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3
53
053. 괴력난신(怪力亂神)(4)
콰아아아아아─!!!
세상에 검붉은 빛이 폭사하고, 그 뒤로 하얀빛이 청각과 시각을 먹어 치운다.
하얀빛으로 닫힌 시각.
삐- 거리는 전자음 소리에 빼앗긴 청각.
그저 촉각만이 살아 있는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모든 마력을 발에 쏟아부어 움직였고-
“축하한다.”
서서히 청각과 시각이 돌아올 때쯤, 김현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분명 발에는 감각이 있었다.
공격이 제대로 먹혔다는 감각이.
허나 앞에 있는 괴력난신은-
“너는 구 보를 막아냈구나.”
아무런 피해도 없이 김현우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김현우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분명 그의 발은 괴력난신의 명치를 차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김현우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가 막아냈다는, 구 보를 이미 밟고 있었다.
“!”
그제야 김현우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미-친……!”
분명 천마의 무공으로 인해 깨져야 했을 괴력난신의 ‘기술’은-
“하지만-”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끝없이 팽창하고 있는 괴력난신의 마력은 금방이라도 김현우를 먹어치워 세상에 지워버리려는 듯 그를 찍어 눌렀다.
그 상황에서 괴력난신은 섬뜩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김현우에게 선고했다.
“내 마지막 걸음은, 막지 못했구나.”
그와 함께 그녀는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이 떨어진다.
김현우는 당장이라도 그 발을 막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
이미 마력의 팽창이 한계까지 진행되어있는 공기는 김현우의 몸을 강제로 붙잡았고-
“이런 씨발!”
십 보(十 步)-
“-멸살(滅殺)”
삐────────────!
그녀가 탑을 오르고,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그녀의 기술이-?
콰아아아아아────!
김현우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과는 다를 정도로 거대하게 팽창하는 마력에 김현우는 이를 악물고 검붉은 마력을 내뿜었다.
이미 청각은 다시 먹혀 이명밖에 들리지 않았고.
시야는 난잡하게 터져 나가는 화마와 빌라들로 인해 가려져 버렸다.
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끝없는 파괴뿐.
그런 상황에서 팽창하고 팽창해, 이제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사방을 가득 채운 그녀의 마력은 김현우의 몸을 박살 내기 위해 전력으로 그를 찍어 눌렀다.
내부의 혈도에서도 김현우의 통제를 떠난 마력이 팽창했으나, 그는 버텼다.
버티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김현우의 전신을 강타했지만, 그래도 버틴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며 눈앞에 파괴되어 가는 모든 것들을 보며 김현우만이 오롯이 그녀의 십 보를 버텼다.
내부에서 팽창하던 마력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내구 S라는 등급은 김현우의 마력 컨트롤을 어떻게든 따라오고 있었다.
곧-
그녀의 기술이 끝났을 때-
“호오, 대단하구나.”
김현우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괴력난신과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빌라촌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김현우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괴력난신이 앉아 있던 라이프치히의 중앙광장도 보이지 않았고, 빌라촌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저 멀리, 꽤 먼 거리에 있는 ‘도시’의 흔적뿐.
김현우와 괴력난신이 서 있는 곳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흙과 자갈,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괴력난신뿐.
“내가 십보멸살(十步滅殺)을 온전히 쓰게 하는 것도 모자라 전부 맞았는데도 서 있을 수 있다니.”
대단하구나, 대단해.
그녀는 진심으로 놀란 듯, 피식피식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 웃음이 미묘한 조롱을 포함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의 십보멸살은 그 이름 그대로 이 근처에 있던 모든 것을 먹어 치웠다.
어느 것 하나 남기지 않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패도적이고 난폭한 그녀의 기술.
“미쳤군.”
그 기술에 김현우는 짧게 평가하곤 욱신거리는 몸을 붙잡았다.
기술을 정통으로 맞은 김현우의 몸은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정상이 아니었다.
마력은 아직 움직인다.
