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2
42
042. 순위 좀 높다고 깝치지 마라(1)
“야, 너희들은 몇 위냐?”
“뭘 물어보는 거예요?”
“그거 있잖아 S등급 랭킹?”
스시집에 와서 에피타이져를 먹는 중 갑작스레 물어온 김현우.
김시현은 느긋하게 대답했다.
“제가 아마 이번 분기 163위인가 그럴걸요?”
“석원이 형이랑 서연이는?”
“나는 175위고…서연이가 아마 가장 높았나?”
“네, 제가 161위요.”
“…어째 그렇게 안 높다?”
김시현의 말에 김시현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형, 이런 말 하면 좀 자랑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200위 위쪽부터는 어딜 가서든 전부 알아줘요.”
“……그래?”
김현우가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12년 전 탑에 들어와 처음으로 탑을 빠져나온 김현우의 동료들은 전 세계에서 충분히 ‘괴물’로 불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 막 전 세계에서 5000명을 넘고 있는 S등급 헌터.
그 5000명도 수많은 헌터 중에서 고르고 골라진 S등급 헌터였다.
그런데 그런 S등급의 헌터 중에서도 상위.
물론 100위권 내에 들어가면 더한 괴물들이 존재하고, 50위권 아래로 내려가면 ‘인외’라고 말 할 수 있는 헌터들이 득실거리긴 했으나, 아무튼 김현우의 동료들도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요?”
“아니, 그냥 문득 생각나서, 저번에 유튜X 보다가 S등급 랭킹표를 세대별로 정리해 놓은 걸 봤는데, 한번 랭킹표가 바뀔 때마다 사라지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다 뒈지는 거냐?
김현우의 물음에 이서연은 미묘하게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음, 오빠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 S등급 헌터는 많이 죽거든요.”
“왜? S등급이면 강한 녀석들 아니야? 강한 녀석들이 오히려 더 많이 죽는다고?”
김현우가 이상하다는 듯 말하자 한석원이 대신해서 답변했다.
“그래. 미궁에서 아티팩트 찾다가 죽지. S등급 정도 되면 미궁 하위층까지는 어떻게 내려가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전투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고 좋은 아이템 파밍하러 갔다가 죽는다는 거네?”
“그렇지.”
“아니, 그냥 수련하면 되잖아?”
그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되면 다들 그렇게 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형 말처럼 모든 게 수련으로 올라가지 않거든요.”
“뭐?”
그 뒤로 김현우는 그 동안 자신이 몰랐던 사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출발의 탑에서 빠져나온 능력치 기준 3등급 이상은…… 능력치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네, 마력은 후천적으로 올라가는 거라 또 재능의 문제인데 모든 능력치는 탑에서 빠져나온 그 능력치를 기준으로 3등급까지밖에는 안 올라가요.”
한 마디로 자기가 근력 C-로 빠져나왔으면, 근력을 최대치로 올릴 수 있는 건 A- 라는 소리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올릴 수는 있어요. 다만 그건 시스템의 보정을 받는 것보다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원래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능력을 어거지로 올리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어거지로 올리는 것보다 미궁 지하에 묻혀있는 아티팩트로 전력 상승을 꾀한다?”
“그렇죠.”
형은 잘 몰랐겠지만, 이라고 말을 이으며 김시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미궁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등급 ST+ 라는 아이템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아이템은 사용자의 능력치를 강제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해요.”
“능력치가 S등급이라도?”
김현우가 알기로 시스템상에 표시되는 등급은 S등급이 끝이었다.
“능력치가 S등급이면 SS등급으로 올라가죠. 실제로 S등급 랭킹 10위 권 내의 헌터들은 전부 그런 ST+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요.”
김현우는 유튜X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막 메인으로 나온 스시를 집어 먹다 이어서 물었다.
“아니, 근데 서연이의 그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소리는 뭐야?”
“그건 S등급 헌터 중에서 ‘머더러 헌터’로 빠지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래요.”
“…머더러 헌터?”
“그냥 이름 그대로 살인자 헌터를 말하는 거예요, 범죄 저지른 애들이요.”
뭐, 뒤에서야 알게 모르게 다들 슥슥 해버리지만….
