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노 네임 (Nameless) (2)
파지지직-!
노네임의 말과 함께 주변의 대기가 얼어붙는다.
엉망진창으로 박살 났던 잔해들과 돌멩이들이 얼어붙고, 그나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나무와 수풀도 마찬가지로 얼어 버렸다.
울창한 초록빛을 가지고 있던 숲이 한 순간 새하얗게 뒤덮이는 것을 보며 김현우는 눈을 부릅떴고.
“우선,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쿠그그그그그그극-!!!
김현우는 곧 위에서 들려오는 지진과도 같은 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올리고는 경악했다.
“이런 미친-.”
김현우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
그것은 거대한 운석이었다.
새하얀 얼음으로 된 운석.
그것이 온몸이 얼어 버린 김현우의 머리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시시각각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김현우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덮으며 다가오는 운석.
“어디 한번 네 무력함을 느껴봐라.”
노네임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뒤로 뺐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바라봤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막아 낼 수 없을 것 같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엄청난 크기의 운석은 지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진동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우는 운석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고.
-콰드드드득!
운석이 지상과 충돌하기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김현우는 자신을 얼려 버린 얼음을 깨고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는 김현우의 머리 위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 와 있는 운석.
김현우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뒤로 내뺐고, 운석은 간발의 차이로 김현우의 머리를 피해,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콰가가가가강!
엄청나 충격파와 함께 주변의 땅을 먹어치우며 땅바닥에 처박히는 운석.
그로 생기는 충격파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뒤로 날아갔으나 이내 안전하게 착지했고, 그 순간-
“……!?”
-땅바닥에 처박혔던 운석이, 멈췄다.
땅바닥의 모래가 터져 나오고,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사방으로 깨져나가는 얼음 조각들이 멈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멈춰 버린 공간.
부서진 얼음 조각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거대한 운석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에 김현우는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고.
그 순간-
“!!”
-멈춰 있던 얼음 조각들이 김현우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한 번 더 몸을 피하는 김현우.
꽈아아앙! 꽝! 꽈르르륵!
쩌저적! 쩌적! 쩌어엉!
김현우의 몸에 닿지 못하고 땅에 처박힌 얼음 조각들은 순식간에 주변을 얼려 버리거나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터져 나오는 또 다른 파편들.
“이런 씨발 진짜!”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김현우는 순식간에 움직여 그것들을 모조리 피해내곤 곧바로 땅을 박차 노네임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차피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본체를 잡는 것.
그렇기에 김현우는 노네임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김현우는 곧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또 한 번의 운석에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마치 빙하를 통째로 소환시켜서 떨어뜨리는 것 같은 거대한 운석.
“아, 그리고 하나는 부족해 보여서 몇 개 정도 더 준비했다.”
“이런 개씹-.”
그리고 그 옆에 추가로 보이는 두 개의 운석을 보며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는 몸을 멈췄다.
‘어떻게 해야 하지? 피해야 하나?’
찰나의 순간에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
허나 김현우가 멈춰 있을 시간은 얼마 없었다.
‘……몸이 얼어붙는다.’
그가 멈춰 있는 그 순간, 이 숲 전역에 퍼져 있는 냉기는 김현우의 몸을 얼렸으니까.
그렇기에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김현우가 선택한 건-
“너무 빠르게 목숨을 포기하려 하는군.”
-바로 떨어지는 운석을 무시한 채 노네임의 앞으로 다가서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노네임의 앞에 다가선 김현우, 노네임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몸을 뒤로 빼려 했으나.
“어딜 가려고?”
“!”
김현우는 노네임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이미 그의 뒤로 움직여 그의 옷깃을 붙잡은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힌 노네임. 김현우는 또 한 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의 주먹은 노네임의 코앞에서 멈춰 버렸다.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와, 반대로 웃음을 짓는 노네임.
‘이렇게 빨리 얼어붙는다고?’
김현우는 실시간으로 얼어붙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자신의 몸을 과하게 비틀어 아까보다도 빠르게 몸에 붙어 있던 얼음을 부수려 했으나-
“내가 부숴주지.”
빠아아악!
“크학!?”
김현우는 곧 남자의 주먹에 얻어맞아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콰자자자작!
완전히 얼어 버린 땅을 갈아 버리며 땅바닥을 구르는 김현우의 육체.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
이미 그 순간, 김현우의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주변에서 팽창한 마력 때문.
거기에 더해서 김현우가 멈춰 서자마자 그의 몸을 타고 온 냉기는 김현우의 육체를 순식간에 얼려 버렸고.
“아…… 씨발.”
그런 김현우의 위로,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운석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얼음 조각들이 한 번 더 움직여 김현우가 있었던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그와 함께 터져 나가는 지상.
새하얗게 얼어 있던 지상에 잿빛 연기가 만들어지고, 시뻘건 화마가 그런 잿빛의 연기를 먹어치우며 나타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목숨은 질기군.”
김현우는 옷이 걸레짝이 된 상태로 걸어 나오며 인상을 찌푸렸다.