허나 십보멸살을 받아낸 그의 혈도는 팽창을 막아내느라 굉장히 약해져 있었고, 넝마가 된 츄리닝 사이로 보이는 김현우의 몸 이곳저곳에는 붉은 피멍들이 보였다.
십보멸살(十步滅殺)을 막은 대가.
욱씬-!
“쯧.”
몸을 간단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엄청난 격통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천마 때와 비슷- 아니, 그보다 더 심한 격통.
괴력난신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내 기술을 막아냈지만 지금 네 몸은 이 이상 싸울 수는 없어 보이는구나.”
어떻게 할 테냐-?
“그 알량한 목숨을 구걸하겠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존심을 세워 죽음을 기다릴 테냐?”
괴력난신의 물음.
이미 전부 이겼다는 듯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었다.
“야.”
“……?”
“선택지가 하나 부족하잖아.”
김현우는 자세를 잡았다.
괴력난신이 슬쩍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의문을 표할 때, 김현우는 아까 전 괴력난신이 보여주었던 그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선언했다.
“너를 박살 내 버릴 거다.”
그런 김현우의 선언에 괴력난신은 한순간 얼빠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좋아했다.
미친 것처럼 제자리에 서서 웃는 그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김현우.
괴력난신은 이내 박장대소를 멈추고 김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좋구나! 좋아! 내 너를 너무 다른 머저리들과 똑같이 생각한 듯하구나!”
그녀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웃음을 짓더니 이내 혀를 내밀어 자신의 이빨을 핥았다.
그렇게 해서 흘러나오는 아릿한 혈향의 냄새를 맡으며 다시 한번 푸른 마력을 발산하며, 김현우와 똑같은 오만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네가 그렇다면, 나 또한 이번에는 예를 갖춰 최선을 다해 너를 상대해 주도록 하겠다.”
그녀와 함께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뭔가 달랐다.
푸른 마력은 김현우의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진득했고, 그것들은 아까 그녀가 보여줬던 마력과는 차원이 다른 농밀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게, 내가 백귀야행(百鬼夜行)의 두목이자-”
씨익-
“나, 괴력난신(怪力亂神)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마력으로 펼치는 ‘진짜’다. 어디 한번-”
받아 보거라.
김현우는 언젠가 들어봤었던 것 같은 대사를 치며 마력을 내뿜는 괴련난신을 보며 자세를 잡았다.
격통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끔찍한 격통.
그러나, 김현우는 웃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마력 팽창을 막아내었습니다. 내구 등급이 올라갑니다!]……
…
.
김현우는 버텼고,
[외부 마력이 김현우의 몸속으로 강제 침입합니다. 마력이 강제 개화됩니다. 마력 등급이 올라갑니다.]……
…
.
김현우는 받아냈으며-
시스템은 그런 김현우에게 틀림없는 대가를 내려 주었다.
올라간 내구 등급은 피멍이 든 김현우의 온몸의 혈도를 올바르게 가동하게 도와주었고, 추가로 올라간 마력 등급은 김현우의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 ‘괴력난신(怪力亂神)’이 보여주었던 십보멸살로 인해, 그는 천마 때와 같이 ‘가닥’을 잡을 수 있었고-
“흡……!”
‘파훼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김현우가 탑 안에서 수련할 때,
그는 무엇을 했는가?
그는 무(武)를 공부했다.
그 어느 것이든 가리지 않았다.
웹소설, 만화, 애니, 영화, 어느 매체에서 나오는 모든 무(武)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는 떠올렸고, 수련했고, 반복했다.
탑 안에서 제자가 있던 때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홀로 수련하던 그는, 모든 종류의 무(武)를 실험했으며 모든 종류의 기술을 자신의 몸에 안착시켰다.
말도 안 되는 허구의 무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과장되어 만들어진 무(武)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현실 세계, 무(武)의 원리를 터득했다.
그렇게 그가 익혔던 무술 중에서는-언젠가 그가 읽었던 수많은 신화 속, ‘괴신(怪神)’을 막아내는 ‘아수라(阿修羅)’의 무(武)도 있었다.
