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7
47
047. 정의봉(正意棒)을 아는가?(2)
“마음만 같아서는 네가 직접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 네가 힘들겠지? 응?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입을 여는 김현우.
흑선우는 시선을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지만, 그의 청각은 김현우의 소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친절하게 전부 정해줄게. 좋지? 똥은 네가 싸는데 결국 해야 할 일은 내가 다 정해주니까.”
“…….”
“왜 싫어?”
“그 말……!”
흑선우는 시선을 돌려 입을 열려고 하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분명 목소리는 누군가를 비아냥거리듯 낄낄 거리고 있었으나, 그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지독한 무표정.
그 모습과 함께 흑선우의 기억 저편에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벙커에서 봤었던 그의 무표정.
금방이라도 아무런 가책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그 표정에 흑선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래도 던전도 아닌 이곳에서 살인을 저지르겠어? 라고 흑선우의 마음 한 편에서는 안일한 마음이 피어올랐으나,
“…….”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뒤를 보면 그런 마음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쓸려나갔다.
김현우가 흑선우가 있는 지부장실까지 오는 동안 만들어 놓은 것은 쓰러진 헌터들의 길이었다.
여기저기 처박힌 채 힘없이 대리석 바닥을 구르고 있는 헌터들.
다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제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헌터들을 보며 흑선우는 소름이 끼쳤다.
물론 자신도 아레스 길드원을 뚫고 이 지부장실까지 올라오라고 하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선우는 S등급 세계 랭킹에서도 나름 중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는 헌터 중 한 명이었으니까.
허나 현실에서 저런 일을 벌인다?
그것은 흑선우로서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던전이나 미궁이 아닌 현실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시민들의 눈도 있고, 언론들의 눈도 있다.
그 두 개가 아니라더라도 상대 길드나 해외에 있는 직속상관이 일일이 한국 지부를 체크하고 있는 것을 흑선우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김현우가 더 소름 끼쳤다.
다시 한번, 그의 뒤에 쓰러져 있는 헌터들을 본다.
손속에 자비라고는 전혀 둔 것 같지 않은 모습.
마치 처음부터 외부 시선을 관찰하는 리미터가 빠그러진 듯,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에서 헌터들을 족치고 있었다.
그 어떤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그는 순수하게 자신의 시선을 관철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것이 흑선우에게는 터무니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현실에, 아레스 길드의 지부장이라는 자리로 인해 얻은 생존권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듯한 기분을 흑선우는 느끼고 있었다.
“왜? 할 말 있으면 해.”
“아, 아니다.”
그렇기에 흑선우는 결국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현우의 눈을 피했다.
그런 흑선우의 모습에 김현우가 박살 난, 정확히 말하면 박살 나기 직전의 뿅망치를 툭툭 두들기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뭘 받을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고, 이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200억.”
“……준비해 보겠소.”
순수하게 긍정하는 흑선우를 보며 김현우는 잠시 의외의 눈빛을 보냈으나 이내 그 시선을 지워 버렸다.
‘던전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그럼 너무 귀찮지?’
던전을 빼앗을 수 있다.
근데 그러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정확히 말하면 던전을 빼앗는 것까지는 안 귀찮은데, 또 던전을 관리할 헌터를 뽑는 게 귀찮았다.
‘……그냥 빼앗을까?’
순간 그렇게 생각했으나, 김현우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너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상황, 유도리 있게 잘 처리하는 거 알지? 응?”
“알겠소.”
“그리고.”
터벅 터벅-
김현우가 흑선우에게 걸어왔다.
“무슨-?”
“뭐야, 설마 한 대도 안 맞을 생각이었어?”
저기 네 부하들은 나 막으려고 하다가 지금 전부 천국 갔는데?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뿅망치를 들어 올리곤 입을 열었다.
“우리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딱 깔끔하게 한 대만 맞자. 그걸로 이 일은 쫑내는 거야, 알겠지?”
“잠-끄에에엑?!”
꽈-앙! 우당탕탕탕! 쩡!
흑선우의 말을 전부 듣지도 않은 채 뿅망치를 휘두른 김현우.
그는 얼굴 정면에 뿅망치를 맞고 날아가 곧바로 뒤에 있던 책상에 몸을 부딪쳤고, 이내 멋을 내기 위해 꽂혀 있던 책들에 깔렸다.
그 위로 자욱한 먼지가 떨어지고, 김현우는 다리만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흑선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휴, 그러니까 책 좀 읽지 그랬냐.”
가볍게 타박을 한 뒤, 김현우는 곧바로 흑선우 옆에 처박혀 있던 남자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야.”
툭툭.
“기절 안 한 거 알고 있으니까 일어나라, 너만 살살 때렸거든?”
“예, 예예!”
김현우가 말하자마자 곧바로 책장의 나뭇조각을 털어내며 일어나는 길드원을 바라본 그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내가 너만 왜 약하게 때렸을까?”
