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5
55
055. 조용히 해라(2)
기자들이 얼어붙었다.
조금 전, 열렬하게 목소리를 높이던 기자는 마치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입을 뻥끗 뻥끗 거리고 있었고, 김현우는 시선을 돌리더니 아파트 앞에 있는 목조 벤치에 앉았다.
“자, 우리 서로 짜증 나게 하지 맙시다.”
그와 함께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제 성격 다들 아시잖아요? 뭐, 제가 인터뷰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최소 서너 번은 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그래요?”
좀, 우리 편하게 갑시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조금 전까지 질문하고 있던 기자를 보며 말했다.
“아, 거기 질문하셨던 분은 좀 저리 꺼져주시고, 억지로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다면 저는 말리지 않긴 하겠는데, 나는 저 사람 있으면 한마디도 안 할 겁니다.”
“……힉.”
김현우의 말과 함께 군중들의 시선이 기자에게 모였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군중 중 하나는 되어 보았으나, 그 주체가 된 적은 없었던 기자는 곧바로 목을 움츠린 채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고, 김현우는 만족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질문을 받도록 하죠. 똑같은 말 하기 싫지만, 혹시 모르니 말하겠습니다. 만약 자기가 생각했을 때 이게 해야 할 질문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냥 하지 마세요. 우리, 말의 무게를 잘 기억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입을 툭툭 친 김현우는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기자를 지목했다.
“네, 거기. 질문받을게요.”
“아, 예! 혹시 김현우 헌터가 이번에 독일로 넘어가서 괴력난신을 상대하지 않았습니까.”
“네, 그래서요?”
“세간에서는…….”
“아, 그러니까 뭐 대충 내용을 정리하자면 어떻게 빨리 왔다 갔다 했냐 이걸 묻고 싶은 거죠?”
김현우가 갑자기 말을 뺏자 당황하던 기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김현우는 말했다.
“그거야 뭐 별거 없습니다. 헌터를 한 명 구했습니다.”
“네? 헌터요?”
“그게 무슨…….”
“‘순간이동’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헌터를 구했습니다.”
“헉……!”
“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여기 사람 다 불러 모아 놓고 헛소리한단 거야?”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자 질문을 했던 기자는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었고, 김현우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순간이동 헌터를 영입해서 독일까지 빠르게 갔다 왔습니다. 지금 여기서 기자분들한테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저만 봐도 알겠죠?”
김현우가 말하자 기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맞았다.
상식선으로 생각해 봤을 때, 김현우가 당장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올 수는 없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김현우는 다음 사람을 지목했다.
“순간이동 마법진을 활용할 수 있는 헌터는 누구입니까?”
“본인이 누군지 밝히고 싶지 않아서 함구하겠습니다. 아, 혹시라도 비밀스럽게 뒤를 캐서 밝혀낼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긴 한데…….”
그 사람의 뒤에 누가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시면 그럴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뒤로 이어진 여러 개의 질문.
김현우는 대충대충 대답했고. 곧 회견을 끝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이제 2명 정도만 더 받고 그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우가 손가락으로 한 기자를 지목하자 그는 질문권을 빼앗길세라 곧바로 말했다.
“김현우 헌터! 저번에는 일본에서 재앙을 막고, 이번에는 독일에서 재앙을 막지 않았습니까?”
“네.”
“재앙을 막는 이유가 뭡니까?”
“?”
김현우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기자는 당황하는 듯하면서도 슬쩍 눈치를 보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그 저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김현우 헌터가 그 엄청난 재앙을 막아내며 요구하는 것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기자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김현우는 말 그대로 탑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등반자를 사냥하러 다니는 것이었으나,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묘하게 보일 여지가 있긴 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음….”
드물게 김현우가 대답을 멈추자 기자들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물론 그런 시선이야 똥을 싸면서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무관심한 김현우는 나름 적당한 이유를 머릿속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김현우는,
“그건?”
“별 이유 없는데?”
적당한 이유를 생각하기가 너무 귀찮았다.
김현우의 대답에 기자들의 눈가가 미미하게 찌푸려진다.
그 모습을 본 김현우는 그냥 적당히 이유를 붙였다.
“굳이 이유를 붙이면 더 강한 척 깝치는 녀석 조지는 게 취미라서.”
그래, 그냥 그런 거로 하죠.
별 어처구니없는 것을 이유로 가져다 붙인 김현우는 이내 다음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다른 기자를 지목하며 말했다.
“마지막 질문하세요.”
“아, 그…… 혹시, 김현우 헌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뭐? 고유 스킬?”
“네.”
기자의 질문에 다시금 군중들의 포커스가 김현우에게 집중되었다.
기자는 마지막 질문답게 그를 둘러싼 의문 중 아직도 그가 직접 발언한 적이 없는 의문을 입에 열었다.
고유 스킬,
그것은 일정 이상 경지가 오른 헌터가 되면 ‘시스템’이 자연스레 헌터에게 부여하는 능력으로, S등급에서의 랭킹은 그 ‘고유 스킬’로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했다.
거기에 덤으로 김현우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기술들.
천마와 싸울 때 보여주었던 패왕괴신각과, 이번 괴력난신을 상대할 때 보여주었던 수라무화격 덕분에 김현우의 ‘고유 스킬’에 대한 의문은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무슨 스킬인가?
도대체 무슨 스킬이길래 김현우는 저런 강력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기자들의 시선이 김현우의 얼굴을 뚫을 듯이 쳐다보고 김현우는 대답했다.
“고유 스킬 없는데?”
“네…… 네?”
“고유 스킬은커녕 일반 스킬도 없고.”
