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노 네임 (Nameless) (4)
모든 것이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그곳.
하늘, 땅, 벽 할 것 없이 엉망진창으로 놓여져 있는 책들을 멍하니 바라고 있는 남자, 밀레시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 탐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헤르메스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예.”
탐왕의 긍정.
그에 밀레시안은 저도 모르게 답답하다는 듯 ‘하’하는 탄식을 내뱉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다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이야?”
밀레시안의 말에 탐왕은 잠시 고민하고 있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렇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게 이야기하기로는요.”
“그런데 지금 네 말은 헤르메스가 결국 네 상황을 전부 예측하고 있었다는 걸로 들리는데?”
“다시 한번 말했듯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헤르메스는 제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해주었고, 그건 제가 말했듯이…….”
탐왕은 자신의 옆에 쌓아둔 책들을 보여주었다.
“약 1800가지의 상황이 넘어갑니다. 한 마디로 예상했다기 보다는…… 그냥 운 좋게 하나의 수를 때려 맞춘 거지요. 그리고 거기에 맞는 최선의 행동을 또 생각해 놓은 것이고요.”
“미치겠군.”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밀레시안, 그러나 그는 곧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뭐, 아시다시피 저희는 숨어 있는 상황이고 밖의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저희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거죠.”
“한 마디로 우선은 밖에 나가봐야 알 수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탐왕의 말에 밀레시안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미 그는 탐왕에게서 헤르메스가 남겨놓은 것들에 대해 들어버렸다.
그렇기에-
‘그 새끼, 나한테는 저번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더니, 결국에는 나를 이용할 생각이었잖아?’
-밀레시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럼, 결국 움직여야겠네.”
이내 그는 은신처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xxxx
지상에 있는 천산(天山).
그 곳에는 한 남자, 아니 청룡이 천산의 꼭대기에서 묵묵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오랜만이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곧바로 시선을 돌린 청룡은, 이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인, 평천대성(平天大聖) 우마왕(牛魔王)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만난 지 이제 3일도 되지 않은 것 같다만.”
청룡의 말.
그에 평천대성은 하하핫- 하며 호기로운 웃음을 토해내고는 대답했다.
“그 정도도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하지!”
“……뭐,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딱히 이해는 안 가지만 딱히 그것을 정정하고 싶지 않았던 청룡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래서, 이곳에 와 주었다는 건 나와 함께 9계층으로 가겠다는 소리로 봐도 좋겠지?”
청룡이 지금 혼란스러운 9계층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홀로 이곳에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서서히 멸망의 길로 들어서려는 9계층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원군을 요청하러 온 것이었다.
“물론이지.”
“생각보다 쉽게 정했군.”
“안 될 건 뭐 있나? 만약 그 녀석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그곳에 처박혀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는 자네는? 이곳에 있는 3일간 원군을 요청할 수 있는 곳에는 전부 요청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확실히 평천대성의 말대로, 청룡은 지상에 내려오고 난 뒤 3일간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원군을 요청하러 다녔다.
물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칠대성(七大聖)의 수장인 평천대성이 있는 곳이었고, 그 다음은 청룡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천계(天界).
그 다음으로는 혹시 몰라 지옥(地獄)에도 갔다 왔고, 그 이외에도 원군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면 그 어디로든 돌아다니며 원군을 요청했다.
그렇게 3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태양이 한 가운데 뜰 때 천산의 꼭대기로 와달라는 말을 했던 것을 상기한 청룡은 시선을 돌려 평천대성을 바라봤다.
“자네 혼자 왔나?”
청룡의 물음.
그에 평천대성은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혼자 왔겠나?”
그의 물음과 함께 평천대성의 뒤로 요괴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들은 청룡의 입장에서도 꽤 얼굴이 익숙한 칠대성들이었다.
그런데-
“……응?”
칠대성 이후로도. 올라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냥 있었던 게 아니라 꽤 많았다.
“…….”
아니, 그냥 존나 많았다.
“이 숫자는 대체……?”
청룡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평천대성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통쾌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화과산의 원숭이들이지. 뭐, 겸사겸사 다른 아우들의 부하들도 껴있고 말이야.”
“……많군.”
청룡은 어느새 넓었던 천산의 꼭대기를 가득 채운 수많은 요괴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들 하나하나가 대성들처럼 강하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많은 수라면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수척했던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밝아지는 청룡의 얼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과를 벗어난 요괴(妖怪)들이 이렇게 잔뜩 모여 있다니, 이것 참 보기 힘든 광경이로군.”
청룡은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하늘로 시선을 돌렸고.
“……긴나라(緊那羅)!”
이내 곧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천계의 팔부신, 긴나라를 바라보며 곧 천계에서도 지원을 보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동방의 수호신이여. 저는 상제(上帝)의 명을 받들어 남방의 수호신을 도우러 왔나이다.”
“상제께서…… 직접 하명하셨다고?”
청룡의 물음에 긴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렇습니다. 상제께서는 도움을 받았으니 응당 베풀어야 한다며 저와-.”
“……새들이 많군.”
“-일천의 천군(千軍)을 보내시어 당신을 도우라 하셨나이다.”
