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노 네임 (Nameless) (3)
천계의 중앙에 위치한 신전.
거대한 신전 안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모여 있었다.
가장 낮은 계급의 천사부터 시작해서, 탑의 주인인 천사들까지. 수많은 천사가 신전의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착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
그곳에는 천사 파벌을 이끌고 있는 가브리엘이 신전 한가운데에 있는 받침대를 말없이 만지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분이 강신할 모체가 있었던 그곳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로 루시퍼 때문에.
까득!
가브리엘은 이를 악물며 루시퍼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조롱을 하고는 그분의 모체를 들고 사라진 그녀를.
“썅!”
꽈아아앙!
가브리엘의 주먹이 내리쳐짐과 함께 그가 만지고 있던 받침대는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들은 그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숙연한 표정으로 가브리엘의 화난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가브리엘은 저도 모르게 씩씩거리던 숨을 억지로 진정시켰으나, 이내 분에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를 물고는 자신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그나마 살아 있던 대천사 중 한명이자 탑주 중 한 명인 라구엘에게 물었다.
“위치는 파악했나?”
“……우선 그동안 모아 왔던 마력을 전부 사용해서 루시퍼가 이동한 좌표는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라구엘의 말에 가브리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분을 강신하기 위해 지금까지 천사들이 어떻게든 진득하게 모아 왔던 엄청난 양의 마력.
무슨 일이 있어도 그분이 강신할 때 사용하자고 생각했던 그 엄청난 양의 마력을, 가브리엘은 사용했다.
어차피 모체도 빼앗기고 루시퍼도 배신한 이상 그분을 다시 되살릴 길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모체를 빼앗아간 루시퍼를 쫓아가 어떻게든 모체와 루시퍼를 잡아오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가브리엘은 모든 마력을 루시퍼의 위치를 찾는데 사용했고.
다행이 ‘길’을 제시하는 대천사인 라구엘은 그 엄청난 양의 마력을 사용해서 루시퍼가 이동한 곳.
정확히는 51번 탑의 잔재가 있는 곳을 찾았다.
“포탈을 열어라.”
가브리엘의 한 마디.
그에 라구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옆에 들고 있던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성스러운 빛.
그것은 순식간에 라구엘의 앞에 뿌려져 거대한 오망성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종래에 와서는 거대한 원형 포탈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라구엘은 입을 열었다.
“이 포탈을 통과하면 곧바로 그 잔재에 도착할 거다.”
라구엘의 말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사들을 바라봤다.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천사들을 바라보는 가브리엘.
허나 천사들은 그런 가브리엘의 뜻을 알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그분을 위해!”
수많은 천사들이 마치 하나처럼 신전에 퍼짐과 동시에, 천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다투어 새하얀 포탈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포탈에 빨려 들어가듯, 망설임 없이 행진을 이어나가는 천사들.
그 모습을 보며 가브리엘은 천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얼굴로 생각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모체를 찾겠다……. 그리고 루시퍼 그년은…….’
까득-!
‘무조건 죽이겠다. 무조건 죽여 버리겠어……!’
가브리엘은 그렇게 다짐하며 천사들이 행진하고 있는 포탈을 바라봤다.
그 짧은 생각을 하는 사이에 천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 자신을 기다리는 대천사들뿐.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가브리엘은 이내 걸음을 옮기며.
“가자.”
그렇게 말했고.
이내 가브리엘과 그를 기다렸던 대천사들은 마침내 51번 탑의 잔재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응?”
그는 51번 탑에 발을 들인 순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xxxx
쿠그그그그그그극────!!!
온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운석.
그것을 바라보며 김현우는 생각했다.
업(業)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언젠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업(業)이라는 것은 여러 갈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결국 보편적인 정의는 생명이 삶을 살아오면서 스스로가 죽음에 달할 때까지 쌓아 온 업적을 말한다.
그리고 김현우가 눈동자를 통해 얻은 수만 개의 업은 일반적인 업이 아닌 눈동자가 노네임과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올리기 위해 준비한 위업(偉業)들 이었다.
하나하나가 역사에 기록되고 후세에 길이길이 알려질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든 이뤄내는 위업(偉業).
허나 위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필멸자(必滅者)들에게서 나온 업.
눈앞에 펼쳐진 재앙을 막기에는 역사에 기록되고 후세에 남겨진 위업도 작아보였다.
그래.
고작 하나의 위업(偉業)만으로는 작았다.
허나-
“후우-.”
-김현우가 가지고 있는 위업은, 고작 하나가 아니었다.
이제는 강렬한 충격파를 쏘아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운석을 바라보며, 김현우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운석과 김현우의 크기 차이는 아무리 좋게 쳐줘도 수천 배.
보는 것만으로 헛웃음이 나오는 압도적인 질량의 차이는 김현우를 그저 한 톨의 덧없는 생명으로 보이게 했다.
바닥에는 용암이 금방이라도 김현우를 잡아먹을 듯 혀를 날름거리고,
위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정도로 시린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상황.
그 속에서 김현우는 눈을 감고 떠올렸다.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업을.
그리고, 그 거대한 운석이 김현우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그 순간-
“후읍-.”
