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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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고인물을 대하는 법(1)
“저게 뭐야 미친…….”
뉴스룸에서 김현우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있던 이준성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찍고 있던 캠코더를 내렸다.
그것은 뉴스룸에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카메라, 액션캠 등등의 촬영 장비들은 모두 기자들의 손에 들려 있었지만, 그것들은 튜토리얼 존에서 일어나는 일을 찍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두 눈으로 튜토리얼 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이준성의 옆에 있던 이창훈이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내뱉으며 튜토리얼 존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튜토리얼 존 안쪽.
콰직!
그곳에는 학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준성의 눈에 부서진 돌조각과 함께 이제 막 만들어져 부서진 바닥을 딛고 중심을 잡은 오크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오크의 앞에 지금 튜토리얼의 진행하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콰득!
김현우는, 오크의 머리통이 사라짐과 동시에 같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는 없었다는 듯, 머리통이 날아간 오크의 앞에서 사라진 김현우는 어느덧 다른 곳에 나타나 또 다른 오크의 머리통을 부수고 있었다.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순다.
김현우의 이전에 나왔던 이강현처럼 화려하지도 않은, 어떻게 보면 투박하고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 행위.
허나 그런데도 기자들이 김현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저게……신입 헌터의 속도라고…?”
빠르다.
김현우는 여태껏 봐온 그 어떤 헌터보다도 빨랐다.
이제 막 데이터 덩어리에서 벗어나 육체를 가지게 된 오크가 체감상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머리가 터져 다시 데이터 쪼가리로 변화한다.
분명 튜토리얼 존 오른쪽 끝에서 오크의 머리통을 터뜨리고 있던 김현우는 1초 뒤에는 전혀 다른 곳에 서 있었다.
마치 A등급 헌터 중에서도 마법사만이 사용하는 ‘블링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뉴스룸의 기자들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튜토리얼 존을 보고 있을 때, 그 반대편에 있는 스카우트룸은-
“…”
뉴스룸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스카우터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던 패드와 종이서류에서 눈을 뗀 채 튜토리얼 존에서 일어나는 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뒤에서 마찬가지로 튜토리얼 존을 내려다 보고 있던 한석원은 진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보이나?”
“…흐릿하게 보이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의 중얼거림에 대답한 이서연과 김시현은 한석원과 같은 표정으로 튜토리얼 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마력을 사용하는 것 같진 않은데, 저게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인간의 움직임이라고?”
“도대체 탑에서 혼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이서연이 허탈한 듯 중얼거리자 그 앞에 있던 김시현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한석원은 튜토리얼 존에 시선을 집중했다.
정확히는 튜토리얼 존 내부를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는 김우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무투계인 나도 잔상이 그저 흐릿하게 보일 정도라니.’
무투계는 몬스터의 지근거리에서 전투를 이어나가야 하는 헌터들이기에 여타 다른 헌터보다도 그 눈이 월등히 좋았다.
그리고 한석원은 그런 무투계 중에서도 한국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실력자였다.
한석원의 눈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김현우가 있는 곳을 쫓는다.
오른쪽 아래, 왼쪽 위, 중앙 아래.
흐릿한 잔상만을 남기며 계속해서 이동하는 김현우.
그 모습을 한동안 쫓고 있던 한석원은 이내 자신이 그 김현우의 모습을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마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완전히 괴물이 돼버렸군.”
한석원이 묘하게 허탈한 투로 뇌까림과 동시에-
[시험… 종료.]두 번째 튜토리얼이 끝이 났다.
그와 함께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튜토리얼 존 내부, 뉴스룸 기자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던 김현우는 어느새 자신이 처음에 서 있던 그곳에 선 채 느긋하게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곧-
[34번 김현우 헌터가 사살한 몬스터는…… 초, 총 248마리입니다.]그 말을 들음과 함께, 김현우는 피식하고 웃음 지으며 몸을 돌렸다.
***
대한민국 종합 헌터 관련 커뮤니티인 ‘헌터 킬’에서는 오늘 오후에 올라온 한 영상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저게 뭐야 미친…….
헌터킬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의 첫 부분에서는 욕설 섞인 목소리가 별다른 변조 없이 그대로 흘러나왔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가지 욕설이 영상 안에 잡혔지만, 평소에 자극적인 기사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기자들을 싫어하는 회원들도 영상에 잡힌 욕설에 대해서는 별 댓글을 달지 않았다.
오히려 영상 속에 흘러나오는 욕설을 들으며 오히려 공감한다는 듯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 정도로, 현재 헌터킬을 달구고 있는 그 영상은, 헌터 관련 이슈를 좋아하는 회원들에게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댓글 1342개
내가바로달님이다: 뭐지? 내가 무엇을 본 것이지?
ㅁㄴㅇㄹ: 와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저거 뭐냐? 진짜 머임? 저거 튜토리얼 존 두 번째 시험 맞지?
ㄴ윤원아꽃길만걷자: ㅇㅇ 맞다. 그보다 진짜 영상 실화냐? ㅋㅋㅋㅋ 처음 볼 때 나는 S등급 마법사인줄 알았다. 진짜 블링크 쓰는 줄 알았어.
ㄴ미스터퀀시트리: 나 영상 보면서 영상 안에 있는 녀석들이랑 똑같은 말이 입안에서 흘러나왔음ㅋㅋㅋㅋㅋ알랄랄라랄: 야 시발 저게 뭐야? 저게 뭐냐고!!! 쟤 마법사임? 그냥 블링크 쓰는 것 같은데? 근데 신입들은 마력 못쓰지않냐? 도대체 저거 머임?
