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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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 흑역사를 퍼뜨리지 마라(1)김현우가 다시 한번 아레스 길드를 박살 낸 그 날 밤. 김시현과 함께 TV를 보고 있던 김현우는 문득 입을 열었다.
“시현아.”
“네?”
“너, 패도 길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거 있냐?”
김현우의 물음에 김시현은 슬쩍 고개를 갸웃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그냥 대충대충 알고 있는 건 있죠. 몇 가지 찌라시랑.”
“몇 가지 찌라시?”
“네, 근데 그건 왜요?”
“잠깐 궁금한 게 생겨서 물어보는 거지.”
김현우의 대답에 김시현은 시선을 돌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뭐, 정말 알고 있는 거라고 해봤자 그냥 그런 것들뿐인데요?”
“네가 말하는 그런 것들이 뭔데?”
“그냥 말 그대로 그런 거죠. 뭐, 예를 들면 패도 길드가 이번에 중국의 던전 지분을 거의 대부분 먹어 치워서 완전 독점 체재로 변했잖아요?”
“야, 그거 저번에 들었을 때는 한 50% 정도라고 안 그랬냐?”
김현우가 되묻자 김시현은 답했다.
“그랬는데 최근에 완전히 먹어치웠다는데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야?”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죠. 다만 중국 특성상 합법적 무력으로 던전 독점권을 빼앗는 게 가능해서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음, 예를 들면……한국 같은 경우는 던전을 독점으로 운용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해요.”
“……그래? 내가 양도받을 때는 그냥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그냥 형이 던전을 양도받는 그 상황 자체가 특이해서 그런 거고, 원래는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어요. 게다가 저희 한국은…개판이죠.”
“왜?”
“계속 법이 바뀌거든요. 이렇게 던전 양도 법을 제정해 놓으면 6개월 뒤에 또 바꾸고, 그 뒤에 또 바꾸고- 개새끼들 진짜.”
김시현은 슬쩍 김현우를 보며 말을 이어나가다가 성질을 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좀 무력으로 던전을 차지해도 여러 가지 법적 절차가 많아서 일방적으로 탈취하지는 못하는데 중국은 아니거든요.”
“…중국은 어떤데?”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고 뺏죠.”
“…응? 진짜 그렇게 놔둔다고? 아니, 그렇게 놔두면 실제로 편하기는 하겠다만.”
한마디로 중국의 헌터 업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랑 똑같다는 말이었다.
허나 곧 김현우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더니 물었다.
“야, 그런데 정말 그런다고? 그냥 힘으로?”
“안 믿기죠? 사실 중국이 처음부터 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던 건 아니에요. 아마 그쪽도 저희처럼 던전 때문에 골치 좀 썩으면서 법 개정 여러 번 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
아.
“생각해 보면 아주 옛날에, 처음 던전 나왔을 때 모든 던전은 중국 나라 소유였을걸요?”
“……근데 왜 지금 그렇게 바뀌었는데?”
“그게……대충 4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갑자기 그렇게 법 개정이 됐대요.”
“갑자기?”
“네.”
아, 그러고 보니까 이 이야기 하려고 독점 던전 이야기 꺼낸 거지?
김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게 그 찌라시 중 하나인데 중국에서 그 법을 개정한 사람이 바로 패도 길드장이라는 소문이 있기도 해요.”
“왜 갑자기?”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공교롭게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요? 4년 전에 그렇게 법 개정이 되고, 그 뒤로 곧바로 패도 길드가 나와서 마구잡이로 세력을 확장했거든요.”
“그럼 그 소리는 패도 길드장이 중국에서 엄청난 거물이라는 소리네?”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되네요…… 뭐 솔직히 찌라시다 보니까 확실히 믿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김시현의 말을 들으며 김현우는 순간 과거로 기억을 돌렸다.
기억을 돌린 시점은 바로 자신이 탑 안에서 무술을 수련하며 처음 그녀를 구했던 그때, ‘…제자랑 내가 ‘밖’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나?’
꽤 오래전의 기억이기에 김현우는 잠시 골머리를 앓았지만, 곧 그는 기억 저편에서 자신의 제자와 나눴던 짤막한 대화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첫 만남.
그때의 그녀는 소심한 듯 몸은 웅크리면서도 상당히 반항적인 눈빛으로, 가면을 쓰고 있는 나를 미친놈 취급하며 입을 나불거렸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나를 이렇게 막…….’
빡!
‘꺄아악!’
‘조용히 하거라 제자야. 너는 오늘부터 나의 제자가 될 것이다. 빨리 내게 구배지례를 올리거라.’
‘무, 무슨 소리야! 나는 빨리 그 녀석들과 같이 올라가야만 살아남을 수…….’
빡!
‘시끄럽구나.’
억지로 제자에게 구배지례를 시켰을 때,
‘왜 절을 한 번밖에 하지 않지? 반항하는 것이냐?’
‘아, 아니 구배지례를 하라고 하시길래….’
‘구배지례(九拜之禮) 모르느냐?’
‘아니, 그,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구배지례는 아홉 번 절하는 게 아니라…….’
빠악!
‘끼야악!’
‘어디서 스승이 말하는데 말대답이야! 썩 하거라!’
제자에게 한창 무술을 빙자한 무술 샌드백을 시켰을 때,
‘스, 스승님! 그만!’
‘어허, 너는 너무 심지가 약하고 몸도 약하구나, 계속 그렇게 피하기만 하면 절대로 무(武)에 도달할 수 없다!’
