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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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2)
“현우야, 독일은 언제 가냐.”
“아마 3일 뒤인가…그럴걸?”
김현우가 아브를 만나고 다시 5일이 지나, 김시현과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은 미궁탐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김현우를 포함한 그들은 한석원의 집에 모여 작은 축배를 들고 있었다.
“그래? 그럼 그때 나도 가볼까.”
“왜?”
“왜긴 왜야, 어차피 너 독일 갔다가 바로 올 거 아니잖아?”
“아니, 바로 올 건데?”
“관광 같은 거 안 하고?”
한석원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굳이?”
“아니, 12년 동안 탑 안에 갇혀 있었으면 세상 좀 돌아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그가 김현우를 묘한 표정으로 보며 이야기하자 김현우는 됐다는 식으로 손사래를 치곤 말했다.
“됐어. 세상을 돌아보기는 개뿔, 그것도 좀 쉬고 나서 해야지. 나는 아직 편하게 쉬어 본 적이 없거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현우가 정말 할 일 없는 백수처럼 집에 처박혀서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그는 탑에서 빠져나오고 대부분을 백수로 생활했다.
“안 질리냐?”
“12년 동안 탑에서 갇혀 있다가 나온 다음에 그 말 하면 봐준다.”
김현우의 말에 한석원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쯧, 너 독일 가면 따라가서 우리도 좀 따라가서 좀 놀다 오려 했건만.”
“관광하려고? 하면 되잖아? 게다가 지금 독일 상황이 말이 아닐 텐데 거기 관광이 제대로 되긴 하겠어?”
“오빠, 라이프치히만 박살 난 거지 다른 데는 아니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해도…… 보통 그 정도로 날아가 버리면 한동안은 독일 전체가 시끄럽지 않나?”
김현우의 말에 이서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오히려 그 정도는 금방 복구되죠. 물론 그것도 오래 걸리겠지만.”
“금방 복구된다고?”
“네. 어느정도는요?”
“어떻게?”
“‘마법사’계 헌터들이 있잖아요.”
“……마법사들?”
김현우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말하자 이서연은 슬쩍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말 그대로예요.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을 지원할 수 있으면 도시를 아주 빠르게 복구시킬 수 있거든요.”
뭐, 그렇다고 지금 당장 복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충 10년 걸릴 걸 1년 안으로 복구할 수 있다 이거죠. 사상자는 또 별개의 문제지만요.”
“그 정도야?”
“그 정도예요. 그러니까 가끔 가다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고 크레바스 사태가 일어나도 완전히 볼모지가 된 도시는 없잖아요?”
전부 마법사 헌터들이 있어서 가능한 거라고요.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뭐, 그렇다고 해도 굳이 독일에 놀러 갈 이유가 있어? 다른 데 많잖아?”
그의 물음에 한석원은 말했다.
“있어.”
“뭐?”
“네가 독일에 보상을 받으러 간 그다음 날에 경매장이 열리거든.”
“경매장? 그건 또 뭐야?”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김시현은 곧바로 입을 열었고, 한동안 그가 설명해 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정리했다.
“정리해 보면 국제 헌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경매장이 이번에는 독일에서 열리고, 라이프치히가 박살 났어도 독일에서 열리는 건 변함이 없다?”
“맞아.”
“그러니까 그 경매장을 보러 간다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경매장을 구경하러 가는 것도 있긴 한데, 우리가 가는 건 이번에 미궁에서 얻었던 아티팩트를 팔러 가는 것도 있지.”
거기에 덤으로 저번에 보여줬던 반지 있지?
한석원의 말에 김현우는 이내 그가 저번에 보여주었던 아티팩트 반지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기억나긴 하는데…… 벌써 경매장에 넘긴 거 아니야?”
“원래 국제 경매장에 넘기려고 하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른 시일 내로 협회에서 주최하는 경매장이 열리길래 거기에 내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거지.”
“거기는 뭐 국제경매장이랑 달라?”
“좀 다르지. 국제경매장은 아티팩트면 다 받는데 국제 헌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경매는 엄선된 아티팩트만 받거든.”
“한마디로 고오급 경매장이라는 소리네.”
“그렇지.”
한석원의 긍정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대답했다.
“뭐, 그러니까 결국에는 그냥 내가 간다니까 순간이동 타고 싹 가서 경매장 딱 참가하고 비행기 탈 필요 없이 다시 귀환하고 싶다 이 소리지?”
“흠흠.”
김현우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헌석원은 흠흠 거리며 시선을 피했으나,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지 뭐.”
“오, 그럴래?”
한석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할 일도 없을 텐데.’
김현우는 5일 전 아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등반자…… 등반자라.’
아브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것은 바로 지금 김현우가 사는 9계층에 ‘등반자’가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었다.
물론 말 그대로 그것은 아브의 단순한 추측일 뿐이었고, 확실하다고도 할 수 없다.
허나 아브가 김현우에게 내놓은 이런저런 경황을 들어 봤을 때.
‘어쩌면 진짜 있을 수도’
김현우는 어쩌면 진짜 ‘등반자’가 아직 9계층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브가 제시한 의문.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탑에서 빠져나오기 이전에 일어났던 세 번의 크레바스였다.
원래 크레바스는 ‘보스’가 죽으면 사라진다.
실제로, 공항에 나타났던 크레바스는 김현우가 그 붉은 도깨비를 처리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렇지만 미리 일어났던 세 번의 크레바스 사태 중, 두 번의 크레바스 사태는 구멍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김현우는 아브의 설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찾아보니까 헌터 협회측에서는 B급 크레바스와 C급 크레바스의 차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만약 아브의 의문이 맞아 떨어진다면, 현재 9계층에는 2명의 ‘등반자’가 남아 있다는 소리였다.
