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76
76
076. 복제자(Faker) (4)
어두운 대공동.
분명 처음만 해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그곳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여기저기 패이고 사라진 흔적들이 여실하게 남아 있었으며, 공동의 절반은 사람이 깎아 놓은 게 아니라 그냥 동굴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불규칙하게 박살 나 있었다.
그런 대공동 안에서, 한 남자는 서 있었다.
‘아직, 아직이다.’
복제자.
바로 몇 시간 전까지 김현우를 상대하며 이 대공동을 박살 낸 복제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앞의 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벽 앞에 은은히 흐르고 있는 한 줄기의 마력 가닥을 보며 그는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마법에 숙련된 헌터라고 해도 볼 수 없는 가벼운 마력 실.
그러나 복제자는 아이템의 힘으로 이 공동 내에 남아 있는 가벼운 마력 실을 볼 수 있었다.
‘저건 틀림없이 순간이동의 이정표다.’
순간이동은 한없이 복잡한 마력구조를 통해 이루어졌으나 간단하게 말하면 좌표와 좌표를 마력으로 이어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거기에 사용되는 게 마력 실.
그런데 좌표와 좌표의 이동을 이어주면 사라져야 하는 마력실이 김현우가 순간이동 한 그곳에는 계속해서 남아 있었다.
‘틀림없다.’
그리고 거기에서 복제자는 확신했다.
‘이 녀석은, 어딘가로 텔레포트한 게 아니라, 아공간에 숨어든 거다.’
김현우가 어딘가로 순간이동 해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만이 틀어박힐 수 있는 종류의 반 안에 숨어든 것이라고.
물론 평범한 헌터나 등반자라면 그것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마력 실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상황을 추론하는 데까지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은 방대했다.
5계층의 ‘대마법사’라고 불렸던 수호자도 순간이동이라는 마법에 대해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능해, 알 수 있다.’
복제자는 가능했다.
그에게는 수많은 아티팩트가 있었다.
비록 복제품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한없이 진품에 가까운 복제품.
심지어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아티팩트들이 아닌, 하나하나가 영웅과 수호자들의 장비였던 무기와 장비들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업적이 칭송받고, 그 하나하나의 전승이 힘이 되어 시스템에게 인정을 받은 아티팩트들은 모조리 복제자의 손안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티팩트의 힘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나마 이 상황을 빠르게 추론하고 김현우가 아공간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는 허공을 유영하는 수십, 수백 개의 무기를 조용히 회전시키며 다시 한번 마력 실을 노려보며-
‘이다음에 나올 때가 네 목숨이 완전히 끝날 때다.’
홀로 뇌까렸다.
***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방 안.
허나 아브의 방안은 저번에 김현우가 마지막으로 인테리어하고 나간 방과는 전혀 달랐다.
보이는 것은 마치 자연동굴 같은 경관.
방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그렇게 멋진 경관이 나오지 않았으나 아브는 김현우에게 들어서 그가 투영한 이곳이 어느 곳인 줄은 알았다.
‘튜토리얼 탑의 1층.’
그렇다.
김현우가 현재 인테리어 버튼을 써서 조성해 놓은 풍경은 튜토리얼 탑의 1층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브는 저 멀리, 혼자서 어떤 자세를 연습하고 있는 김현우를 보았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자세.
양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하는 김현우를 보며, 아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
그녀는 불과 몇 시간 전, 갑작스레 김현우가 나타났을 때를 떠올렸다.
옷은 이미 완전히 넝마가 되어 있어 걸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온몸에서는 보기 끔찍할 정도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건 어느 정도 마력을 사용해서 치료된 것 같지만.’
현재 어떤 수련을 하는 김현우의 몸에서 아까 같은 심각한 상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바로 이 인테리어 버튼으로 만들어낸 약품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그 이외의 부과적인 상처들은 김현우가 뭔지 모를 마력을 사용해 치료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치료가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닌지 굉장히 흉한 흉터들이 그의 몸에 새겨져 있었으나정작 김현우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차라리 포션이나 회복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을텐데-‘
유감스럽게도 인테리어 버튼으로는 ‘아티팩트’ 나 ‘포션’ 같은 것은 만들 수가 없었다.
