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8
58
058. 네가 강한 게 아니다(2)
그로부터 3일 뒤,
“안녕하십니까 김현우 헌터, 저번에도 한 번 뵈기는 했는데 그때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려서…저는 ‘헌터를 알다’를 총괄하고 있는 지승현 PD라고 합니다.”
“아, 예.”
김현우는 자신에게 명함을 내민 지승현의 명함을 받고 건성으로 대답한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용이 뭐라고요?”
“아, 그러니까. 오늘 내용은 말 그대로 김현우 헌터가 이전 인터뷰에서 발언하신 ‘무술’에 관련해서 주제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김현우가 되묻자 지승현은 슬쩍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김시현 헌터님께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김시현 헌터를 포함한 3분은 전부 길드 일로 바쁘니 참석하지 못한다고…….”
“?”
“혹시, 못 들으셨습니까?”
지승현 PD의 불안해 보이는 얼굴에 잠시 고민하던 김현우는 문득 깨달았다.
“아.”
확실히 김현우가 TV에 출연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그다음 날 김시현은 그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앞으로 이틀 뒤에 연합 길드들끼리 미궁 탐험을 떠나야 해서 같이 TV 출연을 못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뭐, 그제야 어째서 한석원이랑 김시현이 자신 TV 출연을 권유했는지 김현우는 깨달았으나 딱히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지난 3일간 김현우 무술에 관한 떡밥은 식지 않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요즘에는 그의 인상을 슬쩍 찌푸리게 하는 것도 몇 개 보였기에 김현우는 확실히 이 열기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듣긴 들었던 것 같은데.”
김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승현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평소 게스트 분의 자리가 3개나 비게 돼서…….”
“그래서?”
“혹시, 김현우 헌터 이외에도 무술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게스트로 초대해도 될까…… 하고.”
지승현의 말에 김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술직에 종사하는 사람이요?”
“예.”
지승현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침을 꿀꺽 삼켰다.
무술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실 그가 김현우와 함께 출연시키려는 사람들은 바로 ‘달인’들이었다.
무술의 달인.
사실 헌터가 나오고 나서부터 ‘무술’이라는 것은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아무리 일반인이 무술을 배운다고 해 봤자 무술로서는 결국 몬스터를 이기지 못하니까.
그렇기에 무술은 사장되었지만, 그런 ‘무술’을 아직도 수련하는 ‘달인’들은 존재했다.
‘후…제발…제발!’
지승현은 김현우가 이 게스트의 출연을 허락해 주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이유?
당연하지 않은가?
‘김현우 헌터와 무술직에 종사하는 ‘달인’들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달인들이 김현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달인들이 김현우에게 시비를 걸 든, 달인들이 오히려 김현우의 무를 칭찬하든 관계없었다.
중요한 건 ‘달인’들이 출연하는지 마는지.
그것이 시청률 폭발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을 지승현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김현우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현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시청률 좀 끌어올리고 싶어서요?”
“예…… 예?”
“아니, 딱 봐도 그림 나오는데? 저랑 그 무술직 종사한다는 사람들이랑 뭐 어떻게 포커스 좀 맞춰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김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지승현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망했나?’
그런 생각이 지승현의 머릿속에서 들 무렵.
“우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네?”
“말 그대로, 나를 통해서 장사하고 싶으면 소정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지.”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손가락을 말아 쥐자 지승현은 그게 곧 무슨 소리인지 깨달았다.
“추, 출연료는 저희 쪽에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2배…아니, 3배로……!”
“음. 그 정도면 뭐……마음 가는 대로 잘 만들어 봐요. 단.”
“……?”
“나는 누가 나오든 나 꼴리는 대로 할 거니까 그것만 잘 알아둬요.”
김현우의 말에 지승현은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 하는 거 보니까 이미 나한테 말하기도 전에 미리 판을 다 깔아 놓은 것 같은데…….’
뭐, 별 상관없지. 출연료도 올려준다는데.
김현우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슬슬 기어 나오는 어그로꾼을 잠재우려는 용도도 겸해서 TV에 나가는 거니까.
‘만약 게스트가 신경 거슬리게 하면…….’
본보기로 쓰지 뭐.
그리고 김현우가 그렇게 결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방송은 시작되었다.
방송의 진행은 MC인 이해영이, 그리고 원래는 한국의 3대 길드장이 있어야 했던 그곳에는 다른 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한 명은 최근 괴력난신을 잡고 더더욱 유명세를 떨치게 된 한국의 헌터 ‘김현우’였고,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늙은이들은 바로 세간에 ‘무술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방송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이해영이 오늘의 주제에 대해서 말하고, 김현우를 포함한 다른 게스트들이 인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3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저희 ‘청룡검법’은 자연의 기를 느끼고 그렇게 수련하면 반드시 정상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고구려의 역사를 담아 실전 무술로서 전수되어 온 ‘선인법’은 10년 동안 수련하면 온몸이 인간 병기가 될 수 있는….”
김현우는 눈앞의 ‘달인’들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뭐야 이 새끼들.’
그는 얼마 있지 않아 그 두 명의 ‘달인’이 왜 이 자리에, 그것도 김현우와 함께 나왔는지 깨달았다.
애초에 그들은 김현우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에게 이런저런 훼방을 놓기 위해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 앉아 자신의 무공을 직접 무대 앞까지 나와서 시연하고 있는 달인들.