“그, 그게 무슨…… 그렇다면 그 천마와 싸울 때 보여주었던 기술과 괴력난신과 싸울 때 보여주었었던 그 기술은……??”
“그건 스킬이 아니라 내가 탑 안에서 만든 ‘무술’인데?”
김현우의 말에 기자들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던 기자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그, 그러니까, 스킬이나 고유 스킬이 하나도 없는 기술이라면…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 아니지.”
김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나 쓸 수 있지는 않지. 그 기술들은 모조리 내가 만든 거니까.”
나한테 배워야만 쓸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한 김현우는 이내 손을 휘적휘적하며 입을 열었다.
“이걸로 기자회견은 끝, 이 이상 입 뻥긋하면 여기서 개지랄할 거니까 전부 다 돌아가시고, 또 추가적인 질문 있으면 그, 나중에 시현이한테 물어봐요.”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묘하게 귀찮아질 말을 했다는 생각에 탄식하면서도 김시현의 이름을 팔며 고급 아파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 밤.
[김현우가 지금까지 사용했던 기술‘나한테 배우면 전부 가능해.’
발언 충격!] [김현우, 순간이동이 가능한 헌터 영입!! 한국 헌터의 인재풀 김현우에게 빨려 들어가나??] [고인물 헌터 김현우, 서울 길드의 길드장인 김시현과의 친분 과시 ‘나머지는 시현이한테 물어라’] [김현우 헌터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나???]
인터넷은 김현우의 기사로 인해 떠들썩해졌고,
“형!! 왜 나를 팔고 지랄이야!!!”
김현우의 몸이 어렴풋이 나을 때까지 기자들의 상대를 했던 김시현은 4일째 되는 밤에 김현우의 침대 앞에서 개지랄을 떨었다.
***
중국 상하이.
위연 길드의 거대한 ‘장원’이 있는 외각.
“크엑!”
한 남자가, 여자 앞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온몸에 강철과도 같은 녹갑을 차고 있는 남자.
그는 바로 위연 길드의 길드장이자 S급 헌터랭킹에서 17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이름은 ‘현천’.
이명은 ‘현무’.
그 어떤 공격도 별다른 충격 없이 막아낸다고 해서 그에게 붙여진 ‘현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크에에에엑! 크학!”
그는 누가 봐도 확연하게 찌그러져 있는 녹갑을 부여잡으며 몇 번이고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천의 앞에 오연히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금색의 진달래가 수놓아진 붉은 치파오를 입고 있는 소녀.
미령은,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현천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17위라고 해서 여흥은 될 거로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아니었나 보구나.”
“이런 젠장……!”
현천이 이를 악물고 미령을 바라봤으나, 그녀는 감정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현천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뻐억!
“끅!?”
순식간에 뒤로 꺾이는 현천의 고개.
미령은 들었던 발을 그대로 아래로 내리 찍어 현천의 얼굴을 콘크리트에 찍어 내렸다.
꽈아아아앙!
“끄에에에에에엑!”
힘없이 부서지는 콘크리트와 함께 현천의 괴성이 들린다.
“나는 너 같은 것들이 제일 싫다.”
꽝!
“분명 어느 경지에 올라 온 것을 봐서는 분명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을 텐데.”
꽝!
“오로지 자신은 정체된 채로.”
꽝!
“미궁에서 나오는 구더기 같은 아이템으로”
꽝!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키우려는…….”
꽝!
“너 같은 녀석들이”
나는-
꽝!
“제일-”
“그-만-”
피이이이잉-
현천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애초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는 듯 자신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발에 모이는 붉은색의 섬뜩한 마력.
“-싫다.”
미령은 어느 한순간, 들어 올렸던 발을 내리찍었다.
꽈아아아아앙!
미령의 발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던 현천의 머리를 수박 깨듯 으깨버리고, 대리석이 깔려 있던 주변의 지반을 엉망진창으로 흔들어 놓는다.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지반.
허나 그 상황 속에서도 미령은 오롯이 서서 이미 죽어버린 현천의 시체를 보았고, 이내 몸을 돌리곤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쯧, 쥐새끼처럼 도망 다니기는.”
미령은 그 말과 함께 장원 끝에 만들어져 있는 현무가 그려져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고, 그녀가 앉음과 동시에 미령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얼굴에는 미령의 등에 그려져 있는 문신과 같은 가면을 쓴 채 부서진 장원에서 도열한 그들을 보며 미령은 말했다.
“치워라.”
그 말과 함께 어디선가 나타난 헌터가 부서진 대리석 사이에 있던 현천의 시체를 가지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현천의 시체가 그녀의 눈에서 사라졌을 때, 미령은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지?”
“지금 상하이 점령을 기점으로 패도 길드의 던전 점유율은 92%를 넘었습니다.”
“나머지 8%는?”
“나머지 8%는 패도 길드에 복종하는 이들입니다.”
“복종…복종이라….”
미령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위연 길드는 모조리 박멸한 것인가?”
“아직 두 개 지역이 남았지만 기한 안에는 전부 점령할 듯합니다.”
미령의 앞에 있는 남자.
패도길드의 부길드장 ‘천영’의 말에 그녀는 퍽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다 물었다.
“점령하고 나서 저항하는 녀석들을 박멸할 때까지는?”
“2주면 충분할 듯싶습니다.”
“2주, 2주라…….”
미령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움직여 자신의 등에 그려져 있는 거대한 문신을 만지작거렸다.
자신이 누구의 것인지 새겨 놓은 표식.
그 문신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천영아.”
“예.”
“나는, 너무나 기대하게 되는구나.”
그녀는 볼에 홍조를 띄우고, 붉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스승님을 모시러 갈 그때가, 너무나도.”
-기대가 돼.
무표정하던 그녀는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