만들 수 있는 건 응급처치용 약품들 정도.
게다가 김현우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현재 김현우의 상황은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브로서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등급의 등반자. 그러나 김현우의 말만 들어도 아브는 이번에 김현우와 싸우는 등반자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티팩트를 마음대로 복사하는 등반자.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강한 적인데, 그 등반자는 심지어 아티팩트를 이용해 김현우의 마력을 봉인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 같았다.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아브의 입장에서 이 싸움은 일반인과 헌터가 싸우는 상황과 비슷해 보였다.
시스템의 축복을 있는 대로 때려 박아서 싸우고 있는 등반자.
그에 반해서 시스템의 축복 중 하나를 봉인 당한 채 싸우고 있는 수호자.
‘게다가…….’
그녀는 슬쩍 시선을 돌려 이 공간 안에 이질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나무문을 바라봤다.
‘이제 가디언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
아브는 이 시스템에 포함된 존재이기에 본능적으로 김현우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여기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길어봤자 20분 남짓.
김현우의 정보 권한이 상위 이상이었다면 이곳에 며칠을 죽치고 있어도 상관없었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김현우의 정보 권한은 중하위.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24시간의 4분의 1.
즉 6시간 남짓이었다.
그렇게 아브가 김현우를 걱정하고 있을 때.
“…끝났다.”
드디어 응급처치를 할 때를 빼고는 줄곧 무언가를 연습하고 있던 김현우의 입에서 말이 튀어 나왔다.
“…뭐가 끝나요?”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그저 씩 웃음을 짓고, 입을 열었다.
“수련.”
“…수련이요?”
‘아니, 분명 무슨 수련을 하는 것은 맞았던 것 같은데.’
아브는 김현우가 했던 수련을 떠올렸다.
분명 무슨 기수식이었던 것 같은데 딱히 그녀의 정보 권한으로 찾아본 무술과는 다르게 굉장히 엉성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괜찮을 걸까.’
아브는 그렇게 걱정하며 김현우를 바라봤으나 그는 아브를 보며 피식 웃더니 망설임 없이 문으로 걸어갔다.
“가시게요?”
“그럼, 가야지.”
“아니……불리한 상황이니까 최대한 전략을 생각하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브는 뒷말을 삼키며 그를 바라봤고, 김현우는 문고리를 잡은 뒤 이내 시선을 돌려 아브를 바라보곤 말했다.
“전략은 딱히 필요 없어.”
아까와는 분명히 다를 테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남은 문으로 들어갔고, 아브는 멍하니 문밖으로 걸어나가 하얀빛에 둘러싸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복제자는 자신의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마력 줄기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래, 네가 다시 올 줄 알았다……!’
속으로는 환희했지만, 김현우를 조롱하기 위해 입가를 비틀어 올렸고, 곧 그는 빛 속에서 걸어 나온 김현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체는 거의 좀비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거즈를 칭칭 감아댄 모습이 복제자의 입가를 끌어 올렸다.
“다시 온 걸 환영하지.”
“이새끼 웃긴 새끼네?”
허나 복제자의 귀에 들려온 것은 김현우의 욕.
“뭐?”
복제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되묻자 김현우는 입가에 실실거리는 미소를 띠고는 복제자를 도발했다.
“아, 미안. 여기가 자기 묏자리인 줄도 모르고 실실거리는 게 웃겨서 그만.”
김현우의 말에 한동안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있던 복제자는 이내 그의 조롱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엇인가 바뀐 게 있나?’
복제자는 그의 몸을 훑었다.
갖가지 아티팩트로 그의 몸을 디텍팅하고, 혹시 모를 아티팩트를 가져왔는지까지 확인했지만, 그의 몸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변화가 있는 건 아까 전의 심각한 상처들이 그나마 응급처치로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는 것.
‘허세다.’
그제야 복제자는 찌푸리던 인상을 다시 웃음으로 바꾸었다.
