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1
61
061.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3)꽝! 우드드득……!!
“끄게에에엑!”
흑선우의 몸이 볼품없이 날아가 궁전 기둥 한쪽에 처박힌다.
그와 함께 들리는 걸음 소리.
터벅- 터벅-
흑선우는 기둥에 처박혀 정신이 어질어질한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다.
부릅뜬 눈 위로 붉은 피가 맺히고, 그 너머로 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미령이 보인다.
“헉….”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적의에 흑선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눈에 하얀 서리가 끼듯 시야가 어질어질하고, 입은 산소를 수급하기 위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대체…이게…무슨……!”
그렇게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흑선우는 자신의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의문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김현우를 죽여 달라고 사주하러 왔다.
그런데 왜 중국을 발아래에 두고 있는 패도 길드장은 이토록 화를 내며 자신을 핍박하는가?
희미해지는 시선으로 눈앞의 그녀를 바라봤다.
모든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마력을 발산하는 그 중심지.
그녀는 무감하고도 무심한 표정으로 오롯이 흑선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거의 다 다가왔을 때쯤, 흑선우는 문득 자신이 날려지기 전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스승님…이라고……?’
스승님이라고 했다.
잘못 듣지 않았다.
현재 위연 길드를 밀어버리고 중국 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집어넣은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자, S등급 세계랭킹 5위인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제야 흑선우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거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하려고 했던 짓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도.
하지만-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흑선우는 그 상황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뭔가 잘못되었어……!!’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가정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죽을 위기인 상황에서 흑선우의 머리는 지금까지와는 상식을 넘은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며 수많은 가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흑선우는 틀림없는 ‘결점’을 찾았다.
그가 피를 뚝뚝 흘린 채 엎드리자 그를 향해 다가오던 미령의 걸음이 멈췄다.
흑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패도 길드장은 뭔가를 착각하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미령이 입을 열었다.
“말해봐라.”
‘됐다!’
흑선우는 적어도 살아날 수 있다는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곧바로 말을 이었다.
“패도 길드장께서는……’그’가 스승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확언.
흑선우는 미령을 보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혹 길드장님께서는 어디서 그 스승을 만났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미령을 두말할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탑 안이었다.”
‘그렇지!’
흑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왜 그녀가 김현우를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애초에 김현우를 만난 것이 ‘탑 안’이라면 애초에 김현우와 그녀가 만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혹 패도 길드장님께서는 한국인이십니까?”
“아니다.”
“그렇다면…… 아마 김현우는 길드장님이 찾던 스승님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움찔!
그 말을 하며 흑선우는 순간적인 분노가 터져 나올 것을 예견했으나-
“호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돌아오는 것은 흥미롭다는 듯, 아까 전과 같이 돌아간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흑선우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맞춰간 퍼즐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지구에는 총 158개의 탑이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 158개의 탑은, 서로 다른 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것도……아시고 계십니까?”
“그래, 알고 있다.”
지구에 있는 총 158개의 탑은 다들 제각각의 위치에 세워져 있고, 각각의 탑은 다른 지역을 관장해 헌터들을 랜덤으로 소환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 세워져 있는 탑은 한국인들만을 한정해 소환하고, 미국에 세워져 있는 15개의 탑은 마찬가지로 주를 단위로 나누어 소환한다.
‘한 마디로…….’
“중국에 계신 패도 길드장께서 한국에서 12년 동안 탑에 갇혀 있던 김현우 헌터와는 만날 일이 없으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 이것이 바로 흑선우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탑은 각각 관장하는 구역이 다르다.
그리고 중국에 있던 미령이 탑을 들어갔다 나왔다고 해도, 김현우가 12년 동안 갇혀 있었던 ‘한국의 튜토리얼 탑’에 들어갔을 리가 없었다.
그 말과 함께 미령의 대답이 멈췄다.
허나 흑선우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황금으로 수놓아진 대리석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릴 뿐.
‘설득된 건가?’
흑선우가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미령이 입을 열었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냐?”
“…….”
꽝!
“커허어어억!”
조금 전만 해도 엎드려있던 흑선우의 몸이 하늘로 붕 떠, 기둥에 처박힌다.
다시 한번 새하얗게 변하는 의식.
허나-
“누가 멋대로 기절하라 했지?”
“끄-아아아아악!!!”
흑선우는 미령이 사용하는 붉은 마력의 침투에 온몸의 혈도가 터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왜!!”
“스승님을 시해하려던 벌레가 어떻게 살려고 발버둥치나 보려고 했더니, 결국 하는 소리가 그것이냐?”
내가 스승님을 착각했다고?
미령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흑선우를 기둥 위로 끌어 올렸다.
꺽꺽거리는 흑선우.
미령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지. 확실히 탑은 관장하는 지역이 달라. 그렇기 때문에 네 의문도 이해한다. 그런데 말이야…….”
정말 유감스럽게도-
“나는 한국에서 튜토리얼의 탑을 클리어하고 나왔다.”
미령의 말에 흑선우의 눈가가 커졌다.
“그때는 원망도 많이 했지, 못난 애비새끼의 말을 따라 한국에 갔다가 탑으로 끌려 들어갔으니까.”
