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69
69
069. 오랜만이다, 제자야(3)
한국, 홍대에 위치한 고구려 길드의 본사.
15층 빌라로 꽤 깔끔하게 지어진 고구려 빌라의 상층에는 김시현과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이 모여 있었다.
“그래서, 미궁 탐험은 또 언제 가려고?”
“글쎄다, 솔직히 저번에 얻은 아티팩트가 꽤 괜찮아서 이번에는 좀 늦게 가도 되지 않나 싶은데.”
한석원의 말에 김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렇긴 한데…… 어차피 이번 미궁에 들어가서 얻어 온 아티팩트, 석원이 형은 전부 팔지 않았어?”
김시현의 말에 한석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서연 너는?”
“나는 반지 하나만 남기고 전부 팔았지. 그러고 보면 너는 미궁에서 얻었던 아티팩트 하나도 안 팔았지?”
이서연의 되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 슬슬 스펙업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스펙업?”
“그래, 지금 계속 정체돼서 순위는 계속 밀리고 있잖아? 우리가 탑은 처음으로 빠져나왔는데 말이야.”
“뭐, 그건 그렇긴 하지.”
그렇다.
탑을 처음으로 빠져나왔던 1세대 헌터들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순위권에서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밀려나는 이유?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보면 한 가지였다.
하나는 그 어느 순간부터 김시현과 이서연, 한석원은 이 이상 스펙업을 하는 것보다는 길드를 관리하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에.
게다가-
“…흠.”
사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은 모두 갑작스레 튀어나온 김현우에 의해 가려졌을 뿐이지, 실제로는 한 가닥 하는 사람들에 속했다.
누가 뭐라 뭐라 해도 김시현와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은 s등급 헌터 랭킹에서 200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였으니까.
“나는 굳이 이 이상 할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한데…우리 정도의 급이 되면 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아티팩트로 인한 능력치 상승이고.”
그건 돈이 엄청 많이 들잖아?
한석원의 말에 이서연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ST+ 급 아이템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 근력이나 민첩 같은, 전투에 실질적인 능력치가 올라가는 물건은 그야말로 돈을 쓰레기통에 밀어 넣는 정도의 갑부가 아니면 살 수도 없을 정도로 비쌌다.
“근데 왜 전부터 갑자기 스펙 업 타령이야? 무슨 일 생겼냐?”
한석원이 묻자 김시현은 슬쩍 우물쭈물한 티를 내더니 이내 말했다.
“아니, 뭐….”
“?”
“현우 형 옆에 있다 보니까 제가 좀 작아 보여서요.”
그 말에, 한석원과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김시현의 마음을 이해하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니까. 이 녀석들은 네가 보낸 게 아니다?”
“마, 맞다.”
패도 길드의 넓은 궁전 안.
김현우는 흑선우에게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또한 길드 내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김현우를 죽이러 온 괴한들의 정체는 아레스 길드 본사 소속인 ‘기사단’이라는 곳이다.
두 번째로, 흑선우는 패도길드에 김현우를 죽여 달라 하기 위해 온 것은 맞았으나, 기사단을 자신이 보낸 것은 아니다.
세 번째로, 그 아래스 길드의 기사단이라는 곳에서는 김현우 자신뿐만이 아니라 흑선우까지 살해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정도인데…혹시 틀린 거 있나?”
김현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흑선우와.
“….”
그런 흑선우의 뒤에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명의 기사단을 바라봤다.
두 명의 기사단 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축 늘어져 있었고, 나머지 한 명, 얼굴에 로마자로 Ⅴ(5)라고 써져 있는 남자는 그나마 기척이 있었지만-
“……얘 살아 있는 거 맞아?”
“살아 있습니다. 스승님.”
“얘는?”
“마찬가지로 살아 있습니다.”
“……그래, 자세히 보니 숨은 쉬네.”
그래, 정말 말 그대로 그들은 숨만 쉬고 있었다.
