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18
418화. 이제 정말- (2)
51번 탑의 최상층에서 나름대로의 전쟁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크아아아악!!”
“다른 세계의 천족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하길래 천계(天界)의 신장(神將) 정도는 되는 줄 알았더니, 이거 완전히 쭉정이들이로구먼?”
우마왕이 자신의 앞에서 힘겹게 검을 맞대고 있는 가브리엘을 보며 흥미가 식는다는 듯 입을 열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디서 같잖은 악마 주제에……!”
“같잖아? 지금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처지라고 생각하는가?”
뻑!
“켁!”
우마왕은 순식간에 그의 칼을 쳐내고는 곧바로 가브리엘의 얼굴을 후려쳐 버렸다.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처박히는 가브리엘.
허나 우마왕은 그를 끝내 버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멍청하군, 힘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걸 보니 말이다.”
“마력만…… 마력만 있었다면 네 녀석들쯤은……!”
우마왕의 말에도 가브리엘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무리 네게 마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웃기지 마라! 만약 마력이 있어서 성역을 선포할 수 있다면 너희 같은 녀석들은 아무리 몰려와도 전부 도륙 내 버릴 수 있다!”
한껏 악에 받쳐 비명을 지르는 가브리엘.
그는 이 상황이 억울했다.
‘만약 마력만 충분했다면……! 이곳으로 오는 데 마력을 전부 사용하지만 않았으면!’
가브리엘은 ‘천사’들에게 허락된 성역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었고, 그렇다면 싸움의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래. 성역을 만들 수만 있었다면.
가브리엘이 그런 생각을 하며 우마왕을 노려보자 그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짙은 웃음을 지으며 가브리엘의 앞에 다가갔고.
뿌드드득!
“끄아아아악!”
곧바로 가브리엘이 검을 붙잡고 있던 오른손을 그대로 뜯어내 버렸다.
붉은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진 채 비명을 내지르는 가브리엘.
우마왕은 그런 가브리엘의 앞에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었겠지. 네가 선포인가 뭔가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정말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겠지. 네 말대로라면 말이야.”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 아닌가?”
“크흐윽-!”
“아무리 네가 만약을 부르짖어봤자 이곳에는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다. 그래, 네 동료들도 말이야.”
우마왕의 말에 가브리엘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았고, 곧 우마왕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주변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분명 가브리엘이 우마왕과 맞부딪힐 때만 해도 시끄러웠던 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있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바로-
“아…….”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가 쉼 없이 부딪히던 쇳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천사들이 힘을 모으기 위해 냈던 함성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 그의 눈에 비추고 있는 것은 완전히 박살 난 천사들의 모습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퍼석!
-가브리엘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끝났군.”
가브리엘의 머리를 발로 밟아 터트려 버린 우마왕은 싱겁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천사들의 시체.
드문드문 요괴들의 시체가 보이고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천사들의 시체에 비하면 그 수가 무척이나 낮았기에 우마왕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걸로 끝인가?”
“아니, 오히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만.”
우마왕의 대답에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청룡.
확실히 그로서는 천사가 이런 식으로 쳐들어올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과하게 데려온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 덕분에 천사들을 아주 편하게 막아낼 수 있었기에 청룡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내심 뿌듯해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저 천사들을 막은 것은 사실상 예정에 없던 일이다.”
“그렇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좀 남아 있다 이거지?”
“그렇다.”
청룡의 끄덕거림에 우마왕은 나쁘지 않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대답했다.
“나쁘지 않네, 솔직히 이 정도로는 김이 빠졌는데. 안 그러냐?”
“확실히 형님 말대로 저놈들이 살짝 부족하긴 했죠. 오랜만에 싸움인데 말입니다.”
“이참에 그동안 못 풀었던 욕구나 싹 다 풀고 갑시다. 어차피 지상에서는 서로 세를 회복하는 중이라 아직 싸우지도 못하니까 말이야.”
“나도 동감.”
우마왕의 말에 대답하는 다른 칠대성.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긴나라(緊那羅)는 청룡의 옆에서 슬쩍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외다.”
오관대왕의 대답.
그들의 확인을 받으며 다시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청룡은 이내 또 한 번 허공에 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럼, 지금부터 잘 부탁하겠소.”
청룡은 마침내 그 말과 함께 9계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자, 그럼 진짜로 한번 놀아볼까!”
