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6
56
056. 조용히 해라(3)
——
알리미
통로를 통해 새로운 ‘등반자’가 9계층에 도착했습니다.
남은 시간 [ 00: 00: 00 ]
위치: 독일 작센 라이프치히
[등반자 ‘괴력난신’ ‘귀이’를 잡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보 권한이 하위에서 중하위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신을 초대합니다.]시스템에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0일 0시간 5분 11초
이제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늦은 밤, 김현우는 소파에 앉아 눈앞에 떠올라 있는 로그를 한번 바라보곤 이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서류를 바라봤다.
“보상…보상이라….”
김현우가 독일에 가서 괴력난신을 처리한 지도 이제 1주일이 훌쩍 넘어 1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에게 도착한 보상 목록을 보며 턱을 툭툭 두드렸다.
“햐, 참 많기도 하네.”
저번에 김시현에게 독일 측에서 보상안을 작성 중이라는 사실을 듣기는 했으나, 사실 김현우야 그냥 지원 출동을 나가고 통상적으로 나오는 금액을 받아도 별 상관없었다.
그런데 독일 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A4 용지 한 장을 빽빽하게 채울 정도로 많았다.
다만, 김현우가 조금 불만이 있는 거라면.
“어째 자세히 보면 보상금이랑 괴력난신의 드롭 템을 제외하고는 전부 세금 완전감면 같은 것들뿐이네.”
독일이 제시한 보상안의 대부분이 독일에서만 굉장히 유효하다는 것이었다.
보상금과 김현우가 미처 가져오지 못하고 놔두고 온 괴력난신의 아이템을 빼면 대부분의 보상이 혜택이 독일에 몰려 있었다.
“세금 완전 감면, 집 무상 제공……차도 무상 제공? 이건 또 뭐야…….”
‘거기에다가 수도권 내 길드 하우스 무상 제공에…….’
김현우는 꾸준히 독일이 작성한 보상안 읽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던져 버렸다.
‘말만 안 했지 이건 그냥 독일로 이민을 오라는 거 아니야?’
맞았다.
독일은 정말 김현우가 독일로 이민을 왔으면 해서 그에게 이런 보상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보상안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과도한 보상안을.
“쯧.”
뭐, 그렇다고 해서 김현우가 잘살고 있던 한국을 떠나 굳이 귀찮게 독일까지 갈 일은 없겠지만.
툭.
김현우는 들고 있던 보상안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어깨를 으쓱였다.
‘받아두면 언젠가 쓸 때가 있겠지.’
그렇게 짧게 생각을 정리한 김현우는 이내 몇십 초 대로 줄어들고 있는 시간을 보고 얌전히 소파에 앉아 기다렸고 곧 0에 가까워진 순간.
“안녕하세요.”
“그래.”
김현우는 이제는 상당히 익숙하게 눈앞에 바뀐 풍경을 보면서 아브의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그녀의 인사를 받고 한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김현우는 순간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세삼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
“여기, 뭔가 상당히 커진 것 같다?”
“아.”
김현우의 말대로 아브가 있던 공간은 예전과는 달랐다.
분명 책상을 놓으면 무엇인가를 놓을 곳이 없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방이 상당히 넓어졌다.
평수로 따지면 대충 15평에서 20평 정도 되지 않을까?
“이것도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그 정보 권한이 누적될 때마다…….”
“네, 등반자를 처지하고 권한을 얻을 때마다 제가 지내는 이 방도 권한의 누적 크기에 따라 커지거든요. 지금은 정보등급이 중하위라서 좀 많이 커졌죠.”
아브의 대답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봤다.
정말 아브의 말대로 방의 크기는 굉장히 커졌다.
“근데, 이거 방 크기가 넓어지면 뭐하냐? 뭐, 특수 기능이라도 있어?”
“안 그래도 그걸 설명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아브는 그렇게 말하곤 흠흠 하더니 자신의 품에서 버튼 하나를 꺼냈다.
붉은색에,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날 것 같은 ON/OFF 버튼을 김현우에게 건넨 아브는 입을 열었다.
“김현우 헌터가 중하위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바뀐 게 많습니다. 우선 그중 첫 번째는 바로 이 ‘시스템 룸’을 꾸밀 수 있다는 거예요.”
