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7
67
067. 오랜만이다, 제자야(1)
아랑 길드 지하 3층, 이서연은 마법진 위에서 사라져버린 김현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사고를 치려고…….’
물론 김현우야 자기가 사고를 치더라도 지금까지 아주 잘 알아서 해결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서연은 이번에는 그가 감당하지 못할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을 느꼈다.
“헤엑…헤엑 죽어요옷.”
그렇게 이서연이 불안한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갸웃 거릴 때,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조금 전까지 마법진을 운용하던 아냐를 보았다.
그녀는 퀭한 눈빛으로 마법진 바닥에 쓰러져 죽으려 하고 있었다.
“야근… 싫어….”
그렇다.
그녀는 어젯밤 갑작스레 베이징에 간다는 김현우의 말에 급하게 마법진을 준비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마법진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처참한 몰골.
이서연은 그런 그녀를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아냐에게 다가갔다.
***
김현우는 말없이 거대한 궁전을 바라봤다.
정말로 옛날 사극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던 거대한 중국의 황궁을 떠오르게 만드는 웅장한 크기, 김현우의 앞에는 그의 키에 3배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문이 가로막고 있고, 그 앞에는 검은색의 무복을 입은 이들이 갑작스레 나타난 김현우를 보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이 당황하든 말든 김현우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고 있는 풍경을 보며 끝없는 탄식을 쏟아낼 뿐이었다.
김현우의 시야를 전부 가려 버릴 정도로 높은 문 너머에서도 가면은 보였다.
황금칠을 해놓은 것인지 황금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기묘한 가면.
그리고-
“으악 이런 씨발!”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문을 바라보다 높디높은 문 위에 써져 있는 글자를 바라봤다.
분명 중국어일 텐데도 불구하고 그의 손에 끼고 있는 반지는 저 글자를 그대로 번역했다.
‘네 위에 있는 건 오직 천(天)뿐이다.’
“이런 미친.”
미친!!!!
미친 씨발!!!!!!!!!!!
“누…누구냐!”
김현우가 혼자 발광을 하고 있자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이들은 창을 들이댔다.
그러나, 김현우의 눈에는 여전히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저 문 위에 있는 증오스러운 그의 흑역사.
‘네 위에 있는 건 오직 천(天)뿐이다.’
김현우는 끄으으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혼자 발광을 하더니, 이내 몸을 진정시키며 충혈된 눈으로 문구를 바라봤다.
‘정했다.’
원래 처음에는 딱히 일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원래는 그냥 간단하게 와서 인사 정도만 한 뒤, 흑선우를 뒤질 때까지 패버리고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이대로 둬서는 안 되었다.
“움직임을 멈춰라! 도대체 네 녀석은 누구냐!”
검은 무복을 입은 보초병의 목소리에 따라, 순식간에 주변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처음에는 고작 두 명뿐이었던 호위병들이 순식간의 수십으로 변해 김현우의 주변을 감싼다.
물론, 아무리 모여봤자 김현우의 눈은 문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신원을 밝히라고 말했…….”
쿵!
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현우는 그대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날아 거대한 문의 문패 위까지 날아오른 김현우.
체공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김현우는 그의 목표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이 빌어먹을 문패를 전부 깨버리고, 저 동상으로 세워 놓은 금색 가면까지 모조리 부숴놓은 뒤에, 흑선우를 죽여 버릴 거다.’
어쩐지 ‘죽지 않을 정도’에서 ‘죽여 버린다’로 바뀌었으나, 김현우에게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흑운(黑雲)-”
김현우의 주변으로 검붉은 색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마력은 곧 주변의 시야를 가리고, 보초병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김현우는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다.
‘-보(步)’
우지지지직! 꽈가가강!!
김현우의 발이 순식간에 내리쳐지며 패도 길드의 대문을 부숴 버렸다.
붉게 칠해진 문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나가고 그가 증오스럽게 생각하던 문패는 애초에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으, 으아아악”
“무, 무슨! 이게 무슨 일이야!”
“가면 무사…가면 무사를 불러!”
패도 길드의 실질적인 상위 전투원들인 가면 무사를 호출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나팔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김현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가면 무사들
“이 새끼들이….”
그리고, 그것은 김현우의 표정을 더더욱 썩게 만들었다.
‘저거 내 가면이잖아…!’
그들이 쓰고 있는 나무 가면.
물론 상당 부분 어레인지 되었다.