-허나 되었다. 스승님을 만났으니까.
미령은 웃음을 지었고, 흑선우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고로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탑 안에서 만난 사람이 정말 김현우라고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
그저 살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져대는 흑선우를, 미령은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끝까지 살기 위해 스승님을 부정하는구나.”
“끄으으윽!”
“하지만 둘은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그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그건 무, 슨…….”
“지금 내 모습은 전부 ‘스승님’이 원하는 모습을 토대로 해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미령은 히죽 하고 웃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입고 있는, 진달래가 수놓아져 있는 치파오.”
-이 엉덩이까지 내려와 있는 긴 장발
“내 등에 그려져 있는 그분의 표식. 그리고…….”
-‘미령’이라는, 내 이름까지.
씨익-
“너는 나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 거다. 벌레야….”
“미…미쳤……!”
흑선우는 본능적으로 맛이 가 있는 미령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으나, 그녀는 흑선우의 말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에게 선고했다.
“편하게 죽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벌레야. 너는 스승님을 시해하려 했고 심지어 자신의 보전을 위해 스승님을 부정하고 나를 부정했다.”
그 죄가 얼마나 큰지-
“내, 직접 네게 알려주겠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악!!!”
꽈지직!
궁전에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독일 지부에서 제공한 최고급 호텔에 앉아 있던 김현우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뿔을 바라봤다.
——
괴력난신의 정수
등급: S+
보정: 없음
스킬: 없음
-정보 권한-
괴력난신 ‘귀이’는 자그마한 요괴로 태어나 삶을 시작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녀는 지층에서 요괴들을 잡아먹으며 살아왔고, 결국 그는 모든 요괴들을 잡아먹고 통합해 ‘정수’를 취득한다.
그녀는 -권한부족- 의 뜻으로 -권한부족-을 오르게 되었고. 그녀의 정수인 이 뿔은 -권한부족-?권한부족-?권한부족-의 조건을 모두 총족할 경우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흠.”
독일에 온 지도 2일째, 김현우는 어제 독일에 와서 표창과 함께 받은 아이템을 보며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이템의 등급은 S+.
등급이 S+인 아이템은 당장 경매장에 내놓으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리를 김시현에게 들었지만, 이 아이템의 경우는 좀 특별했다.
“…도대체 뭐지”
‘등급은 S+인데 보정도 없고 스킬도 없고….’
이게 왜 S+등급인지 의심이 가게 하는 아이템의 설명.
그나마 김현우는 정보 권한을 열어 이 아이템의 숨겨진 뜻을 알았으나, 정보 권한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이 아이템이 그리 좋지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가지고 있어봤자 무기로 쓸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판에 보정이나 스킬도 하나 안 붙어 있으니까.
게다가-
‘이거 은근히 궁금하네.’
정보 권한으로 열리는 정보를 보니 이게 정확히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김현우는 조금 궁금해졌다.
그렇게 김현우가 괴력난신의 정수를 주머니에 넣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형, 나와요.”
“벌써 가냐?”
“벌써가 아니라 지금 벌써 4시예요. 5시부터 경매 시작하니까 지금 미리 가서 자리 잡으면 딱 보기 편할 거예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고, 그곳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김현우를 포함한 그들은 바로 협회에서 준비해준 차를 타고 경매장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야.”
“왜?”
“넌, 그 츄리닝 언제 벗을 거냐?”
한석원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째 지금 다들 나한테 츄리닝 언제 벗을 거냐고 한마디씩 하는데, 츄리닝을 굳이 벗어야 해?”
그의 되물음에 김시현은 대답했다.
“제가 언제나 말하는데 츄리닝은 좀…사적인 공간에서 입으면 모르겠는데 공적인 공간에서 입기는 좀 그렇지 않아요?”
‘…뭐, 이제 형이 츄리닝을 입고 있는건 다들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지만’
김시현은 불과 어제 표창식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김현우는 평소와 같았다.
검은색 츄리닝에 무슨 동네 슈퍼 나온 것 같은 삼선 슬리퍼를 신고 표창식에 올라간 김현우.
김시현은 그 모습에 탄식하며 표창식이 끝난 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헤드라인을 쭉 둘러봤으나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복장에 관해 나오던 기사들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단 하나도.
“뭐가 그렇지 않아? 결국 츄리닝도 옷인데, 사람이 그냥 가릴 데만 다 가리면 됐지 뭐 그렇게 불만이 많냐?”
김현우의 말에 결국 한숨을 내쉰 김시현은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시.
김현우와 그 일행은 곧 국제 헌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경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은근히 소소하네?”
“뭐, 애초에 비싼 경매고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안 올 테니까요.”
김현우가 슬쩍 경매장 건물의 크기를 가늠해 보며 입을 열자 김시현이 대답했다.
실제로 김현우가 본 것처럼 경매를 진행하는 건물의 크기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잘 쳐줘 봤자 헌터 협회 한국지부의 메인 홀 정도?
그렇게 김현우가 이곳저곳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는 김시현의 말에 따라 경매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곧 김현우가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헌터 협회에서 직접 주최하는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김현우로서는 처음 보는 아티팩트 경매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