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59
59
059.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1)방송이 나가고 이틀 뒤,
가디언 길드의 사무소.
[김현우 ‘내가 강한거지, 너희들이 강한게 아니야’ 생방 중 발언!] [김현우 생방 중 욕설, ‘뭘 봐 씹x꺄’ 헌터들 사이다]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무술가들 거세게 반발]“흠.”
가만히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뜬 기사들을 보던 김현우는 쯧, 하는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벌써 이틀이나 됐는데 기사들은 이슈화할 거리가 그렇게 없는지 김현우가 했던 말만을 계속 기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깨알같이 무술인들이 열심히 반발한다는 기사는 덤이다.
김현우는 그렇게 한동안 자리에 놔둔 스마트폰을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 테이블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야.”
“네? 네……!”
보라색 머리를 흑발로 물들이고 전체적으로 저번보다 얼굴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그녀.
그녀는 바로 김현우를 암살하기 위한 의뢰를 받았던 ‘판데모니엄’의 일원 중 한 명인 아냐였다.
아냐는 김현우의 부름에 무엇인가가 불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지만, 김현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물었다.
“일은 할 만하지?”
“네, 네네! 할 만해요!”
“정말로?”
“네……정말로 할 만해요.”
정말이었다.
사실 아냐는 이제 더이상 김현우에게 붙잡혀 도망치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몸서리치며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가디언 길드에 왔었지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해. 상식선에서만.”
“…….”
실제로 김현우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가디언 길드의 사무 회계를 맡은 지 10일, 아냐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곳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정시에 퇴근해도 뭐라고 안 하고……급여도 많이 주고…….’
물론 급여야 그녀가 판데모니엄에서 활동할 때만큼 많이 받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살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를 받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아직 아레스 길드에게 받은 돈이 그대로 독일에 소유한 자신의 집에 있었다.
한 마디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냐는 슬쩍 시선을 돌려 김현우를 보았다.
어느새 책상에 둔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서 무엇인가를 하는 그를 보며 아냐는 다시 시선을 돌려 회계업무 중인 컴퓨터를 바라봤다.
‘…게다가 살 집도 구해줬고.’
그렇다.
김현우는 그녀가 허튼 생각을 하지 않게 집까지 하나 마련해 주었다.
뭐, 김현우로서는 아레스 길드에게 받은 보상금이 꽤 남아도는 데다, 무엇 보다 아냐의 ‘순간이동’이 생각보다 매우 편리했기에 서로서로 좋게 가자는 뜻으로 집을 구해다 준 것이었으나.
“…”
아냐는 생각보다 자상한 그의 행동에 감사함을 느꼈다.
뭐, 그거야 그냥 단순히 아냐가 김현우에게 느끼는 착각이지만, 그런 현상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눈에 보기에 굉장히 쓰레기 짓만 하던 사람이 한번 잘해주면 뭔가 굉장히 착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
아냐는 김현우에게 그런 현상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무실이 조용해지기를 잠시.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시간 되면 퇴근해라.”
“네.”
아냐는 대답을 들음과 함께 김현우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사람이 없는 사무실의 옥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이 딱 한가할 때니까 새로운 스킬이나 한번 써봐야겠다.’
새로운 스킬.
그것은 김현우가 괴력난신을 잡고 나서 아브에게 받은 스킬인 ‘출입’이었다.
시스템의 초대 없이도 아브가 있는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스킬.
‘한번 쓴다쓴다 생각해 놓고 안 쓰고 있었네.’
사실 출입을 쓸 기회야 많았다.
그는 김시현을 포함한 이서연과 한석원이 미궁 탐험을 내려간 뒤로부터 예전처럼 무척 한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뭐, 그전에도 한가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김현우는 사무실 옥상에 도착해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스킬명을 외쳤다.
“출입.”
그리고-
“…오.”
-그와 함께 김현우의 시야가 뒤바뀌었다.
분명 아무것도 심겨 있지 않은 화단에 있었던 김현우는 어느새 그가 꾸며두고 갔던 ‘아브’가 있던 공간 안으로 들어왔고, ‘아브’는-
“…….”
“…….”
TV에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방영하는 TV를 하릴없이 보고 있는 아브.
“야.”
“어? 언제 오셨어요?”
김현우가 말을 하고 나서야 그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TV에서 시선을 돌린 아브를 보며 그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언제긴 언제야 벌써 1시간은 됐는데?”
“…네!?”
김현우의 아무렇지도 않은 거짓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아브.
그는 아바의 뜨악한 표정에 답했다.
“농담이야.”
“….”
아브의 표정이 순식간에 뚱해졌지만, 김현우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가 앉아 있던 소파에 마주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때? 저번에 책상에 앉아서 멍 때릴 때보다는 재미있냐?”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갑작스레 표정을 화악 하고 밝히더니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진짜 재미있어요!”
“그래?”
“네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버튼 누르면 원하는 드라마도 볼 수 있고…….”
마치 김현우가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아브.
김현우는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아브의 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래서 그 어떤 드라마에서…아, 가디언!”
“왜?”
