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
5
005.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5)
[흠흠……. 첫 번째 튜토리얼인 ‘미로’에서 문제가 생겨 더 이상 튜토리얼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튜토리얼을 보류하겠습니다.]마이크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완전히 박살 나 버린 강철 벽들이 구그긍거리는 기계음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스카우트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뉴스룸에서는-
“야! 조금 전에 그 장면 찍은 사람! 찍은 사람 없어?”
“지금 그 장면 찍은 거 넘기면 바로 현찰로 100 쏴드릴게요. 없습니까?!”
“정 기자. 우리 남 아니다? 저번에 내가 특종 물어줬던 거 기억하지!?”
그야말로 난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 그걸 못 찍다니……!”
현재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신문 매거진인 ‘헌터 헌팅’ 소속의 기자 이창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으며 짜증을 냈다.
“아…… 씨발. 그거 찍었으면 그냥 오늘 쫑 내고 가도 될 정도였는데……!!”
그 옆에 있던 ‘라이프 헌터’ 매거진 소속인 ‘이준성’도 마찬가지로 이창훈의 옆에서 얼굴을 쓸어내리며 낙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아! 시발 ‘이강현’이 튜토리얼 탑 들어가기 전에 검도 4단이었다길래 집중 조명해서 찍고 있는데 다 망했네.”
“아니, 츄리닝 입고 나온 정신병자가 진짜 저럴 줄 알았냐고.”
이준성은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출구 근처에서 외국계 헌터인 데이빗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현우를 보았다.
이준성과 이창훈을 포함한 기자들 모두, 맨 처음에는 고인물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인물’은 탑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꾸준히 다른 사람에 의해 커뮤니티나 대중매체에 언급되었던 인물이었고.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길드장이 나오는 ‘헌터를 알다’에서도 언급이 되었었다.
그렇게 최근 ‘헌터를 알다’로 인해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고인물’이 12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탑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기자들은 직감했다.
이건 특종감이라고.
허나 그가 튜토리얼 존에서 츄리닝과 슬리퍼를 질질 끌고 등장했을 때, 기자들은 그 기대감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튜토리얼 탑에 12년 동안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한 표정.
처음 그곳에서 절반, 기자들의 카메라는 원래 생각해 놨던 세컨드 헌터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튜토리얼 존이 시작되었을 때,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고인물을 보면서 나머지 대부분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돌렸다.
그나마 끝까지 남아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던 기자도 있었으나, 그는 한가한 표정으로 관리헌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결국 카메라를 돌려 버렸다.
어차피 움직이지 않는 ‘고인물’을 찍는 것보다 다른 헌터를 찍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은 기자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애초에 뒤통수도 아니었지만, 이창훈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혼란스러움이 이어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기자 중 그 누구도 고인물의 모습을 찍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된 뉴스룸 안에 마이크 소리가 울렸다.
[그럼 지금부터 곧바로 두 번째 튜토리얼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미친…….”
“저게 말이 되냐?”
“하…….”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던 남자. ‘이강현’은 저 멀리서 관리 헌터인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고있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실화야…?”
김현우와 함께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15회차 헌터이자.
그 헌터들 중에서는 현재 가장 강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그, ‘이강현’은 어제 발록을 잡고 있을 때 느꼈던 ‘공허감’을 절찬리에 다시 느끼고 있었다.
‘아니 시발, 분명히 츄리닝 입고 왔잖아…!!’
처음 탑에서 고인물 이라고 불리는 김현우가 빠져나왔을 때 그는 절망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강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으니까.
처음 탑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다른 헌터들과 합을 맞춰 탑을 올랐지만, 그는 굉장히 영리하게 다른 이들과 합을 맞추며 자신의 이득을 챙겼고, 다른 이들보다 위에 있기 위해 몇 배고 노력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탑의 100층을 뚫고 나와 처음 자신의 가치가 매겨지는 이곳에서, 다른 헌터보다 성공적으로 헌터계에 데뷔하고 싶었기에 그는 노력했다.
‘그런데…….’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이강현의 눈에 원망과 적의가 깃들었다.
솔직히 조금 전, 튜토리얼 때만 해도 이강현은 그를 보고 안심했다.
김현우는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협회에서 지급한 츄리닝과 방 안에서 신고 있으라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니까.
튜토리얼을 할 마음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추례한 모습.
그렇기에 솔직히 안심했다.
그런데-
“시발 이게 뭐야…….”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튜토리얼을 할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던 김현우는 모든 헌터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는 이 튜토리얼을 눈 깜짝할 새에 클리어해 버렸다.
그것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방법으로.
‘젠장…!’
이강현이 그를 적의 어린 눈빛으로 노려본 것도 잠시.
‘아직, 아직 아니야.’
한동안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던 이강현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전부 끝난 게 아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상기한 이강현은 자신을 고개를 슬쩍 저으며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중얼거렸다.
“다음 튜토리얼에서 전력을 보이기만 하면.”
‘아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찬스는 남아 있다.’
이강현은 현대로 돌아오자마자 준비할 수 있었던 자신 나름의 ‘무기’를 생각하며 김현우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
튜토리얼 존에서 치르는 두 번째 튜토리얼은 바로 존 내에서 만들 수 있는 가상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 웨이브’였다.
