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딱 기다려라 (4)
“끄아아아아악!!!”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이프리트의 몸에서 터져 나오던 불씨가 서서히 식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으나 이프리트의 심장을 뚫어 버린 손은 환상이 아니라는 듯 그의 몸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았고.
툭-
그 마지막, 분명 인간의 형태로 찬란한 불꽃을 뿜어내고 있던 이프리트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쩌저적-
완전히 타버린 재가 되어 그대로 갈라지는 이프리트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나이아드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나지막한 탄식.
나이아드는 멍하니 이프리트였던 잿더미를 바라봤다.
“…….”
더 이상 그 잿빛의 시체에는 생명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나이아드가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던 풍경이 보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세계수가 불꽃에 휩싸여 있는 모습.
그 앞으로 정령들의 시체가 눈에 보인다.
정령들의 특성상 마력으로 신체가 이루어져 있기에 제대로 된 시체가 남아 있는 것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숲 곳곳에 버려져 있는 시체들은 나이아드의 눈을 어지럽혔다.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것은 시체, 시체, 시체.
아마 정령들의 시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엄청난 숫자의 시체가 눈에 보일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떠올린 그녀는.
“이제 너만 남았군.”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
숲을 불태우고 모든 정령을 싸그리 몰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표정의 변화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나이아드의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
나이아드는 그 남자를 보며 입을 뻐끔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상황을 나이아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분명 정령들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부 생존해 있었다.
비록 세계수가 박살 나 앞을 걱정하고 있어도 우선은 살아 있었다.
헌데 지금은?
“…….”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과 의견을 나누던 정령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고, 그들이 생활하던 숲은 그 단시간에 황폐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장난처럼, 빠르게 바뀌어 나간다.
그렇기에 나이아드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그 상황을 바라봤고, 남자가 앞에 다가온 순간이 돼서야 자신의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내뱉었다.
“대체…… 왜?”
“무슨 의도로 묻는 거지? 설마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일을 실패했다고 이런 처사는…….”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이미 나는 충분히 말했던 것 같은데. 51번 탑의 잔재를 처리하지 않으면 너희를 멸망시키겠다고.”
“그…… 그렇다면 천사 쪽은 어째서!”
나이아드의 말에 남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걱정 마라, 너를 죽인 다음에는 그곳이니까.”
“……아.”
그 말을 듣고 나이아드는 불현듯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애초에 자신들이 51번 탑을 없애든 말든 자신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군요?”
“늦게라도 알아차린 걸 보니, 다른 놈들보다는 조금 낫군. 그래봤자 같은 미물들이라는 건 변하지 않지만.”
꽝!
“끄학!”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발을 그대로 들어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신음을 터트리는 나이아드.
그녀는 뒤늦게 반응해 자신의 몸 위에 올라와 있는 발을 치우기 위해 양손을 움직였으나, 이내 조금씩 더 강해지는 압력에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평온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뭐,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라.”
“뭐…… 라고요?”
“굳이 한 번 더 말해야 하나? 억울해하지 말라는 소리다. 어차피 따지고 보면 네 녀석들도 결국 나와 같은 것 아닌가?”
“그게 무슨…….”
“너는 스스로가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
“그렇다면 네가 관리하는 탑에 있는 이들은 어떻지?”
“……!”
남자의 말에 순간 입을 벌리는 나이아드.
그는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결국 네 녀석들은 그들을 이용할 뿐이지 않았나? 아니,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지금 나보다도 더욱더 심하게 그들을 학대해 왔지.”
“…….”
“안 그런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업을 얻기 위해 탑 안에 있는 생명들을 학대하고 탄압하지 않았나? 게다가 어떤 놈들은 말도 안 되는 인신공양을 하기도 하더군.”
피식-
“결국 너와 내가 다른 것은 무엇이지? 어째서 너는 그렇게 원통해 하는 거냐?”
“그…… 그건……!”
“네가 한 일과 내가 한 일이 다르다고 말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라고 하고 싶군. 결국 너와 내가 한 일은 똑같다. 변명의 여지가 없지.”
나이아드는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반박하지 못했다.
그 남자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으니까.
그녀를 포함한 모든 탑주들은 업을 모으기 위해 탑 안에 있는 이들을 수탈해 업을 모았고, 그들이 어떤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결국 나이아드와 눈앞에 있는 남자가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이아드가 입을 다물자 남자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나이아드를 짓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다.
“커헉!”
뿌드드득!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하는 나이아드의 형체.
