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7
417화. 이제 정말- (1)
김현우의 시야를 가렸던 새하얀 빛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서서히 돌아오는 시각과 청각.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른, 피로에 찌든 눈으로 주먹을 내질렀던 자신의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후”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있는 노네임을 바라봤다.
“이 새끼……!”
그래, 그는 살아 있었다.
그저 머리와 상체 일부분만을 남긴 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몰골로, 그는 김현우에게 악의가 가득 담긴 눈빛을 쏘아내며 입을 열었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그 말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몰골로?”
“고작 내가 이딴 육체 하나가 망가졌다고 해서 소멸할 것 같나? 천만해! 시간만 있으면 나는 다시 육체를 원 상태로 돌릴 수 있다!”
노네임의 외침.
확실히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온 몸이 박살이 나 있던 그의 육체는 아주 약하긴 하지만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내가 그때까지 널 놔둘 것 같아?”
김현우의 한 마디.
그에 노네임은 같잖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흥, 그따위 몸 상태로 내게 뭔가를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확실히 노네임의 지적대로 김현우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기는 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덜렁거리는 오른팔.
수많은 경험이 그를 도와주기는 했으나 결국 노네임의 몸부림을 꽉 붙잡고 있었던 대가는 상당히 컸다.
‘……움직이지도 않네.’
게다가 슬슬 몰려오는 고통도 상당했다.
마치 오른팔에 있는 모공 사이사이에 뜨거운 쇠봉을 어거지로 쑤셔 넣는 듯한 고통.
물론 그의 몸에 난 상처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갈비뼈도 박살 났고.’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왼쪽 옆구리.
욱씬-
“쯧.”
오히려 어떻게 보면 오른팔보다 이쪽이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네임의 타격으로 인해 완전히 박살이 나 버린 갈비뼈는 그가 가지고 있는 경험으로도 임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부서진 뼈가 폐를 찌르고 있는지 숨을 쉴 때마다 마치 공기가 날카로운 칼날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임에도, 김현우는 느긋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너처럼 몸 전체가 박살 나지 않았으니 당연히 가능하겠지.”
“하지만 네가 나를 괴롭힌다고 해서 내 부활을 막을 수는 없을 거다.”
“왜?”
“너는 언젠가는 지칠 테니까.”
“내가 지치기 전에 너를 소멸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나 보지?”
“설마 내 육체를 완전히 소멸시키면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노네임의 목소리.
그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천만해! 네가 아무리 이 육체를 소멸시킨다고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 물론 다시 되살아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나는 ‘마력’이다. 이 세상의 근본이라 이 말이다. 고작 이 육체가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다시 되살아난다!”
게다가-
“애초에 지금 상태의 너라면 이 재생되고 있는 육체도 소멸시키지 못하겠지.”
비웃음을 담아 이야기 하는 노네임.
김현우는 아무런 말없이 노네임의 앞으로 다가와.
털썩.
그의 앞에 주저앉고는 이야기했다.
“뭐, 확실히…… 마력을 죽일 수는 없지.”
“……?”
“네 말이 당연해. 마력을 소멸시킬 수는 없잖아? 네 말대로 마력은 근원이니까. 정말 마력이 소멸하기라도 하면 세계가 통째로 붕괴될 텐데. 내가 어떻게 마력을 소멸시키겠어?”
-게다가
“네 말대로 나는 마력을 소멸시킬 수 있을 만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노네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으나, 이내 비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지금 목숨을 구걸하려는 생각인가? 만약 그렇다면 너무 늦었-.”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건 너와는 엄연히 다른 문제지.”
“……뭐?”
노네임의 물음에 김현우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마력을 소멸시킬 수 없다고 했지, 너를 소멸시킬 수 없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뭐라고?”
노네임의 말에 김현우는 완전히 헤져버린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검은색의 구슬을 하나 꺼내들었다.
김현우가 밖으로 꺼내들자마자 기기묘묘한 색으로 변해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구슬.
노네임은 그가 꺼낸 구슬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 그건!”
“뭐야, 눈동자는 네가 전혀 모를 거라고 했는데 너는 알고 있나 보네?”
김현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눈동자가 자신에게 구슬을 주었을 때를 생각했다.
그가 아내들과 그 공간에서 떠나기 직전, 눈동자는 그에게 이 구슬을 넘겨주며 이야기했었다.
자신이 무력으로 노네임을 이겨도 그를 죽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노네임은 ‘마력’이 자아를 가지게 된 이였고, 그렇기에 노네임이 죽는다는 것은 곧 마력의 소멸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김현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김현우가 아무리 난 놈이라고 해도 이 세상의 근원을 소멸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눈동자는 김현우에게 노네임을 소멸시키는 것 대신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그건 바로-
“그년이 만들었던 봉안(封按)……!!”
-노네임의 자아를 봉인할 수 있는 봉인 구슬, 봉안이었다.
