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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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 순위 좀 높다고 깝치지 마라(2)김현우는 김시현의 차에 탄 채로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 걸린 영상을 보는 중이었다.
김현우의 영상 속에서는 어느 한 남자가 붉은색과 푸른색의 총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었고, 차례로 영상의 화면이 바뀌며 또 다른 헌터들이 나왔다.
검 한 자루로 던전 내에 있는 산의 끝부분을 잘라내는 헌터.
또 다른 헌터든 아래에 몇 개의 마법진을 중복으로 깔아내 던전 내에 인위적인 지진을 일으키는 영상도 있었다.
하나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해내지 못할 일들을 행하고 있는 헌터들의 영상을 보고 있던 중 김시현이 말했다.
“형 뭘 그렇게 봐요?”
“몰라, 그냥 유튜X 영상 돌리다 보니까 나와서 보고 있는데?”
“어? 그거 머더러 헌터들 영상 같은데?”
“응? 머더러 헌터?”
“그, 전에 말해준 거 있잖아요? 머더러 헌터라고.”
“아, 저번에 저녁 먹을 때 들었던?”
“네, 그거요.”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좀 이상한데? 머더러 헌터 영상은 유튜X에서 자체적으로 규제하는데?”
“왜?”
“범죄자잖아요, 거기에 덤으로 요즘 대가리에 뇌 대신 우동사리 찬 놈들이 많아서 그런 간지나는 영상 보고 범죄자의 팬이 되는 애들도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한 3~4년 전부터 머더러 헌터 관련 영상은 유튜X에서 싹 없앴을걸요?
김시현의 말에 그는 유튜X를 뒤로 돌렸다가 연관 영상을 다시 클릭했다.
[이 영상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삭제되었습니다]“헐. 진짜 삭제했잖아?”
“원래 다 잡는다니까요. 그걸 또 본 것도 신기하네.”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얼마나 남았냐?”
“이제 곧 도착이에요. 그리고 정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저희는 그냥 적절하게 인사만 하고 사인만 해서 검만 받아오면 되는 거 알죠? 거기 가서 뭐 다른 거 할 필요 없어요.”
그의 말에 김현우는 불퉁하게 대답했다.
“야, 넌 내가 무슨 일을 개판치고 다니는 놈으로 보냐?”
“……형,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
“양심 찾았어요?”
“가기나 해.”
김현우의 말에 김시현은 피식 웃으며 차를 몰았다.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여의도 쪽에 있는 국제 홀이었다.
그렇다면 김현우와 김시현이 그곳에 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요전 ‘재앙’인 천마를 잡고 그가 가져가지 않은 ‘천마의 검’을 일본에게서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그날 저녁부터 지난 3일간, 일본은 은근슬쩍 천마의 검을 꿀꺽하려 했으나, 김현우의 요구에 결국 검을 뱉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일본은 ‘천마의 검’을 그에게 돌려주는 대신 요구 아닌 요구를 했다.
그것은 바로 김시현과 김현우가 참가하는 국제 친목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뭐, 말이 친목회지 그냥 정치 놀음이겠지만.
아마 그들은 ‘천마의 검’을 먹어치우는 것보다, 김현우와의 커넥션을 만들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 한 것 같았다.
“아~ 집 가고 싶다.”
정작 그 정치권의 대상인 김현우는 머리에 그런 생각 따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뒤, 김현우와 김시현은 국제 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였다.
김현우는 곧바로 국제 홀에 들어가 한국말인데도 도저히 뭐라고 떠들어대는지 알 수 없는 간단한 의례를 끝낸 뒤 사인을 하고 일본의 총리에게서 천마의 검을 받았다.
그때는 몰라봤는데 딱 보니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자기가 직접 받은 것도 아닌데 좋아서 미치려는 김시현에게 그렇게 바라던 천마의 검을 쥐어주고, 김현우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홀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아, 예, 나카가와 씨?”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이네요.”
“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를 얼굴에 써 붙여놓은 김현우는 그 상태로 건물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혹시, 괜찮다면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이번에 두 번째로 그를 만난 나카가와 야스미는 묘하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의 앞을 막아섰다.
***
중국 시안의 지하.
‘헌터’가 생기고 나서부터 은연중에 시안시에 만들어진 지하 거리는 중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암거래의 중심지였다.
팔지 않는 것은 없었다.
마약부터 시작해서 인간까지.
원하는 것이면 모든 지 얻을 수 있다.
그래, 돈만 내면.
그렇게 성장해 온 곳이 바로 시안의 지하 도시이고, 그 지하 도시의 뒤에는 위연 길드가 있었다.
뒤에서 모든 암거래의 수수료를 먹어치우는 지하 도시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바로 위연 길드였고.
그렇기에 위연 길드의 본거지는 시안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길드원들이 시안시의 지하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끄아아아악!”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유려하기 그지없었다.
금색의 진달래가 수놓아진 치파오를 입고 지하도시의 거리를 걷는 소녀.
그녀의 주변에는 다른 사람도 없었다.
혼자.
그녀는 혼자였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구매자도 헉하는 사이에 ‘물품’으로 전락하는 그곳에서 소녀는 무척이나 태평하게, 얼굴에는 미소를 띠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미소를 띠며 걷고 있는 소녀의 앞에는 무수히 많은 헌터들이 있었다.
그들은 위연 길드의 길드원들,
위연 길드의 길드원들은 소녀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을 긴장시켰다.
그러던 중.
“으아아아아!”
승진에 욕심이 멀었던 한 남자가 소녀를 향해 돌격하고,
-핏
그대로 몸이 절반으로 갈라져 쓰러졌다.
그렇게 소녀가 걸어왔던 길에 핏빛이 하나 더해졌을 때, 문득 그녀의 앞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이, 이도천 님!”