‘…뭐 이렇게 예상만 해봤자 등반자가 누구인지는 죽어도 모르지.’
굳이 확인하자면 확인할 방법이 있긴 했다.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등반자들은 정보 권한이 통하지 않으니 그걸로 확인해 보면 되긴 했다.
다만-
‘등반자를 찾자고 그 지랄을 하는 건 좀….’
애초에 그렇게 일일이 찾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그 이외에도 김현우는 해야 할 일이 조금 생긴 상태였다.
‘강해져야 한다.라….’
아브의 조언.
확실히 김현우는 지금까지 싸움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의 싸움을 통해 이전보다도 확실하게 강해졌다.
천마를 쓰러뜨리고,
괴력난신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
‘녀석들은 전부 중위급 등반자들….’
지금까지 그가 상대했던 것은 전부 중위급의 등반자였다.
그리고 김현우는 중위급 등반자를 상대하는 데도 어떻게 보면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런 상황인데 만약 상위급 등반자가 등장한다면?
‘확실히, 필요성이 있기는 하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브에게 조언을 받은 다음 날, 아냐에게 강원도 등지에 있는 산을 하나 수배하라고 전해 놓았다.
뭐, 금방 김현우가 혼자서 날뛸 수 있을 만한 산을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으나.
‘어떻게든 되겠지.’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
“…….”
베이징의 거대한 궁전.
마치 정말로 황제가 살 것처럼 으리으리하고 웅장한 그 모습에 흑선우는 넋을 잃고 그 장면을 바라보다 이내 주변을 돌아보았다.
궁전의 주변에는 도시가 만들어져 있었다.
분명 베이징의 수도 외곽에 있는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이 궁전 내에는 이미 하나의 경제권이 완성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서 있는 빌라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그런 도시의 끝에 올라가 있는 거대한 성벽.
마치 정말 현대적인 영지를 표현해 놓은 것 같은 모습에 그들이 주변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들의 앞으로 한 명의 남자가 나왔다.
“……들어오시오. 입궁을 허락하셨으니.”
그, 흑선우가 ‘패도’길드에 단신으로 찾아온 이유.
그것은 바로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 자신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S등급 세계랭킹 5위 패룡.’
그녀에 대한 것은 그저 길드와 이명밖에는 남겨져 있지 않았지만, S등급 세계랭킹 5위 안에 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흑선우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져 있었다.
세계랭킹 5위.
모든 헌터들을 제치고 패룡이 올라서 있는 그 자리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자리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나를 부른 거지?’
흑선우는 남자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도 그런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처음 접촉은 우천명이 했다.
그는 패도 길드에 사과를 전달하고, 어차피 아레스 길드에게 죽임당할 것 김현우를 어떻게든 엿 먹여 보자는 심산으로 패도 길드에게 딜을쳤다.
바로 자신이 가지고 온 아레스 길드의 던전 양도권에다 아레스 길드의 3분기 예산까지.
우천명은 패도 길드의 ‘가면무사’들에게 그 사실을 확실하게 전했고, 곧 얼마 있지 않아 답을 받아왔다.
‘의뢰를 사주한 이의 얼굴을 보고 싶으니 본궁으로 오라’는, 패도 길드장의 전언을.
사실 진짜로 간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지였다.
그도 그럴 게 패도 길드와 아레스 길드는 결국 어찌 보면 싸우던 관계였으니까.
그런데도 흑선우가 이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바로 자신에게 이 이상 뒤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김현우를 엿 먹이겠다는 선택을 하고 나온 이상 뒤는 없었다.
그렇기에 흑선우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이렇게-
“이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드르르륵.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자-
“왔는가.”
-패룡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미령’과 독대하게 되었고.
곧, 흑선우는 놀랐다.
‘…소녀?’
누가 봐도 엄청난 사치를 부린 옥좌에는 한 여인, 아니 소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여자아이가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진달래가 수놓아져 있는 치파오를 입고, 한쪽 머리를 사이드테일로 따 내린 그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리고, 그런 소녀의 모습에 흑선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레스 길드 한국 지부의 지부장 흑선우라고 합니다.”
“알았다.”
소녀, 미령의 목소리와 함께 조용해진 궁전 안.
분명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척 보아도 10명이 넘어갔는데 그들에게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극도의 침묵,
그 속에서 흑선우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릴 때,
“그래.”
마침내 미령이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리 ‘패도’ 길드에게 누군가를 죽여 달라고 ‘사주’를 했다고 들었는데, 맞나?”
“예. 맞습니다.”
“그의 이름은 무엇이냐?”
미령의 물음에 흑선우는 무엇인가 굉장히 불안한 직감을 느꼈다.
말하면 안 된다.
마치 누가 전해주고 있는 것 같은 직감.
“그게….”
“말해봐라.”
“…”
‘그래, 어차피 이렇게 돌아가도 내게 남은 건 죽음뿐이다.’
미령의 재촉에 생각을 짧게 끊은 흑선우는 이내 고개를 팍 숙이며 입을 열었다.
“그,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독일’에서 ‘괴력난신’을 처지한 헌터 ‘김현우’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흑선우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만약 패도 길드에서 그를 죽여 주시기만 한다면 저희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는 패도 길드에게 아레스 길드의 던전 20%를 양도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또 800억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예?”
그리고-
“너는 정말로 그렇게 말했구나.”
“…그게 무슨?”
“‘김현우’를 죽여 달라 말하지 않았느냐?”
“그, 렇….”
-흑선우는 말을 멈췄다.
“그래.”
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너는….”
흑선우의 입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지금 이 내게….”
그녀는 어느새 숨이 막힐 것 같은 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흩날리고, 핏발 선 눈으로 흑선우를 바라보며-
“내 ‘스승님’을 죽이라고 한 것이냐?”
무섭도록 무감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