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6
46
046. 정의봉(正意棒)을 아는가?(1)아랑 길드 지하에 있는 훈련실, 이제 막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는 훈련실에서 김현우와 아냐는 얼마 전, 김현우가 부순 마법진 앞에 서 있었다.
“고칠 수 있겠어?”
“네, 네.”
“얼마나 걸리는데?”
“그, 이 마법진은 한번 깨지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거라 그…최소 1주일 정도….”
“…1주일?”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면서 되묻자 그녀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아, 아니. 5일….”
“5일…?”
“무조건 그 정도는 필요해요. 지, 진짜라고요!”
마치 혼나기 직전의 강아지 같은 얼굴로 목을 쓱 집어넣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김현우는 흠 하고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시작해.”
“네네! 그, 그런데”
“뭐?”
“이……이거 전부 끝나면 저는 그, 살 수 있나요?”
아냐의 질문에 김현우는 흠…하며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는 거 봐서.”
“네?”
“못 들었어? 하는 거 봐서라니까?”
그 질문에 아냐는 몸을 덜덜 떨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세상에.”
그리고 그 옆에서 김현우와 아냐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서연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의 눈치를 보며 마법진으로 걸어가고 있는 아냐를 보며 물었다.
“저기, 오빠.”
“왜?”
“지금 저기 걸어가고 있는 애, ‘서클러’아니에요?”
서클러.
이서연은 그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몇 년 전 전 세계의 헌터 업계를 강타했던 이름이니까.
자기와 비슷한 실력대의 헌터들을 모아 팀을 만들어 ST+ 장비를 위해 같은 헌터들을 사냥한 머더러 헌터.
그것이 바로 지금 김현우의 눈치를 보고 있는 그녀 아냐였다.
“맞아. 자기가 서클러라고 하던데?”
“아니, 근데 저 범죄자를 어떻게 데려온 거예요……?”
“던전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가는 도중에 나 죽이려고 직접 찾아 왔던데?”
“……네?”
“아레스 길드가 사주했다고 하더라.”
김현우의 말에 이서연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션을 취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오빠.”
“왜?”
“그,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았어요?”
“저 녀석? 쟤?”
김현우의 삿대질에 아냐가 움찔하고 이서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더 서클러.
머더러 헌터가 된 뒤, 아냐가 헌터 업계의 뒤에서 용병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이서연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냐가 헌터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판데모니엄’의 일원이라는 것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냥 자기가 살려달라고 하던데?”
“……몇 명이나 오빠를 죽이러 왔는데?”
“4명?”
“…4명이요?”
“야!”
“히익! 네!”
“너희들 너 포함해서 4명 맞지?”
“네. 저 포함해서 4명이 전원이에요.”
이미 김현우의 기에 눌려 이런저런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말해버리는 아냐를 보며 기가 막히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서연은 김현우를 돌아 봤다.
“오빠…… 능력치가 몇이라고 했죠?”
“나?”
김현우는 곧바로 정보창을 열었다.
그의 앞에 주르륵 떠오르는 정보창을 읽어주자 이서연은 이상한 듯 입을 열었다.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요?”
“거, 거짓말!”
“뭐?”
“히익, 아, 아니에요.”
“너, 제대로 안 하면 뒷산에 묻어버린다?”
저도 모르게 김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소리친 아냐는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며 마법진을 보수하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물었다.
“근데 왜?”
“아니, 지금 오빠 말을 들어보면 판데모니엄의 헌터 전체가 왔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 헌터들은 제가 알기로 전부 능력치 등급이 굉장히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의 능력치로는 판데모니엄의 헌터들을 이기는 게…….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를 바라보자 그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능력치에 대한 의문은 그도 아레스 길드와 부딪힐 때부터 가지기 시작한 의문이었다.
탑에서 나온 현재, 처음부터 A등급의 능력치를 찍은 사람은 없어도 성장을 통해 A등급 능력치를 찍은 사람들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비교해 봤을 때, 김현우는 자신이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풀어야 하는 대단한 비밀로 인식하고 있진 않았으나.
“뭐, 그런가 보지.”
김현우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능력치가 자신을 어떻게 표시하든 김현우의 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는 다음에 아브에게 갈 때는 이 힘의 비밀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다.
‘뭐, 보나마나 정보 권한이 부족하면서 알려주지도 않겠지만.’
김현우는 그렇게 머리 한구석으로 생각을 밀어두고 입을 열었다.
