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1
51
051. 괴력난신(怪力亂神)(2)
영상을 통해 보이는 것은 재앙이 강림해 완전히 박살 난 라이프치히의 중앙광장.
뭐 하나 제대로 남아 있는 것 없이 완전히 박살 나 있는 그곳에서 한 소녀- 아니, 이곳에 실질적인 ‘재앙’을 가져온 괴력난신은 그 부서진 잔해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기를 하자.]영상속의 소녀는 본격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24시간, 나는 이 도시에 체류해 있겠다.]그와 함께,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쥔 어느 ‘손목’을 꺼내 들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인간의 손에는 검은색의 손목시계가 걸려 있었고, 그녀는 덜렁이는 손을 아무렇게나 흔들며 말했다.
[룰은 간단하다. 내가 체류해 있는 24시간 동안 만약 너희들 중 누군가가 나를 쓰러뜨린다면 나는 정복을 멈추고 얌전히 돌아가도록 하마.]허나-
[만약 24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거나, 설령 온다고 해도 나를 막지 못할 땐 나는 이어서 다음 도시를 파괴할 거다.]괴력난신은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흔들던 손을 바닥에 내버리곤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이며 씩 웃곤-
[그러니 누구든 와 봐라, 이 나를 막기 위해서.]말했다.
[혼자라도 좋고 무리를 이끌고 와도 좋다. 그 어떤 방법으로 도전해도 나는 ‘혼자’ 너희들을 상대할 테니까. 그럼-]-기다리고 있겠다.
그렇게 끝난 영상.
“후……미치겠군.”
독일 헌터 협회 부지부장, 아니 지금은 지부장인 ‘게오르크’가 죽었기에 임시 지부장으로 올라있는 ‘크리스탄 베르겔’은 진한 한숨을 내쉬며 유튜X에 돌아다니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쯧….”
독일 협회 지부장 게오르크는 이번 일을 계기 삼아 자신의 입지를 더더욱 끌어 올리려는 생각으로 일을 벌였지만, 이미 그 계획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너무 실책이 크다….’
독일에 있던 8명의 랭커 중 거의 중상위급에 해당하는 헌터, 애릭 브래든과 티라멜이 이번 재앙을 막다 죽임을 당했다.
그 외에도 독일에서는 꽤 알아주는 대형길드 두 개가 순식간에 대부분의 전력을 날렸다.
허나, 그것보다 더 골치가 아픈 것은 독일의 랭커가 죽고 헌터들이 무참히 죽어 나가는 그 모든 모습이 게오르크의 욕심으로 인해 부른 방송용 민간 헬기에 찍혔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부와 협회쪽에서 힘을 써 서둘러 영상의 유포를 막고 있기는 했으나 이미 5시간도 안된 시간에 영상을 뿌려질 대로 뿌려진 상태.
애초에 인터넷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안 볼 수 없을 정도로, 영상은 퍼져 있었다.
‘이런 젠장.’
완전히 망했다.
라고, 베르겔은 짧게 탄식했다
안 그래도 이전 재앙을 제대로 막지 못한 터라 국제 헌터 협회에서 독일의 권력은 여러모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 그래도 없던 권력과 발언권이 극도로 축소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씨발, 도대체 저딴 걸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일은 본인이 벌여놓고 웃기게도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뒤져버린 게오르크를 원망하며 그는 이미 꺼져버린 영상을 바라봤다.
‘하, 도대체…….’
사실 처음에도 그렇고 베르겔은 게오르크를 몇 번이고 설득했다.
일본에서 일어난 ‘재앙’을 언급하며, 몇 번이고 게오르크에게 재앙을 독일의 힘으로만 제압하는 게 아닌, 협회의 힘을 빌리자고 몇 번이고 말했다.
이미 ‘일본’이라는 선례가 있었으니까.
그때의 영상은 이미 협회에서 따로 하이라이트로 편집된 영상을 빼고는 전부 사라져 버렸으나, 그는 아직도 그때 보았던 ‘천마’의 무서움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있었다.
