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딱 기다려라 (2)
처음에는 분명 밋밋하기만 했던 육체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분명 특별할 것 없는 얼굴의 골격이 비틀리며 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몸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변화하는 육체.
우드득거리며 소름 끼치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씹, 존나 아프네.”
-관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김현우는 육체를 얻고 완전히 부활 할 수 있었다.
xxxx
“흐음…….”
김현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어딜 봐도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자르기 싫어 대충대충 잘랐던 머리도 그대로였고, 그냥 그럭저럭 평범하게 생긴 외모도 그대로였다.
키도 마찬가지.
몸에 있는 근육을 생각해봤을 때, 체중계는 재보지 않았으나 아마 체중도 딱히 변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완벽하네.”
김현우는 시험 삼아 자신의 손을 쥐었다 피며 중얼거렸고, 그것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야차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틀림없이 마음에 들 거라고 말이다.”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애초에 너무 위화감이 없어서 내가 다른 육체에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원래 내가 있던 육체에 들어온 것 같아.”
“그건 당연하느니라. 애초에 네 모체는 영혼에 맞게 재조정이 가능한 육체니 말이다. 아마 네가 생각하는 네 모습을 그대로 투영했을 게다.”
“그런 거야?”
“그런 게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한 야차.
김현우는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이며 이내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아브와 노아흐, 그리고 티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육체는 이걸로 됐고. 우선 당장 상황 좀 설명해줘. 야차한테 듣기는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들어야 할 것 같으니까.”
“물론이에요!”
김현우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 아브는 김현우가 한 번 소멸하고 나서 있었던 일을 또 한 번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차근차근하게 듣고 있던 김현우는 아브가 말을 끝내자마자 입을 열었다.
“우선 노네임이 51번 탑을 박살 낸 것 까지는 들었고, 마찬가지로 9계층이 위기라는 것까지는 들었는데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거야?”
그 물음에 아브는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있기는 해요.”
“있다고?”
“네. 다만 저희들이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마법진만 가득 만들어서 대처하고 있는 건 그 방법을 실행하려면 지금 이 보안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보안을 푼다는 건…….”
“아까도 설명했다시피 지금 이 9계층이 살아남은 이유는 탑이 공격받자마자 티르가 한 조언처럼 차원을 완전히 단절시켜 9계층을 통째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에요.”
음-
“정확히는 이동시켰다기보다는 숨겼다고 보는 게 좋지만…… 아무튼 조금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금 제가 말한 보안은 한 마디로 9계층을 보이지 않게 만든 거예요.”
아브는 잠시 말을 끊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거죠.”
“……그것도 듣기는 들었어. 뱀으로 치면 머리와 꼬리가 사라지고 몸통만 남은 격이라 이거지?”
“음, 그것보다도 심각해요. 이 경우는 그냥 뱀을 15등분 했는데 그 중 한 토막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황이 된 거니까요.”
“…….”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어요. 지금 이 문제는 9계층만이 남아 있어서 탑에 연계되었던 마력과 마법진들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부작용이니까요.”
“뭐야, 그럼 마력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네, 하지만 마력 때문이라고 마력을 끊어 버리기라도 하면 9계층은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몰락할 거예요. 저번에 한번 설명 드렸었죠?”
확실히, 이 안건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아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번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라 결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어요. 그냥 다른 몸통을 만들어서 탑의 형색을 다시 갖추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다만 문제는 이렇게 모습을 감춘 상태로는 탑을 만들기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인거죠.”
“……탑을 만드는 게 그렇게 빠르고 간단해?”
“당연히 그렇지 않죠. 다만 이번에는 탑을 안정시키는데 당장 도움을 주실 분들이 많으니까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지금 시점에서 가장 문제인 건 결국 노네임인 거네?”
“맞아요. 거기에 덤으로 정령이랑 천사 쪽이 문제죠.”
“……? 거기는 왜? ……아.”
김현우는 그렇게 묻다 말고 새삼스럽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고 보면 눈동자와 같이 있을 때 그때의 상황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세계수랑 모체를 훔쳐왔다고 했지?”
“세계수는 야차님이 직접 청룡과 손오공을 이끌고 가서 개박살을 내버리셨고, 모체는 루시퍼님이 침입해서 가져오셨어요.”
“……? 루시퍼가?”
“그건 내가 설명해주겠느니라.”
김현우가 순간 놀라며 묻자 야차는 곧바로 입을 열며 루시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던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로 비빌 곳을 우리로 정했다 이거네?”
“그렇느니라. 머리가 생각보다 잘 돌아가더구나.”
“……그럼 루시퍼를 포함해서 손오공이랑 청룡은 아래에서 열심히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있다 이 말이지?”
“맞아요.”
아브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고 있던 김현우는 물었다.
“이대로 가면 대충 얼마 정도 버틸 수 있어?”
“얼마 정도…… 라시면?”