김현우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눈알을 이리저리 골린 그는 이내 어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저를 좀 어여쁘게 봐주셔…까악!?”
빡!
남자가 입을 열자마자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그는 쯧 하며 입을 열었다.
“병원에 전화하라고, 씹새끼야.”
그 말과 함께 김현우는 지부장실에서 빠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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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일어난 아레스길드 뿅망치 폭행사건 간략하게.araboza
글쓴이: 고인물 빠돌이
자 애들아 이번 사건 이슈게시판에 개소리 존나 많아가지고 다들 혼란스럽지?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 요약하고, 이번 일 왜 일어났는지 대충 정리해서 썰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2일 전에 일어난, 아레스 길드 본사에 있던 헌터 150명을 모조리 부상으로 병원에 보내 버린 뿅망치 폭행사건은 누가 저질렀을까?
그건 바로 김현우다.
왜냐면 아레스 길드 본사 내로 김현우가 뿅망치 들고 들어가는 게 찍혔거든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레스 길드에서는 단체로 김현우한테 쳐맞고 입도 뻥긋 못 하는 상황이다.
자, 그럼 여기까지는 말 그대로 요약본이고, 이제부터는 왜 아레스 길드가 이렇게 쳐맞고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는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나온 결론을 이야기 해보려한다.
아레스 길드가 김현우한테 처맞고 입도 뻥긋 못 하는 이유.
그건 바로 아레스 길드가 잘못한 게 많아서임.
뭘 잘못했냐?
솔직히 이건 우리 헌터 커뮤니티에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 몇 개 조합해 보면 다들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걸 말하면 이 글 신고 먹고 알게 모르게 삭제되니까 말은 안하기로 하겠음
‘불법적인 일’은 너희들이 상상해라ㅋㅋㅋㅋㅋ애초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양도도 엄청난 거잖아?
한국에 기어 들어와서 헌터들한테 갑질하며 자원 좀먹는 놈들이 자신 독과점 체재에 제일 중요한 요점인 던전을 그냥 양도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흑선우는 왜 던전을 양도하게 됐는가?
김현우에게 뭔가 덜미를 잡힌 거다.
그래서 양도하는 도중에 이 돈을 엄청 들인 독과점이 깨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또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거고, 김현우가 그걸 알고 다시 와서 존나 후드려 패서 일이 끝났다. 뭐 이런 의미지.
뭐 솔직히 나는 내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니까 나는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다ㅋㅋㅋ.
댓글 8832개
SSS랭크: 와 근데 진짜 김현우 미친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곳이 어떤 곳이라고 츄리닝이랑 뿅망치 하나 들고 가서 다 쥐어 패냐 ㅋㅋㅋㅋㅋ.
ㄴ우효WWW: 우효wwwwwww 우리 김현우상 외국계길드 박★살! 초 캇쿠이다제!!!!!!!!!!!!!!
ㄴ이러니저러니: 근데 진짜 김현우는 그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긴 함 어떻게 저러냐 ㅋㅋㅋㅋ 진짜 보다보면 존나 쎈 것 같다.
ㄴ아저씨여기국뽕: 영상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건 유출 안 되나? 아레스 길드에서 전부 폐기했다니까 유출 안 되겠지……? 존나 아쉽다.
올림푸스가디언: 근데 김현우도 진짜 또라이 아님? 아무리 그래도 언론이나 시선이 가득하게 보이는 이곳에서 저렇게 또라이짓을 한다고? 좀 미친 거 아니냐 ㅋㅋㅋ;
ㄴ킹리적갓심: 흠, HOXY……?
ㄴ병신은병신을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냥 이러지 말고 닉에 아레스 길드로 박고 와서 입을 열어라 병신아ㅋㅋㅋㄴ쉴드치러왔어요: 쉴드로 치러 왔다고 씨발아!
ㄴ아트를해라: 근데 너무 다들 그럴 필요는 없는 듯, 김현우가 한 일은 진짜 이례적이긴 해 ㅋㅋㅋ……어떤 누가 수틀린다고 본사 쳐들어가서 다 패냐.
고인물이되고싶다: 님들 팬카페 가입하삼, 지금 팬카페에 김현우 유출 떴음! 아레스 길드원이 영상 유출했다던데?
ㄴ 오토코: 실화? 실화야??
ㄴ 아우야: 또 속냐~~~~~~~~ 그거 뜨면 김현우 좀 힘들어질 것 같은데?
“낄낄낄”
“형, 괜찮아요?”
그야말로 난리가 난 헌터 커뮤니티를 보며 김현우가 낄낄거리고 있으니 김시현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
“왜?”
김현우가 오히려 당당하게 묻자 김시현은 당황했다.
“아니, 형 왜 그렇게 태평해요?”
“태평하면 안 되냐?”