이서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이제 사회적 이슈로 만들면 S등급 헌터에서 제명되고 협회한테 현상금이 걸리거든요.”
“……그 S등급들이 머더러 헌터가 되는 이유는 다른 순위 헌터들 아티팩트 뺏으려고……?”
“딩동댕.”
이서연이 맥빠지는 소리를 내며 스시를 집어먹자 김현우는 ‘허’ 하고 웃으며 스시를 집어 먹었다.
“사람 사는 곳 다를 거 하나 없다더니 어떻게 안 봐도 비디오냐. 그래서 그렇게 해서 아티팩트 빼앗으면 뭐해? 어차피 범죄자로 걸리는데?”
“안 걸리게 빼앗으면 되죠. 아, 뭐 몇 년 전에 그렇게 뺏다가 걸려서 국제적으로 수배 걸린 애들도 몇 명 있긴 한데…….”
“그래? 누구?”
“한 명은 70위쯤이었나? 총을 쓰는 헌터였는데, 혼자서 몬스터 학살하는 게 발군이었죠. 걔랑…그 50위 근처에 한 명 있었어요. 어떤 마법사.”
“…마법사?”
김현우가 되묻자 이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근데 걔는 좀 특이한 게 전투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마법진을 이용한 디버프 마법이 특기였죠.”
“그럼 서포터형이야?”
“그렇죠. 그 애랑…… 또 몇 명 더 있긴 한데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네요, 뭐 이상한 무협지 많이 본 중국 칼잡이랑 일본 야쿠자였나? 아마 그 정도였을 거예요.”
“넌 그걸 어떻게 그리 전부 기억하고 있냐?”
“그 이야기는 그때 헌터 활동했을 때쯤이었으면 다들 알고 있을걸요? 좀 유명했거든요.”
“그래?”
“네, 그 새끼들 ST+ 등급 아티팩트에 미쳐서 100위권 S등급 랭커들을 다구리로 죽여 버렸거든요.”
“아, 그때 유명했지.”
“우리도 걱정하지 않았나?”
“우리가 걱정은 개뿔, 우리는 그때 아레스 길드랑 싸우느라 아티팩트 장비 하나도 없을 때잖아?”
“아…….”
김시현과 한석원은 안 좋은 과거가 기억났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그들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든 말든 김현우는 어느새 앞의 스시를 먹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그렇게 스시를 먹던 도중, 이제 막 떠올랐다는 듯 입을 김시현은 입을 열었다.
“형.”
“왜?”
“이번에 일본 측에서 형한테 연락 왔어요.”
“무슨 연락?”
“그, ‘천마의 검’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천마의 검?”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되묻다가, 떠올랐다는 듯 아, 하고 탄성을 냈다.
“근데, 그게 왜?”
“결국 재앙인 ‘천마’는 형이 잡았으니까 일본 측에서 말도 없이 꿀꺽하기 그래서 연락했나 본데요? 천마의 칼을 어떻게 처분할 거냐고.”
“아, 그래?”
“그래서 말인데…….”
“?”
“그 검 저 주면 안돼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시현의 눈가에 들어있는 기이한 열기.
김현우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뭐…네 마음대로 해라.”
김현우는 미련 없이 김시현의 말에 대답했다.
“어?”
“왜?”
“아니 그, 이렇게 쉽게 허락받아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잠시.”
“뭐, 내가 검을 쓰는 건 아니니까.”
물론 검을 수련한 적이 있기는 하다.
검뿐만인가?
검, 방, 창, 도끼, 단검 그 이외에 몬스터가 들고나오는 무기는 전부 다 수집해서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뭐, 결국에는 무기 없으면 약해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그냥 맨몸으로만 무술을 수련했다.
김현우가 쉽게 허락하자 뭔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린 김시현은 멍하니 있다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형.”
“나는?”
“?”
그렇게 김시현이 대답하던 중 들려온 이서연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요?”
“아니 나 얻은 마법봉 같은 게 없는데?”
“우리 길드에 있는 마법진도 개박살 내놓고…….”
이서연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리자 김현우가 움찔했다.
그렇다, 김현우는 아직 이서연의 지하에 있는 그 마법진을 고쳐주지 않았다.