“시스템 룸을 꾸며?”
“네.”
아브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버튼을 한번 꾹 누르고 자신이 원하는 방의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이 방은 자연스레 가디언이 생각한 방으로 바뀔 겁니다.”
“…그래?”
딸깍.
김현우는 곧바로 설명을 듣자마자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머리에 전자파가 몰리는 듯한 기묘한 느낌에 김현우는 흠칫했지만 이내 아브가 말한 대로 머릿속에 어느 한 공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
“여기는…… 보이는 걸로 봐서는 ‘튜토리얼의 탑’ 1층이네요.”
김현우가 생각하자마자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
“에이 씨발.”
김현우는 자신이 상상해 놓고도 실질적으로 만들어진 튜토리얼 탑의 1층을 보더니 짜증이 난다는 듯 욕설을 내뱉었고, 이내 다른 장면을 상상했다.
‘이번에는, 김시현의 집’
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튜토리얼의 탑 1층의 형상을 취하고 있던 집이 바뀌기 시작했다.
바닥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하얀색 대리석과 김현우가 앉아 있던 소파, 그리고 그 앞에 TV가 구현되어 있는.
“오.”
“우와….”
그 누가 보더라도 김현우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김시현의 집이었다.
이내 옆에서 탄성을 내지르고 있는 아브를 보며 물었다.
“넌 왜 놀라냐?”
“아, 그…저도 사용법을 알기만 할 뿐이지, 저는 실제로 그 ‘변환’ 버튼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
“게다가 이렇게 9계층이 사는 인간들의 방도 처음 보고요.”
“?”
“왜요?”
“아니, 뭐…그냥 너무 당연하게 넘어가서 몰랐는데, 너 평소에도 이 방에서 생활하는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무엇을 그리 새삼스레 묻냐는 듯 슬쩍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기본적으로 가디언을 만나는 이곳이 제 활동구역이에요, 애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여기였는걸요?”
“…그러니까, 그 아무것도 없는, 아니, 조금 전까지 테이블이랑 의장 두 개만 있는 곳에서 있었다는 거야?”
“그렇죠?”
“안 심심해?”
“…음, 평소에는 시스템 정보권한을 통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탐구하고 있으니 그렇게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어요.”
“잠은 안 자?”
“가끔가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가 있긴 한데 그때는 책상에 누워서 자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빠졌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학대?
잠시간 생각하던 김현우는 이내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물었다.
“그래서, 이거 고정하려면?”
“그냥 버튼을 한번 누르면 돼요.”
딸깍.
아브의 말에 버튼을 누른 김현우는 이내 짧게 생각했다.
‘우선 지금 이야기는 여기서 나갈 때 다시 하는 거로 하고.’
“그래서, 또 뭐가 바뀌었는데?”
그의 물음에 아브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두 번째는 정보 권한이 중하위로 오르면서 가디언이 가지고 있는 ‘정보권한’ 스킬과 ‘알리미’가 업그레이드되고, 거기에 덤으로 이제는 ‘출입’스킬이 생깁니다.”
“출입? 그건 또 뭐야?”
“이제 제가 굳이 초대하지 않아도, 가디언인 당신은 하루에 한 번 이곳에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나쁘지 않네. 또 다른 건?”
“이제부터는 정보에 관해서인데”
“……정보?”
“네, 아직도 처음 여쭤봤던 ‘튜토리얼의 탑’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하지만, 그다음으로 물었던 능력치의 이상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아브는 김현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말했다.
“지금 정보창을 열어보실래요?”
김현우는 군말 없이 정보창을 열었다.
————————
이름: 김현우 [9계층 가디언]
나이: 24
성별: 남
상태: 매우 양호
-능력치-
근력: S-
민첩: A++
내구: S++
체력: A++
마력: B++
행운: B
SKILL –
정보 권한 [중하위]
알리미
출입
———–
괴력난신을 상대하고 나서, 김현우의 능력치는 꽤 크게 상승했다.
마력은 단번에 B++ 까지 올랐고, 내구는 S++, 근력은 S-로 한 단계가 올랐다.