그녀의 몸이 물처럼 흩어지는 것을 보며 남자는 그녀를 짓밟았던 다리를 그녀의 몸속에서 빼내었고. 이내 곧 나이아드는 물이 되어 주변에 흩어졌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같은 팀끼리 치고 박고 싸운 거야?”
“……!”
천사 진영으로 가는 포탈을 열려던 남자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리 구면이지? 이 개새끼야.”
남자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현우를 보며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현우?”
“설마 시력도 퇴화한 건 아니지?”
이죽거리며 대답하는 김현우.
그에 남자는 곧 휘둥그레 떴던 눈을 없애고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히 그때 죽였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났지?”
그의 물음.
김현우는 씨익 웃고는 대답했다.
“알아서 뭐하게?”
“…….”
김현우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기만 하던 남자는 이내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입을 열었다.
“그년이로군.”
“그년이라니?”
“숨긴다고 해서 내가 눈치채지 못할 것 같나?”
남자는 드물게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으나 김현우는 그 얼굴에도 딱히 긴장하지 않고 입가를 비틀어 올리곤 이야기했다.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그리고 엄연히 말해서 나를 살려준 건 눈동자가 아니라 너잖아?”
“……뭐?”
“네가 줬던 세계수의 마력이랑 야훼의 모체 말이야. 그거 꽤 좋더라?”
김현우의 말에 그제야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는 그.
“……멍청한 녀석들.”
나지막한 중얼거림, 그러나 곧 남자는 찌푸린 인상을 펴고는 다시금 무감정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 앞에는 왜 나타났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지?”
“네가 살아나서 다시 온다고 해도 달라지는 결과가 있을 것 같나?”
“만약 없었다면 네 앞에 찾아왔을까?”
“……멍청하군. 대충 생각해 보니 그년이 네게 무엇인가를 해준 것 같은데, 고작 그것만으로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거 한두 달 안 본 사이에 겁이 좀 많이 는 거 아니야?”
“……뭐라고?”
“왜? 저번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우선 죽이겠답시고 달려들었잖아? 근데 이번에는 안 그러는 거 보니…… 혹시 쫄?”
키득거리며 도발하는 김현우.
남자는 가만히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보고는 이내 헛웃음을 흘린 뒤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죽고 싶은가 보군.”
“그러니까, 입만 털지 말고 우선 와 보라니까?”
“……후회하지 마라.”
그 말에 남자는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김현우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터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남자.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몸의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남자의 발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긴장하는 김현우.
그리고 어느 순간.
툭-
남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적어도 김현우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럼에도 김현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분명 그의 신형은 김현우의 눈앞에서는 사라졌을지라도, 그의 감각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빡!
“!”
-노네임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주먹을 막아낸 그를 놀랍다는 듯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과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김현우.
마치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 남자의 신형이 다시 한번 사라진다.
이번에는 뒤.
그 다음에는 위.
남자의 신형이 순식간에 이리저리로 옮겨나가며 김현우에게 손과 발을 내지른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렇게 내질러지는 남자의 공격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막아낸다.
단 하나의 유효타도 없이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김현우.
그 모습에 노네임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그의 공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맨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움직이며 김현우를 공격하고 있었고, 오히려 저번과는 다르게 순간순간 페이크까지 섞어 가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허나 김현우는 그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여 주먹을 휘두를지 예측이라도 하듯.
텁!
“쯧.”
공격이 막힌 노네임은 짧게 혀를 차곤 혹시 김현우의 뭔가가 바뀌었나 싶어 그의 몸을 파악해봤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그때와는 다른 것이 하나 정도 있었다.
‘……마력이 전혀 없다고?’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몸속에는 현재 단 한 줌의 마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럴 리가…….’
눈에 보이는 정보를 의심하며 남자는 몇 번이고 김현우의 몸을 이리저기 관조해봤으나 보이는 것은 같았다.
김현우의 몸에는 마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딱히 그의 몸 자체도 변한 것은 없었다.
‘……역시 그년에게 ’업‘을 얻어왔나.’
그렇다면 남은 것은 역시 그년에게서 얻어온 ‘업’.
물론 남자는 김현우가 그녀에게서 무슨 업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그년에게서 받은 것이 어떠한 업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는 있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김현우가 마력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공격을 이렇게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남자는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김현우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남자는 김현우의 말과 함께 그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 앞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아아아악!
그리고-
“왜 이렇게 약해졌어?”
“이 새끼가……!”
-김현우의 도발에 노네임은 처음으로 악귀 같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