 관리기관이라는 놈들이랑 엮여 이렇게 난리를 치는 중이 아닌가?
“……내 인생 이렇게 보니까 왜 이렇게 현타가 오지.”
김현우는 갑작스레 현자 타임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며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고,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눈동자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냥 난봉왕의 업이나 하나 더 경험할래? 아직 몇 개 남아 있는데.”
“…….”
그 물음에 김현우는 이번에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0.1cm 정도 내렸다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