김현우가 얼마 전에 열어봤던 정보창을 새로이 확인하고 있으려니 아브가 말했다.
“역시.”
“역시?”
“저번에 제가 설명해 드린 것 있죠?”
“……그, 네가 대충 추리했던 그거? 튜토리얼 탑에서 능력치의 표현을 막아 놨을 뿐이지, 실제로 내 능력치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는.”
“네, 그거예요.”
아브는 그렇게 말하더니 뭔가를 더 파악하려는 듯하다 말했다.
“지금 당장 중하위에서 볼 수 있는 출발의 탑의 접근 권한으로는 탑을 만든 자가 ‘탑’에서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능력치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못하게 락을 걸어놨다고 해요. 근데, 그건 말 그대로 시스템상의 ‘락(Lock)’을 걸어 놨을 뿐이라…….”
“그러니까, 네 말은 시스템상 락이 걸린 덕분에 능력치는 안 올라갔는데-”
“가디언의 신체는 시스템이 아니라 진짜 ‘신체’니까요, 컴퓨터로 따지면 네트워크에서는 전산이 안 되고 있지만, 컴퓨터에서는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거죠.”
“……뭐, 그럼 결국에 네가 한 추리가 맞다는 거네?”
“네, 그렇게 되네요.”
뭔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브를 보던 김현우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너는 맨날 이 안에 있다고 했지?”
“네.”
“내가 노는 법을 알려주지.”
“노는 법이요?”
아브의 순진한 눈동자에 김현우는 씩 웃고, TV를 향해 다가갔다.
“이게 뭔 줄 알아?”
“?”
“이건, ‘TV’라는 것이다.”
일명 바보상자라고도 불리지.
김현우는 TV를 틀었다.
***
아브에게 9계층의 신문물을 잔뜩 알려준 그다음 날.
아랑 길드의 지하 2층 훈련실에서, 김현우와 아냐는 독대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현우에게 머리를 찧을 듯 고개를 깊게 숙이는 아냐.
그녀는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김현우를 보며 머리가 땅에 닿을 듯 고개를 몇 번이고 숙였다.
“괜찮아 그렇게 감사하지 않아도. 너 내 밑에서 일해야 한다니까?”
“네, 네, 할게요. 하겠습니다……!”
“너, 얼굴 변환할 수 있다고 했지?”
“당연히 할 수 있어요! 못하면 악을 써서라도 할게요!.”
“그래, 그러면 됐지. 뭐.”
김현우는 아냐를 자신의 길드인 ‘가디언’에 채용하기로 했다.
이유는 그녀의 순간이동이 무척이나 편리하고 또 좋았기 때문.
사실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불안 요소를 그냥 놔둔다는 게 김현우로서는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김현우는 그녀의 성향이 ‘생존주의’라는 것을 철저하게 이용하기로 했다.
“야.”
“네!”
힘차게 대답하는 아냐.
“뭐, 아직 계약서 작성하기 전이지만 이건 확실히 해두려고.”
“네? 뭘…?”
김현우의 표정이 슬쩍 바뀌자 흠칫하는 그녀.
김현우는 말했다.
“너도 알겠지? 나는 내 ‘적’을 매우 싫어해.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나는 나를 건드리는 건 싫어하거든.”
너도 잘 알지?
김현우의 물음에 끄덕거리는 아냐.
“근데 너는 좀 ‘편리’하니까 살려둔 거야. 그것도 알지?”
“네, 네. 알죠. 압니다. 당연히 알죠.”
“그러니까 확실히 해둘게. 나는 길드 계약이 시작되면 너를 일반적인 헌터처럼 대할 거야. 물론 거리 제한이나 뭔가 다른 제한도 없어.”
“네…… 네?”
“왜? 싫어?”
“아, 아뇨! 좋습니다! 좋아요!”
아냐의 필사적인 끄덕임에 김현우는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맞아. 네가 날 배신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있으면.”
“네……?”
순간, 아냐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답하자 김현우는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주 만약에 말이야.”
“…….”
“네가 만약에 나와 계약을 하고 풀어주자마자 자기 멋대로 도망가 버리면 말이야….”
김현우의 웃음에 아냐의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