“아니! 형? 지금 아레스 길드에서 같이 자살하자고 정보 뿌리면 형도 가고 아레스 길드도 간다니까요?”
“왜? 나는 꿀릴 거 없는데? 자기의 목숨을 위협받으면 정당방위로 처리된다며?”
“아니, 형 그건 던전 이야기고요…… 현실에서는 좀 이슈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좀 절차상 처리한다고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난 무죄 아니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그도 그럴 게.”
김현우는 소파 옆에 있던 뿅망치를 꺼내 들었다.
칙칙하게 노란색 테이프로 금이 간 부분을 칭칭 감아둔 뿅망치는 손잡이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정의봉(正意棒).’
어디서 알아왔는지 한자까지 멋들어지게 쓴, 거의 다 망가져 가는 뿅망치를 들어 올린 김현우는 당당하다는 듯 말했다.
“1호가 무기로 보이냐? 장난감이지.”
“……아니, 그래도 형 뿅망치에 맞은 사람이 다 골로 갔잖아요? 그때 아레스 길드 아래에 구급차가 몇 대나 온 줄 알아요?”
47대예요, 47대!! 그것도 부족해서 두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고요.
“그리고 또 1호는 뭐에요?”
“1호는 1호지, 이제 곧 있으면 2호도 만들 거다.”
“…….”
김현우의 태평한 소리에 김시현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았다.
안 그래도 그는 최근 집 앞을 서성이는 파파라치와 기자들 덕분에 없는 스트레스를 만들어가며 받는 중이었다.
김시현은 소파 옆에 놓여 있는 정의봉 1호, 뿅망치를 바라보더니-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형이 알아서 하겠지.’
그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사실 어떻게 해주려고 해도 김시현은 결국 하는 게 없고 해결은 김현우가 하니까 이럴 바에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현우 형이 알아서 하겠지.
김시현의 머릿속에 쌓인 걱정에 대한 스트레스와 그의 머리 한쪽에 있는 김현우의 신뢰가 쌓여 만들어진 기괴한 생각이었지만 김시현은 그 생각을 고치지 않았다.
“그래서, 할 거예요?”
“뭘?”
“뭐긴요?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저번에 국제 홀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놨고, 김현우는 그것을 짧게 요약했다.
“그러니까, 요컨대 일본 탑에서 빠져나온 신입이랑 한국 탑에서 빠져나온 신인 데리고 던전 하나 클리어해라?”
“그런 거죠. 약간…… 신입들에게 보여주기용?”
“그걸 왜 해? 던전이 장난이야?”
물론 김현우에게 던전이 그리 위협적인 장소는 아니었으나, 귀찮았기에 그는 그리 대답했고-
“돈 준다는데요?”
“돈? 얼마나?”
“이것저것 다 빼고 강의비만 5000이요.”
“그럼 하지 뭐.”
“…형 너무 속물인 거 아니에요?”
“원래 합당한 보수가 지급되면 뭐든지 할 의욕이 생기는 법이지.”
***
모든 곳이 붉게 물든 세상이었다.
화마가 세상을 덮치고,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곳.
동양풍의 건축물들은 이미 자신의 예술성을 잃어버리고 본디 자연과 같은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붉은 핏자국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편적으로 알려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붉게 물든 세상 속에서, 그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괴이하게 생긴 지네가 인간의 몸을 파먹는다.
목이 마치 뱀과 같이 긴 인간이 같은 인간의 목을 물어뜯고 있고.
어둠을 먹고 자라는 ‘괴이’가 먹힌 사람들의 영혼을 빨아먹는다.
그렇게 이비규환이 넘쳐나는 그 끔찍한 현장에 한 소녀가 인간들의 시체로 만든 산 위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불과 얼마 전, 천하제일인을 가볍게 밟아 죽인 소녀였다.
그리고-
쿠구구구구궁-
그녀의 앞에 하늘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탑이 생겨났다.
탑이 생김과 함께 붉은 화마에 겹친 마귀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인간들의 비명이 시들거리며 사라지고, 마귀들이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그들이 시선이 간 곳은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게 서 있는 탑이 아닌, 시체의 산 위에서 탑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였다.
그녀의 눈가에 기쁨이 서린다.
무표정하던 입가는 주욱 찢어지며 그녀 안에 있던 날카로운 이빨들을 보여주었고, 이내 시체의 산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입을 열었다.
“가자.”
한 마디.
그 말과 함께 마귀들이 탑을 향해 움직이는 소녀의 뒤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네도,
머리밖에 없는 괴물도,
어둠을 먹는 괴이도 아무런 말도 없이 소녀를 따랐고.
마침내 소녀의 뒤에 만들어진, 모든 계층에 ‘공포’를 흩뿌리며 세상을 먹어치우던 ‘백귀야행(百鬼夜行)’이 다음 먹이를 찾아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