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노 네임 (Nameless) (6)
-콰르르르륵!
공방이 이어져 나간다.
김현우의 몸이 움직여 노네임을 압박하고, 노네임은 무척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김현우를 궁지에 몰아 세웠다.
“!”
움직이던 도중 갑작스레 찾아온 암전.
그것은 김현우가 지금까지 키워왔던 인지 능력으로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는 애초에 눈이 없는 맹인신권(盲人神拳)의 경험을 체득하고 있었으니까.
갑작스레 눈앞이 멀었다고 해서 김현우의 움직임은 둔해지지 않았다.
허나 문제는 그 다음.
“!”
“역시 인지 기관까지 바꾸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가보군.”
노네임은 김현우의 눈을 가린 상태에서 김현우가 느끼고 있는 인지 기관을 뒤틀어 버렸다.
분명 왼손이 움직여야 하는데 오른발이 움직이고, 반대로 오른발이 움직여야 하는데 오른손이 움직이는 기괴한 인지.
허나 그것마저도.
빡!
“큭!”
“이 정도야 적응하는 건 쉽지.”
김현우는 극신좌(極身座)가 가지고 있었던 양의심공(兩儀心空)으로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김현우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모든 종류의 경험은 그가 극한의 상황에 몰림에 따라 세부적인 곳에서 그를 돕고 있었다.
허나 그렇게 수 만 가지의 경험이 김현우를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쯧……!”
결국 한계는 있었다.
촤악!
자신의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자상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앞에 있는 노네임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칵!”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지는 노네임.
김현우는 순간적으로 다시 그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
그가 몸을 움직이자마자 느껴지는 여러 가지 변화.
인지가 변화되고.
중력이 사라진다.
순간 허공에 붕 떠오르는 몸.
그와 함께 심야가 연속으로 깜빡거리며 점멸한다.
순간적으로 몸에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에 김현우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비틀거렸으나.
“…….”
이미 그가 한번 비틀거린 순간, 노네임은 김현우의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괴물 같은 놈…….”
이전과는 다르게, 옷 여기저기가 터져 있는 노네임에게서 나온 말에 김현우는 웃음을 지었으나 사실 그도 지금 이 상황이 마냥 웃을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러다 좆되겠는데.’
김현우는 노네임을 바라보면서도 냉정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물론 그의 몸 상태는 최악까지는 아니었다.
아직 김현우는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이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까.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지, 체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 때문이었나.’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난 상처들을 바라봤다.
여기저기 피가 터지고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찢기거나 피멍이 든 부위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노네임은?
“…….”
그는 옷이 조금 찢어졌을 뿐이지, 몸에는 상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처를 회복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았다.
“…….”
압도적인 불합리함.
김현우와 노네임이 아무리 맞붙더라도 결국 체력이 떨어지고 피해가 누적되는 것은 김현우 혼자일 뿐.
노네임의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김현우의 승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쪽은 결국 체력이 깎이고 있고, 저쪽은 체력을 100% 유지 중이니까.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그 덕분에 머리를 굴려서 나온 결론.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 다음에 드는 생각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김현우는 지금까지 노네임과 싸우며 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섣불리 내놓은 답에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그는 노네임을 한방에 소멸시킬 만한 공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냉정한 판단.
‘…….’
김현우는 노네임을 단 한 방에 쓰러뜨릴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가 무시하지 못할 필멸자들의 절대적인 위업들이었고, 김현우는 그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대단한 위업이 몇 만 개나 있을지라도 노네임을 단번에 죽일만한 기술은 없었다.
“쯧.”
이내 생각을 끝내고 짧게 혀를 차는 김현우.
노네임은 그 짧은 찰나에 정비를 맞췄는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다시 한 번 노네임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의 시야가 끊임없이 반짝이며,
그의 감각이 끊임없이 뒤바뀐다.
그렇게 해서 늘어나는 상처들.
김현우가 아무리 체력을 보존하려고 해도 노네임을 상대로는 절대로 체력을 보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공방을 이어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끅!”
김현우는 공방이 순간적으로 끊어질 듯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미개하군,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을 싸웠으면서 벌써부터 체력의 한계가 보이니 말이야.”
들려오는 노네임의 목소리.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그어진 자상 덕분에 쉼 없이 피가 흐르고 있는 모습.
거기에 더해서 오른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물론 뼈가 부러지고 피가 흐른다고 해서 김현우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수많은 업이 있었고, 그 업들 중에는 이런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상처를 임시적으로나마 치료하는 방법 또한 있었으니까.
허나 문제는-
“…….”
-바로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노네임이었다.
“흐…….”
오른팔에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을 억지로 삼키며 김현우는 생각했다.
‘……이게 내 승률이 3할인 이유였나.’
아니, 애초에 눈동자가 이것조차 고려하지 않고 말했을 확률을 생각해 보면 지금 승률은 더더욱 떨어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우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방법이 필요해…… 방법이.’
김현우는 앞에 서 있는 노네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도 최대한 빠르게.
‘……이제 얼마 못 버틴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의 체력은 서서히 빠지고 있었고, 지금 당장 오른팔도 임시 조치를 해놓기는 했으나 그것은 분명 오래 가지 못할 것이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김현우가 노네임을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지?”
“!”
김현우가 고민하는 와중 또 한 번 달려든 노네임.
그는 조금 전 김현우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나름의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이번에는 아까 전보다 깊게 들어와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공방.
