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70
70
070. 오랜만이다, 제자야(4)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아브의 방 안.
“…이건.”
“이건?”
“저도 확실하지는 않긴 한데, 이건 아티팩트가 아니에요.”
“뭐? 아티팩트가 아니라고?”
“네.”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아브에게 대답을 촉구했으나 아브는 당최 김현우가 가져온 반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정보 권한 중하위로 열람할 수 있는 정보에는 아티팩트에 대해서도 열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9계층에서 사용하는 ‘아티팩트’라는 명칭은 각 미궁의 지하에 묻혀 있는 장비들을 말하는 건데, 그 장비들은 저희 ‘시스템’에서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럼?”
“전부 가져와요.”
“전부 가져온다고?”
“네, 가디언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지금 가디언이 있는 계층은 9계층이고 그 아래위로 또 다른 계층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계층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을 시스템이 ‘전승’과 ‘신화’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이용해 등급을 매기고 ‘스킬’과 ‘보정’을 매긴 다음 미궁으로 가져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아티팩트가 되는 거죠.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문득 생긴 궁금증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분명 가져온다고 말하지 않았어?”
“네, 그렇죠?”
“근데 거기의 그 신화나 전승이 있는 물건을 가져와 버리면 다른 계층은 어떻게 되는 건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바로 대답했다.
“이 이상은 정보 권한이 열려 있지 않아 확실한 정보를 말하기 어렵지만 아마 지금 미궁에 묻혀 있는 아티팩트들은,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가져온 게 아닐까요?”
“…멸망한 세계?”
“네. 지금 가디언이 있는 곳은 9계층이고, 등반자들은 탑을 오르기 위해 계층을 멸망시킬 필요가 있거든요.”
물론 제가 말한 것들은 대부분 예상이긴 해도,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아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서, 그럼 결국 이건 뭐야?”
“제가 볼 때 이건…잘 만들어진 모조품인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모조품이라고?”
“네.”
“…아티팩트는 원래 만들 수 있는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그냥 ‘아이템’을 만드는 거라면 몰라도 ‘전승’이나 ‘신화’가 필요한 아티팩트는 시스템에게 따로 검수 평가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럼 이건 뭔데?”
“제가 볼 때 이건 아마…….”
아브는 고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등반자’가 만든 것 같아요.”
“등반자?”
뜬금없이 나오는 등반자 소리에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아브는 계속 말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이런 식의 ‘모조품’을 만들 수 있는 등반자가 있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조품은 절대 일반 계층민이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모조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등반자가 만들었을 확률이 높다?”
“네, 말했다시피 ‘보정’이 들어가는 종류의 아티팩트를 일반 계층민이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아브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김현우를 습격했던 기사단에서 나온 아티팩트는 전부 아브에게 가져온 반지처럼 기묘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오는 결과가 하나.
‘그러니까, 한 마디로 아레스 길드랑 ‘등반자’가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건가?’
김현우는 바로 도출되는 결론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브를 바라봤다.
저번에 그녀는 김현우에게 하나의 의문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김현우가 탑에서 빠져나오기 전 일어났던 세 번의 크레바스 사태.
그중에서 중국에서 일어난 크레바스 사태는 패도 길드가 깔끔하게 처리해 구멍이 닫혔으나, 나머지 두 번은 구멍이 닫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브는 거기에서 아마 ‘등반자’들이 이 세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아레스 길드를 조지면서 등반자에 대한 단서도 잡을 수 있겠는데?’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야, 아브.”
“왜요?”
“너, 정리 좀 하고 살아라.”
김현우는 완전히 개판이 되있는 주변 풍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분명 김시현의 집과 흡사하게 만들어진 공간이었는데 지금 주변의 모습을 돌아보면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그.”
아브가 슬쩍 시선을 피하고 김현우는 주변을 풍경을 바라본다.
보이는 것은 수많은 음료 캔들과 인스턴트 음식 껍데기들. 웃기게도 게임기가 있는 앞에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고 그 주변은 굉장히 더러웠다.
김현우는 소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인상을 쓱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며 버튼을 눌렀다.
-딸깍
버튼을 누르자마자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집의 풍경 사방에 버려진 인스턴트들과 아이스크림 봉투, 찌꺼기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방은 깨끗하게 변했다.
“와- 감사해…요?”
그리고 아브는 김현우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하다 문득 TV 앞이 허전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저기요…가디언?”
“왜?”
“그, 게임기가…플라이스테이션이 사라져 버렸는데…….”
아브가 위태로워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묻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다음에 올 때까지 게임기는 압수다.”
“뭐, 라고……?”
존댓말을 쓸 새도 없이 멍하니 중얼거린 아브는 이내 웃음을 깨트리고는 김현우에게 매달렸다.
“아, 안 돼!”
“뭐가 안 돼?”
“저 잘할게요! 집안 청소도 잘 하고! 아이스크림 껍데기도 잘 버리고! 먹은 것도 잘 치울 테니까! 돌려주세요.”
뭐, 김현우는 정말로 플라이스테이션은 빼앗을 생각은 없었기에 짓궂은 미소를 숨기면서 말했다.
“흐음, 어쩔까.”
“돌려주세요!”
“흐으으음……뭐라고?”
“플라이스테이션 돌려주세요!”