ㄴSSS랭크: 들어보니까 마력 사용 못 하고 그냥 순수하게 신체능력으로 움직인다고 하는데…… ㅅㅂ 카메라에서도 안 잡히고 그냥 순수하게 신체 능력으로 움직인다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ㄴA급헌터: ㅁㅊ 저런 애가 마력 등급 올려서 마력 사용하면 퀵실버처럼 변하는거 아니냐? 응?
ㄴ도둑맞은빡빡이: ㅅㅂ 그냥 지금도 퀵실버 그 자체인데? 저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거 중국 S등급 헌터중에 미령인가? 걔밖에 못 본 것 같은데.
저세상헌터: 저 사람이 그 이번에 12년 만에 탑에서 빠져나왔다는 그 고인물이냐?
ㄴ 안동시헌터: ㄹㅇ, 쟤 그 사람 맞음.
ㄴ 너돈좀많아보인다: 머야? 쟤가 걔였음?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화냐. 그냥 도시괴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라고?
ㄴ 고인물그자체: 자세한 건 ->https://namu.wiki/w/%BC#s-2고인물헌터#은#// 여기서 보고 나 저번에 고인물이 춤추면서 탑 클리어했다고 올린 사람인데 내말이맞지? ㅅㅂ.
….
…
..
.
튜토리얼이 끝난 뒤 헌터 협회 측면에 붙어있는 헌터합숙소의 휴게실.
“으아아아아 이런 씨발!”
이강현은 인상을 쓰며 아무것도 없는 책상을 내리쳤다.
콰직!
튜토리얼 탑을 빠져나온 헌터답게 근력 능력치가 올라있는 이강현의 주먹은 책상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지만, 그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은 체, 침대에 기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내가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튜토리얼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탑을 빠져나온 이때까지 단 한 번도 긴장을 끈을 놓쳐 본 적이 없었다.
탑에 들어오자마자 이것이 기회라는 것도 모른 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녀석들을 조소하며 자신은 어떻게든 이 기회를 휘어잡기 위해 노력했다.
탑 내에서 몬스터의 막타를 치면 등급이 올라간다는 소리에 몰래몰래 몬스터의 막타를 치고, 다른 헌터들은 쉰다며 잠을 청할 때, 그들을 비웃으며 자신은 훈련에 몰두했다.
성공하고 싶어서.
튜토리얼 탑을 빠져나왔을 때 그 누구보다 빛나고 싶어서…!
“그런데…그런데…!!”
꽝! 우지지직!
저도 모르게 후려친 침대의 프레임이 찌그러졌지만 아프다는 기색도 없이 이강현은 분노한 채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 자식이…! 그 개자식이…!’
한참 괴담만 무성하던 ‘고인물’.
그 녀석이 갑작스레 같이 빠져나오게 되며 이강현의 노력은 허망한 잿빛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분명 처음에는 제대로 다루기도 힘들다는 마력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이강현은 그 고인물의 행동에 묻혀 자신에게 향할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빼앗겨 버렸다.
“하…… 이런 시발…….”
이강현은 그렇게 욕짓거리를 하며 아까 전 김현우의 시험을 치렀던 장면을 떠올렸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눈을 한번 깜빡일 때마다 오크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그 모습.
“씨발 신새끼야 이게 평등이냐!!!!”
김현우가 시험을 치루던 모습을 떠올리던 그는 평소에 믿지도 않는 신에게 쌍욕을 하며 이를 으득 갈았다.
***
“이게 뭡니까?”
“이번에 김현우 헌터를 만나고 싶어 하는 길드 목록이에요.”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일정 시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회 합숙소의 휴게실에 앉은 김현우.
그는 앞에 내민 서류뭉치를 받아들고는 이내 자연스레 자신의 앞에 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아,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한국 헌터 협회에서 정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앨리스라고 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에게 명함을 건네주었고, 그것을 무심하게 받아든 김현우는 명함을 츄리닝 주머니에다 아무렇지도 않게 쑤셔 넣은 뒤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헌터 협회에서 보호받는 며칠 동안 김현우는 조금 더 현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들었다.
헌터들의 주 수입원이 되는 미궁과 던전, 그리고 그런 헌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길드.
그 이외에도 헌터 합숙소에서 나갈 때쯤이면 튜토리얼 존을 관람했던 있던 길드에서 마음에 드는 헌터에 한해 영입 제안을 하러 올 거라고 듣기도 했다.
“근데 협회 정보부장이 왜 제게 길드 목록을?”
그렇기에 그는 궁금했다.
김현우가 저번에 듣기로는 분명 길드 목록을 전해주는 것은 합숙소를 관리하는 관리원이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물음에 앨리스는 얼굴에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사실 제가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
“당신은 꽤 유명인사라서요. 거기에 덤으로 전해주고 싶은 것도 있고요.”
“전해주고 싶은 거?”
김현우의 되물음에 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김현우가 들고 있던 서류 위에 서류 뭉치 하나를 더 올려놓았다.
“……아레스 길드?”
“한번 읽어 보세요.”
앨리스의 말에 따라 김현우는 원래 들고 있던 서류를 놓고 현재 자신의 위에 올라와 있는 서류를 쭉 넘기며 대충 훑어보다 말했다.
“이거, 계약서네요?”
“네, 계속 읽어 보세요.”
앨리스의 말에 김현우는 계속해서 계약서를 뒤로 넘겼고, 이내 곧 경악 어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이게 얼마야!?’
김현우는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놓고 손가락까지 짚어가며 계약금의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팔십억……!?”
80억.
그 거대한 숫자가 일순 김현우의 머리를 복잡하게 어지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