평천대성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공감할 정도로 청룡은 빠듯하게 가득 차 있는 하늘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한명 한명이 일반 병사 수백을 너끈히 상대할 수 있다는 천군(千軍)들이 일천.
청룡은 아마 이 상황을 내려다보고 계실 상제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우선, 잠시 설명을 하도록 하지.”
곧 요괴들과 천군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본 청룡은 곧바로 긴다라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이해했습니다. 저도 하늘에 귀의했으나 한때는 저들과 같았던 몸. 적어도 당신들을 돕는 동안 저들과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이야기에 청룡은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곤 말했다.
“그럼, 이제 올 사람들은 전부 왔나?”
청룡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산의 꼭대기에 모여 있는 수많은 군세를 바라봤고, 그렇게 포탈을 열려던 순간.
쿵!
청룡의 앞에, 무엇인가 솟아올랐다.
“……?”
순식간에 집중되는 시선.
그에 따라 청룡의 앞에 솟아오른 돌기둥은 순식간에 갈라졌고, 이내 그 안에서는-
“……오관대왕(五官大王)?”
지옥의 십왕지옥(十王地獄)을 관리하는 대왕 중 검수지옥(劍樹地獄)을 관장하는 오관대왕이 청룡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돌기둥 안에서 빠져 나온 뒤 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는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희귀한 광경이군.”
확실히, 그의 입장에서 요괴와 천군이 서로 대적하지 않는 모습은 굉장히 희귀한 광경이었기에 오관대왕은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이내 조금 뒤 그는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했다.
“이런, 너무 희귀한 광경이라 저도 모르게 추태를 부렸군.”
“충분히 이해한다.”
청룡의 말.
그에 오관대왕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십왕의 의견을 조율한 결과, 우리는 세상의 인리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동방의 수호신과의 신의를 지키고자 원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소.”
“그렇다면…….”
“이 몸, 오관대왕이 당신의 필요가 끝날 때까지 지옥에서 보낸 원군이 되어 줄 생각이외다.”
거기에-
“검수지옥을 지키는 삼천의 검귀들까지 말이오.”
오관대왕의 말과 함께 여기저기서 솟기 시작하는 돌기둥.
쩌저저적-!
천산을 뒤덮을 정도로 많이 솟아오른 돌기둥들은 순식간에 깨져 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 안에서는-
끼릭- 끼리리릭!
온 몸이 검으로 덮여 있는 검귀들이, 듣기에는 조금 기괴한 소리를 내며 돌기둥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병력.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멍을 때리던 청룡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정말 고맙다.”
청룡의 말에 오관대왕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무얼, 우리는 빚을 청산하려고 하는 것뿐이오.”
“빚……?”
“자네들 덕분에 이 세상에 망가지던 인리들이 다시 세워지지 않았소? 자네들이 천하를 구했고, 그에 따라 우리가 원군을 보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니 너무 개의치 마시오.”
오관대왕의 말에 청룡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산의 꼭대기에는 화과산(花果山)의 원숭이들을 포함한 요괴들의 군단이.
천산의 하늘에는 긴나라(緊那羅)와 함께 한 일천의 천군(天軍)이.
그리고 천산의 절벽에는 오관대왕(五官大王)과 삼천의 검귀(劍鬼)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청난 군세.
청룡은 그 군세들을 바라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문을 열도록 하겠소.”
그 말과 함께 청룡은 곧바로 마력을 이용해 허공에 술식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천산의 절반 정도를 삼킬 정도로 거대해진 술식.
우우우웅!
청룡이 마력을 사용해 술식 안에 무엇인가를 그려 넣을 때 마다 마력은 그에게 공명하며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이내 청룡의 움직임이 끝났을 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들 고맙다.”
청룡은 그 말과 함께 거대한 포탈을 향해 몸을 집어넣었다.
그 뒤를 따라 포탈 안으로 들어가는 군세들.
천군이 그 날개를 활짝 펼치며 포탈 안으로 들어가고.
요괴들이 흥에 취해 뒤엉켜 들어가며.
검귀들이 대왕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들어간다.
그렇게 순식간에 포탈 안으로 모조리 들어간 세 개의 군세.
그리고 그렇게 포탈의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아무래도, 들어오자마자 바로 전투가 일어날 것 같은데, 모두 괜찮겠소?”
청룡은 51번 탑의 최상층 쪽에 잔뜩 몰려있는 천사들을 보며 입을 열었고.
“아…….”
반대로, 포탈을 통해 끝없이 몰려오고 있는 군세들을 바라보고 있던 가브리엘은-
“이런 씨발.”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고.
그러자-
“애들아 가자.”
“저게 그 천사라는 건가?”
“그런 것 같군 천군이랑은 조금 다르게 생긴 걸 보니 말이야.”
“제일 앞에 있는 놈 대가리는 내가 깨보도록 하지.”
가브리엘의 말과 함께 요괴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선두를 서기 시작했고.
“천군이여, 수호신을 도와라!”
하늘을 날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창을 머리 위로 올려 투창을 준비했으며.
“모든 일은 윤회로서 제 기능을 하는 법, 잘못된 윤회를 올바르게 돌려라, 검귀들이여.”
-검귀들이, 천사들에게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