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8
68
068. 오랜만이다, 제자야(2)
“……그래서.”
“예. 스승님.”
“이건?”
“스승님을 위한 옥좌입니다.”
패도 길드의 거대한 궁전 내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몇백의 사람이 들어차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거대한 공간의 끝에서, 김현우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옥좌를 바라봤다.
다리부터 팔걸이, 등받이부터 그 주변을 장식하는 모든 것에 황금빛이 번쩍이고, 심지어 등받이의 위에는 거대한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조각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의자가 아니라 예술품 아니야?’
“앉으시지요. 스승님.”
“뭐? 앉으라고? 내가?”
김현우의 물음에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물었다.
“혹여, 의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응? 그게 뭔……”
“스승님의 눈을 어지럽힌바, 이 의자를 만든 이들을 처형하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 이년이 뭐라는 거야?’
처형?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으나, 미령은 금방이라도 시선을 돌려 그녀를 따르고 있는 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이 옥좌를 만든 이를 전부 죽….”
“헛소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제자야.”
“…예. 알겠습니다.”
김현우의 말에 조금 전까지 무서운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던 미령은 얌전한 양처럼 고개를 숙였고,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짓다 거대한 왕좌에 앉았다.
‘미친, 돈을 얼마나 처바른 거야?’
지금 여기에 앉기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이 궁전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금전을 치덕치덕 처바른 곳이라는 걸.
이 수백 명을 들여도 차지 않을 것 같은 궁전의 크기부터 시작해서, 흑색의 대리석이 바닥의 타일은 굉장히 비싸 보였고, 또 그 위에는 금색의 거대한 가면은 가히 화룡점정이었다.
게다가 기둥은 어떤가?
‘뭐가 저렇게 반짝거려?’
기둥은 하나하나가 금색의 고풍스러운 문양들을 음각해 놓았다.
“제자야.”
“네, 스승님.”
“이 의자, 통짜 금이냐?”
“그렇습니다만……혹여,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불민한 제자가 스승님을 위해 만든 옥좌입니다.
미령이 고개를 숙이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짓다 이내 시선을 돌려 궁전의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그럼 저건 뭐냐?”
“저것은 소녀가 앉았던 옥좌입니다.”
“…….”
김현우는 미령을 말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이 세계의 자금에서 10%는 이곳에 쏟아부은 게 아닐 정도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전.
그리고 김현우는.
‘……어? 그러고 보니까 왜 내가 여기에 앉아 있지?’
말 그대로 어쩌다보니 이곳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 그에게 달려드는 패도 길드원들을 처리하고 미령을 만났을 때, 그녀가 갑자기 김현우에게 절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는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까지 따라왔다.
물론 김현우는 분위기를 따르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상의 종말이 한 꺼풀 앞으로 다가와도 제 하고 싶은 대로 살 사람이었지만-
“제자야.”
“예, 스승님.”
“……아니다.”
김현우는 현재 미령의 저 몸짓과 눈빛에 묘하게 압도당했다.
루비 같은 진홍빛의 빛깔을 내뿜은 홍안으로 마치 환희에 잠긴 듯 눈꼬리를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며, 입가에는 미소를 지은 채 무한한 신의와 신뢰를 보내는 저 눈빛!
그게 김현우의 제멋대로를 묘하게 봉인하고 있었다.
몸짓은 또 어떠한가?
마치 극도의 예를 익힌 듯, 미령은 옥좌에 앉은 자신의 옆에서 공손히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한마디 할까 했는데.’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다.
‘아니 도대체 뭐지? 도대체…….’
그리고 곧, 김현우는 묘하게 볼에 홍조를 띠고, 자세히 들어보면 묘하게 하아하아 거리고 있는 미령의 숨소리를 들으며-
‘얘가 왜 이러지?’
자신과 제자의 관계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김현우와 미령의 관계.
겉으로 보면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다.
김현우는 은거기인 컨셉으로 탑에 있을 때 미령을 살려 주었고, 거기에 덤으로 그녀에게 무(武)에 대한 가르침까지 내려 주었다.
그래, 여기까지 보면 웹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은거기인의 기연’ 패턴이었다.
주인공이 죽을 위기에 처하고, 산을 돌아다니던 은거기인이 주인공을 구해준 뒤, 어디서 맞고 다니지 말라고 무공까지 알려주는 패턴.
흔한 패턴이다.
허나 여기서 김현우와 미령의 관계가 다른 점은, 그 가르침이 심히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미령은 김현우에게 억지로 가르침을 받았다.
그것도 존나게 맞으면서-
물론 중간쯤 돼서는 미령도 어느 정도 도망을 포기하고 김현우의 가르침을 받았으나, 아무튼 요점은 미령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김현우의 뜻에 따라 무술을 배웠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탑에서 빠져나왔어도 굳이 자신의 제자를 찾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라.
“제자야.”
“예, 스승님.”
“아니다….”
“예. 스승님.”
순종적인 양처럼 간드러지게 고개를 숙이는 미령의 모습.
김현우는 몇 번이고 입을 열려다가 말았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
너는 나한테 존나 처맞았는데, 왜 너는 나에게 호의적이냐?, 라고 물어야 할까?
도대체 왜 네가 나한테 호의적인지 모르겠다. 라고 물어야 하나?
‘…모르겠다.’
잠시 동안 생각한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젓고는 빠르게 생각을 일축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지금 상황은 결국 이런 상황이다.
김현우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흑역사를 만천하에 뿌리고 다니는 건 어느 정도 제재를 시킬 생각이지만.
‘아, 정보권한’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득 그녀의 정보를 열람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보를 열어 보았다.