“아, 그보다.”
“?”
“맞지? 마법사는 스테프가 없으면 마법 캐스팅 못 하는 거.”
“네 맞아요. 물론 기초적인 스킬은 캐스팅할 수 있어도 본격적인 마법은 캐스팅할 수 없어요.”
이서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곧바로 들고 있던 망토와 지팡이를 이서연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저 녀석 거야, 스테프는 S+ 등급이고 로브도 S+ 등급이니까 너 가지고, 나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쟤 좀 보고 있어.”
“어……어어? 진짜요? S+?? 아니, 이게 아니라…… 오빠는 어디 가시게요!?”
이서연의 물음에 김현우는 슥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친절하게 선물을 받았는데 또 돌려주러 가야하지 않겠어?”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걸어 나갔다.
“오빠! 설마 아레스 길드에 깽판치러 가는 거예요!?”
이서연이 비명을 지르며 입을 열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 나갔다.
“선물 주러 가야지!”
“아니 오빠, 여기 탑 아니거든요? 그런 일 하면 온 세상에 소문나고 오빠 머더러 헌터 될 수도 있다니까요?”
그 말에 김현우가 순간 멈칫했지만, 그는 이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걱정 마. 대책은 확실히 있으니까.”
“대……책이요?”
“그래.”
그 말과 함께 빠져나가는 김현우.
그리고 곧 그곳에는 마법진을 고치다가 이서연에 손에 넘어간 로브와 스테프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냐와, 김현우가 빠져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는 이서연만이 남았다.
***
강남역 중심에 있는 아레스 길드의 고층 빌라.
이제 막 오후 5시를 넘어 하루의 마감으로 분주해지고 있는 1층의 안내 데스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입고 있는 옷은 검은색 츄리닝.
신고 있는 것은 검은색 삼선 슬리퍼.
어디를 봐도 아레스 길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입은 그가 아레스 길드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1층 데스크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어이구, 이거 또 금세 소문이 퍼졌어?”
흑선우가 시키드나?
김현우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낄낄 웃자 한 남자가 그의 앞에 마주 섰다.
“돌아가라, 여기는 아레스 길드원 외에는 출입 금지다.”
“이렇게 모여 있는 거 보니까 흑선우 여기 있나 보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여전히 낄낄거리던 김현우는 이내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
그것은 망치였다.
“그건…뭐지?”
남자가 묻자 김현우는 짐짓 대답하려다가 흠흠 하고 목소리를 깔더니 입가를 쭉 찢으며 이죽였다.
“아아, 이것은 ‘뿅망치’라고 하는 것이다.”
한 방으로 너를 천국에 보내 줄 수 있지.
김현우는 그렇게 입을 열더니 뿅망치를 자신의 손에 휘둘렀다.
뾱- 뾱- 하고, 아기자기한 소리가 나는 것에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김현우를 바라봤고, 그는 뿅망치를 왼손에 쥐고는 말했다.
“왜? 이렇게 보니까 이걸로 어떻게 천국에 가는지 실감이 안 나지?”
내가 나름 성심성의껏 준비해 왔는데,
“헛소….”
“그럼 한번 맞아 봐야지.”
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앞에 다가간 김현우는 곧바로 뿅망치를 내려쳤다.
“으껙!?”
꽝!
그리고 뿅망치에 맞음과 함께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기절한 남자를 보며 김현우는 아직까지도 건제한 뿅망치를 툭툭 두들겼다.
“이거 N-마트에서 3000원 주고 사온 뿅망치다. 설마…….”
이걸로 처맞고 신고하는 새끼는 없지?
마치 조롱하듯 뿅망치를 허공에 휘두르는 김현우를 보고 헌터들은 숨을 삼켰다.
조금 전 남자의 머리를 때렸을 때 뿅망치에서 난 소리를 들었는가?
뾱이 아니었다.
뾱이 아니라 꽝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어이쿠.”
김현우가 갑작스레 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는 남자의 옆을 가린다.
헌터들은 그 모습에 김현우의 발치를 바라봤고, 그의 삼선 슬리퍼 옆으로 미처 가리지 못한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헌터들의 입이 닫혔다.
그 어느 헌터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눈동자를 떨었고, 또 다른 녀석은 손을 떠는 이들도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있던 안내원은 이미 도망쳤고, 김현우만이 아레스 길드의 본사에서 뿅망치를 들고 당당하게 선 채 말했다.