“말 그대로, 이렇게 은신한 채로 얼마 정도를 더 버틸 수 있겠냐 이거지.”
“얼마 정도라…….”
고민하기 시작하는 아브.
허나 그런 아브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미령이 입을 열었다.
“서방님, 아마 이대로 간다면 9계층은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한 달을 못 버텨?”
“예. 이미 작은 국가들은 몬스터 웨이브에 의해 완전히 몰락했고, 그 옆에 있는 국가들은 멸망한 국가에서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거기에 청룡과 손오공, 그리고 루시퍼까지 가담한 거 아니야?”
“하루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 숫자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 더더욱 막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완벽한 멸망이 한 달 남았다는 거지. 실제로는 지금 당장 9계층은 멸망에 접어들고 있어요.”
미령과 하나린의 말.
그에 김현우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한 달…… 게다가 실질적으로 한 달이 아니라 지금 당장 멈춰야 할 판이라 이거지.’
사실 이 고민을 할 것도 없었다.
아브가 결국 보안을 풀지 못하고 이렇게 숨어 있는 이유는 바로 51번 탑을 노리고 있는 노네임 때문이고, 이 본질적인 문제는 노네임을 처리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깊게 들어가던 고민을 끝냈다.
어차피 그가 어떻게 고민한다고 해봤자 나오는 결론은 하나다.
“그럼, 바로 준비해볼까.”
그것은 바로 노네임을 죽이는 것.
어차피 모든 본질적인 해결책은 노네임을 죽이는 것이었다.
노네임을 죽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더 이상의 생각을 중단했다.
xxxx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그 위에 지어져 있는 관저.
마치 이 세계의 중심을 잡는 듯 홀로 세워져 있는 관저 안쪽에는 그 남자가 변함없는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툭- 툭-
그와 함께 들리는 것은 남자의 검지가 가죽을 툭툭 치는 소리.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동안이나 가죽 의자를 치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남자는 서서히 두 눈을 뜨고는 중얼거렸다.
‘……슬슬, 전부 처리할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번을 떠올렸다.
이미 그는 관리기관 산하에 있는 탑주들을 처리했다.
태양신 ‘라’도 남자의 손에 죽임을 당했고, ‘괴인왕’도 마찬가지로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으며 관리 기관 산하 중에서 가장 오래된 탑주인 서고장도 결국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파멸이라…….’
남자는 서고장이 소멸하기 직전 말했던 단어를 떠올렸다.
그는 분명 자신에게 얼마 있지 않아 스스로가 파멸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남자는 그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세상에서 자신을 파멸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에게 있어서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그가 죽이지 못한 한 명 때문이었다.
‘……밀레시안.’
맨 처음 ‘양식장’을 만들었을 때 살려두었던 이들 중 한 명인 그는 도대체 어떻게 낌새를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눈을 피해 그대로 몸을 숨겨 버렸다.
물론 고작 한 명이 지금 시점에서 몸을 숨긴다고 해서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는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남자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으나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옆에 두지만 않는다면 그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테지.’
헤르메스가 결국 자신의 업을 이렇게나마 박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남자가 그에게 결국 ‘권한’을 줬기에 생겼던 일이었다.
그 말인즉슨 밀레시안이 아무리 때를 기다리며 몸을 숨겨봤자 그가 이번처럼 다른 이들에게 편의를 위해 권한을 넘기지만 않으면 밀레시안이 기다리는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남자는 밀레시안에게서 신경을 끄고 이제 남아 있는 파벌들을 떠올리곤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구르는 재주도 없는 머저리들이었나.’
처음 그들에게 선물을 줬을 때만 해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네임은 분명 강했으나 부족한 것은 있었고 아무리 힘없는 머저리들이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대표적으로 헤르메스가 그러했다.
그는 남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넓은 탐지 능력과 이동 능력을 동시에 겸비했었으니까.
허나 지금 그가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하라고 맡겨놓은 이들은?
‘……이제 얼마나 지났지?’
소식이 없었다.
적어도 그로서는 꽤 많은 시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서 오는 보고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말이 없다는 것은 그 녀석들이 아직 51번 탑의 잔재를 찾아내지 못했거나.
‘찾아냈더라도 실패했거나…… 인가’
물론 찾아내기만 했다면 그래도 좀 도움은 됐을 것이다.
만약 찾아냈는데 실패한 것이라면 자신이 가서 직접 멸망시키면 되는 거니까.
허나 찾아내는 것조차 실패했다면, 그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머저리들과 같았다.
“……쯧.”
한 번 더 혀를 찬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시간은 충분하게 주었고, 그로서는 딱히 더 이상 기다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걸 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을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저번에 멸망시켜 버렸던 악마 파벌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제 남아 있는 나머지 파벌을 모두 없애 버리고, 또 한 번 업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우우웅-!!!!
그는, 포탈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