애초에 문제는 마력에 있지 않았다.
문제는 마력이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 자아가 ‘노네임’이라는 것.
그렇다는 것은 곧 마력이 가지고 있는 자아를 봉인하기만 하면 그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현우가 봉안을 들고 웃음을 짓자 노네임은 그제야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몸을 버둥거렸다.
허나 노네임의 몸은 재생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저 제자리에서 몸을 굴리고 있을 뿐이었고, 그에 이번에는 김현우가 비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왜? 이 구슬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
“이 자식…….이 개새끼가!!!!!!!”
욕설을 내뱉은 노네임.
허나 김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을 노네임의 머리 근처로 가져다 대며 이야기했다.
“욕은 구슬 안에서 실컷 해.”
노네임의 머리에 닿자마자 갑작스레 변하기 시작하는 봉안의 색.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네까짓 미물이 나를 이렇게 만들 수 있냔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노네임이 비명을 지르자 김현우는 말했다.
“숙련도가 다르니까.”
“……뭐?”
“숙련도가 다르다니까?”
김현우가 노네임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의외로 너무나도 간단한 것이었다.
눈동자는 노네임에게 졌다.
분명 눈동자는 업 그 자체인 만큼 김현우보다 많은 업을 두르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노네임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저 멀리까지 도망가야만 했다.
허나 아무리 위업이라고 해도 그녀의 업을 단 일부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김현우는 노네임을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노네임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숙련도의 차이 때문이었다.
노네임은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리고 눈동자도 그와 마찬가지.
허나 그 둘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숙련도가 ‘전혀’라고 할 정도로 없었다.
눈동자는 수만 개의 업을 자신의 입맛대로 섞어 쓰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고, 노네임의 경우도 마력으로 이런저런 일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그것은 완벽하지 못했다.
‘뭐…….’
그들로서는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만큼 애초에 수련이라는 단어 자체가 머릿속에 없었을 것이었다.
애초에 노네임의 무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적할 자가 없을 만큼 강력하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김현우는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비명을 지르는 노네임.
“수고해라.”
허나 김현우는 그런 노네임의 말에 짧은 인사로 화답했고,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에 놓여 있던 봉안이 새하얀 빛과 함께 무엇인가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아…… 안 돼! 안 된다고!!! 안 돼!!!!!!”
-노네임의 몸이 재생을 멈추기 시작했다.
재생이 멈추고 오히려 급속도로 빛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노네임의 몸.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으나 빛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노네임의 몸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고.
“안…… ㄷ-!!”
그 마지막, 노네임의 몸은 완전히 분해되 버림과 동시에 김현우가 쥐고 있는 봉안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현우는 검은색으로 변해 버린 구슬을 자신의 품 안에 넣자마자.
털썩.
그대로 뒤로 드러누웠다.
“씨발, 존나 아프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자마자 느껴지기 시작하는 끔찍한 고통.
오른팔은 이전보다 조금 더 확연하게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고, 특히 그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숨을 쉴 때마다 폐에서 끔찍한 고통이 전해지는 것이었다.
마치 폐를 그대로 찢어 버리는 것 같은 고통.
그에 김현우는 몇 번이고 인상을 찌푸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지만.
“……이거 좆됐네.”
김현우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힘을 많이 썼나.’
그제야 드는 안일한 생각.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보려 해도 김현우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저 주머니에 있는, 아브가 다시 만들어 준 나침반을 사용하기만 해도 돌아갈 수 있는데, 지금 당장 김현우는 그 정도의 행동을 할 힘도 없었다.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몸은 한참 전부터 한계였다.
그저 업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던 것뿐.
‘어떻게 하지…….’
슬슬 멍해지기 시작하는 머릿속에 든 생각.
돌아가기는 해야 하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고, 솔직히 주머니 속에 있는 나침반을 꺼내 그것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열린 포탈 안으로 기어 들어갈 힘도 없을 것 같았다.
“가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혼잣말.
자신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지금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사실을, 김현우는 인지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흐려지는 시야.
김현우는 고민하려 했으나 긴장이 풀림과 함께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주었던 업들이 일제히 풀리며 그의 정신은 마치 서리가 낀 듯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우선, 조금만 눈을 감고 나서 생각해볼까.’
김현우는 마침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생각들이 수면 아래로 사라짐과 함께 서서히 눈을 감아 버렸다.
그가 눈을 감기 시작하자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 김현우의 몸 상태.
그동안 의식적으로 막고 있던 임시조치가 풀리며 그의 옆구리와 오른팔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
그렇게 쓰러져 있는 김현우의 앞에, 묘한 표정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쓰러진 김현우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개박살이 나 있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이, 황폐한 땅만이 남아 있는 풍경.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남자.
아니 밀레시안은-
“……헤르메스, 아무래도 네가 틀린 것 같은데?”
이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현우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