“뭐라구우?”
김현우는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숨기지 않고 말하자 아브는 볼을 부풀리더니 이내 김현우의 허리에 매달리며 외쳤다.
“돌─려─줘─!!!!”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게 진짜 안 돌려주면 그 상태로 울어버릴 것 같아 김현우는 아브를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플라이스테이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내 세이브…데이터”
세이브 데이터가 전부 날아가 버렸다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브에게 새로운 게임과 몇몇 새로운 군것질거리를 선물해 주고 나서야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베이징, 패도 길드의 거대 궁전의 거대한 나무 끝자락에 한 명의 인영이 서 있었다.
얼굴을 가릴 필요도 없다는 듯 무엇을 가리지도 않은 남자.
얼굴에 Ⅲ(3)이라는 로마자가 표기된 그 남자는 가볍게 목을 좌우로 풀고는 생각했다.
‘뇌옥에 있는 기사단 두 명 구출, 그리고 쓰레기 한 명 제거……흑선우라고 했나?’
그는 조금 전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통해 봤던 흑선우의 얼굴을 되새기곤 입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오른손에 장착되어있는 장갑을 바라봤다.
‘이 아이템을 써볼 수 있는 녀석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3번이 곡도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 장착한 장갑.
그것은 바로 마튼 브란드가 이번 임무를 위해 그들에게 지급한 SST+급 아티팩트였다.
‘근력이 두 단계나 올라서 S++ 가 되다니…!’
3번은 조금 전만 해도 자신의 정보창에 찍혀있던 두 개의 플러스를 떠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S등급부터는 스탯을 한 단계 올릴 때마다 강해지는 ‘강함’의 척도가 달랐다.
만약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승했을 때의 상승폭이 50정도라면, A에서 S로 상승했는 때는 100. S에서 S+로 상승했을 때는 그 이상으로 강해진다.
“후우…!”
3번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 정도면, 10위가 아니라 9위, 아니 8위나 7위까지도 재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 이번 일만 잘 끝내면…!’
그는 이틀 전, 자신의 상사인 아레스 길드장 마튼 브란드에게 받았던 명령를 떠올렸다.
‘패도 길드에서 이들을 구해내고, 재앙을 잡았다고 설치고 다니는 그 헌터 녀석 하나만 끝내면’
손에 끼고 있는 SST+ 급 장갑은 자신의 것이다.
그 생각에 3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곧바로 자신의 첫 번째 일을 시행하기 위해 패도 길드의 궁전 내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쥐새끼가 찾아왔구나.”
그는 궁전 내로 잠입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너는….”
미령이 있었다.
붉은 홍안을 번뜩인 채, 그녀는 가만히 선 채로 이제 막 궁전 안으로 뛰어든 3번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궁전 안으로 뛰어들었던 그는 자신이 그녀의 움직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굳은 표정으로 곡도를 쥔 3번에 반해 미령은 미소를 지었다.
“네 녀석도 아레스 길드냐?”
“……!”
“맞나 보군.”
3번이 별말도 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답을 정한 미령은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사실 네가 아레스 길드원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그저 지금의 나는 화풀이 대상이 필요할 뿐이니까.
미령의 말에 3번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곡도를 쥐어 잡았다.
‘저년은 뭐야?’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붉은 마력은 결코 그녀가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전해주고 있었으나-
‘저 꼬맹이년이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내게는 SST+ 아티팩트가 있다…!’
3번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장갑을 믿었고,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
이미 자신의 몸 안쪽으로 파고 들어있는 미령의 모습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그의 배에 주먹을 찔러 넣으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잘 버텨봐라.”
-내 화가 조금이라도 풀어지도록 말이야.
꿍!!!!
패도길드의 궁전 한쪽에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
김시현의 아파트.
“…이것들은 또 뭐야?”
아브를 달래주고 그 공간에서 빠져나온 김현우는 김시현의 집안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인영을 볼 수 있었다.
한 명은 닿는 것만으로도 얼어 버릴 것 같은 시퍼런 냉기를 뿜어내는 창을 쥐고 있는 남자와, 그 옆에 마찬가지로 푸른색의 마력을 흘려대는 마법사를 쥐고 있는 남자.
김현우는 그들의 얼굴에 써져있는 로마자를 보며 그 녀석들이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시현이는?’
순간적으로 김현우의 머릿속에 든 생각.
김현우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이제 막 9시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
듣기로는 오늘은 늦게 ‘헌터를 알다’를 촬영한다고 해서 새벽에나 들어올 것 같다고 말을 듣기는 했었던 게 기억났다.
그제야 김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까지 왜 왔어?”
“그걸 굳이 몰라서 묻는 건 아닐 것 같은데, 그보다 놀랍군. 그건 무슨 마법이지?”
마법서를 쥐고 있는 남자. 2번이 묻자 김현우는 순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다 그가 시스템 공간에 갔다 왔다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김현우는 피식 웃더니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내가 물어봤잖아? 여기까지 왜 왔냐니까?”
김현우의 이죽임에 창을 쥐고 있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당연히 너희들이 왜 왔는지 알고는 있지. 그런데 말이야.”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어차피 내가 다 찾아가서 조지려고 했는데 너희가 굳이 귀찮게 두 번 일해야 했냐 이거거든.”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