요괴를 포함한 천군과 검귀들이 9계층에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xxxx
김현우가 처음 눈을 떴을 때.
“형! 드디어 일어난 거예요?”
“……?”
“……왜 그래요? 그런 뚱한 얼굴로?”
그는 자신의 앞에서 묘한 표정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김시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김현우의 말.
그에 김시현은 ‘도대체 이 형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다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든가, 그런 건 아니죠?”
“멀쩡한 사람을 왜 기억 상실로 몰아가?”
“아니,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니까 그렇죠. 그런 게 아니라면 됐어요.”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는 김시현의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그에게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병실의 풍경.
“……뭐지?”
김현우는 병실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때를 회상해봤으나.
‘……분명 그때…… 거기서 쓰러졌던 것 같은데?’
김현우는 분명히 노네임을 가둔 뒤,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없어 결국 나침반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던 기억이 있었다.
‘……혹시 정신을 잃은 뒤에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싶어서 어거지로 포탈 문을 열고 들어왔나?’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건 불가능했으니까.
한참이나 혼자 고민하고 있던 김현우는 곧 시선을 돌리고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우선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데, 설명 좀 부탁해.”
김현우의 물음.
그에 김시현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길래 우선은 가만히 있었어요. 그럼 지금부터 우선 간단하게 이야기해 드릴게요.”
김시현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밀레시안이라는 녀석이 나를 데리고 왔다고?”
“네, 우선 아브가 말하기로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김현우는 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대충 깨달을 수 있었다.
“……걔가 대체 누군데?”
“저야 모르죠. 다만 형을 그냥 데리고 온 걸 보면 딱히 악의는 없었던 거 아닐까요. 게다가 형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고민하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만약 내게 무슨 악의가 있었다면 이렇게 데려다 줄 이유가 없긴 했다.
김현우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만약 그 상태로 공격을 당했다면 그는 꼼짝없이 또 한 번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 테니까.
‘……뭐, 다시 찾아온다고 했으니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그때 가서 볼 일이고…….’
“그래서, 내가 쓰러지고 얼마나 지났어?”
“이제 일주일이에요. 사실 어제까지는 다들 모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들 수습을 해야 하다 보니 슬슬 시간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수습?”
“네.”
김시현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김현우에게 현재 9계층의 상황을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고, 그는 또 한 번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슬슬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거네?”
“맞아요.”
김현우는 김시현이 해주었던 설명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그가 노네임을 죽이고 난 뒤, 밀레시안은 그를 아브에게 가져다주며 노네임이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에 아브는 곧바로 차원 단절을 풀어버리고 티르와 노아흐, 그리고 야차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탑을 재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9계층에 나타났던 몬스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9계층에 나타났던 몬스터들은 청룡이 데려온 ‘지상’의 원군들이 대부분 쓸어버렸고.
“지금은 아직도 웨이브가 계속되기는 하고 있지만 그렇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라 이거지?”
“그쵸, 게다가 생겼던 던전들도 다시 사라지고 있어서요.”
“……다시 사라져?”
“저도 아브한테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탑을 다시 만들고 마법진을 원래 위치로 돌림에 따라 던전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뭐, 대충 알겠네.”
‘아무튼 던전이 사라진다.’ 정도로 이해한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여태껏 보아온 서울의 풍경이 있었으나 그 사이에는 분명 싸움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기는 했다.
예를 들면 건물 사이사이에 은근히 금이 가 있다든가,
원래 건물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부지에 건물 대신 철골들이 가득 들어서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
허나 그 풍경은 분명 일주일 전 김현우가 보았던 풍경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뭐, 다들 바빠 보이기는 하네.”
김현우의 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원래 뒷수습이 제일 힘든 법이니까요. 아마 한국이 그나마 피해가 덜한 편일걸요?”
“그래?”
“네.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 작은 소국들은 전부 멸망해 버린데다가, 미국만 해도 당장 피해가 엄청나거든요.”
뭐-
“그런 만큼 헌터들도 많다보니 결국 어디든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겠지만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아무튼, 우선 끝난 거네?”
“뭐…… 그렇다고 봐야 하죠? 이제 남은 건 뒷수습뿐이니까요.”
김시현의 긍정.
그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낮이 되었는지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들.
그것을 아무런 의미 없이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끝났구나.”
한 마디.
김현우는 그 한 마디를 혼자 중얼거린 이후에도, 한참이나 병원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
입가에는 조그만 미소를 짓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