빡!
‘끼야아악! 사…… 살려주세요 스승님!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어허, 누가 죽인다고 했느냐? 너는 내 자랑스럽고 소중한 제자다. 너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 아앗. 스승님……!!’
‘그러니 이 악 물거라.’
‘!?’
김현우가 슬슬 중2병 사태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으나, 아직 전부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가거라.’
‘스승님…!’
‘지금 당장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르쳤다. 가거라.’
‘그치만 저는 아직 스승님에게 배우지 못한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소심해 보일 뿐이었던 그녀의 눈에는 자신감이 들어차 있었고, 소심하게 쭈그려 있던 몸은 쭉 펴져 있었다.
그리고 반항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눈빛은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었다.
‘너는 더는 내게 받을 가르침이 없다.’
기억 속의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너는 더 이상 예전에 소심한 네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핍박받고,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로 했던 네가 아니다.’
그렇지?
내 물음에, 제자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가거라, 그리고 밖에서도 지금 내가 해준 말을 잊지 말거라.’
그 무엇도 너의 위에 있을 수는 없다.
네 위에 있는 것은 오직 한 명, 나 천(天)뿐이니.
그 이외에 모든 것들은 네 아래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엿 같은 헛소리.
근데 그걸 들으며 제자는 또 눈물을 그렁그렁한 채로 내게 뭔가를 말했다.
분명 그때 당시의 내가 듣기에는 굉장히 기특한 소리였는데, 이상하게 그 끝부분만 노이즈가 낀 것처럼 기억이 불명확했다.
뭐, 그냥 귀찮아서 대충 들었던 것 같지만.
“이런 씨부레….”
분명 제자와 다른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분명히 있었는데, 이상하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형 또 왜 그래요?”
한참이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던 김현우가 욕을 내뱉자 묻는 김시현.
그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뭐, 그 이외에는 또 있어?”
“…음, 그 이외에는…좀 특이한 길드라고 소문이 퍼져 있긴 해요.”
“뭐? 특이한 길드?”
“네.”
“뭐가 특이한데?”
“좀 뭐라고 해야 하나…일반적인 길드 느낌이 아니라 무슨 왕국 느낌이라고 하는데……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저도 길드장이지만 해외 길드 사정 알아볼 정도로 느긋한 게 아니라서요.
“…그래?”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갈까 말까.’
뭐, 보나 마나 기다리면 슬그머니 돌아올 것이다.
녀석은 아레스길드의 한국 지부장이니까.
그래도 그냥 이렇게 기다리자니 김현우의 급한 성격이 용납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딱 봐도 흑선우의 행선지를 전부 알고 있는 마당에 이렇게 기다리는 건 김현우의 성격상 안 맞으니까.
한동안 침음성을 낸 김현우는 이내 곧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야겠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어디를 가게요?”
“중국.”
“…중국이요?”
“정확히는 중국 베이징.”
김현우의 말에 김시현은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을 하나?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헉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 미쳤어요?”
“……?”
“왜 갑자기 아무 상관 없는 패도 길드를 건드리러 가요!?”
“……야, 내가 무슨 패도 길드를 왜 건드리러 가?”
“아니, 지금 말하는 거 그거 아니었어요?”
“그게 패도 길드에 가기는 갈 건데……건드리러 가는 건 아니야.”
“개소리하지 마요!”
“뭐? 개소리?”
“저번에도 무슨
‘건드리러 가진 않아!’
하면서 뿅망치로 아레스 길드원들 입원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잊었어요?”
김시현의 반박에 김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팩트였으니까.
김현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잠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거니까.”
‘굳이 제자와 만나고 싶진 않지만.’
자신을 공격했던 흑선우를 가만히 놔두는 짓은 더 하기 싫었다.
바로 조져 버려야지.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일 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을 잡았다.
***
중국의 베이징, 패도 길드의 궁전 내.
그녀, 미령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넓은 침실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희미한 빛.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곤 조금 전 꿈속에서 보았던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햇수로는 4년,
일수로는 1500일가량.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미령의 머릿속에서 탑 안에 있었던 일들은 그 하나하나가 생생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탑은 ‘전환점’이었으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탑은 처음으로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공간이었으며,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미천한 인간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령이 그 탑 안에 기억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탑 안에서 만났던 스승 때문이었다.
그저 중국 정·재계에 있는 아비의 말대로, 돈을 써가며 인형 같은 삶을 살고 있던 그녀에게 진짜 ‘삶’을 알려준 자신의 스승.
자신이 한 번도 제대로 받아 본 적 없는 ‘정’을 느끼게 해준 스승.
그리고 자신을 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던 그 빌어먹을 아비와는 다르게, 오롯이 자신이 세상에 설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세상으로 내보낸 스승.
“스승님.”
그녀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금방이라도 대답이 올 것만 같았으나,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는 그녀의 소리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그녀는 잠시 느껴지는 공허감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곧 미소를 지었다.
‘이제 금방이다.’
이제 금방.
그녀는 불과 몇 시간 전 그녀가 임명한 부길드장에게 들었던 보고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위연 길드의 잔당은 거의 모두 처리하는 데 성공했고, 더 이상 중국에 패도 길드에 대항할 만한 세력은 남아 있지 않다는 보고.
그것은 곧 고대하고 고대하던 스승님을 모시러 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미령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이제 조금 남았습니다, 스승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미령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