“저, 혹시 그거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뭘 만들어?”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뭔가를 툭툭 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 플…플, 플라이스테이션?”
“플라이스테이션?”
그것은 김현우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게임기기였다.
정확히는 콘솔 게임기기.
“그, 전에 TV보다가 ‘게임’이라는 매체를 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어 보여서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안 될까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뭐 그 정도야…… 근데 그런 건 네가 만들면 안 되는 거냐?”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저는 어디까지나 가디언 옆에 있는 관리 시스템으로써 존재할 뿐이지 이런 건 저희들이 못 만들거든요.”
권한이 없어요.
뭔가 굉장히 처연하게 말하는 아브의 모습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책상 위에 있던 붉은 버튼을 집어 들었다.
딸깍.
“와…!”
버튼을 누르자마자 아브 주변에 만들어지는 플라이스테이션과 그 외에 잡다한 게임팩들,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게임팩들을 만들어 주며 물었다.
“그런데, 이런 거 있으면 시스템의 초대로 부르지 그랬어?”
그가 묻자마자 굉장히 신난다는 표정으로 플라이스테이션을 들고 있던 아브는 슬슬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런 거로 호출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아니, 사실 최근에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 호출하긴 해야 했는데.”
“그래?”
“아무튼, 고마워요 가디언! 이걸로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그와 함께 김현우를 꾹 껴안는 아브를 보며 김현우는 피식 웃다가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이거 결혼도 안 했는데 왜 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게임팩을 쥐고 자신을 껴안고 있는 아브를 보다 이내 복잡한 마음을 한편으로 밀어두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를 호출하려 했던 이유는 뭐야?”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김현우에게서 떨어져 입을 열었다.
“아, 그거 관련해서 말인데요.”
“응.”
“이건 아무래도 제 착각일 확률도 있긴 한데 정말 혹시 모르는 거라서 말씀드리려고요.”
“……뭐길래?”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귀를 기울였고, 곧 아브가 입을 열었다.
***
뉴욕.
세계의 수도라고 불리기도 하고, 도시 중에서는 다른 곳보다도 압도적인 인구를 가지고 있는 뉴욕의 중심부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빌딩.
층수만 해도 150층에 달하는 그 빌라의 가운데에는 그리스어 필기체로 ?ρη? 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고.
그 빌라의 꼭대기 층에는 한 남자가 가죽으로 만든 의자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있었다.
툭- 툭-
그의 손가락이 가죽을 툭툭 치는 소리가 길드장실에 조용히 울려 퍼지고,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은 부동자세로 남자가 제스쳐를 취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후….”
아레스 길드를 최초로 설립한 그 남자-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마튼 브란드’는, 이내 의자를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우선 분쟁 지역 국가에는 아레스 길드 본사 길드원들을 투입, 이라크 쪽에는 ‘미궁’을 독점하는 조건으로 본사 관리부 인원들을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 일어난 분쟁 지역에는 주변 지부 도움을 받아 독점 던전을 늘려가는 중으로 대부분의 던전을 먹어치울 때까지 걸릴 시간은 3달 정도입니다.”
“음…….”
남자의 말에 그는 짧은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사항은 있나?”
“…있습니다.”
“뭐지?”
“…이번, 한국에서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아레스 길드가 던전을 일반 길드에게 양도했습니다.”
“…뭐?”
남자의 말에 순식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연 ‘마튼 브란드’.
허나 남자는 동요 없이 계속해서 사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저희 본사 측에서 상황을 파악한 바로는 한국 지부장인 ‘흑선우’가 아무래도 일을 치르다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실수, 실수라…….”
“예.”
남자의 말에 브란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지.”
“…예?”
“그건 실수가 아니야. 그가 설령 정말로 어떤 일 때문에 실수로 벌어진다고 해도 그건 실수로 표현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나.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해, 자네도 어쩌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고, 나도 어쩌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지.”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
마튼 브란드는 그렇게 말하더니 습관처럼 툭툭 치던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턱을 문질거렸다.
“요점은 그때부터야. 사람이 실수를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실수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래, 그렇지.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실수’라는 단어가 용인되는 거야. ‘실수’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 줄 아나?”
실수라는 건 말이야-
“자기가 실수했던 일을 온전히 처리하고 나서 내게 ‘보고’할 때 ‘실수’라는 단어를 쓰는 거야. 만약 그 녀석이 자신이 실수했던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보고를 했다면.”
그는 무척이고 단호하게, 끊어 말했다.
“그건 ‘실패’라고 봐야 해.”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죄송할 필요는 없지. 실패한 것은 그 녀석이니까.”
그리고-
“실패하는 녀석은 우리 아레스 길드에는 하등 쓸모가 없는 인재야. 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나.”
“처리할까요?”
“그렇지, 깔끔하게. ‘아레스’ 길드에 오점이 있어서는 안 돼. 정확히는 ‘독점 던전’ 체제를 취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마튼 브란드는 순간 입을 멈췄다가, 이내 결정한 듯 명령을 내렸다.
“실패한 녀석을 처리하는 것도 포함해서, 우리 던전을 양도받아간 그 녀석들에게서도 돌려받아야지.”
내 던전을 말이야.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