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4
64
064. 문신이 내가 다 부끄럽다(3)넓은 공동.
흑백을 조화롭게 맞춰 놓은 타일이 깔린 그 공동의 한가운데, 무척이나 거대한 원탁이 있었다.
족히 50명 정도가 둘러앉아도 제대로 들어차지 않을 것 같은 원탁.
그 원탁에, 그가 앉아 있었다.
외모를 제대로 묘사할 수 없이, 검은 오오라를 뿜고 있는 그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원탁을 한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되었나?”
그가 입을 열자. 분명 그밖에 없던 넓은 공동에는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 또한 온 몸을 후드로 가려 제대로 된 형체를 볼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
“현재 두 명의 등반자가 저지당했습니다.”
“9계층에 올라갔던 등반자는 누구지.”
“‘천마(天魔)’ 와 백귀야행(百鬼夜行)의 ‘난신’입니다.”
남자의 목소리에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는 박수를 쳤다.
텁-텁-
마치 가죽 장갑을 끼고 치듯, 큰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적어도 분위기로서 남자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상당히 흥미로워하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너무 늦게 나타나서 틀림없이 등반자의 ‘제물’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군-
“그런 것 같습니다.”
남자의 대답에 형체가 없는 자는 책상 위에 자신의 손으로 보이는 것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그래서- 9계층에 도착하는 다음 등반자는 누구지?”
그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
-뭐, 그래도.
“생각과는 다른 복병이 나타나니 이것 참, 기다릴 맛이 나는군.”
형체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다음이 기대된다는 듯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시선을 주었다.
***
김현우가 그들에게 습격당한 그다음 날,
“형.”
“왜?”
“그거 뭐예요?”
“이거?”
김시현은 김현우가 옆에 놔둔 거대한 보따리를 가리켰고, 그는 놔두고 있던 보따리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전리품.”
“……전리품이요?”
“응.”
“……아, 어제 형 습격했던 그 괴한들이요?”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어제, 갑작스레 김현우를 습격한 괴한들.
그들은 국제 헌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경매장 앞에서 김현우를 살해하려다 오히려 김현우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처음에는 김현우가 이미 죽어 있는 시체들 사이에 서 있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다행히도 경매장에 설치된 CCTV는 김현우에게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래서, 그 괴한들에 대한 정체는 알아냈어요?”
“알아내기는 뭘 알아내겠냐? 한 명 심문하려고 살려놨더니 바로 혀 깨물고 뒈져 버려서 허탕이었지. 게다가 CCTV도 찍히긴 찍혔는데 어떻게 영상이 그렇게 찍히냐?”
“아, 그거요?”
김현우가 투덜거리자 김시현은 바로 어제 확인했던 CCTV를 떠올렸다.
분명 CCTV는 김현우의 무죄를 증명하는데 막대한 공을 올렸지만, 유감스럽게도 김현우를 습격했던 괴한들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만 인식 저해가 걸린 것처럼 괴한들의 얼굴은 전부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머리를 왜 터트려요?”
허나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할 가장 큰 원인은 김현우였다.
“싸우는데 어떻게 힘 조절을 하냐?”
“…제가 보니까 그냥 일방적으로 죽였던데, 아니에요?”
김시현의 물음에 김현우는 시선을 돌렸다.
사실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들의 연계에 살짝-아주 살짝 당황했으나, 그것도 그냥 한순간뿐이었고, 김현우는 그들을 깔끔하게 박살 냈다.
그래, 너무 깔끔하게 박살 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흠….”
“어휴, 근데 솔직히.”
“뭐?”
“어차피 그 녀석들 얼굴 제대로 보존했다고 해도 그 괴한들 정체를 알기는 꽤 힘들 거예요. 그렇게 얼굴 까놓고 다니는 데다가 인식 저해까지 걸어놨으면….”
보나마나 기록도 전부 말소해서 조회해 봤자 뭐 안 나왔을 거예요.
“…역시 그렇지?”
“뭐, 그렇죠.”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현우는 물었다.