“아까 도망쳤던 놈이 죽고 싶지 않아서 허세나 부리다니…… 처음이랑은 너무 태도가 다르지 않은가?”
“쯧, 진짜 자기 묏자리인 줄도 모르고 염병하는 거 보니까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네.”
제발 허세 좀 그만 부려 새끼야.
“허세? 허세는 네가 부-”
“좆 까.”
일방적으로 상대를 도발하듯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김현우의 모습에 비웃는 표정을 감춘 복제자는 이내 인상을 쓰곤 창을 휘저었다.
“그렇게까지 빨리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복제자의 창이 한 번 휘둘러지고, 그와 함께 허공에 유영하던 무기들이 다시금 투척 되기 시작한다.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눈앞에 다가오는 무기들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다시 한번, 아까 잠깐 떠올렸던 이미지와 함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시간이 멈춘 것은 김현우가 탑 안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때,아니. 정확히는 거의 모든 무술을 수련하는 데 성공했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몰두했던 무술을 수련했을 때로 거슬러 올랐다.
김현우는 탑 안에서 무술을 수련하며, 수십 수백 가지의 무술을 수련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 어느 것은 글 내에서 무술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는 반면, 또 어떤 것은 글 내의 무술이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아 김현우의 상상력으로 때워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무술은 제대로 표현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대사만 있을 뿐이라 무술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던 글도 있었다.
하지만 김현우가 마지막으로 수련하고 있던 무술은 그 두 개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을 거칠 것 없이 외부 동작이라면 김현우의 기억 속에도 확연히 존재 할 만큼 많이 나왔고, 웹소설에는 구무협 때부터 단골로 등장하던 무술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 어느 매체에서나 가리지 않고 나왔던 무술.
‘이화접목(移花接木).’
그것은, 이화접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무술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무공의 초식.
무공이라고 부르기에는 덧없고, 무술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치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그렇기에 무협지에서는 이화접목을 무공이나 무술로 말하지 않고 일종의 ‘묘리’로 설명한다.
그런 묘리에 가까운 이화접목을, 김현우는 제일 마지막으로 수련했고, 그가 무술을 더 이상 수련하지 않게 되었을 때, 김현우는 이화접목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채 수련을 그만두었다.
김현우가 이화접목을 깨닫지 못한 이유?
간단했다.
김현우가 이화접목을 아무리 수련한다고 해도, 결국 그는 그 묘리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현우의 스승은 많았다.
김현우의 스승은 혼자 세계의 구원자가 된 무술인이기도 했고, 혼자서 만인 앞에 군림하던 천마이기도 했으며, 또 어느 누구는 만인의 존경을 받는 그랜드 소드마스터이기도 했고, 그 누군가는 신(神)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 김현우가 ‘질문’을 할 수 있는 스승은 없었다.
그렇기에 깨닫지 못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기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후….”
그래, 그때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김현우는 느릿하게 숨을 내쉬며 어느새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는 검을 보았다.
날카로운 기세를 가지고 있는 검.
─허나 지금은?
김현우는 손을 들어 올렸다.
가볍게 들리는 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시스템 룸 안에 들어간 6시간, 그 짧은 시간 안에 김현우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천재라서 고작 6시간 만에 이화접목을?
아니다.
그게 아니다.
“후…….”
김현우가 탑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던 그 시간.
그저 묘리를 깨닫지 못해 그 묘리에 나왔던 묘사를 수십 수백 수천수만 번 따라 했던 그 시간!
거기에 더불어 김현우가 탑 밖에 나옴으로써 상대했던 두 명.
‘압도적으로 절제된 힘을 사용했던 천마(天魔)와’
‘제멋대로 날뛰는 야성적인 힘을 사용했던 괴력난신(怪力亂神).’
그 둘의 전투를 경험 삼아,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었던 경외 적인 힘을 스승 삼아-
“스으-!”
-김현우는, 마침내 도달할 수 있었다.
스으으윽!
-그가 혼자서는 도달하지 못했던 콰가가각 쾅!!!!!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리에.