일본의 도쿄를 완전히 핏빛의 길로 물들여 버린 천마.
그리고 지금 독일에 나타난, 자신을 ‘괴력난신’이라고 소개한 저 소녀는 일본에 나타난 ‘천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못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그렇게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베르겔은 그가 협회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말했던 건?”
“네, 우선 말씀하신 대로 전부 처리했습니다.”
“결과는?”
“…그게.”
베르겔의 물음에 협회원은 묘하게 눈치를 보며 뜸을 들였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개새끼들….”
그는 라이프치히가 박살 난 그 시점부터 라이프치히에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곧바로 전 국가에게 지원 요청을 보냈다.
허나 4시간이 훌쩍 넘겨 5시간이 지난 지금, 지원 요청에 응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
“독일 내 소속되어 있는 랭커들은?”
“그게……34위 스나이퍼 ‘게르노프’는 딱 봐도 자신이 죽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며 거부 의사를 전달했고, 그건 순위권에 있는 다른 랭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다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네, 아마….”
“이런…후….”
‘그래, 그럴 만하지.’
분하지만, 그는 어처구니없게도 헌터들의 생각을 이해했다.
‘괴력난신’이 보여준 그 압도적인 힘과 그녀의 뒤를 따르던 수많은 ‘괴이’와 ‘괴물’의 현현은 그저 민간 TV의 송출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지렸다.
헌터들도 인간이다.
두렵지 않을 리 없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라를 버리고 그렇게 쉽게 도망가다니……!”
쿵!!
베르겔은 저도 모르게 탁자를 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해’와’인정’은 다르니까.
그는 당장이라도 꼬리를 말고 도망친 녀석들을 끌고 오고 싶었지만 그렇기에는 무리였다.
이미 다들 무리라고 판단해서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을 게 분명하니까.
한동안 그렇게 탄식과 신경질을 번갈아 내며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이내 후, 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국제 협회는 어떤가?”
“국제협회에서도 연락이 오기는 왔습니다만…….”
“…왔습니다만?”
“국제 협회에 속해 있는 ‘TOP 5’는, 아무래도 연락이 닿지 않는 듯합니다.”
“뭐? 연락이 안 된다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여는 베르겔의 말에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국제 헌터 협회의 TOP 5,
그들은 전 세계 어느 국적과 관계없이 S급 헌터 랭킹 10위 이내의 헌터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집단이었다.
물론 가입한 인원은 5명뿐이으나, 그들은 누가 의심할 것도 없이 모든 헌터들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고, 그들 중에는 S급 헌터 랭킹 1위 ‘무신(武神)’도 있었다.
“씨발, 지금 독일 민간인 피해는 몇 만 명에다 헌터들은 있는 데로 죄다 죽어 나가고 있는데 결국 민간인들 세금 빨아 먹는 새끼들이 출타라고!? 출타!?!”
그가 신경질을 내자 협회원이 움찔했지만, 베르겔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씩씩거리며 자신의 분노를 죽였다.
그들은 단연 최강의 전력.
거의 모든 헌터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국제 헌터 협회도 그저 같은 집단 안에 묶어 놓는 것이 한계일 뿐.
그렇기에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그러나
쾅!
“씨발…!”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해’와 ‘인정’은 달랐다.
그렇게 그가 씩씩거리고 있을 때, 불현듯 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이 협회원의 스마트폰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고, 베르겔은 말없이 턱짓으로 그가 전화를 받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네, 여보세요. 네, 네……? 그게 정말이야?”
갑작스레 협회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베르겔은 협회원을 바라보았고-협회원은 스마트폰을 조작해 전화를 끊자마자 묘하게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부장님! 지원을 온다는 곳이 있답니다.”
“정말인가! 어디? 어디인가?”
“하, 한국이랍니다.”
“한국……?”
“그 있지 않습니까! 그, 일본에 나타난 ‘재앙’인 천마를 죽였던 그 헌터. 그러니까……그, 김현우요!”