그 누군가는 그저 작가들의 어처구니없는 망상을 엮어 만들어낸 허구라고 비하할 수도 있는 그 수많은 소설들.
그 수많은 소설의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의 스승이 되어 김현우에게 무(武)를 전수했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수십, 수백, 수천 명의 스승이 있었기에-
“후-”
김현우는 할 수 있었다.
“!?”
괴력난신이 사방으로 진득한 마력을 뿌리고, 마침내 일보를 내딛으려 할 때, 그녀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인상을 굳혔다.
분명, 그는 아까와 다름이 없었다.
이미 넝마에 가까워져 있는 옷 사이로는 치사량의 피해를 입은 듯 붉은 멍이 들어 있었고, 그의 몸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놀란 것은 바로 김현우의 뒤에 ‘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현우의 뒤에 일렁이며 만들어져 있는 그것은, 분명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으나 팔이었다.
그런 팔의 뒤로 그려져 있는 흑원, 그 흑원에 새겨져 있는 세 개의 만다라(曼陀羅).
아까와는 다른 기세를 뿌리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괴력난신은 인상을 굳히면서도, 오롯이 전력을 내기 위해-일 보를-
“!!!!!!”
내딛지 못했다.
어느새, 그 어떤 전조도 없이 그녀의 앞에 다가온 김현우는 오른발을 이용해, 그녀의 일 보를 멈췄다.
괴력난신이 인상을 찌푸린다.
김현우는 오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괴력난신의 입가가 억지로 비틀어 올라가며 정제되지 않은 투기와 마력을 사방으로 끌어내며 생각했다.
‘아직, 구 보(九 步)가 남아 있다.’
그녀의 십보멸살(十步滅殺)은 중첩형이다.
고작 한 보를 내딛지 못했다고, 약해지는 허접한 기술과는 달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 보를 막힌 것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투기를 내뿜으며 다음 보를 내디뎠다.
허나-
“이익……!!”
괴력난신의 이 보는, 김현우의 오른팔에 의해 막혔다.
분명 그 어떤 기술도 담기지 않았지만, 검붉은 마력을 내뿜고 있는 김현우의 몸은 괴력난신의 일보를 또 한 번 막아냈다.
괴력난신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디딘다.
삼 보가 김현우의 오른 다리에 의해 막힌다.
사 보가 일렁거리는 마력 팔에 의해 막힌다.
오 보도.
육 보도-
칠 보도-
분명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한하게 팽창하던 괴력난신의 마력은, 김현우에게 막혀 허공에 뿌려진 채, 팽창하지 못하고 있었다.
괴력난신의 얼굴에 귀기가 서린다.
“네 녀석-!”
푸른 마력이 폭풍우 치며 괴력난신이 팔 보를 내디딘다.
허나 김현우의 뒤에 만들어져 있는 검은색의 만다라는, 괴력난신의 팔 보를 허락하지 않았다.
구 보에는 두 번째 만다라가,
그녀의 기술이 완성되는 십 보에는 세 번째 만다라가,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게…… 무……슨!!!”
그녀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펼친 십보멸살은 김현우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작센의 라이프치히의 일부를 완전히 ‘없던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그녀의 공격은 재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내 차례다.”
괴력난신의 10보를 막기만 했던 김현우의 몸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분명 그녀의 걸음을 막아내며 사라졌던 만다라와 마력의 팔들이 다시금 재생된다.
폭발적인 마력을 먹어치우며 그 존재를 과시한다.
쿠그그그그긍!
김현우는 최후의 최후까지 쓰지 않았던 자신의 왼팔을 그녀의 심장에 가져갔다.
그런 김현우의 행동에 따라 등 뒤에 만들어졌던 4개의 팔이 일제히 괴력난신을 향했다.
화아아악-
김현우의 뒤에 있던 검은색의 만다라가, 마치 연꽃을 개화하듯 펼쳐지며 마력을 뿜어내고-그는 자신이 올라서고 이룩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무공에-
“수라(修羅)-”
-이름을
‘-무화격(無華擊)’
붙였다.
──세상이, 검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