“이 녀석들 어떻게 데려왔다고 했지?”
“이들은 흑선우와 다르게 처음 패도길드와 접선했던 흑선우의 부하를 잡기 위해 파견한 부길드장에 의해 잡혀 왔습니다.”
“……부하?”
“우, 우천명이다.”
“우천명…… 그게 누군데?”
“……그게.”
“바른 대로 빠르게 말하자.”
김현우가 눈에 힘을 주며 위협하자 흑선우는 눈알을 굴리다 말했다.
“그는 관리부서의 부장이다.”
“거긴 뭐하는 곳인데.”
“……아레스 길드의 뒤를 관리하는 부서다.”
“……아.”
김현우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네 명령을 받고 나한테 암살자를 보낸 게 지금까지 그 녀석이었다는 말이네?”
“그, 그렇다.”
흑선우의 더듬거리는 대답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본사 직원들이라고?”
“마…… 맞다! 정말이야! 애초에 나는 너 때문에 이미 아레스 길드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흑선우가 억울하다는 듯 외치자 김현우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흑선우의 설명은 앞뒤가 잘 맞기는 했다.
자신에게 양도권을 빼앗긴 흑선우는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의 독점 체재를 완전히 부숴 버리고 말았고, 아레스 길드의 본사의 길드장은 절대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라 했다.
그렇기에 흑선우를 처리하고, 그와 동시에 그에게 양도권을 받은 자신을 처리해서 던전을 다시 찾아오려는 생각으로 기사단을 파견했다.
그렇다면 모든 상황이 꽤 알맞게 떨어졌다.
김현우에게 기사단이 온 것도, 그리고 흑선우의 부하가 마찬가지로 기사단에게 죽임당한 것도.
모든 것은 본사에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원래대로 확보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거지.”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는 살려주는 건가?”
김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흑선우가 우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아, 그렇지.”
‘살려주기로 했었지.’
정확히는 살려’만’ 주기로 했었다.
“제자야.”
“예.”
“아까 이 새끼 지랄하는 거 보니, 이 지하에 있는 뇌옥은 꽤 지독한 곳이냐?”
“지금 이 궁전 아래에 만들어 있는 지하 뇌옥은 D급 던전 ‘쥐들의 미궁’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뇌옥입니다. 감옥 안에서는 끊임없이 쥐가 흘러나와 뇌옥에 갇혀있는 헌터들을 파먹습니다.”
“……그럼 죽는 거 아니야?”
김현우가 슬쩍 질린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보자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지 않습니다. ‘쥐들의 미궁’에 나오는 식인 쥐들은 분명 사람을 잡아먹긴 하지만 헌터 내구가 C+만 되도 식인 쥐의 공격에는 내성을 가지게 됩니다.”
허나, 고통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럼?”
“탈출하지 못 하는 이상 갇혀서 쥐들에게 뜯어 먹히는 기분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쥐들은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니까요.
미령의 말에 흑선우의 얼굴이 핼쑥해졌고, 김현우는 자신을 보며 무척 칭찬을 바라는 어린애처럼 눈치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제자가 미쳤군.’
어떻게 봐도 칭찬을 바라는 눈빛인데, 그런 살인 감옥을 만들고 왜 자신에게 칭찬의 눈빛을 보내는 것인지 김현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튼, 죽진 않는다는 거지?”
“예, 뇌옥에는 일정량이지만 죽지 않을 정도의 식사도 지급됩니다.”
“그럼 한 30일 정도만 가둬두도록 하지.”
“뭐…뭐!? 이야기가……이야기가 다르잖아!!”
김현우의 말에 순간적으로 발작한 흑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김현우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
“끄악!?”
쿵!!
그의 뒤에 자리 잡고 있던 미령은 흑선우의 머리를 그대로 발로 내리 찍었다.
순식간에 흑색 대리석을 깨고 바닥에 얼굴이 처박힌 흑선우.