물론 고쳐주지 않으려던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아다리가 맞지 않아서 고치지 못했을 뿐이다.
결국 김현우는 슬쩍 눈을 피했다.
“천마의 검, 서연이 주는 걸로…….”
“네!?”
김시현의 비명이 고급 스시집에 울려 퍼졌다.
***
“그래서, 이번에 의뢰받은 녀석이 그 녀석이라고?”
“그래.”
“거참, 또 고생하게 생겼구만.”
고풍스러운 방 안,
밖에는 독일의 풍경이 환하게 보이고, 고가의 원목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집 안에서 총 4명의 인원은 상석의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 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느긋해 보였다.
바이올렛 색 머리를 가지고 있는, 얼굴에 회로문신을 한 여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흑발의 남자는 자신의 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잭의 맞은편에 있는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인 백인은 긴 청바지에 붉은 피로 물든 하얀색 반팔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느긋해 보였지만, 그들은 모두 몇 년 전에는 헌터 협회로부터, 그리고 세계로부터 공격을 받던 S등급 헌터였다.
한 명 한 명이 국가전력으로 취급받는 괴물들.
그곳에서 잭은 입을 열었다.
“야, 아슬란, 너 또 납치했냐?”
“응.”
“…미친 새끼, 그러다 걸리려면 어쩌려고?”
“안 걸려, 내가 괜히 5년 전에 마스터라는 이명을 얻었겠어?”
“그렇게 데려왔으면 좀 안 들키게 오래 가지고 놀던가.”
“미안, 이번에는 50분 만에 죽여 버렸다.”
아슬란의 산뜻한 미소에 잭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은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무튼 4명이 전부 가야 할 것 같은데 불만인 사람?”
“금액은?”
“아까 말했듯이 달러로 환산하면…한 2500만 달러?”
“나쁘지 않아…근데 아직 S등급 순위도 들지 않은 쩌리라며? 4명이 갈 필요 있어?”
한때는 S등급 랭커이자 검귀라고 불리던 남자 ‘이부키 아스오’의 말에 잭은 입을 열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 이번에 헌터 협회에서 새로 지정한 ‘재앙’을 죽인 녀석이야, 영상 봤어?”
“아니.”
“그러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지, 그 녀석 이제 막 나온 신입이라 그렇지 실력은 50위권이 아니라 더 높아.”
“…뭐?”
그게 말이 돼? 하는 표정으로 잭을 바라보는 아스오.
허나 대답한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확실히 영상을 보니까 적어도 우리보다는 강해.”
“…S등급 순위도 제대로 안 든 놈이?”
아스오의 물음에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얼굴에 회로 문신을 한 여성.
그녀는 몇 년 전 S급 랭커에서 50위권을 차지했던, 그때에는 ‘서클러’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아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살짝 찝찝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불만인데.”
아냐의 말에 잭은 말했다.
“뭐가?”
“굳이 그런 괴물을 잡을 필요가 있을까? 보니까 아스오 빼고는 전부 영상을 본 것 같은데 걔는 완전히 괴물이잖아? 우리보다 훨씬 세 보이는 놈을 잡겠다고?”
아냐가 슬쩍 회의적으로 입을 열자, 잭은 슬쩍 생각하는 듯 하다가-
“확실히,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우리보다 강하기는 하지. 그래도-”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걔랑 싸우러 가는게 아니라 그 녀석을 암살하러 가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싸움과 암살은 다르다.
싸움이 순수하게 서로의 전력을 부딪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암살은 은밀하게 때를 기다려 상대가 전력을 낼 수 없는 그 한순간에 끝내는 것을 말한다.
아냐가 고민하는 듯 하자 잭은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다 그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우리는 4명이고 그쪽은 혼자야, 그뿐만 아니라 네 ‘디버프’가 들어가기만 하면, 그 녀석이 과연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잭이 말한 아냐의 고유 능력.
그 동안 판데모니엄이 50위 이상의 고위 헌터들을 죽일 수 있던 이유는 아냐의 고유능력인 ‘디버프’덕분이 컸다.
그렇기에 잭은 아냐의 고유능력에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고-그의 말에 아냐는 한동안 고민하는듯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잭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슬슬 준비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