“어디 가냐?”
“이제 곧 있으면 돌아갈 건데 잠깐 근처 들려서 기념품이라도 사가게요.”
“기념품? 누구 주려고?”
“아, 그…있어요.”
김시현은 말을 얼버무리더니 곧바로 문밖으로 나갔고, 김현우는 그런 김시현을 보다 피식 웃곤 보따리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털었다.
툭! 투타다닥! 탁!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진 아이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티팩트들.
이것은 바로 김현우가 어제 죽여 버린 괴한들에게서 빼앗은 아티팩트들이었다.
김현우는 곧바로 아이템 중 어제 자신에게 돌격했던 남자가 무기로 사용했던 창을 집어 들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로그.
——
베오르그의 아사창
등급: S+
보정: ?
스킬: 극가속 , 가속 ,
——
[정보권한으로 인해 숨겨진 사실이 드러납니다.]——
FAKER-F-173
등급: S+
보정: ?
-정보 권한-
-권한 없음-이 신창 베오르그를 카피한 -권한 없음-
——
“…….”
김현우는 또 다른 무기를 집어 들었다.
FAKER-F-119
FAKER-F-151
FAKER-F-12
FAKER-F-199
김현우가 들어 올린 아티팩트들은 전부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미궁 아래에서 주워 온 아티팩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묘한 느낌이 강했고, 김현우만이 볼 수 있는 정보 권한의 추가 정보로는 누군가가 카피한 아티팩트에 이상한 명칭까지 나온다.
“…누군가가 만든 아티팩트.”
아티팩트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
김현우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찾아봤으나, 그 어디를 찾아봐도 아티팩트 제작과 관련된 소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상념들에 이리저리 방문해 이런저런 추론을 내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정리 없이 시작한 추론이라 그런지 생각이 순식간에 꼬여 버렸다.
“쯧.”
이내 아티팩트를 보며 짧게 혀를 차던 김현우는 이내 머리를 비우고 다시 한번 생각을 집중했다.
시작은 자신을 죽이러 왔던 괴한.
실력은 김현우가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헌터’중에서는 꽤 상당한 편이었다.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에게는 고의성이 짙게 묻어 나왔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알았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듯 암습을 강행했다.
그렇다면 나오는 대답은 결국 두 가지.
‘아레스 길드에 소속된 녀석들이거나 ‘용병’.’
애초에 김현우가 자기 멋대로 막 나간다고 해도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딱히 아레스 길드 말고는 이 정도로 척을 진 이들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어났던 상황을 쭉 추론해 봤을 때 나오는 결론.
‘범인은 아레스 길드.’
“이 새끼들이 진짜…계속 지랄 스위치를 누르네?”
김현우는 인상을 팍 썼다.
그렇게 추론을 끝내도 풀리지 않는 의문.
‘그럼 이건 대체 뭐야?’
김현우는 아직까지 자신의 시야 앞에 둥둥 떠 있는 로그를 관찰했다.
FAKER.
거짓말쟁이, 사기꾼.
대충 무기를 카피한 거라니까 무슨 뜻에서 지어진 이름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흠.’
그렇게 김현우가 아티팩트의 로그를 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에이 씨발 모르겠다.’
김현우는 이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창을 다시 자루 안에다 집어넣었다.
‘이거 굳이 파서 뭐하나?’
김현우에게 필요한 것은 ‘이 아티팩트가 대체 뭐냐’ 가 아니라 ‘누가 나한테 괴한을 보냈나’였다.
애초에 김현우가 이 아티팩트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이 아티팩트에서 자신을 공격한 녀석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었다.
‘흑선우 이 새끼. 정의봉(正意棒)을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려?’
김현우는 자신의 방 한구석에 있는,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은 뿅망치를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리곤, 이내 시선을 돌려 책상 위에 올려 둔 그것에 시선을 돌린 뒤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 새끼는 1호로는 안 되니까 2호로 존나 패준다.”
툭-
김현우가 집어 든 것, 그것은 바로 어제 김현우를 살해하러 왔던 괴한들의 뚝배기를 손수 깨주었던 짱돌이었다.