남자의 말에 베르겔은 곧 생각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인가!”
“예! 정말입니다!”
협회원이 화색을 띠며 말하자 베르겔은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현우……천마를 죽인 그가 와준다면!’
이 엉망진창으로 박살이 난 상황을 어떻게든 해줄지도 몰랐다.
베르겔은 굉장히 급박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시간……! 지원 예정 시간은 언제라고 하지?”
“아, 아까 들은 바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뭐?”
“듣기로는 이제 곧 도착할 거라고…….”
협회원이 말을 흐리자 베르겔이 인상을 찌푸렸다.
‘곧 도착할 거라고?’
그는 은연중 한국과 독일의 거리 차이를 계산했다.
‘독일에서 한국까지의 거리는 못해도 12시간, 만약 사건이 일어나고 5시간 전에 출발했다고 해도 아직 7시간이나 남는다.’
“그가 정말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비행기를 타지는 않았을 테니…….”
걸리는 시간은 지금부터 최소 13시간, 공항에 내려 협회까지 오는 시간을 합치면, 상당히 여유롭게 그녀가 말한 24시간 전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
베르겔이 생각을 끝내고 한숨을 내쉴 때쯤, 한국, 아랑 길드의 지하2층,
“이야, 이 새끼들 이거 정신 못 차렸네……?”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탄식하며 현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송출하고 있는 유튜X 방송을 보았다.
아마 공중에서 찍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영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라이프치히의 중앙광장.
딱 봐도 모자이크가 필요해 보이는 시체 위에 오연히 앉아 있는 소녀 ‘괴력난신’과 그 뒤에 있던 괴이들을 찍고 있었다.
‘…아마 드론으로 찍는 것 같은데, 이 새끼도 엔간하군.’
김현우는 혀를 쯧쯧 찼다.
라이프치히는 이미 박살 나 있는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도망가지도 않고 드론으로 이 장면을 촬영해서 생방송을 하고 있다는 게 김현우의 눈에는 퍽 웃기게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잔인한데 어떻게 방송이 차단당하지 않지.’
곧바로 김현우의 뒤를 따르는 의문에 그는 ‘흠’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럼, 이제 시작해도 될까요?”
곧, 자신의 옆에서 조심스럽게 묻고 있는 아냐의 말에 입을 열었다.
“이거 저기로 가는 거 맞지?”
“네, 네. 맞아요. 물론 저 앞으로 순간이동 하는 건 아니지만, 저 근처에 순간이동 할 거예요.”
아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하더니 답했다.
“가자.”
“그, 그런데.”
“?”
“저는, 그- 안 가면 안 될까요?”
“네가 안 가면 나는 어떻게 와?”
김현우가 그렇게 물으며 인상을 찌푸리자 아냐는 서둘러 대답했다.
“아, 그……이건 원격 마법진이라 우선 이렇게 한번 입구를 만들어 놓으면 제가 원격으로 소환할 수 있거든요.”
아냐의 말에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김현우.
“……흠. 그래 뭐, 그럼 그렇게 해. 서연아 알지?”
“또요……? 가 아니라, 오빠 거기는 대체 왜……에휴, 알았어요.”
뭔가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열었다 닫았으나, 김현우의 표정에 이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을 수락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냐의 말과 함께 김현우의 아래에서 보랏빛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순식간에 자신을 감싼 보랏빛 마력에 신기한 기분을 느꼈고, 곧 그의 시선이 한번 점멸한 그 순간.
“오…….”
김현우는 아랑 길드의 지하 3층이 아닌, 완전히 박살 나버린 라이프치히 한가운데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더 정확히 말하면-
끼릭 끼리리릭! 끼릭!?
백 개의 손을 징그럽게 움직이고 있는 관음 앞에, 김현우는 떨어졌다.
그리고-
“끼릭거리는 소리 내지 마라. 이 씹새야-!”
꽈아아앙!
김현우는 라이프치히에 도착한 지 5초도 지나지 않아, 괴이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