크루르르륵!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현실적인 모습을 가진 오크가 헌터의 머리 위에 도끼를 찍어 내렸다.
깡!
그런 오크의 공격에 헌터는 간단히 몸을 오른쪽으로 트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했고, 곧바로 쥐고 있던 검을 이용해 오크의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푸욱!
목에 칼이 꽂히자 입자처럼 변해 사라지는 오크.
“…진짜 신기하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설명을 듣기로는 미궁 안에서 얻은 아티팩트와 몬스터가 뱉어내는 마정석, 그리고 과학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가상 몬스터’는 정말 실제 몬스터와 비슷했다.
김현우가 그렇게 신기해하며 만들어진 가상 몬스터와 싸우는 것을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시험 종료.]천장에 있던 홀로그램이 ‘시험 종료’라는 표지판을 만들고 그와 함께 헌터가 상대하고 있던 몬스터들이 입자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32번 지천웅 헌터, 사살한 몬스터 총 36마리입니다.]그 뒤에 들리는 마이크 소리.
조금 전까지 몬스터를 사냥하던 헌터 지천웅은 성적을 듣고 만족했는지 대기실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스카우터룸은 훈훈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헌터들의 수준이 대부분 준수한데?”
“그치? 저번 15회차 헌터들이 혼자 사냥했을 때, 평균적으로 제한시간 내에 27마리 정도가 평균 아니었나?”
“그러게 말이야.”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보이는 실력은 준수하구만.”
“맞아, 고인물을 제외하고서라도 무난하군.”
스카우터들이 각자 들고 있는 노트북이나 스마트 패드에 무엇인가를 적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33번 이강현 헌터는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마이크 소리와 함께 자리에 앉아있던 이강현이 공터로 나서자 스카우터들은 금세 화제를 전환했다.
“이강현인가, 걔지? 탑에 들어가기 전에 국제 검도 대회를 우승했다고 하는.”
“맞아.”
“능력은 어떠려나?”
“아까 볼 때는 고인물이 시험장을 망쳐놓지만 않았으면 1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게다가 저런 쪽으로 운동을 하다 탑에 들어간 이들은 기본적으로 능력도 괜찮으니까 볼만하겠는데?”
스카우터들은 그런 말을 하며 어느새 공터 한가운데 서 있는 이강현을 보았다.
[제한시간은 2분,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마이크 소리와 함께 튜토리얼 존에서 재현할 수 있는 기본 몬스터인 ‘오크’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지지지직! 파지직!!
“어!?”
“뭐야!?”
스카우터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강현이 들고 있는 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봤다.
파지지직!
“뇌전!?”
“뭐야 신규 헌터가 벌써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스카우터들이 한순간 크게 술렁이고, 그와 함께 이강현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달려가 눈앞에 있는 오크를 베고, 곧바로 옆으로 몸을 틀어 오크의 몸을 어깨로 밀며 주둥아리 아래에 칼을 꽂아 넣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공격으로 한순간에 세 마리의 오크를 처리한 이강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한석원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대단한데? 탑에서 나온 지 단 하루 만에 마력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다니.”
“저 정도면 천재 수준인데?”
한석원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김시현은 이강현을 바라봤다.
처음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모든 헌터들은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튜토리얼 탑’ 안에서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헌터는 탑에서 빠져나오고 난 뒤 후천적으로 마력을 익혔고.
마력을 얼마나 잘 사용하냐에 따라 차후 등급이 달라질 정도였기에, 헌터들은 마력 등급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강현이 검에 두르고 있는 뇌전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일반 헌터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일는 일이고 별 다른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겠지만-파지지직!
그게 탑에서 나온 지 단 하루밖에 되지 않는 헌터라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졌다.
[33번 이강현 헌터, 사살한 몬스터 총 78마리입니다.]“78마리!”
“대박이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서 전투 센스 자체도 엄청 뛰어나잖아?”
대기실로 돌아가는 이강현의 뒷모습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각자 들고 있는 수첩이나 전자기기에 무엇인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고.
이강현은 슬쩍 시선을 돌려 바쁘게 무엇인가를 적어나가고 있는 스카우터들을 보며 소리 없는 웃음을 짓고는 생각했다.
‘좋아 성공이다…! 이걸로 시선을 끌었어!’
그렇게 이강현이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며 대기실로 돌아갔을 때,
[34번 김현우 헌터는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드디어, 고인물의 이름이 불렸다.
“나왔다.”
그와 함께 집중된 이목.
열려 있는 문에서 걸어 나오는 그는 여전히 첫 번째 튜토리얼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협회에서 지급한 검은색 츄리닝과, 검은색의 삼선 슬리퍼, 느긋해 보이는 표정은 그가 과연 튜토리얼을 수행하러 왔는지 놀러 왔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허나 그런 추레한 모습으로 등장한 김현우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터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것은 뉴스 룸에 있던 기자들도 마찬가지였고, 대기실에 있던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제한시간은 2분,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마이크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오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완벽하게 모습을 갖춘 오크들이 김현우에게로 몸을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그.
그리고-
꽈드드드드드드득!!!!!
김현우의 발길질 한 번에 튜토리얼 존의 돌바닥이 무참히 깨져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