그 상태에서 미령은 김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스승님의 말대로 행하겠습니다.”
미령의 말과 함께 기절한 듯 힘없이 끌려나가는 흑선우와 기사단.
김현우는 궁전의 문이 닫힌 것을 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도중,
“?”
김현우는 조금 전 기사단이 쓰러져 있던 자리에 떨어진 하나의 반지를 볼 수 있었다.
별다른 음각 없이 밋밋한 반지.
‘뭐야?’
김현우가 반지를 들어 올리자 떠오르는 로그.
——
우수리안의 반지
등급: ST+
보정: 근력+
스킬: 없음
——
[정보권한으로 인해 숨겨진 사실이 드러납니다.]——
FAKER-F-111
등급: ST+
보정: 근력+
스킬: 없음
-정보 권한-
-권한 없음-이 우수리안의 물건을 카피한 -권한 없음-
——
‘이건 저번이랑 똑같은?’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떠오른 로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번에도 이런 아이템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괴한들을 잡고 빼앗은 아티팩트.
그것들에게는 모두 이런 식으로 숨겨진 정보들이 나왔었다.
김현우는 조금 전 그들이 나간 문밖을 쳐다보더니 이내 주웠던 반지를 주머니 안에 넣고는 제자를 바라봤다.
“제자야.”
“예, 스승님….”
“네 덕분에 일을 좀 편하게 처리했다.”
김현우의 말에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 미령.
그녀를 보며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 이만 나는 가 보마.”
물론 하고 미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당장 저 쪽팔린 가면을 쓰고 있는 녀석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미령에게도 이왕에 만났으니 좀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뭐라고 해도 결국 미령은 그의 제자이니까.
허나 지금 김현우에게는 미령과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레스 길드장이라고 했지?’
바로 아레스 길드장을 조지는 것.
물론 아레스 길드장은 전 세계의 길드 중에서 탑급으로 거대한 길드 중 하나였지만 애초에 김현우에게 그런 것은 별 상관이 없었다.
김현우에게 중요한 건 그거였다.
아레스 길드장이 자신에게 암살자를 보냈다.
그래.
그 사실이 중요한 거다.
‘나를 죽이려 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지.’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는 절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간 뒤, 이번에는 아레스 길드의 본사로 쳐들어갈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자. 불현듯 목소리가 들렸다.
“…예?”
“응?”
“?”
“?”
목소리의 근원지는 미령.
그녀는 갑작스레 무표정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승님은, 혹 다시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데? 일 끝났으니까 가 봐야지.”
“저를 이끌어 주시는 게……?”
미령이 뭔가 공허한 표정으로 굉장히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었다는 듯 김현우를 바라보자, 그는 묘한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보다 짤막하게 생각했다.
‘…뭘 이끌어 달라는 거야?’
그는 짧게 고민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이야기는 나중이다.”
“그게 무슨….”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라.”
내가 말 두 번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미령은 읏,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푹 숙였고,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우선 아레스 길드부터 좀 조지고, 너랑 이야기하는 건 다음이다.”
그와 함께 김현우는 자연스레 열리는 문들을 지나쳐 궁전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로부터 조금 뒤-
쿠구구구구구궁─
김현우가 빠져나간 궁전 안에 붉은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궁전에 미세한 지진이 나는 것처럼 굉장한 마력을 피워 올린 미령은,
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미령의 말과 함께 궁전 주변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지고, 미령의 눈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선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던 홍안은 섬뜩하게 변해 있었고, 웃음 짓고 있던 입가에는 무표정이 자리했다.
그 모습.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자 S등급 헌터랭킹 5위, ‘패룡(悖龍)’이라 불린 그녀는, 그에 걸맞은 붉은 마력을 사방으로 내뿜어대며-
“이 시간 부로….”
조용히.
“우리 관리하에 있는 지역에 아레스 길드가 있다면 그들을 모조리….”
아레스 길드와의 적대관계를-
“잡아 죽여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