그들은 스스로의 무술을 세상에게 ‘홍보’하기 위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사장된 ‘무술’을 김현우가 살려줬으니 어떻게 거기에 빌붙어서 돈이라도 한번 벌어볼까 열심히 발악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현우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실제로 그들은 지금 거의 이해영의 통제를 듣지 않고 자기 무공을 홍보하는 데만 열이 나 있으니까.
뭐,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
자기한테 기회가 오면 안 잡는 사람보다는 잡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김현우와 함께 게스트로 나온 두 명의 달인들은 무엇인가를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기회’라는 착각이었다.
물론, 김현우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기회가 될 수는 있었다.
“야.”
김현우의 입이 열리자마자 자신의 무술에 대해 떠들던, 자칭 ‘달인’들이 입을 다물고 불쾌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돌아보았다.
마치 왜 방해하냐는 듯한 표정에 김현우는 씨익 웃었다.
‘어디서 나를 팔아서 장사를 해?’
-그러나, 김현우는 절대 그들의 장사에 당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상한 개소리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지 마라. 여기 너희들만 있냐? 그리고, 뭐? 정상의 경지? 인간 병기가 돼?”
지랄하지 마라.
김현우가 욕설을 내뱉자 순간적으로 뻥진 달인들, 그들은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나 의심하는 듯했으나 이내 얼굴을 뻘겋게 물들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 지랄?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아는 거냐!!”
“무슨 소리를 해, 팩트를 말한 거지.”
“네 녀석은 무술을 한다는 녀석이 다른 무술에 대한 존중도 없는 거냐!”
순식간에 둘이 합세해서 김현우에게 노발대발을 시전하는 그들을 보며 김현우는 같잖지도 않다는 듯이 웃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너희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꽝! 우지지직!
김현우가 앉아 있던 바닥 내리찍으며 일어서자마자 순식간에 바닥에 쩌적 금이 가는 세트장.
“무…무슨……!”
달인들은 김현우가 벌인 일이 지례 겁을 먹었고, 김현우의 행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지만, 김현우는 무술인과 카메라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이참에 확실하게 말해주도록 하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돌아보다 ‘청룡검법’을 수련한다는 이가 가져온 검을 집어 들고 세트장 아래로 내려왔다.
순식간에 5대의 카메라가 김현우를 향해 움직이고, 김현우는 말했다.
“요즘 들어서 나를 빗대서 헌터들한테 무슨 무술을 꼭 배워야 하는 것처럼 아가리를 터는 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김현우가 나온 명확한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발언을 빌미로 지금 앉아 있는 두 명처럼 장사하려는 녀석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무술의 무 자도 모르는 애들이 무술 배운다고 강해질 것 같냐?”
김현우의 말에 카메라가 일순 그에게 집중된다.
“내가 강한 건 그냥 말 그대로 ‘내’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 누가 했다면 지독히 오만한 발언으로 대중들의 인상을 찌푸려지게 하는 그 발언.
그러나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김현우의 발언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냥 내가 강한 거지 무술이 강한 게 아니라는 소리다.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곤 시선을 돌려 이내 자신을 죽일 듯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달인을 보았다.
“뭘 봐 십새꺄.”
그는 그렇게 달인들에게 타박을 주더니 이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치이잉-
날을 갈지도 않았는지 끝부분이 뭉툭해 보이는 검을 보며 김현우는 말했다.
“뭐, 그래도 너희들 중에는 아직도 ‘무술’을 배워야만 강해진다고 생각하는 새끼들이 있겠지? 꼭 청개구리같이 이 악물고 자기주장이 맞다고 빡빡 우기는 애들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보여주지.
“‘무술’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내가 강하다는 걸 말이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았다.
“…!”
그것은 불과 10분이 지나기도 전, 게스트 석에서 움찔거리고 있는 ‘청룡검법’의 달인이 검술을 비기 중 하나라는 ‘청룡 베기’를 쓸 때 취했던 자세였다.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달인들을 보곤 말했다.
“잘 봐 둬라.”
검은 이렇게 쓰는 거다,
김현우은 그와 함께 마력을 뿜어냈다.
검붉은 마력이 세트장에 차오르고, 김현우는 검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와 함께 떠올린 기억.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얼마 전, 스마트폰을 이용해 읽었던 무협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청룡신공’이라는 무공을 쓰는 주인공.
주인공이 소설에서 나오는 첫 보스를 잡을 때 썼던 그 기술을, 떠올렸다.
검붉은 마력이 날도 없는 ‘도신’에 머문다.
쿠우우우우-
검과 마력이 조화하면서 두꺼운 공명음이 울리고, 김현우는 그 소설에서 나왔던 그때의 자세를 최대한 자세히 떠올리고 거기에 상상력을 섞어, 그럴듯한 기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청룡섬(靑龍閃)-”
김현우가 검을 힘차게 위로 올려 벰과 동시에 나타난 검붉은색의 용은-콰가가가강! 쾅!
-세트장의 천장을 뚫어버렸다.
한순간 이루어진 엄청난 상황에 그 장면을 촬영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지승현PD도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고 있을 때, 김현우는 들고 있던 칼을 세트장 구석에다 던지더니, 손가락을 올리고 말했다.
“자, 다시 한번 복습합시다.”
내가 강한 거지, 무술이 강한 게 아니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강한 거지 너희들이 강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괜히 나 보고 무술 배우겠다고 깝죽거리지 마라.
“뭘 봐 씹새끼야.”
김현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술인에게 다시 한번 욕설을 날린 뒤,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빠져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