김현우가 간지를 위에 넣은 위의 왕관과도 같은 부분은 사라진 상태였고, 그 이외에도 김현우가 제대로 처리 못 했던 부분은 사라지거나 어레인지되어 있었으나 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건 자신이 탑에 있을 때,
정확히는 제자를 키울 때 쓰고 있던 가면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무기를 들이대며 자세를 잡았다.
“이런 미친?”
그리고 김현우는 가면 무사들이 잡고있는 자세를 보며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었다.
“저거….”
그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
그것은 김현우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자세였으니까.
실용성이라고는 제대로 있는지 모르는 자세.
양발을 적당히 벌리고 주로 쓰는 손을 어깨 위로 올려 뻗은 뒤, 주먹은 뒤로 말아 쥐고 있는 형태의 기수식.
그것은 바로 탑 안에 있던 김현우가 그저 영화나 웹소설에 있던 여러 가지 기수식의 설명을 떠올려 만든 자세였다.
이름도 존나게 쪽팔린 ‘패왕기수식’
그들은 분명 제각각의 무기를 들고 있으면서도 김현우의 패왕기수식을 그대로 취하고 있었다.
김현우는 이내 그런 가면 무사들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고, 그럴 때마다 가면무사의 수는 늘어났다.
초가 지날 때마다 주변에서 도착한 가면 무사들은 김현우의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뒤늦게 달려온 보초병들까지 김현우를 감싸며 그는 마치 일방적으로 포위된 형태가 되었다.
1대 다수.
한 손바닥으로는 열 손바닥을 못 막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 딱 봐도 일백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 무리들을 보며 김현우는 같잖지도 않다는 듯 웃음을 지었고.
그 순간-
“합!”
한 가면 무사의 공격을 시작으로 그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김현우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크아압!”
김현우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들어온 공격은 ‘패왕경’.
그의 왼쪽 허벅다리를 노리고 들어온 공경은 ‘패령각’
그의 뒤에서 심장을 노리는 공격은 ‘패귀 수도격’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헌터들은, 하나같이 김현우의 공격을 그대로 카피해서 쓰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카피가 아니다.
그들은 전부 제각각의 무기로 김현우의 기술을 쓰고 있으니까.
일종의 어레인지.
하지만, 김현우는 가면 무사들을 공격을 보며 여전히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현우의 얼굴을 굳어졌다.
“지금 이걸, 기술이라고 쓰고 있는 거야?”
김현우의 말에 가면 무사들이 더 열이 뻗친 듯 마구잡이로 기술을 사용했으나, 김현우는 기가차지도 않는다는 듯 그 기술들을 모조리 피해내며 생각했다.
‘이것 좀 열 받는데?’
열 받는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처음에는 그저 쪽 팔리기만 했다.
자신이 탑에서 만들어 놓은 흑역사들이 그냥 화자 되는 것뿐만 아니라 산채로 꿈틀꿈틀 기어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현우의 머릿속에는 쪽팔리다는 감정 대신 다른 감정이 솟아올랐다.
분노.
그래, 어찌 보면 그것은 분노였다.
‘안 그래도 쪽팔린 흑역사.’
그런데 그 흑역사를, 여기에 있는 놈들은 더더욱 쓰레기처럼 만들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탑에서 만든 무술들은 저렇게 약한 것이 아니었다.
컨셉 플레이는 흑역사였지만, 적어도 그가 만든 무술들은 진짜였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분노를 느꼈다.
자신의 무술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애들 놀음으로 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었다.
무엇보다 제자한테 빡쳤다.
‘내 무술을 이런 병신 같은 무술로 바꿔서 가르쳤다고?’
알려주는 것도 빡쳤는데, 흑역사를 흑역사보다 더한 무언가로 만들어놓은 제자에게 김현우는 살의를 느끼며 몸을 쭉 뒤로 뺐다.
순식간에 가면 무사들을 피해 저 뒤로 점프한 김현우.
이제 상황은 포위된 상황이 아닌, 김현우와 패도 길드원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자세를 잡았다.
“애들아, 너희들이 쓰는 무공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김현우의 자세는 그들과 똑같았다.
양발은 앞뒤로 적절하게 벌려지고, 그의 왼손은 어깨 높이로 들어 올려 쭉 뻗었다.
그리고 허리춤으로 가 있는 오른손.
“너희들이 쓰는 무술은 바로…….”
김현우가 움직인다.
짧은 순간의 움직임.
“!?”
김현우는 눈을 깜빡하기도 전, 그 짧은 시간에 그의 앞에 있던 가면무사에게 도달했다.