-김현우의 손이 움직였다.
바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운석의 끝에 손을 댄 김현우의 손바닥이 자연스레 아래쪽으로 밀린다.
그와 함께 터져 나가는 땅.
붉은 용암이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다음-
툭-
분명 김현우를 박살 낼 듯 떨어져 내리고 있던 운석은, 마치 그 자리에 선 것처럼 멈춰 버렸다.
그것은 바로 혼자 떨어지던 태산을 받쳐 든 투군자(投軍者)의 묘리였으며-
쿠-그그그극! 파가가가가각-!!!!
김현우의 손에 닿은 운석이 그가 쥔 손을 기점으로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지는 것은 홀로 절벽을 가른 태극선신(太極仙神)의 묘리였고.
그리고-
“흡!”
이내 절반으로 갈라진 운석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 떨어지고 있는 다른 운석들을 부순 것은, 그 예전 홀로 거신(巨身)을 박살 냈던 나찰귀(羅刹鬼)의 묘리였다.
김현우의 몸에서 재현된 세 개의 묘리는 그의 의도에 따라 떨어지던 운석을 그대로 박살 내 버렸다.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위업.
그것을 보며 김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할 수 있다.’
김현우는 지금까지 위업을 사용할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노네임의 공격을 피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 이유는 바로 김현우에게 다음이 없기 때문.
만약 그에게 마력이 있었다면 노네임에게 아무리 공격을 당하더라도 범천의 업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김현우의 몸에는 마력이 없다.
아니, 애초에 그의 몸에 마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네임은 김현우가 마력을 사용하게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지금까지 어떻게든 피해를 입지 않고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 그의 공격을 절대 전면으로 받지 않았다.
물론 그 이외에 스스로에게 든 의심도 있었다.
과연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업들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
물론 맹인에게서 배운 직감이나 개미인간에게 배운 탐지 능력은 그가 사용하지 않아도 거의 반영구적으로 항상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으나 다른 것은 아니었다.
오롯이 김현우가 기억하고 사용해야만 발휘되는 묘리와 기술들.
김현우는 솔직히 자신을 믿지 못했다.
과연 정말로 그 경험을 통해 얻은 묘리나 기술로 노네임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운석을 마주 두고, 김현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결국 이러고 있어 봤자 자신은 결코 노네임을 이길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못 하고 피하기만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그렇기에 김현우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가 아닌 ‘어떻게든 해야 한다.’ 로.
마음속에 드는 ‘의문’을 ‘확신’으로.
“후우…….”
김현우는 마치 주마등과 같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경험들을 떠올렸다.
어떤 이는 인간이었으며, 인간을 초월한 선(仙)이기도 했고.
애초에 인간이 아닌 자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과 비슷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 모든 경험들을 분명 스스로 경험하고 자신의 몸속에 담았다.
한 마디로, 처음부터 그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
-스윽
벽을 타고 올라 김현우의 몸을 녹이겠다는 듯 사방으로 다가오는 용암.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모든 것을 녹여 없애는 용암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발자국.
그러나-
쿠그그그그그극!!!!!
-김현우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발자국은 단 일보(一步)로 세상을 가른 무적존(無敵尊)의 발걸음이었고.
쩌-저저적! 콰가가가가각!!!!!!
김현우의 한 발자국은, 마치 홍해의 기적처럼 바닥을 갈랐다.
김현우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던 용암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안으로 쏟아져 내려갔고, 뒤늦게 다른 곳에 떨어지고 있던 운석들이 사방에 떨어져 괴악한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허나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김현우는 그 자리에서 뛰어 올라 노네임의 앞에 다가섰다.
“…….”
지금까지의 일을 전부 보고 있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그의 모습.
김현우는 노네임의 앞에서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고.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김현우의 몸을 얼려 버렸다.
쩌저저적-!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얼어붙는 김현우의 몸.
그 모습을 보며 노네임은 미소를 지었으나-
까드드드드득!
곧 그다음 보이는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전보다도 많은 마력을 소모해 공간에 있는 온도를 극한까지 끌어내렸기에 김현우는 얼어붙은 그대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어야 했다.
그러나-
빠아아악!
“카학!?”
그가 경험했던 만년빙설(萬年氷雪)의 업은, 그 극한으로 떨어진 온도 속에서도, 김현우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다.
김현우의 주먹에 맞아 순식간에 튕겨나가는 노네임.
그의 주변에 떠 있던 중력장들이 뒤늦게 김현우에게 도달해 그의 몸을 짓씹어먹을 듯 달려들었으나, 그것들은 단 하나도 김현우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로 몰리는 중력장들을 쳐내며, 김현우는 노네임의 모습을 바라봤다.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이 빠진 용암 속에서 걸어 나오는 노네임.
물론 고작 용암에 빠진 것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으나 역시 저 모습을 보니 괴물이라는 단어가 김현우의 머릿속에 연상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처럼 긴장감이나 압박감이 들지는 않았다.
노네임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음에도 더 이상 긴장되지 않았고.
그가 손을 휘저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두렵지 않았다.
그래.
“이 자식……!”
이제는,
“덤벼.”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