“지금부터 옥상에 갈 텐데 내 앞을 막을 사람은 막아도 좋다. 그 대신…….”
뾱-
“천국 갈 준비는 하고 내 앞을 막아, 알겠지?”
그와 함께 김현우가 걸음을 옮겼다.
***
콰지지직! 우장창!
“!?”
“반가워, 우리 구면이지?”
나무문을 깨고 자신의 책장에 처박힌 남자와 함께 등장한 김현우를 보며 흑선우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현우는 이미 너무 많이 훼손되어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나지 않는 뿅망치를 옆에 두었다.
‘마력으로 강화해도 역시 일정 이상은 못 버티네.’
확실히 이전처럼 펑펑 터져나가는 물건들과 달리 마력으로 뼈대부분을 강화한 뿅망치는 잘 버텨주긴 했다.
결국 박살 났지만.
“…김현우.”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거 좀 익숙하지 않아? 이렇게 만나는 게 아주 구면인 것 같아 우리, 그치?”
김현우는 마치 친구를 대하듯 웃으며 소파에 앉았으나, 흑선우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김현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는 흑선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복잡한 과정은 전부 넘어가도록 하고, 이번에는 바로 선택지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
“뭐?”
“첫 번째, 나한테 뒤지게 맞고 정보도 전부 까발려진 다음에 한국에서 매장당하고 국제적으로 매장당한다.”
두 번째.
“나한테 합당한 보상을 제시한다. 어쩔래? 아, 그리고 막 또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구질구질하게 그러지 말자.”
판데모니엄 맴버 중 한 명 인질로 잡아놨으니까.
김현우의 말에 흑선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확실히 그가 이미 1층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판데모니엄이 그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흑선우는 점점 김현우가 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50위권의 랭커도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을 판데모니엄이 김현우를 잡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한 명은 인질로 잡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매우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것을 보상으로 제시하면 되겠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천하제일인에 대해 알고 있는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것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나 경외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마교의 ‘천(天)’마저도 동급-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천하제일인’의 자리였고, 비상천공(非想天功)이라 불린 남자 ‘혁천’은 그 누구도 부러워 마지않는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크-학!”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떠한가?
천하제일인에 어울리는 용포는 이미 제 형상을 잃어버린 채, 더러워져 있었고. 한쪽 팔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잘려있었다.
남은 한 손에 쥐고 있는 신기(神奇)의 애검 ‘월아검’은 이미 무기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부서져 있었다.
천하제일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추레한 모습으로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얀 눈을 뿌린 듯, 날갯죽지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머리칼. 양 이마에는 붉은 뿔이 위로 치솟아 올라 있고.
마치 산적들이 입을 것 같은 호랑이의 가죽을 기워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오른 손목에 있는 구속구를 흔들거리며 그를 오연하게 내려다보곤 입을 열었다.
“내기는 끝났다.”
“아니야.”
“너는 지고, 나는 이겼으니.”
“아니야……!!”
“약속대로, ‘마지막 도시’를 받아가도록 하마.”
“안 돼……!!!!”
혁천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으나, 그녀는 ‘천하제일인’의 비명을 같잖지도 않다는 듯 무시한 채로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마치 상어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들어남과 함께 소녀는 입을 열었다.
“네가 지키려고 했던 것이 파괴되는 순간을 지켜보거라. ‘마지막 수호자’.”
그 말과 함께 소녀의 발걸음이 움직여졌다.
-일 보.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천하제일인이 자신의 부서진 애병을 던지며 그녀의 걸음을 막아내려 했다.
툭!
허나, ‘월아검’은 소녀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걸었다.
-이 보.
그와 함께 혁천이 보고 있던 ‘마지막 도시’가 들썩거리기 시작하고, -삼 보.
그녀가 또 한 걸음을 내딛자 도시의 건물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사 보.
또 다른 한걸음에 사람들의 비명과 곡소리가 혁천의 귓가에 내리꽂히고–그녀가 다섯 보를 걸었을 때,
“아…아아……아아아아악!!!!”
그가 지키고자 했던 도시는 이미 그녀의 다섯 보에 의해 멸망해 있었다.
그렇게 멸망한 도시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 ‘천하제일인’을 보며 그녀는 무표정하고도 무감하게 중얼거리며-
“이래서야 십보멸살(十步滅殺)이 아닌 오보멸살(五步滅殺)이겠구나.”
파삭!
천하제일인의 머리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