노네임이 김현우에게 각종 디버프를 걸며 공격하고, 김현우는 그런 노네임의 디버프를 파훼하며 그를 공격한다.
단조로운 노네임의 공격패턴.
허나 그 실체를 깨달은 김현우는 그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도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배우지 못한 게 아니라 배우지 않은 것이었나.’
솔직히, 맨 처음 김현우는 노네임의 공격 패턴을 비웃었다.
그는 분명 신과도 같은 능력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모든 부분에서 미숙했다.
근접전은 그 속도가 빨라서 위협적일 뿐이었지 당연히 미숙했고, 그가 김현우에게 보여주고 있는 비현실적인 능력도 겉으로 보기에만 대단해보일 뿐 실속은 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노네임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는 느낌도 받았다.
마치 수련을 한 번도 안한 사람이 갑작스레 힘을 얻어 자기 멋대로 쓰고 다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노네임을 비웃었건만…….
‘……애초에 배울 필요가 없었던 거군.’
그와 싸움을 오래 지속해 보니 깨달을 수 있었다.
노네임은 굳이 싸움을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우선 기본적으로, 노네임은 가지고 있는 능력만으로도 다른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혹여나 노네임과 평수를 이룰 만한 강자가 나오더라도 그 강자는 노네임을 이길 수 없다.
결국 노네임은 그 근원이 ‘마력’이니 만큼 지치지 않을 테고.
강자는 결국 지칠 테니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노네임은 싸움을 배우는 것조차 불필요하다는 소리였다.
그저 자기 마음대로 마력을 사용해 상대방과 싸워 그 힘을 빼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승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빠각!
“큭!”
김현우의 공격을 막은 노네임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내뺐다.
곧바로 쫓아가는 김현우.
허나 이번에도 그는 노네임의 능력으로 인해 더 이상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김현우와 노네임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또 한 번 빠지는 체력.
그것을 느끼며, 김현우는 결국 다짐을 내렸다.
‘이 다음번에, 끝을 낸다.’
물론 끝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은 김현우에게 없었다.
허나 해야만 했다.
어차피 이 이상 밀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승률은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김현우는 깨닫고 있었으니까.
노네임이 움직인다.
몇 번이나 봤던 같은 모습으로,
몇 번이나 봤던 같은 움직임으로.
몇 번이나 봤던 같은 경로로.
이곳에서, 김현우는 분명 다가오는 노네임의 첫 공격을 막음으로써 공방의 시작을 알렸다.
그의 공격은 충분히 파훼할 수 있었고, 최대한의 체력 손실을 막기 위해 김현우는 되도록 모든 공격을 막았으니까.
그러나-
“!”
김현우는 이번에,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노네임의 팔이 힘차게 뻗어지는 그 순간, 김현우는 노네임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
놀란 듯 눈을 뜨는 노네임,
빠아아악! 우드득!
그의 주먹이 김현우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물론 주먹이 제대로 내뻗어지기 전에 앞으로 나간 터라 노네임의 공격을 최소화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옆구리의 뼈가 아작 나는 소리를 들으며 김현우는 이를 악물었고,
빠각!
“크악!”
이내 김현우는 노네임의 쇄골에 자신의 손을 밀어 넣어 그를 붙잡았다.
피가 튀는 잔인한 광경.
노네임은 순간적인 고통에 몸부림치며 김현우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했으나 벗어날 수 없었다.
현재 김현우의 오른손에는 혼자 십만산(十萬山)을 붙잡았던 백자(百者)의 묘리가 깃들어 있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김현우는 자신이 노네임에게 먹일 수 있는 최대의 기술을 떠올리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공격하는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지지하는 오른발에 태극수신(太極水神)의 묘리가 깃들고.
공격의 축 그 자체가 되는 왼발에는 천상대군(天上大軍)의 중법(重法)이 깃든다.
바짝 치켜든 왼손에는 무적자(無籍者)와 사신무관(四身武官)의 묘리가 깃들고.
그의 몸에는 이 모든 것을 자연스레 조화하게 만들어 주는 무극해(無極海)의 심공이 깃들었다.
그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노네임은 어떻게든 김현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는 노네임을 놔주지 않았다.
흘러간 시간은 찰나.
허나 김현우의 몸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은 양의 업이 재현됐다.
그 모습을 보며 본능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노네임은 김현우의 집중을 방해하기 위해 그에게 이변을 만들었다.
시야를 가두며.
중력을 수시로 가변시키고.
머리 위로는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 비를.
그리고 그의 인지 기관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았다.
허나.
어두워진 시야는 경험을 쌓음으로 인해 늘어난 인지 능력으로 대체했고.
자기 멋대로 늘어나는 중력은 심천신자(心泉神子) 보법(步法)으로 완화했으며.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화염 비는 팔열성군(八熱聖軍)의 업을 이용해 버티고.
제멋대로 어질러진 인지 능력은 귀영수(鬼影殊)의 감각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은 완벽한 일권(一拳).
콰드드득-!
그 모습을 보며 노네임은 마치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아까 전 한 번 후려친 그의 옆구리를 다시 한번 후려쳤다.
소름끼치는 뼈 소리.
허나 김현우는 끔찍한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노네임에게 주먹을 내뻗었다.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 따위는 나지 않았다.
마력이 모여들지도 않았다.
심지어 주변의 사물이 부서지는 것도 아니었고.
진동이 터져 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하고도 조용한 일권은 김현우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그저-
“후읍-!”
-노네임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파츳!
김현우와 노네임의 몸이, 소리도 나지 않는 빛 속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