김현우는 짱돌을 몇 번이고 던졌다 받으며 입가를 비틀어 올리고 있을 때,
“오빠, 언제 갈 거예요? 저희 준비 끝났어요!”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등에 가죽 자루를 멨다.
***
“흑선우 어디 있어 이 개새끼들아!”
빡!
“끄아아아아악!”
아레스 길드 한국 지부의 꼭대기 층, 김현우는 자신을 막으려다가 새롭게 만든 정의봉(定意蜂) 2호를 맞고 저 멀리 날아간 헌터를 보지도 않고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히, 히익!”
“흑선우 어디 있냐니까?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아, 아닙니다! 진짜로 아니에요!”
마치 절대로 죽기는 싫다는 듯 슬쩍 무릎까지 꿇는 남자의 모습에 김현우는 문득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너……저번에 1호에 맞고 책장에 처박혔던 그놈이지?”
“예예. 그, 알아봐 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렇다.
그는 바로 몇 주 전, 김현우가 들고 온 뿅망치에 맞고 책장을 박살 내 버리고 기절한 척을 하다 김현우에게 걸렸던 그 남자였다.
그는 비굴하게 웃으며 김현우의 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거대한 짱돌, 일반인이라도 저걸 들고 사람 머리에 휘두르면 그대로 골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대한 짱돌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입을 열었다.
“그…… 저는 박삼찬이라고 합니다. 그, 아까 그 친구는 저번에 일하는 친구가 지금 입원 중이라 얼마 전에 뽑은 친구라 아직 모르는 게 좀 많습니다.”
“다른 애들도 다 새로 뽑았냐? 올라가려고 하니까 다들 막아서던데?”
“아니- 그…….”
“그건 됐고, 그냥 말이나 하라니까? 네 길드장 어디 있어? 지금 당장 좀 보고 싶은데.”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짱돌을 툭툭 던졌다가 받자 박삼찬은 흡,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삼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 흑선우 지부장님은 지금 출타 중이시라…….”
“누가 그거 몰라? 지금 길드장방에 없는 것 보면 딱 출타 중인 건 알아. 내가 눈 삔 것 같냐?”
“아, 아니, 그런 의도로 말한 건.”
“그러니까, 걔 지금 어디 있냐니까?”
“그, 그건 저도…… 히이익! 말하겠습니다, 말할게요!”
김현우가 말없이 짱돌을 들어 올리자 소름이 끼치는 듯 비명을 지른 그.
김현우는 짱돌을 들어 올린 채로 말했다.
“말해.”
“그런데…저도 대략적인 위치밖에는 모릅니다.”
“뭐?”
“저, 정말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 정보는 다른 사람들도 전부 모르고 있을 겁니다! 진짜! 진짜로요! 흑선우 지부장님은 진짜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4일째 출타 중이십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아는데?”
“그, 전 저번에 좀 덜 맞아서 입원을 안 했……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일하는 곳은 이 꼭대기 층 지부장실 앞이라 가끔가다 지부장실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슬슬 눈치를 보며 입을 여는 남자를 보며 김현우는 잠깐 생각했다.
‘이거, 100% 이 새끼다.’
사실 처음 올 때만 해도 설마 이 미친 새끼가 그렇게 당해 놓고 아직도 포기를 안 하는 머저리인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말 자신에게 괴한을 보낸 원인은 흑선우인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왜 갑자기 행선지를 알리지도 않고 어디로 사라졌겠는가?
김현우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래서, 걔는 어디 있는 데?”
“저, 저도 정확히 모르지만…중국! 중국에 간다고 하셨습니다!”
“…뭐? 중국?”
“예! 주, 중국이요! 그, 그러니까.”
박삼찬은 무엇인가를 최대한 떠올린다는 듯 고민하다가 이내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아아 맞다! 베이징! 베이징에 간다고 했습니다! 패도 길드와 만나러요!”
“…뭐?”
김현우의 얼굴이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