“ㅅ, 수라귀 이도천 님이다…!”
소녀 한 명에게 그저 뒤로 밀리기만 했던 위연 길드원들 사이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수라귀 이도천,
그는 위연 길드의 5강자 중 한 명이자, 5명밖에 없는 위급 중, 제4위급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S등급 세계랭킹에서는 82위라는 순위를 가지고 있고, ‘수라귀’라는 이명이 붙어 있는 그 남자.
이도천은 소녀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네 녀석, 패도 길드에서 나온 년이냐?”
묵직한 음성.
그의 물음에 소녀는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의 말투에 이도천의 얼굴이 굳었고. 이내 그는 시선을 돌려 그녀의 뒤에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는 혀를 찼다.
“쯧….”
그곳에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헌터들의 시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방에 널브러져 있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지하바닥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핏빛의 길이, 그 소녀의 뒤에 펼쳐져 있었다.
이도천은 그 사이사이에 껴있는 A등급 헌터와 하위 랭킹의 S등급 헌터가 껴있는 것을 보며 이내 눈앞의 소녀를 노려보곤 말했다.
“혼자 왔나?”
“보이지 않나?”
양손을 슥 올리는 소녀의 모습에 그는 대답했다.
“미쳤군.”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곳은 위연 길드의 최대 요충지다. 지금 이곳에서는 나를 포함한 3위급과 5위급이 있지. 그들도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이다.”
“그래서?”
“거기에 수많은 위연 길드의 헌터들을,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녀의 힘은 강하다.
당장 그녀의 뒤에 만들어져 있는 저 광경만 보더라도 이도천은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허나 3위급과 5위급이 오고, 이 지하 도시를 관리하는 헌터들이 전부 몰려든다고 하면, 그녀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이도천은 생각했다.
헌터들이 괜히 길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숫자의 폭력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다.
‘마치 한 손바닥으로 열 손바닥을 막을 수 없는 거처럼 말이지.’
그렇게 생각은 이도천은 목소리에 약간의 비웃음을 섞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으나-그녀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좀 더 끌어 올렸다.
그리고-
“좋은 날이구나, 좋은 날이야.”
그녀는 마치 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스승님에게 인정받아서 좋고….”
그녀는 자신의 사이드 테일을 만지작거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굳이 일일이 찾아가야 했던 녀석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어서 좋고….”
응? 안 그래?
동의를 구하듯 입을 여는 그녀, ‘미령’의 모습에 이도천이 ‘허’하는 웃음을 흘렸다.
‘지독하게도 오만하군.’
지독한 오만,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오만함이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도천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섬뜩했던 것은-
“….”
-그런 ‘오만함’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
이도천은 검을 뽑았다.
3위급과 5위급이 오기 전이었으나, 그는 불현듯,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협감에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고.
그런 이도천의 모습에 그녀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영광으로 알 거라. 너희에게는 아까운 기술이지만, 스승님을 한시라도 빨리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그녀의 양다리가 적절하게 앞뒤로 벌어지며 어깨가 벌어진다.
“그 아둔한 눈으로, 조금이라도 보도록 하거라-”
오른손은 배 아래에, 그리고 왼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쭉 핀 손.
“이게, 무(武)라는 것이다.”
손바닥을 펼친 채 마치 길이를 가늠하듯 한쪽 눈을 감은 미령은-
“엇-?”
이도천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는 누구도 보지 못했다.
느끼지 못했다.
인지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도약하기 위한 자세가 아니었다.
그저 그 자세는 기수식이었다.
이제 무술을 시작하겠다는 의미의 단순한 기수식.
이도천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미령의 모습을 보며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검을 움직였으나, 이미 그녀의 펴진 손바닥은-
“극(極)-”
이미 굳게 쥐어져 있었다.
“-패왕경(?王勁).”
콰아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지하도시를 울리는 엄청난 소음, 미령의 주먹 끝에서 빠져나간 붉은 마력은 마치 플라즈마 포처럼 부채꼴의 모양으로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고, 이내 청력마저 먹어치운 그 붉은색의 마력이 사라졌을 때, 그녀의 앞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하에 만들어진 도시들은 그 형태를 잃고 모조리 사라졌으며 그녀의 앞에 보이는 것은 붉게 타오르고 있는 바닥뿐.
허나 그 참혹한 장면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미령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어제의 일을 기억했다.
며칠 전, 아레스 길드에게 당했다가 돌아온 길드원에게서, 그녀는 스승의 전언을 들을 수 있었다.
‘찾아오지 말라.’
그분은 그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뜻을, ‘미령’은 이해했다.
우매한 제자가 아직 지키지 못한 맹세를 이룰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미령’은 김현우게 홍린에게 한 말을 이해해 버렸다.
그렇기에 그녀는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몸이 덜덜 떨려오는 그 환희.
이 땅에 스승의 자리를 위해 하는 일이 인정받았다는 그 충족감은 탑에서 빠져나온 뒤 서서히 사그라져 버린 그녀의 욕구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새하얀 피부에는 그 누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붉은 홍조가 들게 했다.
그 결과, 미령은 직접 행동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 이상 어떤 무감정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눈동자에 들어있는 것은 환희와 열락. 그리고 어떠한 욕구.
‘중국의 전부를 최대한 빨리 손안에 넣는다.’
그 한 가지의 욕구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끝없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 때문에? 중국을 손에 넣는가?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스승님.
스승님을 위해-
스승님이 앉을 자리를 위해-
지금도 그녀의 손아귀에 중국의 절반이 손에 들어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전부.
스승님이 앉을 자리를 위해서는 전부가 필요했다.
전부가.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마력과 함께 자신 쪽으로 뛰어오는 수십의 마력들을 느끼며 미령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소녀의 목소리로-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스승님.”
츄릅-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