가면 속에 가려져 있던 남자의 눈이 더 없이 커지고,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이렇게 쓰는 거다.”
그와 함께 쭉 펴져 있던 김현우의 왼손이 그의 심장을 가볍게 쳤다.
그리고-
‘패왕-‘
김현우의 앞에 잔뜩 모여 있던 가면 무사들과 보초병들은-
‘배격권-‘
김현우의 무술이 보인 그 순간,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도 안 되는 풍압에,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에 거대한 공기층이 생긴 것처럼 하늘로 튀어 오르는 가면무사들과 보초병들.
콰직! 쿵! 콰득!
“끄아아아악!”
하늘로 날아올랐던 그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섬뜩한 소리를 냈으나 김현우는 걱정하지 않았다.
힘을 조절한 주먹, 게다가 고작 하늘로 떠올랐다 떨어진다고 죽는 ‘헌터’는 없을 테니까.
김현우의 앞에는 순식간에 쓰러진 패도 길드원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스승……님?”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현우의 뒤쪽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현우는 그 목소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탑 안에 있을 때, 유일하게 제일 많이 들었었던 목소리 중 하나.
분명 탑 안에서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지만, 김현우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김현우가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열려 있는 거대한 본전의 문에는 떨리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미령이 서 있었다.
이제는 중국 전체를 손아귀에 집어넣고 있는 패도 길드의 우두머리이자.
S등급 세계랭킹 5위, 패룡(敗龍) 미령.
그녀는 쓰러져 있는 자신들의 부하 가운데에 오롯하게 서 있는 김현우를 보며 두 눈을 덜덜 떨며 입가를 몇 번이고 여닫기를 반복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미령의 심장이 세차게 요동치고, 눈앞에 있는 김현우의 모습에 그녀는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생각했다.
‘스승님이 맞다.’
미령의 기억 속. 자신이 스승으로 모신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등에 새긴 그 가면을 벗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김현우가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그 무(武).
김현우가 보여주었던 기술.
김현우가 보여주었던 자세.
그 이외의 미령의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자신을 오연히 내려다보는 저 눈빛.
그것만으로도 미령은 깨달았다.
이미 ‘김현우’가 자신의 스승인 것을 깨닫고 있었음에도 또 한번 확신했다.
저 앞에 오롯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자신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스승님이라는 것을.
두근두근두근두근-
“스승님이…맞으십니까?”
하지만 스승님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령의 입에서는 의문문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미령의 자그마한 투정.
자신의 확신을, ‘진실’로 만들어 달라는 미령의 자그마한 투정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굳게 닫혀있던 김현우의 입가가 열렸다.
“…오랜만이구나.”
-제자야.
“……!!”
김현우의 말에 미령의 두 눈가가 크게 떠졌다.
그 눈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은 환희.
김현우의 입이 열림과 함께 미령의 마음 한구석에서 4년이란 기간 동안 멈춰있던 그 시간이, 비로소 딸깍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오랜 시간, 그녀는 스승에게 한 맹세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 땅에 스승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 무엇이든 했다.
길드를 만들었다.
법을 바꾸었다.
사람을 바꾸었다.
“스승님.”
던전을 빼앗았다.
정치가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헌터들의 터전을 빼앗았다.
오롯이 이 중국의 한가운데에, 스승에게 걸맞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녀는 움직였다.
그러던 중 얻은 패룡이라는 이명.
그녀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S등급 세계랭킹 5위.
마찬가지로 의미가 없었다.
압도적으로 강해진 패도 길드.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오롯이 서기 전까지 얻은 모든 것들은 그저 스승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수단’들일 뿐이었으며, 그 무엇도 그녀에게 ‘목적’이나 ‘결과’가 되지 못했다.
그녀에게 ‘목적’이나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스승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툭.
“불초 제자. 오랜 시간 동안 스승님께서 다시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그녀, 미령은 자신의 스승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단지 지금의 이 순간에.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이 순간에, 소름끼칠 정도의 환희를 느끼며-
“1532일 하고도 2시간, 그리고 21분 하고도 30초.”
거침없이 무릎 꿇고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부정의 여지 없는 완벽한 오체투지의 자세.
귓가로 스미는 그의 혀차는 소리를 들으며.
고작 4년 만에 중국 전체를 먹어치운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자-
“드디어 스승님께-”
S등급 세계랭킹 5위,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패룡(敗龍)은-
“그래.”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신의 스승에게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