‘좆 될 뻔했다.’
운석이 떨어지는 그 순간, 김현우는 반환공을 이용해 자신을 압박하는 마력의 힘을 밖으로 돌림으로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것을 빌미로 최소한의 피해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정도가 최소한의 피해라는 게 문제지만.’
김현우는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고작 한 번의 공격으로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했다.
물론 그 상처들은 김현우의 거동에 문제를 줄 정도의 큰 상처가 아닌, 그저 자잘자잘한 상처일 뿐이었으나 문제는 그가 노네임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이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잘한 상처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무시하지 못하니까.
“…….”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 위에 서 있는 노네임을 바라봤다.
조금 전, 곧바로 자신을 죽여 버리겠다는 그 말은 어디다 버렸는지 주변에 흐르고 있던 냉기를 거둔 노네임.
김현우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곳에서 빠져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던진 질문.
그도 그럴 것이 노네임이 전투 스타일을 바꾼 그 순간부터 김현우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이렇다 할 타격을 가하고 있지 못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보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근접을 포기하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원거리로 공격을 때려 붓는데다가 아무리 근접전으로 다가가더라도 노네임의 마력 때문에 공격이 불가능했다.
한 마디로 어떻게 하든, 김현우는 노네임에게 공격을 먹일 수단이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가 ‘가볍다’면.’
……이 뒤에는 또 뭐가 있을지, 김현우는 상상도 하기 싫었기에 인상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노네임은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가볍게 몸 풀기는 끝났으니, 다음으로 가도록 하지.”
“…….”
“무엇이 좋지?”
“……뭐라고?”
“중력을 반전시킨 세계에서 운석을 막아보는 건 어떤가? 아니면 오히려 중력이 수백 배인 곳에서 용암에 담가져 보는 건? 그것도 아니라면 공기 중의 모든 마력을 자그마한 가시로 만들어 줄까? 아마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겠지.”
“…….”
김현우가 입을 다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네임은 자신의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너를 처리하는 데 사용할 방법은 말이야. 무엇을 원하지? 어떤 방식으로 고통 받기를 원하나?”
비틀린 웃음에 더해져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광기가 엿보이는 그 모습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 전에는 한 번에 죽인다고 해놓고, 말이 너무 바뀌는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한 번에 죽이는 건 너무 편하게 보내 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든 고통을 준 뒤에 죽이겠다?”
“의도를 잘 알고 있군.”
“또라이 같은 새끼. 남자 새끼 맞냐? 왜 이렇게 말이 바뀌어?”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노네임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쿠그그그그그극-!
“……!”
땅이 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용암이 터져 나왔다.
갈라진 틈 사이로 꾸역꾸역 흘러나오기 시작한 용암을 보며 김현우는 곧바로 땅을 박찼고, 조금 전까지 그가 서있던 곳은 순식간에 용암으로 뒤덮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냉기로 가득 찼던 숲이, 이번에는 용암에 의해 모든 것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얼어 있던 나무는 고작 몇 초도 되지 않아 용암 속으로 그 자취를 감추고, 모든 것이 타고 깨지는 소리가 김현우의 귓가에 쉴 새 없이 들려온다.
허나 그런 것보다도 김현우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
온 하늘을 가릴 정도로 수많이 떠 있는 운석들과.
노네임의 주변을 기점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둥그런 구체들이었다.
“……2차전을 시작하도록 하지. 어디 한번 이것도 피해보도록 해라.”
노네임의 말이 기점이 됨과 동시에 낙하하기 시작하는 운석들.
그 엄청난 광경을 보며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는 그제야 눈동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씨발, 괜히 내 승률이 3할이라는 게 아니었네.’
이런 괴물을 도대체 무슨 수로 이긴다는 말인가?
아니, 괴물이 아니다.
적어도 노네임이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는 어찌 보면 무력 면에서는 ‘신’과 같았다.
아니, 이미 충분히 신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김현우에게 몇 번이고 보여주고 있었다.
‘……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는 현자타임.
그럼에도 김현우는 그 현자타임을 억지로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하지?’
또 한번 드는 고민.
지금까지 노네임과 싸우면서 몇 번이나 던졌던 고민이 또 한 번 김현우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 김현우의 머릿속에서는 저 엄청난 것들을 감당해낼 만한 기발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저것들은 마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
“…….”
‘아니, 아니야…….’
김현우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김현우는 스스로에게 ‘어떻게 해야 하지?’같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던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해내야만 했다.
그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애초에 지금 당장 이것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면, 결국 노네임에게 닿는 것도 못한다는 것이니까.
‘분명 눈동자는 내게 승률이 3할 정도 있다고 했지.’
3할.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30%.
물론 30%라는 승률은 낮다.
하지만 30%라는 승률은 엄연히 말하면 10번을 싸워 3번 정도는 이긴다는 소리.
한 마디로, 김현우에게는 아주 조금이기는 하겠으나 노네임을 이길 확률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후우-.”
김현우는 다시 한번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