————————
이름: 미령
나이: 21살
성별: 여
상태: 매우 환희 중
-능력치-
근력: S++
민첩: Ss-
내구: S+
체력: S++
마력: S++
행운: A++
성향: 절대 헌신주의 성향
SKILL –
[정보 권한이 부족해 열람할 수 없습니다.]———–
“…….”
능력치 무엇?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능력치를 보며 감탄하다 그 아래에 써져 있는 성향을 바라봤다.
‘절대 헌신주의 성향?’
이건 또 처음 보는 성향이었다.
그런데 딱 성향을 보아하니.
‘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김현우는 그런 평가를 내리며 미령의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 김현우는 쯧 하고 혀를 차곤 말했다.
“제자야.”
“예 스승님. 말씀하십시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좀 많기는 한데. 우선 볼 일이 있다.”
“하명해 주십시오.”
“여기, 흑선우라는 놈이 있지 않냐?”
김현우의 말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는 현재 미궁 뇌옥에 갇혀 있습니다.”
“내가 걔를 좀 만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안내 좀 해줄래?”
김현우의 말에 미령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움직이실 필요 없이 제자가 그를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령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곤 이내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에게 말했다.
“가라.”
짧은 한마디.
그 말에 그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궁전에서 빠져나갔고, 김현우는 이내 텅텅 빈 궁전을 바라보며 미령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며 무한한 신뢰와 신의를 보내는 미령.
‘부담스럽다.’
김현우는 그녀의 시선에 묘한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서 발광하며 몸을 뒤트는 흑선우를 볼 수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뭐야 이거?”
김현우는 정신이 나가버린 흑선우를 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미령을 바라봤다.
“제자야.”
“예.”
“분명 내가 알기로는 이 녀석이 너희 패도 길드와 접선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얘 상태가 왜 이러냐?”
“스승님을 시해하라는 건방진 소리를 하길래 손을 좀 봐줬습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김현우가 기다릴 틈도 없이 미령을 칭찬하자 부끄럽다는 듯 몸을 꼬는 미령.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발광을 하는 흑선우의 몸을 툭툭 쳤다.
“야 미친놈아 그만해.”
“으악! 으아아악…… 악? 무, 무슨”
그제야 정신을 차린 흑선우를 보며 김현우는 그대로 쭈그려 앉아 흑선우를 바라보았다.
이미 옷 여기저기에 물린 자국이 가득한 흑선우는 공포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다 이내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기……김현우!”
“그래, 나다. 잘 지냈어? 아주 엿 제대로 먹이고 여기까지 와서 또 당하니까 기분 좋지?”
김현우가 이죽이며 그를 놀리자 흑선우는 순간 그의 얼굴을 보더니 다짜고짜 김현우의 어깨를 붙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사, 살려줘! 살려주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네 제자는 미쳤다! 네 제자는 미- 히익!!”
그리고, 그와 함께 뒤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살기.
흑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은 채 말을 잃었고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미령을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순한 양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령.
……?
조금 전의 살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곧, 김현우는 흑선우에게 말했다.
“자, 우리 이제부터 할 말만 똑바로 하자. 만약 제대로 대답해 주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려줄게.”
‘그래, 살려 주기만’
“저, 정말인가?”
김현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한번 묻는 흑선우를 보며 김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입을 열었다.
“자, 우선 독일에 나를 죽이러 온 녀석들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읊어 봐.”
***
미국 뉴욕의 외곽.
군인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름 모를 산 아래에 지어진 거대한 비밀 벙커에서, 마튼 브란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3명의 남자를 바라봤다.
기사단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세 명의 맴버.
1번, 2번, 3번.
그들은 제각각 다른 방어구와 다른 무기를 쥔 채 마튼 브란드를 보고 있었다.
잠시간의 정적.
“그래서, 갑자기 저희를 호출한 이유는?”
그곳에서 제일 가운데에 있던 1번이, 자신의 창을 한 바퀴 휘두르며 마튼 브란드에게 물었다.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은은히 퍼지는 냉기.
허나 마튼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당연한 말을 하게 하는군. 일이다.”
“일? 길드장님,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이번에만 해도 저희 벌써 4번째인데?”
긴 곡도를 들고 있는 남자가 투덜거리자, 그 옆에 있던, 자그마한 마법서를 들고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로 불만을 토했다.
“맞아. 특히 이번에는 좀 빡센 일들만 계속해서 수행했는데, 좀 쉬게 해주면 안 되나?”
그들의 불만 어린 말에도 브란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너희들이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STT+ 아티팩트를 지급하도록 하지.”
그의 물음에 기사단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으나,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STT+ 급 아이템을 받으면, 너희들은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질 거다.”
그리고,
마튼 브란드는 눈앞의 1번을 바라보며 말했다.
“6위였던 1번은, 어쩌면 정말 ‘정상’을 노릴 수도 있지.”
그 말에 기사단의 눈빛에 탐욕이 감돌았다.
특히 그들의 앞에 서 있는 1번의 눈빛에는 탐욕을 넘어선 광기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3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데 그런 장비가 있긴 합니까? SST+ 라는 건……스탯을 두 단계 올려준다는 건데……!”
스탯을 한 단계 올린다는 것,
그것은 순위권 안에 든 헌터들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와 같은 과제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수많은 순위권 헌터들이 미궁에 내려가서 아티팩트를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튼 브란드를 바라보자, 그는 슥 웃으며 기사단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말했다.
“정말,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 그럴 수도 있겠군 STT+ 장비는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으니.”
그러니까-
“내가 보여주도록 하지.”
이윽고 브란드의 손이 펴짐과 함께 기사단의 얼굴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던 탐욕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고-브란드는 그 모습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